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랜드, 모델명
롤렉스 요트마스터1 플래티넘
Ref. 16622
2. 시계 사양
무브먼트 : Rolex Cal 3135
- 파워리저브 48hr
- 자동 무브먼트. 4.0 Hz
- 자사 인하우스 무브먼트
케이스 크기 : 40mm / 두께 12mm
러그 사이즈 : 20mm
러그 투 러그 : 48mm
방수 : 100m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베젤 플래티넘
3. 들이게 된 계기와 경험담
'시계질은 롤렉스를 부정하면서 시작하여 롤렉스를 인정하면서 끝난다'
시계를 취미로 한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캐캐묵은 문구이다.
나 역시도 시계질을 시작할 무렵 들었던 말인데 그 당시에는 이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느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시계 브랜드가 존재하는데 그중에서 역사와 전통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뛰어난 무브먼트나 고급진 기능을 탑재한 것도 아니며, 얇은 두께와 훌륭한 마감를 보여주는 것도 아닌, 고작 롤렉스가 시계판의 대표라는 것을 인정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만 해도 매장을 가면 웨이팅도 없었고 바로 구매 가능한 제품도 다수 포진해있었기에, 매장에 가서 롤렉스 시계들을 직접 차보면 그렇게나 무겁고 두껍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물론 당시에도 서브마리너나 데이토나는 볼수 없었지만) 예물시계로서의 확고한 포지션이나 중고가 방어에 특출나단 것 외에는 내겐 전혀 매력적인 점이 보이지 않던 브랜드. 그것이 롤렉스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다른 시계 거래를 위해서 나간 장소에서 거래자분의 손목위에 올라가 있는 이 요트마스터 1 PT를 보게 되었고, 나는 뒤통수를 한대 맞은듯한 충격을 받았다. 기존에 내가 가지던 롤렉스 시계에 대한 선입견인 '튼튼하고 투박한 시계', 혹은 '어울리지 않게 너무 반짝이기만 하는 시계'에 해당되지 않는 절묘한 매력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래자의 양해 하에 손목위에 올려본 순간의 느껴진 편안한 착용감과 블링거림이란.. 내가 요트마스터1 PT를 내 컬렉션으로 편입시키기까지의 시간이 길지 않았던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착용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생각외로 너무 편하고 아름답다' 였다.
자글자글한 샌드블라스트 느낌의 플래티넘 다이얼은 광원에 따라 매트함과 블링함을 오갔고, 흔치 않은 플래티넘 소재의 베젤은 스틸이나 세라믹 베젤과는 다른 깊은 색감을 보여주었다. 이후 나온 116622 청판/회판 은 물론 PT 판과도 다른 느낌을 주는 고유의 매력이 있던 시계였기에 희소성도 느껴지던 장점이었다. (현재까지도 다이얼과 베젤을 모두 백금으로 사용한 요트마스터는 이 모델이 유일하다)
다른 스포츠워치와 구분되던 세련됨도 좋은 매력포인트였다. 비슷한 디자인인 서브마리너와 다르게 유려한 곡선의 러그 디자인과 더불어 얇은 두께를 가졌기에 보는 입장에서도 아름답게 느껴졌고, 차는 입장에서도 덜 튀어나온 케이스백 덕분에 훨씬 좋은 착용감을 주는었다. 태생이 다이버워치가 아닌 스포츠워치인 점이 잘 드러난다고 해야할까?
이러한 점들이 종합되어 내 손목위에서 케쥬얼 - 드레스를 오가는 올라운더 시계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주기도 하였다.
4. 방출한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 시계 역시 방출되었다. 크게 3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1) 생각보다 좋지 않은 시인성
다이얼이 플래티넘소재인 것은 분명히 고유의 매력을 보여주었지만, 생각보다 실생활에서 시인성이 떨어지는 일이 많았다. 특히나 강한 자연광으로 나가면 순간적으로 화이트 아웃되듯 사라지는 포인트들이 있었는데, 역설적이게도 16622가 가장 빛나던 순간들은 이 자연광이었다는 아이러니한 포인트도 있었다.
2) 손목이 시큰거리곤 하던 무게감
애매하게 무겁던 무게감도 하나의 단점. 베젤과 다이얼이 모두 플래티넘이다보니 서브마리너보다 실제 무게가 더 무거웠는데, 이 때문에 얇은 케이스백 디자인에서 오는 좋은 착용감이라는 장점이 차면 찰수록 희석되어버렸다. 손목에 맞게 코를 줄이고 나면 브레이슬릿 - 헤드의 무게 배율이 더 깨져서 손목위에서 더 잘 돌아가는 것 같던 점도 있었다.
3) 구형 모델의 한계, 그리고 비싼 유지보수비용
내가 구매했던 모델은 당시 F 단위로, 10년 이상된 모델이었다. 오버홀 이력이 없던 시계였기에 실착용시 일오차가 8~9초 정도 나왔는데, 이는 롤렉스가 보장하는 정밀성과는 한참 멀어진 상태였다. 플래티넘 베젤도 클릭감이 별로였으며, 잔기스 및 찍힘이 일부 있었기에 정식 오버홀을 받으려고 했는데, 이 가격이 상상초월이었다. 플래티넘 베젤은 폴리싱이 안되며, 원할 경우에는 오로지 교체만 가능한데 이 비용이 200만원이었다! 당시 오버홀 비용의 3배가 되는 가격이었기도 하고 구매가 기준 1/5을 넘는 가격이었기에 어차피 쭉 데려갈거면 그냥 기스 좀 어떤가.. 하면서 차려고 했으나, 한번 눈에 밟힌 여러 세월의 흔적들은 좀처럼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그 세월이 나와 함께한 세월이 아니었기에 더더욱이나) 결국 고민 끝에 새주인을 찾게 떠나게 해주었다.
5. 교훈
참 예쁘고 세련되었던 시계지만, 막상 손목에 올려보니 알게모르게 여러 불편감이 있던 시계.
잠깐의 첫인상과 꽂힌 삘로 시계를 구매하면 안되고, 다른 사용자들의 사용기와 후기를 충분히 알아보고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 시계.
롤렉스를 부정하던 내가 롤렉스를 인정하기 시작했던 시계.
교훈
시계구매전 실사용자들의 후기를 꼼꼼히 확인해보자.
(기왕이면 단점들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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