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인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 <소문> 리뷰이다.
'마지막 4글자에 엄청난 반전이 있다'라는 캐치 프라이즈를 밀고 있는 책으로, 2009년 발매된 책인데 무슨 연유인지 최근 인스타 등 광고에서 많이 보이는 게 특징. 이런 광고를 좋아하지 않아서 이런 것을 보면 오히려 피하는 편이지만, 우연인지 주변에서 마침 읽어본 친구가 미묘한 느낌으로 추천해주길래 밀리의 서재에서 독서 완료.
시놉시스
새로 런칭하는 향수 홍보를 위해 거짓 소문이 퍼진다. ‘한밤중 시부야에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가는데, 뮈리엘 로즈를 뿌리면 괜찮다’라고 하는 도시전설과 같은 소문. 이 소문은 여고생들의 입을 타고 시부야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며 향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입소문 전략은 대성공을 거둔다. 그런데 소문이 현실이 되어 발목이 잘린 소녀의 시체가 하나둘 발견되는데….
감상후기(약스포 O)
잘 전개된 이야기의 막판 밥상 뒤엎기
읽자마자 든 생각은, '이 작품 호불호가 굉장히 심하겠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논란의 결말은 차치하고 생각해보자. 중간의 추리과정은 논리적이며, 심리나 상황 묘사 역시 세밀하여 전형적으로 잘 짜여진 추리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다. 안락의자 스타일이 아니라 몸으로 하나하나 뛰는, 소위 '여자 셜록홈즈와 남자 왓슨'의 형태를 띈 콤비 궁합도 보는 맛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주어진 단서만으로는 절대 범인을 알아낼 수 없단 점은 좋은 추리소설이 되기엔 결격사유로 작용한다. 서술트릭인듯 아닌듯 하게 진행되지만 범인이 공개되는 시점 이후의 단서를 알기 전까지는 앞의 내용을 몇번 되풀이해도 범인을 논리적으로 알아낼 수 없었고, 그조차도 '범인의 정체' 외에는 범인의 동기나 살해수법 등에 대해서는 얼렁뚱땅 넘어가버리는 것도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마지막 4글자 반전 부분은 오히려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의 대단원 부분에서 범인의 실수(?) 이후 생각한 단어도 마침 4글자였기에 난 이쪽이 반전인가 싶었을 정도니까. 물론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가 처음 봤다면 깜짝 놀랄만 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이쪽이 범인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기에... 물론 되돌아가서 다시 잘 보면 특정 시점 이후로 묘하게 바뀐 서술 방식이 눈에 보여서 '이런것도 복선으로 작용했을수도?'라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진범도 잡았고 나름 훈훈한 마무리 끝에 이게 다 무슨 의미인지... 싶던 포인트. 굳이 독자의 마지막 입가심을 망쳐 불쾌함을 남기는게 작가의 의도라면 성공한 것 같기도 하고.
다만 추리 소설적인 요소를 빼고 보면 나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2000년대 초 일본의 시대상과 고등학생들의 생활, 본격적인 휴대폰의 발전이 되던 시대의 모습 등을 엿보는 맛도 있었고, 주인공의 형사로서의 삶과 제복경찰로서의 삶 / 가족과 일의 밸런스 등에 대한 고민도 인상적이었다. 올드한 느낌이 있는 건 어쩔수 없지만, 낡음이 아니라 고전의 맛이라 해야하나. 이렇게 필력 좋게 다 잘 써놓고 마무리(찐 마무리 말고 범인부분)을 그렇게 한것은 너무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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