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랜드, 모델명
블랑팡 피프티패텀즈 바티스카프 38mm
Blancpain FiftyFathoms Bathyscaphe 38mm
Ref. 5100B 1110 B52A
2. 시계 사양
무브먼트 : Blancapin Cal 1150
- 파워리저브 100hr
- 단방향 오토매틱 와인딩, 3.0Hz
- 전면부 : 시분초 핸즈 + 데이트, 사파이어크리스탈
- 후면부 : 사파이어크리스탈 씨스루백
-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 프레드릭 피게(FP) 1150 기
케이스 사이즈 : 38mm / 두께 11mm
러그 사이즈 : 20mm
러그투 러그 : 44mm
방수 : 300m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3. 구매동기
리베르소 듀오페이스를 기추 이후 아주 큰 만족감을 느끼며 데일리 원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다만 태생이 드레스워치인지라 30m 방수 + 가죽스트랩 은 물을 자주 신경써야만 했는데, 기추 당시(2020년) COVID-19의 발발로 인해 잦은 손씻기가 강조되던 시절이었다. 조금의 물이 튀는 정도는 상관없다지만 하루에도 10번 이상 손을 씻다보니 신경쓰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었고, 이는 내가 시계를 차는 것이 아니라 시계를 모시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고작 시계때문에 나의 운신에 제약이 생기는 느낌이 싫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핑계)를 기반으로 다시 다음 기추할 시계를 찾게 되었다. 당시 생각하던 조건은 아래와 같았다.
1. 사이즈 - 40mm 이하 혹은 러그 투 러그가 손목을 벗어나서 거슬리는 일이 없도록 할것.
2. 방수 - 최소 100m로 이물질이 묻거나 해도 그냥 손 씻을 때 같이 씻어도 되게 할것
3. 색상 - 가장 무난하면서 튀지 않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컬러인 블랙.
4. 무브먼트 - 오차가 적게 날수록 좋고, 와인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오토매틱이면서 파워리저브가 길것.
5. 기타 - 데이트 기능 및 야광은 있으면 굳. 씨쓰루백이어서 무브 감상이 됬으면?
이러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해서 찾아봤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것은 해밀턴의 카키필드 오토 모델이었다.
해밀턴의 간판모델이기도 했고, 파워매틱 80 수정 H-10 무브를 기반으로 하였기에 위의 조건들에 딱! 부합하는 모델이어서 바로 백화점을 방문, 손목위에 올려봤으나 그때 느낀 감정은 '아.. 생각보다 별론데?' 였다. 저가 느낌이 나던 브레이슬릿, 생각보다 고르지 못한 핸즈와 인덱스의 마감, 차라리 덮으니만 못한 케이스백의 무브먼트 데코 등을 보니 아무리 툴워치로 편하게 찰거라지만 '이정도 디테일에 이정도 돈을 쓰느니 G-Shock이나 카시오가 나은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까지만 해도(그리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모델인 이유는 분명히 느꼈지만, 내게는 만족감이 떨어지던 모델.(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속물적인 마인드로 리베르소와의 가격차가 10배 이상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이유로 카키필드를 포기 후 다시 모델을 찾기 시작했다. 무작정 백화점 내 시계 브랜드매장에 들어가서 시착을 해보기도 하고, 와치홀릭/타임포럼/와치유식 등 뒤지면서 정보를 얻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시계들을 올려보았는데..
위의 시계 목록등이 내 물망에 오르곤 했다. 다만 각기의 이유로 탈락하게 되었는데..
예거 폴라리스 - 리베르소와 같은 브랜드. 생각보다 두껍고 무겁다
브레게 구마린 - 당시 매장에서 구입 불가. 긴 러그 투 러그로 내 손목에 아슬아슬(그러나 추후 청판으로 구매)
그랜드세이코 SBGA 375 - 착용감 불편. 케이스형태가 묘하게 못생겼음
롤렉스 익스1 - 초인기사태로 매장에서 구매 불가... 그리고 39mm보다는 36mm가 내 취향
IWC 마크18 스핏파이어 - 예쁘긴 하지만 알수록 정나미 떨어지는 혼종 해리티지. 보매틱 너프 무브.
파네라이 섭머저블 - 42mm로 내 손목에는 생각보다 컸고, 두께도 두껍다.
등의 사유로 탈락하게 되었다.(사실 익스1은 탈락이 아니었다. 내가 롤렉스에게 탈락당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그렇게 내가 도착한 최종 정착지는 블랑팡 피프티패텀즈 바티스카프였다.
사실 피프티패텀즈는 최초의 상용화된 근대식 다이버시계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있고, 블랑팡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내게는 호감이었기에 좋은 인상이 있던 모델이었다. 다만 기본 사이즈가 45mm로 내겐 너무 컸고 처음 명제인 '존재감이 너무 튀지 않고 나를 받혀줄 데일리 시계'를 찾는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아 아예 배제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들린 매장에서 이 바티스카프를 처음 본 후 한눈에 반해버렸다.
검판인듯 그레이판인듯 오묘한 느낌의 썬레이 다이얼, 패들모양의 핸즈와 초침 끝 레드포인트, 다이버워치 치고는 얇은 단방향 베젤, 쨍쨍한 야광을 가진 닷인덱스, 튀어보이지 않고 숨어있는 날짜창 등 외적인 면도 마음에 들었지만, 300m 방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두께와 100시간의 파워리저브는 내가 찾던 데일리워치로서의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였다. 마지막까지 cal 1315를 탑재한 43mm 모델(특히나 43mm는 브레이슬릿도 있으니까)과 38mm 모델을 고민하였지만, 결국 내가 택한 것은 내 16.5cm 둘레에 맞는 38mm 모델이었다.
c.f) 마지막 기추 직전에는 같은 블랑팡의 르망 빅데이트와 아쿠아렁 빅데이트/스몰데이트 도 고민했지만, 그당시에는 신품을 구매하고 싶기도 했고, 무엇보다 둘다 매물이 말라버렸던 시절이라 바티로 오게 되었다. 지금이라면 장터를 뒤지며 끝내 아쿠아렁 빅데이트로 갔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추후 오프모임에서 손목에 올려보니 생각보다 바티스카프와 아쿠아렁 두 모델 간 차이가 커서 후회는 없다.
4. 사용하며 느낀점
지난 4년간 사용하며 느낀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구매 목적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나만의 블링한 툴워치'라는 점이었다.
우선은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디자인이 아름답고 마감이 뛰어났다.
블랙 7, 그레이 3 정도의 색감을 가진 썬레이 다이얼은 자연광에서는 튀는 느낌을 주었지만 일반 실내 조명에서는 단정한 느낌을 주었고, 여기에 흰색으로 대조되는 실린더/패들 형태의 핸즈와 붉은 초침의 포인트가 합해지며 사용자에게 '시계 보는 맛'을 선사했다. 12시의 브랜드명과 6시의 바티스카프라는 글자 역시 대칭을 이루며 밸런스를 보여주었고(R사처럼 4줄씩 막 적혀있지도 않고) 다이얼의 밸런스를 해치기 쉬운 데이트 창 역시 4시와 5시 사이에 묘하게 숨어서 크게 어색하지 않은 느낌을 주었다. 다이버 시계면 으레 가지고 있는 크라운 가드가 없어서 좌우 밸런스 역시 치우지지 않던 것도 특징.
여기에 디테일적으로도 깔끔한 마감을 보여주었다.
물론 빅5 드레스워치나 그랜드세이코 / 더 시티즌 등 브랜드에서 보여주는 마감과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롤렉스, 오메가, IWC 등의 프레스티지 브랜드, 나아가 소위 하이엔드 브랜드라 불리는 브랜드의 엔트리 시계급에서는 명성이 무색해지는 마감미흡, 단차, 유격 등을 보이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적어도 블랑팡 바티스카프는 그런면에서는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핸즈홀 중심 불일치, 프린팅글자 및 초침도색 번짐 등 미스도 보이지 않았고, 뒷백에서도 기본적인 제네바스트라이프와 앵글라쥬 처리에서 흠잡을 곳은 없었다.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모델
더불어 실사용면에서도 매우 편리했다.
300m 방수는 실생황에서 물에 대한 공포감으로 해방시켜주었고, 위의 사진과 같은 콸콸 컨셉샷도 무리없이 찍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물질이 묻어도 그냥 세면대 물 틀어놓고 손과 함께 씻어내버리면 된다는 것도 장점.
야광도 상당히 짱짱했는데, 그리 어둡지 않은 적당한 그늘만 가더라도 위의 상황처럼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축광 효율도 괜찮은데 지속력도 꽤나 오래가는 것이 특징
무브먼트의 안정감도 하나의 장점. 바티스카프의 무브먼트는 프레드릭 피게 FP Cal. 1150 기반으로 하여 실리콘 헤어스프링의 사용과 프리스프렁방식 도입이 된, 그야말로 현대식 시계의 조건에 맞춰 발전된 무브먼트로 다른 무엇보다도 100시간의 긴 파워리저브가 특징이다. 여기에 18K 골드 소재를 사용한(굳이 NAC 코팅으로 검게 칠했지만) 로터의 효율도 좋아서, 금요일날 벗어놓고 월요일날 찰때 한번도 멈춘적이 없었다. 롱파워리저브이지만 더블 배럴인 덕에 꽤나 일정하게 유지되던 오차도 인상적.
cal 1150무브 자체가 얇다보니(두께 3.25mm) 따라온 장점이 있는데 바로 엄청나게 좋은 착용감.
300m 방수 + 씨쓰루백시계인데 두께가 11mm밖에 안되고 여기에 적당히 꺾인 러그와 평평한 케이스백, 그리고 바라쿠다 트로픽 러버가 더해지니 미친 착용감을 선사했다.
굳이 단점을 뽑자면 재치 브레이슬릿이 없다는 점과 러그홀이 너무 바깥쪽에 위치한다는점이 있다.
러그가 20mm로 같은 피프티패텀즈 밀스펙(=단종된 르망라인 브슬)과는 케이스 형태가 달라서 호환이 안되는데 러그 홀 위치가 위 사진처럼 바깥쪽이다보니 패딩이 꽤나 들어간 스트랩이 아니면 케이스 안쪽과 스트랩 사이 빈공간에 계속해서 먼지가 끼곤 했다. 그나마 방수가 좋아서 물에 담궈서 헹구면 되긴 하지만...
소소하게 더 뽑자면 세라믹 베젤에 먼지가 잘 묻는다는 것과 베젤 클릭감이 모자란 점? 저가형 다이버워치와는 비교할바가 아니지만, 추후 기추한 서브마리너에 비하면 상당히 오묘한 클릭감이 참 아쉬웠다.
5. 종합 및 결론
뭐 이래저래 말했지만, 내게 있어서는 전천후 시계이다.
무난무난하고 튀지 않는 점이 매력이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이 질려서 새 식구가 오면 보관함으로 직행해서 방치되기도 하는 시계. 그러나 수 많은 기추와 기변, 방출이 있었음에도 끝까지 살아남은 시계. 지난 4년간 내 손목위에 가장 많이 올라온 시계가 바로 바티스카프이다.(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 손묵위에 있다)
리베르소때처럼 짜릿함이나 감성은 없을지언정, 묵묵히 내 손목에서 활동해주는 고마운 시계. 너도 나와 평생 함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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