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피터 린치(Peter Lynch)는 워런 버핏, 찰리 멍거, 벤저민 그레이엄과 함께 전설적인 가치투자자 중 한명이다. '유연성(Flexibility)'라는 핵심 가치 아래 수천개의 종목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피델리 인베스트먼트에서 마젤란 펀드를 운용한 그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13년간 매년 평균수익률 29%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잘 아는 것에 투자'하라는 원칙과 아마추어 투자자가 펀드 매니저보다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그의 이론은 투자자들이 투자로 뛰어들기 전 익혀야할 기본 ABC에 해당되기도 한다.
피터 린치가 직접 쓴 3권의 책은 모두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그중 첫번째 책인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은 그의 투자에 대한 생각의 기본이자 정수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에 대한 준비, 종목에 대한 선정, 장기적인 관점과 포트폴리오 설계를 폭 넓게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그는 대중들에게 스며들어 있는 열두가지 잘못된 속설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가장 어리석고 위험한 열두 가지 생각
1. 내릴 만큼 내렸으니, 더는 안 내려
폴라로이드는 1년만에 143달러에서 14달러로 1/10이 되었다. 다들 60, 70 달러쯤되었을 때에 더는 안내린다고 생각하고 구매했다가 많이들 낭패를 보았다. 우리나라에서는 LG생활건강이 좋은 예시이다. 170만원이었던 주가가 100만원이 되었을 때 모두들 내릴 만큼 내렸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30만원대에 거래중이다. 기업의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면 언젠가는 회복될 수 있을거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외부요인에 의해서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LG 생건은 매출의 대다수가 중국에 의존했는데 중국의 한국 화장품 수요 급감으로 인해 입지가 좁아진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 바닥에 잡을 수 있다.
저점 매수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그러나 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실이 있는 경험은 많이들 했을 것이다.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말자. 차라리 회복세에 들어서 올라가기 시작할때, 즉 왼무릎이 아니라 오른무릎에 잡아라.
3. 오를만큼 올랐으니 더는 안 올라
이런 생각으론 절대 10루타(Tenbagger)를 칠 수 없다. 필립 모리스는 주당 75센트에서 125달러가 되었다. 스토리가 탄탄하고 이익이 개선되며, 펀더멘탈이 튼튼하다면 계속해서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4. 헐값인데 얼마나 손해 보겠어?
3달러짜리 주식이 50달러보다 더 안전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주가가 낮은 값이면 더 많이 오를것처럼 보이지만, 주가가 휴지가 되면 어차피 손해보는건 똑같다. 그리고 하나 더. 공매도 전문가들은 대개 천장보다는 바닥 근처에서 공매도를 한다. 공매도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애매한 잡주는 건들면 안된다.
5. 결국 반드시 주가는 돌아온다.
파산한 기업들, 헐갑세 인수당한 기업들, 파산은 면했어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한 기업들은 너무나도 많다. 디지털 시계, 이동주택, 플로피디스크 등 관련 기업들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6.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위와 동일하다. 사람들은 시장이 조금 나빠지면, 충분히 나빠질만큼 나빠졌다고 생각을 많이 한다. 화차 산업, 유정굴착장치 산업은 사양새로 들어간 이후 단 한번도 회복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때로는 칠흑 직전이 가장 어두운 법이다.
7. 10달러까지 반등하면 팔아야지
한번 짓밟힌 주식은 당신이 마음먹은 가격대로 회복하는 일이 없다. 9.80 달러에 팔면 되는데 고작 몇 푼 더 벌자고 10년을 더 기다려야 할수도 있다. 더 살만큼 확신이 서지 않으면, 그 주식은 즉시 팔아야 한다.
8. 걱정 없어. 보수적인 주식은 안정적이야.
공익사업주, 공기업주라고 해서 안정적이란 법은 없다. 한국전력 주가는 2016년 6만원을 돌파한 이후로 서서히 내려와서 현재는 2.6만원대에 거래중이다. 정부정책, 경제 및 규모의 문제 등에 의해서 얼마든지 변동할 수 있기에 보유하면서 신경을 꺼도되는 주식은 없다.
9.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나?
기다리다 지쳐 팔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크게 오를때가 많다. 회사에 문제가 없고, 투자를 결정하게 한 회사의 이야기가 건실하다면 보유해야 한다. 어떤 주식들은 1-2년 만에 결과를 보여주지만, 어떤 회사들은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10. 사지 않아서 엄청 손해 봤네
가장 유의해야할 생각 중 하나. 좋은 주식을 안 사서 큰 돈을 벌 기회를 놓쳤다고 해서 손해를 본게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자기 손해로 여기면 안된다. 그렇게 치면 당신은 10년 전 비트코인에 빚을 내서라도 몰빵을 했어야 했고, 5년전 엔비디아에 전 재산을 투자했어야 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결국 오른 주식들을 보면 손해봤다고 생각하고, 수억 수조를 잃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손해를 봤다는 조급함에 위험하고 질나쁜 급등주 등 주식을 건드리게 되고야 말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대개 실제로 손해를 보게 만들어준다.
11. 꿩 대신 닭이라도 잡아라
'제 2의' 무언가는 대개 모기업에 비해 더 크게 성공하는 경우가 없다. '제 2의 엔비디아'를 사느니, 그냥 엔비디아를 사는 것이 훨씬 수익적이다. '제 2의 테슬라' 소리를 듣던 '루시드'와 '리비안'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보아라.
12. 주가가 올랐으니 내가 맞고, 주가가 내렸으니 내가 틀렸다.
주가가 올랐다고 투자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표적인 투자의 오류이다. 5달러이던 주식이 6달러가 되었다고 내 지혜가 증명되었고, 6달러이던 주식이 5달러가 되었다고 해서 내 무식이 증명된 것이 아니다. 단기 트레이더라면 올랐을 때 빠르게 처분하여 이득을 챙기겠지만, 사람들은 대개 '오른 종목은 계속 보유하고 내린 종목은 매도한다'는 생각으로 10달러에서 12달러로 올라간 종목은 계속 보유하고 10달러에서 8달러로 내려간 종목은 처분한다. 이익 실현이 제대로 되는 경우 조차 없다는 것. 가격과 전망은 별개이다.
마치는 말
아마 위의 내용들을 읽으면서 찔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대부분이 기업의 펀더멘탈에 대해 차분한 분석 후 접근을 하기보다는 단기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여 투기적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기에, 위의 내용이 자신의 투자법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40년의 역사가 증명하듯 단기 트레이더들의 수익은 장기 투자자들의 수익을 결코 넘을 수 없고, 그마저도 대부분은 시장의 수익(지수)보다도 낮기 마련이다. 충분히 공부하고, 건강한 투자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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