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11.14 관람한 <나우 유 씨 미 3>(Now You see Me, Now You Don't) 리뷰이다.
프레스티지, 일루셔니스트 등 마술에 관해 다루는 영화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지도와 대중성이 높은 영화는 이 나우 유 씨미 시리즈일것이다. 기존에 차고 넘치는 요원물, 혹은 하이스트물에 '마술'이라는 소재를 더해 사회적 악당들의 정체를 까발리고 그들을 응징하는 마술사기단을 처음 보았을 땐 상당히 신선했다. 특히 나우 유 씨 미 1편에서는 영상속 마술사가 영화를 보는 관객을 대상으로 카드마술을 하는데, 그때만 해도 마술을 모르던 시기인지라 내 마음을 그대로 읽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던 기억이 있다.

이후 시간이 지나 마술을 배운 후 다시 보게 되었을 때 더 재밌던 것이 바로 이 <나우 유 씨미 시리즈> 였기에, 이번 신작이 공개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예매하여 관람했다.
시놉시스

감상평(스포 O 쿠키 X)
마술을 알면 알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오지만
완성도는 아쉬운 킬링 타임 영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나우 유 씨 미 시리즈>의 전형적인 흐름을 따른다. 마술사들 여러명이 모이고 악당에 대한 지령을 들은 후, 그 사람의 정체를 마술적인 요소와 섞어서 쇼의 형태로 대중에게 공개하는 것. 여기서 기존 호스맨들에 더해 신예 3인방을 추가하여 총 8명의 인물들이 합작하는 형태로 가고 있는데, 이는 첫편 이후 10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향후 시리즈가 제작될 경우 주인공들을 교체하는 방식을 꾀하던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물이 늘어난만큼 역할들이 겹치거나 비중이 분배가 적절하지 않을 위험이 높은데, 각기 인물마다의 개성을 나름 잘 살린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특히 1편 이후 하차한 헨리 리브스와, 헨리를 대신하여 2편에서 영입된 여마술사인 룰라 메이가 동시에 스크린에 나오는 모습은 시리즈 팬에게는 더욱 재밌던 요소였을 것이다. 다양한 인물들의 조합에서 나오는 시너지와 더 커진 무대, 그리고 전작들보다 증가한 액션씬과 박진감은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 없이 볼 수 있어 '역시 믿고보는 <나우 유 씨 미>'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디테일면에서는 기존 시리즈에 비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우선 악당에 대한 매력이 너무 부족했다. 1편의 아서 트레들리가 보여준 후원자인 듯 사실 악당인 반전이 있지도 않았고, 2편의 월터 메이브리처럼 엄청난 부와 똑똑한 머리가 있지도 않는, 그저 부를 세습한 악당집안이라는 점은 그다지 임팩트가 없었다. 천연 다이아몬드의 가격 조작이야기나 나치 후원가문 이야기는 이제 너무 캐캐묵은 떡밥이고, 그마저도 열심히 찾은 나치 후원 가문 이야기는 마지막 폭로때는 나오지도 않아 맥거핀이 되어버린다...
더불어 본작의 신예 3인방 중 두뇌 포지션에 해당하는 찰리의 정체와 행적은 너무 뜬금없게 느껴졌다. 결국 처음 초대장을 보낸 것부터 시작해서 프랑스 성의 설계와 나치 증거, 그리고 마지막 무대 세팅까지 혼자서 다 해버릴 정도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급 인물이라면 굳이 포 호스 맨을 이용했어야 했나라는게 내 생각이다. 명성을 빌려서 일을 크게 벌리고 싶었다고 하면 이해는 가지만, 이미 은퇴한지 10년이 지났고 다니엘 아틀라스 외에는 이미 대중속에서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던 호스맨들이었기 때문.(인터폴의 수배를 받는 호스맨들이 대체 어떻게 공개적으로 크루즈선에서 선상 마술사로 일하거나, 멕시코의 일반 술집에서 고주망태가 되어 살아가는지는 차치하더라도...) 마지막에 베로니카를 나락으로 보낸 후 반덴버그 가문의 재산을 모두 다이아몬드 광산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겠다고 하는데, 정작 해당 가문의 정당한 계승자인지 여부도 확실하지 않고 이미 죽은 것으로 되어있는 15년간 사라져버린 사생아가 이런 것을 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들던 것은 덤.
메인 쇼를 진행하는 파트 역시 너무 아쉬웠다. 본 편도 시리즈 전통을 따라 영화 내에서 쇼를 3번 진행하는데, 첫번째 쇼에서 그 어렵고 신기해보이는 마술이 사실 홀로그램이었다고 해버려서 팍 식어버렸고, 두번째 쇼는 '미스디렉션'을 활용하여 굉장히 잘 구성되었지만 너무 리스키하고 마지막 마무리가 허술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최종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베로니카 반덴버그 폭로쇼 파트는 시리즈 2편에서 이뤄진 비행기 씬을 그대로 자동차 씬으로 바꾼것밖에 되지 않기에 새로운 점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점은, 바로 마술에 대한 끝없는 애정이었다. 영화 내내 나오는 '미스디렉션(Misdirection)' 이라는 단어를 포함하여 손기술(Sleight of Hand) / 블랙 아트(Black Art) / 총알 잡기(Bullet Catch) 등 수 많은 마술용어가 등장했고, 작중 원테이크로 보여주는 7인방의 마술 차력쇼 파트를 포함하여 카드마술 / 멘탈포스 / 의상 체인지 / 순간이동 / 컵 앤 볼 / 스노우 스톰 / 공중 부양 / 탈출마술 등 클래식한 마술들에 대해서 다룬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마술을 너무 사랑하고, 마술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행복감까지 느껴질 정도. (1584를 보고 'The Discoverie of Witchcraft' 를 바로 떠올렸는데 그게 정답이라는 것을 보고 소름 돋은 것은 덤) 대놓고 마술을 보이는 파트를 제외하더라도, 메인 쇼를 포함하여 작중 경찰들을 따돌리는 장면 등에서는 마술에서 사용되는 여럿 멘탈리즘 기법들이 보이던 것도 좋았다.(물론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고, 마술용어들 번역을 제대로 하지 않은 지라 비마술인 관객에게는 얼마나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혹자는 CG처리해버리면 그만인 영화에서 마술을 다루는 것이 뭐가 더 신기하냐고 질문할수도 있다. CG를 이용하면 갑자기 빈 상자에서 공룡이 튀어나오거나, 공중에 던진 카드가 건담으로 변신하여 인공지능미사일을 쏘는것 정도야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마술계에서는 스투지 / 카메라 트릭과 함께 언제나 뜨거운 떡밥이 바로 'CG를 이용해도 마술인가?'인 만큼 짧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언제나 '관객이 마술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마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옹호적인 생각이다. 영화의 장면이 대놓고 말이 안되는 장면들이면 관객들이 마술이 아닌 CG로 느끼겠지만, 충분히 현실에서도 있을 법해보이는 트릭이라면 마술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이렇게 장면들을 만드는 것이 바로 마술영화 감독과 연출의 역량이라 생각하기 때문. 게다가 영화의 마술장면들 상당수가 영상이 아닌 실제 관객 눈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마술이고, 영화 내 장면들 중 일부는 Full CG가 아닌 실제 배우가 마술을 연습하여 선보인 장면(물론 일부 후처리는 CG로 한것 같지만)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보면서 '에이.. 다 CG인데 이게 뭐가 신기해?'라고 느끼기 보단 '오... 재밌네 ㅎㅎ'라고 충분히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간만에 극장에서 본 재밌는 영화였다. 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마술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질 것이고, 마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적당히 흐린 눈만 해준다면) 나쁘지 않게 볼 수 있는 킬링타임 영화일 것이다. 세대교체한 새로운 출연진들의 다음 후속작이 기대가 되네.
+)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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