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지난 글에 이어서 시계의 조정(Adjusting, Adjustment)에 관해서 다루도록 하겠다.
이번글에서는 시계의 조정에 있어서 아마 일반 사용자에게 가장 와닿는 내용인 자세차(Position)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우선, 이 질문부터 시작하자. 자세차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가?
자세차
자세차는 말 그대로, '자세를 바꿈에 따라 발생하는 오차의 차이'를 이야기 한다. 자세, 정확히는 시계의 무브먼트의 포지션에 따른 오차의 차이를 말하는 자세차는 근본적으로 '불균형'과 '중력' 두가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시계의 정확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은 밸런스 휠이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밸런스 휠은 정중앙에 위치한 피봇을 중심으로 회전을 해야한다. 하지만, 아무리 정확하게 밸런스 휠을 만든다 하더라도 정확한 중심은 실제 설계된 중심에서 치우져질수밖에 없고, 이를 소위 'Heavy Spot'이라고 한다.
결국 가만히 놔두면 피봇에서 Heavy spot쪽으로 약간은 기울어진 채 돌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점은 밸런스 휠을 여러 자세를 취함에 따라 중력에 의해 영향을 받아 더 기울어지거나, 덜 기울어지게 됨으로서 자세에 따른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자세차를 조정함에 있어 가장 핵심 내용은 이러한 밸런스 휠의 Heavy spot을 없애주어 피봇을 중심으로 정확히 균형잡혀 돌게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통적인 해결법은 우선 밸런스 휠의 Heavy spot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위의 사진과 같이 보이는 캘리퍼에 밸런스휠의 중앙 피봇을 고정한 후, 밸런스 휠을 돌려주게 되면 결국 최종적으로는 Heavy spot이 존재하는 쪽이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중력에 의해서) 이렇게 하여 Heavy Spot을 찾아낸 후에는 무거운쪽의 무게를 줄이거나/가벼운쪽에 무게를 더함으로써 무게중심을 다시 피봇으로 맞추게 된다.
무거운쪽의 무게를 줄이는 방법으로는 무거운쪽의 스크류를 가벼운 스크류로 교체하거나, 아예 깎아 내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고, 가벼운 지점(즉, 무거운쪽의 반대편)의 스크류를 무거운 스크류로 교체하거나 무게를 더하는 액체 등을 떨어트려 주는 방식 등을 통해서 해결한다.
최근의 기술발전으로 인해 나오는 밸런스휠은 위의 스크류 없이 매끄러운 스무스(Smooth)한 형태를 띄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정확하게 Heavy spot없이 제작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도 위의 사진에서 보이듯 Heavy spot쪽 부위를 레이저 커팅 등을 통해 무게를 줄여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 현재 대부분의 스위스 시계들이 상기 스무스 밸런스 휠 방식을 사용중이며 롤렉스, 파텍 필립 등에서 일부 조절(Regulating, 조정과는 다르다!)의 목적이나 미적 목적을 위해 더미스크류를 넣는 용도만을 위해 사용중이다.
c.f.) 위의 스무스 밸런스 휠은 사실 재료공학의 발달로 인해 온도차에 대해 해결을 함으로서 등장한 목적이 더 컸다. 기존의 바이메탈 방식에서 탈피함으로서 스크류의 필요성이 낮아진 것인데, 이는 추후 3편 온도편에서 더 상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5가지 자세차
위의 과정을 통해서 밸런스휠의 Heavy spot을 없애고 균형을 맞췄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자세에 대한 조정이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5가지 자세차는 아래와 같다.
(위 사진을 기준으로 왼쪽부터)
1) Dial Up - 시계의 다이얼이 위로
2) Dial Down - 시계의 다이얼이 아래로
3) Crown Down - 용두가 아래로
4) Crown Up - 용두가 위로
5) Crown Left - 용두가 왼쪽으로
위의 조정을 보면 알겠지만, Crown Rt가 빠져있다. 이는 실제로 시계를 왼손에 차고 보면 알겠지만, 시계를 들어서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외에는 실제로 거의 취하지 않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물론 Crown Rt까지 포함하여 6 자세차를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위의 세가지, 즉 Dial Up / Dial Down / Crown Down 이다.
Dial Up / Dial Down은 시계를 벗어놓은 상태이며, 밸런스 휠이 수평면상에 놓이는 상태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기준을 잡는 상태이고, Crown Down은 왼손에 시계를 찬 상태에서 손을 늘어트린 자연스러운 자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세가지만을 조정하여 3 position으로 조정한 경우도 있으며, 때에 따라 4 position, 6position도 물론 가능하다. (물론 때에 따라선 Dial down 대신 Crown up을 넣는 경우도 있다)
Dynamic Posing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 바로 위의 자세차는 '시계의 완조립 상태가 아니라 밸런스휠의 상태'를 보고 판단하여 조정하는 것이란 점이다. 보통 생각하는 자세차는 아래와 같이 타이밍 머신에 시계를 올린 모습을 생각할텐데..
엄밀하게 말해서 위의 모습을 통해 확인하는 시계의 자세차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시계의 '조정(Adjustment)' 아니라 '조절(Regulating)'에 해당하며, 위의 자세차는 소위 Dynamic Posing의 종류에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시계의 완조립후의 자세차는 밸런스휠의 요인 뿐만 아니라 무브먼트의 결합 중 발생하는 다양한 요소(루비의 균일하지 못함, 헤어스프링의 문제 등)가 고려되기 때문에 본 글에서 다루는 것과 명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중요한 점은 여태까지 다룬 내용상으로는 시계 밸런스휠의 오차를 모든 포지션에 대해서 0으로(혹은 최대한 균일하게) 맞춰야 할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설사 밸런스 휠을 잘 맞췄다 하더라도 무브먼트 조립을 하면 다시금 오차의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오차의 발생을 적극 활용할수도 있다. 만약 집에 타이밍기가 있다면 각 포지션별 오차를 기록해둔 후 본인의 생활습관패턴에 따라 밤에 잘 때 시계를 특정 각도로 위치함으로서 어긋난 오차를 다시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본인의 평소 생활 습관 패턴대로 지낸 후 발생한 낮동안의 오차가 +5s인데, Crown up을 한채로 둔 일오차가 -10s으로 나온다면 밤동안에는 Crown up을 해둠으로서 의도적으로 -오차를 만들어내서 이를 어느정도 상쇄가능하다는 것이다(밤동안만이니까 실제로는 -10s 까지는 안가고 -3s~-8s 정도 되겠지) 다만 이렇게까지 해서 일오차에 굉장히 민감해할필요까진 굳이 없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다.
정리
이렇게 하여 이번 글에서는 기계식 시계의 조정의 두번째 요소인 자세차에 대해 알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시계의 조정 세번째 단계이자, 기계식 시계의 비약적 발전을 가져온 온도차와 물질 개발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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