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세이코는 시계를 취미로 시작하는 모든 이가 한번쯤 접해보는 브랜드이다.
보통은 일본의 저가형 or 가성비 시계를 만드는 곳으로들 인식하고 있지만 세이코는 1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전통있는 근본 브랜드 중 하나이다. (1970년대의 쿼츠파동을 이끈 시계 역시 세이코 사의 아스트론)
물론 여전히 세이코 5, 프리미어 등 10만원 ~ 100만원 대의 비교적 저가시계들도 많이 만들고 있지만, 수백만원대 ~ 천만원 이상의 가격을 가진 매니아들용 시계 역시 잘 만들고 있다. 그 유명한 그랜드세이코 자작나무가 대표적 예시.
나 역시 시계를 취미로 하면서 다양한 세이코 시계를 구매하거나 접해봤는데, 그중에서도 내게 인상적이거나 기추욕이 들던 시계 2종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1. 세이코 SJE093
세이코 프로스펙스 라인업의 SJE093 모델 1965개 한정판이다. 세이코 사의 최초의 다이버 시계인 62MAS의 복각모델 중 하나로, 2017년 바젤월드에서 SLA017을 발표한 이후 계속해서 발매중인 62MAS 복각 한정판 모델 중 가장 원본에 근접했다고 평가받는 모델이다. 62MAS는 물론 블랑팡 FF Bathyscaphe 모델을 카피한 것이 분명한 것으로 생각되기에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의심은 항상 있어왔지만, 그럼에도 세이코 사의 최초 다이버 시계라는 이유로 그 포지션이 명확한 모델이기에 고유 매력은 확실하다.
38미리 케이스 사이즈에 더불어 6L37 무브먼트를 탑재한 모델로, 발매당시 방문하여 실착해본 느낌으로는 박스 쉐이프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매력적이었다. 세이코 사 최초의 다이버를 복각했다는 아이코닉함과 더불어 보석같이 반짝이는 베젤 및 인덱스, 그리고 스킨다이버 케이스의 러프함은 16.5cm 손목사이즈의 데스크탑 다이버인 내게 엄청난 기추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결국 기추하지 않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내가 이미 블랑팡 바티스카프 38mm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케이스형태 / 인덱스 / 베젤 등 많은 부분에서 원래의 오리지널과는 달라진 현행 모델이라지만, 정통 바티스카프의 명맥을 이은 시계를 가진 입장에서 바티스카프의 카피모델을 복각한 모델을 또 구매해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떠올랐다. (시계판에서는 감성이 중요하기에..)
더불어 씨스루백 + 300m 방수을 가진 바티스카프가 11mm미만의 두께를 가진 것에 반해 솔리드백 + 200m 방수이면서 두께가 12.5mm로 더 두꺼운 것도 깨알같이 용서가 안되던 부분. 여기에 한정판 모델의 무브먼트로 보기에는 아쉬운 6L37 무브(일오차 +- 15초 / 파워리저브 45시간)을 사용한 것까지 합해지니 기추까지는 이어지지 못한 모델. 2025년 60주년 한정판으로 업그레이드 버전이 나온다면 다시 고민해야겠지만, 적어도 이 SJE093을 구매하는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Seiko SJE093
사이즈 : 38mm
두께 : 12.5mm
방수 : 200m
소재 : 스틸
무브먼트 : 6L37
파워리저브 : 45hr
리테일가 : 565만원
중고가 : ???
2. 그랜드세이코 SBGW253
1960년, 세이코는 브랜드 내 최상위 라인업인 그랜드세이코를 처음으로 발표하였고, 이때 생산한 모델이 바로 ref.3180 모델이다. 시간이 흘러 2017년 바젤월드에서 세이코가 그랜드세이코를 별도의 독립브랜드로 런칭발표를 하며 내놓은 한정판을 내놓게 되는데..
- 세이코 136주년에 해당되는 숫자인 136개의 플래티넘 모델 SBGW251
- 최초의 그랜드세이코 ref.3180의 발매일을 365일 기준으로 카운팅한 353개의 골드 모델 SBGW252
- 최초의 그랜드세이코 ref.3180읠 발매년도를 의미하는 1960개의 스틸 모델 SBGW253
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이 ref.3180의 복각은 2017년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애석하게도 마지막도 아니었다. 2013년 세이코 130주년으로 발매한 SBGW033이 이미 존재하였고, 이후로도 2020년, 2023년에도 계속하여 한정판을 발매하였다.
(세이코의 한정판 놀이 + 복각놀이 + 기존 구매자에 대한 배려 없음이 엿보인다..)
그러나 SBGW251 ~ 253이 가지는 의미는 특별했으니, 세이코의 표현을 빌리자면 'Re-creation of the 1st Grand Seiko'라는 타이틀이었다. 단순 복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듯 해당 모델 발매 이후 모든 그랜드세이코 모델에서 'SEIKO' 마크의 병행 표기를 뺌으로서 독립 브랜드의 시작을 알렸고, 나아가 해당 한정판들을 제외한 모델에는 'GS' 마크를 병행 표기함으로서 한정판의 특별함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한정판으로서의 가치와 더불어 반짝이는 느낌의 새하얀 화이트다이얼 + 자랏츠 유광폴리싱 + 38mm 사이즈 크기는 드레스워치로서 적합하다고 느껴졌다. 9S 무브먼트 탑재덕에 일오차 5초 미만 + 72시간의 파워리저브 역시 깨알 장점.이런 판단 하에 SBGW253은 나의 위시리스트에 올라있었고, 심지어 구매를 위해 직접 거래장소에까지 나간적도 있었다. 그러나 실물을 본 후 끝까지 기추로 이어지지 않게 되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아쉬운 디테일들. 좋게 말하면 고증을 잘한것이라고 할수는 있겠지만서도, 굳이 다이얼에서도 'Grand Seiko'만 남기고 Seiko 마크를 뺀 마당에 왜 버클에는 'Grand Seiko'가 아닌 그냥 'Seiko'이며 용두의 마크는 G도 GS도 아닌 S인건지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심플 수동 솔리드백 드레스워치의 두께가 11mm를 넘는 것도 용서할수 없던 점. 이러한 시계가 그 역사성만 보고 리테일가 910만원(중고가로 750정도)를 지불하기에는, 나 스스로가 용납할수 없어서 결국 구매 포기. 이후에도 2013년 발매된 SBGW033 모델을 노리면 노렸지, 이 모델은 더이상 노리지 않게 되었다.(사실 SBGW033 역시 매물도 없지만, 나와 비슷하게 생각한 사람이 많아서인지 중고가가 너무 올라서 사실 메리트가 없다고 느껴진다)
Grand Seiko SBGW253
사이즈 : 38mm
두께 : 11.2mm
방수 : 30m
소재 : 스틸
무브먼트 : 9S64
파워리저브 : 72hr
리테일가 : 단종(910만원)
중고가 : 750만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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