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라오어의 미국주식 무한매수법은 투자초보자들에게 널리퍼진 투자법 중 하나이다.
저자 라오어씨는 대치동 학원가의 입시선생을 거쳐 현재 치과진료에 종사중인 사람으로, 매달 2천만원 가량의 수익을 인증하며 자신만의 투자법을 공개하여 유명해졌다. 월 50만원으로 10년 안에 10억 만들기라는 달달해보이는 목표와 더불어 차트, 시황분석 없이 하루 10분의 간단한 투자라는 '개미 맞춤용 전략'은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과연 이 전략이 안전하고, 수익적인걸까?
라오어의 무한매수법 : 핵심은 분할매수
사실 이 매수법 자체는 전혀 특별할 게 없다. 매일 비슷한 금액을 투자하여 한 종목을 나눠사는 분할매수가 핵심이기 때문. 이에 대해서는 이전 S&P 적립식 투자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서 라오어씨가 한가지 변화를 준것은 바로 적립한 종목이 단순 지수추종이 아닌 레버리지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소위 SOXL, TQQQ, NAIL 등 3배 레버리지를 적립식으로 접근하여 기본 1배수보다 변동성을 극대화하여 추후 크게 이득을 보겠다는 것이 그의 목표.
여기에 그는 분할매수에서 장중매매와 LOC(Limit On Close) 매매를 섞었다. 장중 매매는 말 그대로 장이 진행되는동안 지정된 호가에 도달하면 해당가격에 거래가 되는 것이고, LOC 매매는 장이 끝날 때 기준과 설정 가격 중 유리한 가격으로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LOC 매수로 10달러에 걸었다면 장이 끝날 때 종가가 10달러 이하면 종가에 매수를 하고 10달러 초과면 매수를 하지 않으며, LOC 매도로 10달러에 걸었다면 장이 끝날때 10달러 이상이면 종가로 매도를 하고 10달러 미만이면 매도를 하지 않는 방식이다.
최초의 버전 이후 다양한 업데이트를 거쳐왔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1.0ver으로 예시를 들어보겠다.
총 시드 : 4000$
분할횟수 : 40분할(거래일 기준이므로 실제로는 2달에 해당)
A 종목 : 3배 레버리지 중 가격이 50$(=4000 ÷ 40 ÷ 2) 이하인 종목(하루에 최소 2주는 살수 있어야함)
A 종목의 첫날 가격 40$
최초 매수 : 현재가로 1주 매수.
- A 종목 보유갯수 1개, 평단가 40$
1일차 : 평단가(40$)로 1주 매수주문하고 1주는 LOC 매수로 10% 높은 가격(44$)에 주문. 그리고 평단가보다 10% 높은 가격(44$)에 지정가 매도주문. 다음날 보니 장중 매수와 LOC 매수만 채결되었다.
- A 종목 종가 37$
- 1회차 장중 매수 : 40$
- 1회차 LOC 매수 : 37$
- 1회차 매도 :
- A 종목 보유갯수 3개, 평단가 39$
2일차 : 평단가(39$)로 1주 매수 주문, 1주는 LOC 매수로 10% 높은 가격(42.9$)에 주문. 그리고 평단가보다 10% 높은 가격(42.9$)에 지정가 매도주문. 다음날 보니 LOC 매수만 진행되었다.
- A 종목 종가 41$
- 1회차 장중 매수 :
- 1회차 LOC 매수 : 41$
- 1회차 매도 :
- A 종목 보유갯수 4개, 평단가 39.5$
3일차 : 평단가(39.5$)로 1주 매수 주문, 1주는 LOC 매수로 10% 높은 가격(43.45$)에 주문. 그리고 평단가보다 10% 높은 가격(43.45$)에 지정가 매도주문. 다음날 보니 장중 매수주문과 매도 주문이 모두 체결되었다.
- A 종목 종가 45$
- 1회차 장중 매수 : 39.5$
- 1회차 LOC 매수 :
- 1회차 매도 : 43.45$에 전액 매도
- A 종목 보유갯수 5개를 평단가 43.45$에 전액매도. 수익률 10%
매매를 시작한지 3일만에 무한매수법이 종료되었고, 수익률은 10%(수수료 제외)이다. 결국 매일 매수 주문 2개(장중 지정가매수 1주와 LOC 주문 1주)와 매도 주문 1개를 반복해서 넣는 방법이라는 것. 장중매수와 LOC매수를 동시에 활용하여 어떻게든 장중 1주를 꼭 매수하겠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평단가와 목표금액이 매일 바뀌기 때문에 조금은 번거로움이 있지만, 핸드폰 계산기로도 충분히 가능한 정도이다.
무한 매수법의 위험성
위의 예시만 보면 상당히 괜찮아보이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복잡하겠지만 익숙해지면 방법 자체도 간단하고, 또 저자를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자신의 수익을 간증했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라오어의 무한 매수법의 본질인 분할매수는 결국 언젠가는 미국장은 회복되어 상승한다라는 믿음하에 진행된다. 이 믿음이 없으면 미국 시장에 애초에 투자할 이유가 없고, 역사적으로도 어느정도 옳은 말이긴 하다. 다만 문제는 하락장이 올때 40거래일(=2달) 안에 회복되지 못하면 자본금이 다 녹아내린다는 것이다. 저자 본인은 수년 간의 데이터를 백테스트했다고 하지만,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 때에는 전고점을 회복하는데 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고 2000년 닷컴 버블 때는 무려 7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금융 위기를 거쳤고 시스템이 단단해져 더이상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은 대단히 안일한 생각임은 모두가 알 것이다. 금리인하와 더불어 양적완화까지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역사적으로 빠르게 회복한 코로나때에도 회복에 5개월이나 걸렸기 때문이다. 이 5개월마저도 누군가에게는 금방이겠지만, 당장 운용가능한 금액을 2달만에 모두 털어넣은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40회차나 진행한 이후에는 추가적인 자본의 투입으로 인한 평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마저 미미하기에 사실상 물타기가 불가능하다.
저자는 이때에 대비하여 대비하여 새로운 계좌를 이용하여 추가적인 매수를 시작하라고 하는데, 이는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더불어 하락장 익절목표가 조정, 부분 손절 후 재 무한매수 등 방법을 개선한 여러 버전을 내고 있지만, 그가 처음 주장하던 '아주 간단한 10분 투자로 꾸준한 수익'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은 사실이다. 조금 Rough하게 얘기해서, 그가 말하는 무한투자법은 정말로 돈이 무한할 경우에나 제대로 이익을 볼 수 있다. 치과의사인 그와 다르게 일반 직장인들이 꾸준히 하기에는 그다지 추천하기 어려운 법이란 것.
그가 투자하는 종목이 레버리지라는 것도 문제점.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레버리지를 투자한다고 하지만, 레버리지는 하락장 뿐만 아니라 횡보장에서도 녹아내린다는 것을 잊지 말자. 미국시장은 결국 우상향한다지만 레버리지가 그렇다고 해서 우상향 하는 것은 아니란 점. 더불어 레버리지는 운용비용도 높고, 파생상품이기에 매매차익에 대한 소득세도 높게 잡힌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 글 참조.
깨알같지만 하나 더. 그가 직접 매달 약 2000만원의 수익은 굉장히 매력적이지만, 투자 원금을 보면 최소 2억에서 최대 6억에까지 이른다. 그럼에도 수익률 자체가 결코 낮은 것은 아니지만, 이게 과연 다들 완전 새로운 방법이라며 찬양할 일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한다. 단적으로 라오어가 수익을 인증한 기간(2017-2024)동안 S&P의 평균 상승은 17% 수준이며, 그마저도 2018년과 2022년을 제외하면 20% 이상이었다. 그가 주장한 연 10-20%의 수익보다 높은 셈.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 하나 더. 본 투자방법은 적립식임에도 매일 같은 금액만큼의 투자(Dollar Cost Averaging, DCA)가 아니라 매일 같은 양만큼의 주식(Unit Cost Averaging, UCA)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적립식 투자는 쌀때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사서 보유하는 것이 이득이기에 일반적으로 DCA가 UCA보다 수익률이 높다. 물론 책에서는 장중 가격이 내 평단가보다 이미 낮으면 1회 분량을 모두 실시간 매수해도 된다고 하여 이런 구조적 단점을 해결하고는 있지만 결국 이러한 점을 하나하나 다 고려하면 매일 같은 원칙에 의거하여 기계적으로 매수한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결론
라오어의 무한매수법은 초보투자자 입장에서 쉽고 매력적인 투자법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방법이 무조건적인 안정이나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자신만의 투자방법과 원칙을 세우고, 어떻게 위험을 낮출지 고민하여 투자 전략을 개선할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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