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씨마스터(Omega Seamaster)
롤렉스 서브마리너와 함께 (적어도 국내에선) 다이버 워치의 투탑으로 생각되는 시계이며, 예물시계 시장에서도 큰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시계이다. 오래된 역사를 지닌 시계이니만큼 신품 구매만큼이나 중고거래도 상당히 활발한 제품인데, 중고를 알아보던 시계 입문자라면 누구나 만나는 첫번째 난관이 있다
'아니, 무슨 이렇게 종류가 많고 다양해? 플래닛오션은 뭐야? 씨마스터와 씨마스터 300이 다른거야?다이버 300은 또 다른거고? 복각? 1948? 이게 다 뭐야!!'
애석하게도, 이전에 정리한 롤렉스 서브마리너와 다르게 오메가의 씨마스터는 긴 역사의 흐름속에서 수많은 라인업의 격변과 리뉴얼, 그리고 대규모 변화가 잦았던 시계이기에 잘 모르는 이에게는 큰 헷갈림을 줄만한 시계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오메가의 씨마스터 역사와 라인업들들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한다.
씨마스터 라인의 시작
오메가의 첫 다이버시계이자, 세계 최초 다이버 시계로 인정받는 시계는 1932년 발매된 '오메가 마린(Omega Marine)'이다. 이전 서브마리너 글에서도 언급했듯, 단순 수영정도가 아닌 실제 135m까지 실제 잠수를 성공한 시계이다. 실제 오메가는 이러한 방수성능을 개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1940-1945년동안 영국 국방부에 10만 피스 이상의 시계를 공급하였고, 전쟁 후에도 지속된 다이빙시계에 대한 요구로 인해 오메가에서 1948년, 최초의 씨마스터(Seamaster) 모델을 만들게된다.
최초의 씨마스터는 '바다의 지배자'라는 이름답게 방수성능이 보장되어있던 시계였으며, 크라운 조작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하였다. 특히, 씨마스터 라인에서 이어지는 특징적인 마크인 해마 앰뷸럼(Seahorse)를 이때부터 탑재하였다.
다만 최초의 씨마스터는 현재의 씨마스터와 사뭇 다른 시계로, 다이빙시계보다는 '방수성능을 가진 드레스워치'의 모습에 가까웠다. 디자인 자체도 클래식한 드레스워치 스타일이었으며 밴드도 브레이슬릿이 없고 가죽모델만 있었으며, 야광, 회전베젤 등 현대식 다이버시계에서 보이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특징은 1953년 블랑팡에서 최초의 현대식 다이버 시계인 피프티패덤즈를 출시 및 1954년 롤렉스의 서브마리너 발매 이후, 1957년 트릴로지 라인업 중 하나로 출시된 '씨마스터 300'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스피드마스터 CK2915, 레일마스터 CK2914와 함께 발매된 최초의 씨마스터 300인 CK2913은 현대식 블랙다이얼에 트리튬을 이용한 발광을 확보하였고, 회전베젤과 함께 특유의 브로드에로우 핸즈가 특징적이었다. 씨마스터 300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최초의 방수성능은 200m정도였지만 (당시 오메가는 300m의 방수능력여부를 확인할 장비능력이 부족했다) 1968년, 프랑스의 잠수장비 회사인 코멕스(Comex)와의 테스트를 통해 365m까지 잠수했음에도 건재함을 보여 당시 세계 기록을 세우기도 한다.
세계 신기록을 통해서 그들 시계의 우수함을 알린 오메가는 1970년 다이빙 성능을 올린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600 발매(추후 프랑스어로 프로페셔널 다이버를 뜻하는 플로프로프(PloProf)라인업이 된다), 1981년 쿼츠 씨마스터 120m의 발매 등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오토매틱/쿼츠/크로노그래프탑재/군용다이얼/200m 방수 등 오메가의 다양한, 그러나 어찌보면 잘 정돈되지 않은 라인업들은 모두 이때 출시된다.
1993년, 씨마스터 다이버 300m 의 등장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씨마스터 다이버 300m ( 기존의 씨마스터 300과 다르다!)의 시작은 1993년 처음 시작된다.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300m', 소위 SMP300 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이 시계는 5연 브레이슬릿, 다이얼의 물결무늬와 함께 최초로 헬륨방출밸브시스템을 적용하였다. 이 헬륨가스배출밸브는 포화잠수시 시계 안으로 들어간 헬륨이 육지로 올라오며 팽창하여 일으키는 시계 손상을 방지하기위한 기능으로,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씨마스터 라인의 디자인 핵심 특징이 된다. 당시 무브먼트는 ETA 2892 베이스로 하여 오메가에서 수정한 크로노미터급 무브먼트인 cal 1120을 사용하였다.
특히 해당 시계는 1995년 피어스 브로스넌이 '007 제임스 본드 골든 아이'에 007 최초 씨마스터로 차고 나오게되 인기를 끌었다. 이 당시 영화속에서 착용한 모델은 Ref.2541.80로 쿼츠 모델이었는데, 이는 당시 다양한 특수능력이 탑재된 스파이용 시계는 오토매틱보다 쿼츠가 더 잘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후에는 오토매틱 모델인 Ref.2531.80이 007 네버다이, 언리미티드와 어나더데이 등에서 쿼츠 모델을 대신하여 제임스본드의 손목위에 올라왔다.
(그전 영화속 제임스 본드는 숀코너리가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차는 등 다양한 시계를 차고 나왔다. 다만 원작 소설의 제임스본드가 영국 요원인만큼 영국의 군용헤리티지 브랜드시계를 차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마케팅때문에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1993년 발매된 모델이 1세대라면, 2세대가 발매된 것은 2006년이었다. 이 사이의 시기인 1998년, 약간은 과도기적인 시계인 2254.50, 2252.50 등이 발매되기도 했는데 해당 시계는 소드핸즈와 삼각형 인덱스가 이전 군용 모델의 느낌을 일부 담고 있어 20년이 넘은 지금에도 중고시장에서 컬트적인 인기가 있다.(현재의 씨마스터와 비교시 상대적으로 얇은 두께인 점도 있다. 무브먼트는 여전히 cal 1120)
2006년. 2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 등장
2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는 2006년 발매된다. 1세대와 비교시 외관상으로는 양각인덱스와 양각 앰뷸럼, 씨마스터 로고의 레드 폰트 외에는 없어보일 수 있지만, 핵심 변화는 무브먼트의 변화였다. 기존 cal. 1150에서 코엑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탑재한 방식의 cal. 2500으로 변화된 것이었다.(Cal 1150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ETA 2892 base였지만 이스케이프먼트 부분을 대폭 수정하였다)
기존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시스템의 팔렛포크에 가해지는 충격과 동력소실을 개선하고자 하여 개발된 코엑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탑재한 cal 2500은 당시 오메가의 여러 시계에 탑재되던 무브먼트였다. 다만, 설계상으로 꽤나 결함이 있던 무브먼트였기에 버전 a,b,c,d를 거치면서 진동수 등 여럿 수정하였으나 마지막 버전까지도 그 성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2012년, 3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
3세대 씨마스터는 2012년도에 출시된다. 2세대에서 외면보다는 무브먼트의 개선이 눈에 띄었다면, 이번에는 외면에 조금 더 집중한 변화가 있었다. 우선 기존의 알루미늄베젤인서트에서 벗어나 세라믹 베젤을 탑재하였고, 다이얼의 물결무늬를 삭제하였고 데이트창의 색상을 다이얼색과 일치하게 바꾸었다. 다만, 무브먼트가 변화하지 않았다는 점과 더불어 상징과도 같던 물결무늬의 삭제로 인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던 모델이기도 하다.
2018년, 4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
2018년, 드디어 현행 씨마스터인 4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이 등장한다. 이번 등장은 외견과 무브먼트의 개선 모두 크게 이루어졌다. 우선 사이즈가 기존 41mm에서 42mm로 커졌고, 사라졌던 물결무늬가 돌아왔으며, 날짜창이 6시로 이동하였고, 최초로 씨스루백을 적용하여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브레이슬릿 역시 개선되었고, 헬륨밸브크라운 역시 이전보다 보다 뾰족한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 변경의 핵심은 무브먼트의 개선이었다. 기존의 ETA 기반이었던 cal 2500에서 벗어서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cal 8800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칼리버 8800은 설계를 코엑시얼 이스케이프먼트 위주로 새로 재설계하여 밸런스를 잡았고, 헤어스프링 등 내부부품을 모두 항자성부품으로 변경하여 15000가우스의 항자성에 버틸수 있게 되었고, 일오차 0-5초의 엄격한 기준을 포함하여 METAS의 마스터크로노미터 인증을 받게 된다. 출시와 함께 엄청난 가격 상승을 보여주어 원망이 많았지만, 이러한 논란을 모두 종식시킨 말 그대로 실생활에 완-벽한 무브먼트였고, 이는 현재도 수 많은 브랜드의 무브먼트 중 가장 '사용자기준 가장 편안한 무브먼트' 중 하나로 손꼽힐만 하다고 할 수 있다.
씨마스터 300 헤리티지
한편, 오메가는 다이버 300m에 집중하면서도 오리지널 씨마스터 300 라인업을 완전히 잊지는 않았다. (거듭말하지만, 두 라인업은 별개이다!) 2014년 오리지널 씨마스터 300의 디자인을 개승한 씨마스터 300을 일반판과 스팩터 리미티드 한정판으로 내놓은 것이다. 두 모델 다 인기가 많지만, 특히나 스펙터 한정판은 특유의 롤리팝 핸즈+12시간 양방향 베젤로 인기가 있었다.
이후 이 라인업은 씨마스터 헤리티지 라인업으로 재구성되었고, 2021년도에는 베젤인서트, 다이얼 프린트 및 인덱스, 초침 등을 변경한 2세대 헤리티지 라인업을 발매하여 여전히 유지중이다.
플래닛 오션, 그리고 아쿠아테라
시간을 되돌려 2006년, 007시리즈의 새로운 제임스 본드가 다니엘 크레이그로 바뀜에 따라 오메가는 새로운 씨마스터 라인을 출시하게 되는데, 바로 플래닛 오션(Planet Ocean) 모델이었다. 1세대 플래닛오션은 42mm와 45.5mm의 빅사이즈로 출시되었으며, 기존 씨마스터 라인보다 남성적이고 강한 터프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었다. 방수는 600m급이었고, 디자인은 오리지날 씨마스터 300의 브로드 애로우 핸즈, 6-9-12 인덱스 등을 가져왔다. 다니엘크레이그가 처음 007로 출연한 카지노 로얄과 퀀텀 오브 솔러스에 등장하여 그 모습을 자랑하기도 했다.
플래닛오션은 2011년 무브먼트를 cal 8500으로 개선한 버전인 2세대를 출시, 씨마스터 다이버 300보다 먼저 개선된 무브먼트의 도입 및 세라믹 베젤, 씨스루백을 적용하기도 하였고 2016년 발표된 3세대 버전에서는 cal 8900의 탑재 및 산화지르코늄의 소재를 도입하기도 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과는 다르게 디자인적으로는 큰 변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며 특히 오렌지 베젤을 적용한 구형 모델은 현재까지도 찾는 애호가가 있을 정도이다.
플래닛 오션이 남성성에 집중했다면, 아쿠아테라(Aqua Terra)는 보다 드레시함과 실생활에 집중하였다. 2002년 처음 씨마스터 라인업에 추가되어, 아쿠아(물)과 테라(육지)에서 모두 다 견고함을 강조하고자 했던 아쿠아테라는 방수성능을 150m로 낮춘 대신 씨스루백의 적용과 함께 삼각형 아워마커, 브로드애로우핸즈 등 오리지널 씨마스터의 정신을 보다 개승한 모델이었다. 처음 등장부터 cal 2500을 탑재하여 다이버 300 라인업보다 먼저 코엑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적용하였던 것도 하나의 특징이었다.(오메가 내 최초적용은 드빌 라인업이 먼저) 현재까지도 컬트적인 인기를 끄는 모델인 '오메가테라 구구구형 블루핸즈' 모델이 나온 것도 이때이다.
2008년에는 오메가테라의 상징이 된 티크 다이얼(줄무늬 모양. 처음에는 세로 줄무늬였다가 추후 가로 줄무늬로 변경)이 적용된 2세대 모델이 등장하였고, 2세대에서는 cal 8500을 적용하여 씨마스터 라인업에서는 다이버300이나 플래닛오션보다 먼저 인하우스무브먼트를 도입했다. 2013년에는 cal 8508를 넣은 2.5세대 모델이 나왔으며 이 모델은 15000가우스 항자성을 가진 최초의 양산형 시계였다. 이는 기존 트릴로지 중 한 라인업이자 항자성을 강조했던 모델인 레일마스터를 정신적 계승했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오히려 레일마스터가 아쿠아테라를 기반으로 바뀌어 씨마스터 라인업에 포함되었다)
그 후 2017년 무브먼트를 8800 계열로 바꾼 3세대 모델이 출시되었고, 기존의 세로 줄무늬에서 가로줄무늬로 변경, 날짜창이 3시에서 6시로 변경되며 현행 모델로 이어져 현재 예물시계 시장에서 견고한 포지션을 차지한 전천후 시계로 활약하고 있다. (2021년도에는 스몰세컨드 모델까지 나와 그 영역을 더 넓히고 있다.)
이렇게 오메가 씨마스터의 라인업 역사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흝어보았다.
혼란하고 복잡한 역사를 가진 씨마스터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팔수록 재미있고 숨겨진 보물을 발굴해내는 맛이 있는 것이 하나의 즐거운 포인트라고 생각하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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