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오메가 씨마스터는 롤렉스 서브마리너와 함께 가장 대중적인 다이버워치이다.
발매 이후 하나의 확고한 라인업을 기반으로 하여 큰 변화가 없는 서브마리너와 다르게, 오메가는 세대가 변할수록 다양한 변천사를 보여주었다. 이에 관해서는 이전 글에서 따로 정리한 적도 있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애호가들이 찾는 제품을 뽑으라면 바로 오메가 씨마스터 2254.50을 고를 것이다.
오메가 씨마스터 2254.50
2254.50은 1993년 발표된 씨마스터 다이버 300m 1세대와 2006년 리뉴얼된 2세대의 과도기 시기인 1998년 발표된 시계이다. 기존의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의 특징인 헬륨밸브와 물결무늬는 그대로 유지했지만, 기존의 다이버 300m과 차별화된 소드핸즈와 사다리꼴 모양의 아워 인덱스, 베젤의 큼직한 아워 마커가 특징이었다. 이러한 모습은 1960년대 영국 해군에서 사용되었던 군용모델과 흡사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고, 시계 디자인계에서 실패하지 않는 블랙 다이얼 + 끝이 빨간 초침의 조합까지 더해지니 세라믹 베젤의 세련된 현행 씨마스터와 대비되어 툴워치 느낌이 물씬 나는 담백한 데일리워치의 맛이 느껴져 단종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가 많았던만큼 2254.50은 바리에이션도 다양했는데 그중에서도 그나마 유명한 것들을 뽑으면...
2254.50 - 41mm 스틸 오토매틱
2264.50 - 41mm 스틸 쿼츠
2252.50 - 36.5mm 스틸 오토매틱
2262.50 - 36.5mm 스틸 쿼츠
2231.50 - 41mm 스틸 + 티타늄
2533.50 - 41mm 스틸 + 화이트 골드, 아메리칸 컵
2230.50 - 41mm 스틸 + 화이트 골드, 아메리칸 컵
정도가 된다. 지금도 그렇지만 오메가는 예전부터 특정 제품이 잘 나가면 바리에이션을 엄청 내놨기에 종류는 셀수도 없을 지경. 물론 가장 흔하고 인기있던 것은 41mm 사이즈인 2254.50과 미드 사이즈(36.5mm)인 2252.50, 그리고 쿼츠인 2264.50 정도이다.
기추하지 않은 이유
이렇게 대중적으로도 인기가 많고,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보이는 2254.50 이기에 나도 한때는 눈독을 들였고, 시계 오프라인 모임을 하면서 좋은 기회에 일주일동안 이 시계를 빌려 찰 기회까지도 있었지만... 결국 제대로 된 구매까지 이어지지 않게 되었다. 당시 차보고 실망했던 점은 크게 2가지였다.
1) ETA 2892 기반의 1120 무브먼트 - 극악의 와인딩 효율
후대의 오메가 씨마스터들이 코엑시얼 무브먼트를 사용한 cal. 2500 > cal. 8800 을 사용한 것과 달리 2254.50은 과도기적 시계로 ETA 2892를 수정한 cal. 1120 무브먼트를 사용했다. 물론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던 것으로 결국 밝혀진 cal 2500보다는 전통의 ETA 2892 기반 cal. 1120 무브먼트가 더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문제는 ETA 2892 고질적 문제인 극악의 와인딩 효율이었다.
ETA 2824보다 고급무브먼트를 지향하며 제작된 ETA 2892는 일체형 오토매틱 설계를 통해 얇은 두께를 가질 수 있게 되었지만, 비슷한 사이즈의 다른 무브먼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와인딩 효율이 매우 떨어지게 되었다. 소위 하루종일 차고 있더라도 어느정도 활동을 하지 않고 책상업무만 하게 되면 멈추는 수준이랄까? 이러한 점은 시계를 여럿 돌려 차는 사람에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어차피 찰때마다 멈춰있고 다시 맞추면 그만이니까) 경험할 당시만 해도 투탑 / 쓰리탑 정도를 고수하며 멈추지 않은 상태에서 돌려차기를 바라던 나에겐 크나큰 단점이었다. 이전에 경험해본 마크 17 어린왕자와 오메가 아쿠아테라 2502.33도 ETA 2892 기반이라는 것이 단점으로 다가왔던 기억 때문인지 그닥 유쾌하지 않았다.
2)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 그리고 애매한 포지션
첫번째보다 사실 더 크게 다가온 것은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와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2254.50은 풀코기준으로 대략 160g쯤 하였는데, 이는 롤렉스 서브마리너와 유사한 무게이다. 툴워치 느낌 + 데일리 시계 치고는 생각보다 무겁다는 것. 당시 내가 데일리로 차던 시계가 블랑팡 바티스카프 38mm였는데, 이 시게의 무게가 대략 80g 정도로 절반이었기에 이 체감은 더더욱 컸다. 솔리드백에 두께가 11mm인 것에 비해 상당히 무겁다 보니 줄질을 하면 헤드 무게 때문에 돌아가기도 해서 줄질도 그닥 매력적이지 않던 것은 덤. 무게의 해결을 위해서는 쿼츠로 가면 되겠지만, 그럴바에야 차라리 그랜드 세이코 쿼츠나 더 시티즌을 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
위의 짧은 파워리저브 + 좋지 않은 와인딩 효율 + 생각보다 무거운 무게의 합으로 인해 생긴 추가적인 불편감이 바로 애매한 포지션. 분명 툴워치에 데일리 원탑 워치의 조건을 여럿 갖추고 있는데, 생각보다 원탑 시계로 차기에는 불편한 점들이 여럿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첫 시계로 이 시계를 경험했다면 상당히 만족하며 영구 귀속했겠지만, 상대적으로 더 가볍고 편한 시계들을 여럿 경험한 상태에서 만나다보니 유튜브나 다른 사람들의 리뷰에서 느껴지던 매력은 내게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 외에도 단종된지 오래되어 대부분의 매물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함, 오메가의 어쩔수 없는 미흡한 마감(유격이라던가, 초침 도색이라던가), 묘하게 구린 베젤 클릭감 등 이런 저런 조건들로 인해 내게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기추는 포기하였다. 최종 기추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짧게나마 경험해본 시간동안 확실히 많은 이들이 찬양할만 하던 조건을 여럿 갖춘 시계였다고 느끼게 된 2254.50. 내가 기추를 고민하던 시기만 해도 중고가가 200 초중반 정도였는데, 많은 시계 유튜버들과 잡지 등에서 추천을 많이하다보니 요즘은 300 초중반에 거래가 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중고가격으로 그 가격이면 훨씬 더 좋은 시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뭐 생각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다만 실제로 경험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이들이 찬양한다고 해서 그 시계가 내게도 좋을거라는 상상은 부숴질 수 있음을 꼭 알길 바란다.
Omega Seamaster Diver 300m 2254.50
사이즈 : 41mm
두께 : 11mm
방수 : 300m
소재 : 스틸
무브먼트 : cal 1120(ETA 2892-A2 기반)
파워리저브 : 44hr
리테일가 : 미상
중고가 : 약 3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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