서론
2025년 08월 17일 진행된 패트릭 쿤 오프라인 세미나 리뷰이다.
패트릭 쿤은 태국 출신의 세계적인 마술사로, 각종 소셜 미디어 / TV 쇼 / 광고 등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한 마술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4년 방영된 더 매직스타에도 출연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지기도 한 그는 한국과 인연이 많은 마술사이다. 아르카나의 첫 외국인 초청 마술사이기도 했고, PH 등 국내 마술사들과 친분이 깊으며, 결혼도 한국인과 한 정도이기 때문.
그런 그가 깜짝 내한 렉처를 진행하게 되었다. 장소는 언제나처럼 아르카나 스튜디오로, 그와 아르카나가 함께 진행한 '아르카나 나이트'가 2015년 이었으니 딱 10년만인 셈. 이번 렉처쇼는 그의 카드마술들과 더불어 최근 FISM에서 진행한 마스터 클래스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여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신청.
패트릭 쿤 렉처쇼
이번 렉처쇼는 총 8개의 마술과 각종 카드기술들, 그리고 '카메라를 위한 마술 제작'이라는 3가지 세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실제 렉처 때는 여러 세션이 섞이면서 진행되었는데, 리뷰의 편의를 위해서 각 파트를 나눠서 설명하겠다.
마술 파트
1) 데자뷰 엠비셔스
연출) 마술의 시작 전 덱을 확인해보니 한장만 뒷면이 다른 색이다. 마술사는 이 카드가 지난 번 마술 때 보여줬던 흔적인 것 같다며 다른 곳으로 치워둔다. 관객은 카드 한장을 고르고 싸인한 뒤 덱에 넣는다. 마술사가 신호를 주면 마치 데자뷰인 마냥 카드는 덱 맨위로 올라오는데, 어느 순간 확인해보면 관객이 아까 치워둔 카드는 사라지고 관객이 싸인한 카드의 색이 바뀌어 있다.
연출이 상당히 길어서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면 엠비셔스 카드 - 미스터리 카드 - 시간 여행 컨셉의 마술이다. 신호를 주면 과거로 돌아간다는 컨셉, 혹은 데자뷰를 섞은 루틴들을 여럿 본적 있는데 매번 볼때마다 내 취향이라는 생각이다. 해법적으로도 정말 '패트릭 쿤'스럽다는 생각이 많이 든 루틴. '5년동안 특정 손기술을 연습해도 관객은 그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던 파트로, 크게 어렵지 않은 준비로 효과적인 마술을 보여줄 수 있던 것이 인상적. 다만 해법 상 호불호가 갈리기는 할 것 같다.
2) 애니버서리 2.0
연출) 관객 두명이 카드를 하나씩 고르고 각자 싸인을 한다. 마술사가 그중 하나를 잡고 신호를 주면 그 카드의 싸인이 사라지고, 다시 신호를 주면 이제는 문양과 그림이 지워져 블랭크 카드가 된다. 나머지 카드를 확인해보면 사라진 카드의 그림과 싸인이 뒷면에 인쇄되어 있다.
단순 기술로는 불가능해보이는 현상 + 관객에게 선물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언제나 효과적인 '애니버서리 왈츠' 루틴의 패트릭 쿤 버전. 여러 테이블을 돌아다니면서 마술을 하는 상황이 많은 패트릭 쿤이 한 그룹의 사람에게 보여줄 때 마지막으로 자주하는 루틴이라고 한다. 위에 기술한 루틴은 특수 제작된 기믹이 필요한데(올해 중 발매예정이라 한다) 이런 기믹 없이 하는 버전도 렉처때 설명해주었다. 기존 애니벌서리 왈츠에서 자주 나타나는 '기묘한 방식으로 싸인 받기'를 깔끔하게 해결한 것이 매력적이던 파트.
3) 피어싱 스루
연출) 관객이 싸인한 동전이 패트병 안으로 비쥬얼하게 들어가는 루틴
패트릭쿤이 20년전 처음으로 판매한 루틴. 해법 자체는 일반적인 코인 인 바틀과 동일하여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어떤 병을 선택하면 좋은지 / 통과시킬때 어떤 식으로 보여줘야 정말 통과한 느낌이 드는지 / 클린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그의 노하우가 상당히 디테일하여 의외로 얻어갈 것이 많았다. (비하인드로 20년전 판매한 썰?을 푸는데 이게 은근 웃겼다)
4) 1 to 4 트랜스포
연출) 관객의 손 아래에서 관객의 카드와 4장의 킹 위치가 바뀌는 트랜스포지션 루틴
한장의 카드가 다른 한장의 카드로 바뀌는 루틴은 수없이 많지만, 이처럼 한장과 여러장의 카드 위치가 바뀌는 마술들은 흔치 않다. 그런만큼 본 렉처에서 유일하게 손기술이 필요하던 루틴.그나마 간단한 버전 / 손기술이 조금 어려운 버전으로 2가지를 알려주었는데 쉬운 버전도 마냥 쉽지만은 않아서 연습이 꽤나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취향이 아니라서 해볼것 같진 않던 루틴.
5) 블랭크 이매지네이션
연출) 관객이 자유롭게 카드 한장을 생각한다. 신호를 주면 미리 빼둔 2장의 조커 사이에서 백지 카드가 나오고, 다시 신호를 주면 백지카드가 관객의 카드로 바뀌게 된다.
약간은 '인비저블덱'스럽고, 약간은 '멘탈 포토그라피덱'스러운 느낌이 드는 연출. 기믹이 필요한데(아주 구하기 어렵진 않은데 막상 구하려면 찾기 쉽지 않아서 자체제작이 편함) 패트릭쿤은 이 기믹 하나 챙겨두면 언제든지 본 연출을 할수 있어서 강력 추천하는 루틴이다. 중간에 알려준 밥체인지도 기존 트윌 체인지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던 내게는 새로운 접근이라서 인상적. 다만 처음 관객이 카드 한장 생각하는 과정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데, 어떻게 이부분을 해결할지가 고민이네.
6) DIY 타임
연출) 관객이 자유롭게 컷한 위치에서 나오는 4장의 카드가 현재 시각을 가리키는 마술.
오리지날 버전인 'DIY 에이스' 마술의 변형 버전. 원안도 상당히 쉽고 깔끔했는데 이 버전도 꽤나 좋은 편이다. 관객이 고른 위치에서 시간이 나오는 마술은 이전에 소개한 'Triptych'에 실린 'OverClocked' 루틴을 자주했는데, 그 버전과 비교시 일장일단이 있는 연출. 상당히 쉽고 간편한 연출인데, 개인적으로는 굳이 변형하지 않고 오리지널 컷팅 에이스만 해도 충분한 것 같기도?
7) 플로팅 덱
연출) 덱 전체가 순간적으로 손가락에 붙어 공중에 뜨는 연출
제이 생키의 유명한 플로팅 덱 연출이다. 해당 기법을 이용하여 플랩 / 체인지 / 엠비셔스 등을 알려주었는데 해법적으로는 특별할 것이 없어서 아쉽던 파트.
8) 모던 비들
연출) 관객이 고른 카드가 사라지고 덱에서 뒤집힌 채로 나타나는 비들 트릭. 여기에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길수도 있고, 5장이 4장이 되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패트릭 쿤의 변형 버전.
그를 유명하게 했던 루틴 중 하나인 모던 비들. 자체 제작해야하는 기믹이 필요하지만, 기존 비들 트릭에서 쓰던 폴스 카운트 없이 정말 5장이 4장으로 변하는 모습 + 사라진 카드는 촬영한 핸드폰 사진에서도 사라진다는 것이 킥인 연출이다. 개인적으로는 본 연출은 기존 비들 트릭이 가지는 '임프롬투하고 간편함'에서 벗어난다고 생각해서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지만, 관객 핸드폰에 흔적이 남는다는 것 때문에 아시윈드의 '더블 익스포저' 급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듯.
마스터 클래스 - 카메라를 위한 마술 제작
2025 FISM에서 진행한 마스터 클라스 내용이다.
패트릭쿤은 마술공연이나 대회 수상 등을 통해 이름을 알린 다른 마술사들과 다르게 TV, SNS 등 대중매체를 통해서 유명해진 마술사로, 마술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태국에서 어떻게 그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던 파트다.
'Camera Trick'과 'Tricks for Camera'의 차이에 대해 설명하며 시작한 본 파트에서 그는 TV나 영상매체를 위한 마술은 어떤 조건을 가져야 하는지, SNS 마술은 기존 마술과 다르게 어떤 요소를 가지고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야 하는지, 다른 마술사나 프로듀서 / 감독 과 협업할 때 내가 원하는 그림을 피칭하는 방법, 광고용 마술을 만들 때 고려해야하는 점 등 굉장히 방대하면서도 심도 깊은 경험을 나누었다.
대부분의 내용이 프로마술사 / 전업마술사 / 마술로 수입을 얻는 사람을 위한 내용이었기에 내게 바로 와닿는 내용은 없었지만, 매직스타 때의 비하인드 이야기 / 마술사 외에 마술하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다양한 길에 대한 소개 / 일반인들에게 마술을 보여줄때 가져야할 마음가짐 / CGI와 컷편집, 카메라 트릭의 경계에 관한 이야기 등 컨텐츠 자체가 재밌는 내용이 많았기에 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들이 봤다면 정말 좋았을 파트.
종합 및 총평
전반적으로 '무난무난하게 괜찮은 세미나'였다.
렉처에서 알려준 내용들이 매우 새롭거나 특별하진 않았다. 대부분의 내용은 기존에 그가 발매하거나 강연한 내용이었고, 10년전 아르카나 방문 때 진행한 아르카나 나이트 때와의 내용과도 겹치는 부분이 상당했다. 그렇기에 일부가 '사골 우려먹기'나 '재탕'이라고 좋지 않게 평가하는 점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렉처쇼에서는 마술 해법을 배워가는 것은 전체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술 중간중간 알려주는 그만의 팁들도 상당히 많았고, 온라인 스트리밍 / DVD 등에서는 공개하기 어려운 여러 비하인드들도 렉처쇼에서는 편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본 렉처쇼를 참가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패트릭 쿤은 본인이 사용하는 각종 기믹이나 세팅에 대한 정보는 등은 물론이고 본인이 판매중인 제품들에 대한 해법도 전부 알려주었다. 본인은 '딜러쇼가 되는 것 같다'면서 머쓱해했지만, 아직 미발매된 제품도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대단한 용기가 아닐수 없다.
내가 렉처쇼 참가 경험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다니 다올티즈'나 '에릭 치엔' 등 외국인 마술사의 렉처쇼에 참가하면 사람들이 거의 질문을 하지 않아 아쉬울 때가 많았는데, 본 렉처때는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 나름 적극적인 질문들이 있었고 이에 패트릭 쿤이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나오는 자세 역시 인상적이었다. 컨디션도 그리 좋지 않아 렉처 중 계속 기침을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가르쳐줄려고 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어떻게 세계적인 마술사가 될 수 있던지를 알 수 있던 포인트.
안타깝게도 나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지막 20분 정도를 듣지 못했고, 마지막에 싸인이나 사진촬영을 하지 못한 것이 진하게 남던 하루. 또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 중간에 리프레쉬 겸 진행한 게임도 있었다. 패트릭 쿤이 덱 중앙쯤에 넣은 조커에 누가 카드를 가장 가깝게 꽂아넣느냐의 게임이었는데, 내가 1등을 차지했다! 패트릭 쿤이 발매한 카드의 한정판 길티트 버전이었는데 이런 게임이나 행운에서 잼병인 나 스스로도 얼떨떨한 느낌. 이 카드에 싸인을 못 받고 미리 떠난게 너무 아쉽다 ㅠㅠ
++) 렉처쇼와 별개로 패트릭 쿤의 마술 스타일을 배우거나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르카나에서 판매중인 '아르카나 나이트' 렉처나 패트릭 쿤의 홈페이지 'patrickkun.com'에서 그의 마술을 배울 수 있다. 특히 PK ultimate bundle은 나름 혜자이니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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