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25년 06월 07일 관람한 한지우 마술사의 공연 'Shine' 리뷰이다.
한지우 마술사는 카디스트리와 카드마술로 유명한 국내 마술사로, 마술사들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FISM 2018 국가대표 및 2024 SBS 더 매직스타에도 출연한바 있다. 최근에는 대회보다는 'Colors', 'Shine'과 같은 개인공연이나 'Isolux 시리즈' 등 카디스트리 관련 렉처 발매에 집중하고 있으며, 2025년 5월 마술잡지 아르카나의 표지모델을 한 바 있다.
최근 마술공연을 많이 못보기도 했고, 아르카나 잡지 최신호를 보고 그의 마술이 궁금해졌는데 마침 서울온김에 기회가 있어서 공연을 예약했다.
이번 공연은 이수역 주변에 위치한 비포선셋에서 진행되었다.
비포선셋은 마술공연 및 교육관련 회사인 '문엔트리'에서 만든 공연시설로, 주중에는 매일 다른 마술사들이 정기공연을 보여주는 '미드 나잇 인 파리스' 시스템을 운영중이며 주말에는 특별공연이나 렉쳐쇼를 선보이고 있다. 이제는 사라진 국내의 매직바의 명맥을 이어가는 느낌이라 할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갈때마다 참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마술공연
오늘 관람한 'Shine' 공연은 관객 8명이 참여한 소규모 클로즈업-팔러 공연이었다. 총 3부로 구성되어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번 공연은 한지우 마술사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자신의 삶에 대한 자전적인 이야기가 섞인 공연이었다.
1부에서는 그가 '가장 빛나던 순간'의 이야기를 마술로 다루었다. 자신이 가장 자신 있던 마술들인 카드마술들, 특히나 카디스트리와 결합된 마술들을 주로 선보였는데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카디스트리'를 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2부에서는 한지우 마술사가 '빛을 잃었다고 생각한 순간'에 대해서 다룬 마술들로 구성되었다. 그동안의 '한지우 마술사 = 카드 마술사'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스펀지볼, 동전 등 다양한 분야의 마술을 보여주었던 것이 포인트. 3부에서는 나아가 '앞으로 빛을 찾아 나아갈 미래의 모습'에 대해서 그려낸 마술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로프 / 카드 / 비눗방울 등의 마술을 선보였다.
언제나처럼 시기적절한 무대의 조명의 사용과 음향의 사용은 만족스러웠고, 전반적인 무대의 구성과 소품들의 사용 역시 만족스러웠다. 한가지 특이할만한 점으로는 관객 중 현업 마술사를 포함하여 대부분이 마술인이었다는 점? 애호가 / 아마추어 마술사 / 프로 마술사 등 그 정도는 다를지언정 다들 마술에 어느정도 익숙한 관객들이었기에 다들 적절한 호응과 참여를 보여주었다.
후기
개인적으로는 눈호강은 좋았으나 아쉬움이 많이 남던 공연.
물론 감상하면서 즐거웠던 포인트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한지우 마술사의 '카디스트리'와 결합된 카드마술은 다른 마술사들이 쉽사리 따라할 수 없는 독자적 액트이고, 보는 맛이 있으면서도 굉장히 직관적이었다. 그 외 스펀지볼 / 딤블 / 동전 / 비눗방울 등 다양한 소재를 상당히 시각적으로 잘 활용한 것은 '비쥬얼한 마술'을 추구한다는 그의 마술철학과도 잘 맞아서 말 그대로 눈호강할 수 있던 시간이었다.
다만 그 외의 나머지들은 상당히 아쉬웠다.
우선 전체적인 공연의 이야기와 마술들이 잘 안맞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1시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동안 3부로 구성되어 그의 인생사와 결합한 마술공연을 선보이고 있지만, 1부를 제외하면 나머지 2부 / 3부의 마술들이 해당 이야기와 잘 맞는지 바로 와닿지 않았다. 한 부에서 3개 정도의 마술만 깊게 보여줘도 충분했을텐데 너무 많은 마술들을 우겨넣다보니 통일성이 사라진 느낌? 까놓고 말해서 마지막 루틴 하나를 빼면 그냥 이야기를 빼놓고 마술들만 주르륵 보여준 것과 큰 차이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었다.
카드마술사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마술을 선보였지만, 카드마술 외에는 특별한 마술이 없던 것도 아쉽던 점. 카드마술을 제외한 나머지들이 너무나도 대중적이고 유명한 마술들이었는데 본인만의 터치나 바리에이션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한지우 마술사만의 마술'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특히 중간에 하는 주사위 액트는 멘탈리즘이 많이 가미된 연출을 보여주었지만 관객의 마음을 읽는다기보다는 '어떤 장치를 이용'하여 보여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써커트릭 파트 역시 너무 정해진 각본 느낌이라 별 감흥이 없었다. 유명한 동전마술 파트 역시 모 렉처에서 나온 컨셉와 굉장히 유사했는데 해당버전보다도 더 너프된 느낌이 들어 안타까움마저 들 지경.
그 외에도 가장 효과가 좋고 그의 장기인 'A to K' 루틴을 오프닝이 아니라 앵콜에 넣은 점, 의자 배치나 관객과의 거리 및 각도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내가 앉은 자리에서는 대다수의 해법이 노출된 점, 공연 중 하는 멘트의 대다수가 불필요하고 정제되지 않은 점 등 다양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 공연이 'Shine' 공연의 초연이거나 몇번 올리지 않은 초창기 공연이라면 모를까, 2024년부터 계속 달려왔고 심지어 2025년 3월 한차례 마무리 후 재정비하여 6월부터 다시 올리기 시작한 공연이란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이나 불만족스러웠다. 그동안 분명히 수많은 관객들이 관람을 했고, 느낀 아쉬운 점들을 공유하여 발전시킬 기회가 많았을터인데 현재의 모습이라는 것이 이해가 안 갈 지경.(다들 그놈의 '마술공연은 관람했으면 다들 잘했다고 평해야만 하는 문화' 때문에 피드백이 없었을지도 모르지만)
물론 내가 유난히 까탈스럽거나 '모두까기 인형' 모드라서 이렇게 느낀 것일수 있다. 마지막 관람했던 마술공연이 워낙 신나던 공연이었어서 기준이 높았을 수도 있다. 8개월만에 보는 마술공연, 그것도 KTX를 3시간 타고 와서 본 공연이라서 유난히 기대가 컸던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뭐가 되었든, 내 입장에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언제 또 마술공연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공연에서는 이것보단 좋은 감정을 가지고 공연장을 떠날 수 있으면 좋겠네.
'마술 > 마술공연 및 오프라인 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0202 온라인 마술 세미나 - MK 세미나 (2) | 2025.02.04 |
---|---|
20241005 박민호의 '롤러코스터' (11) | 2024.10.09 |
20240914 권준혁의 '백색소음' (1) | 2024.09.16 |
20240818 에릭 치엔(Eric Chien) 렉처쇼 / 워크샵 리뷰 (2) | 2024.08.22 |
20240803 비포선셋 - Ryo 마술사 '소소하다' (0) | 2024.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