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주식을 처음 투자하는 사람들에 있어서 기술적 분석, 소위 차트 분석은 참 어려운 일이다.
이동평균선, 볼린저 밴드 같은 비교적 이해가 쉬운 지표도 있지만 MACD, RSI, 일목균형표 같은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지표들도 많다. 그리고 나름 큰 수익을 얻었다는 사람들의 투자법을 보면 너무나도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볼린저밴드와 일목균형표를 이용하였다더라, 누구는 MACD를 기반으로 한 골드크로스를 기준으로 했다더라, 누구는 호가창 흐름 기반으로 했다더라 등 방법이 너무 많아 무엇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1분봉으로 봐야하는지, 주봉으로 봐야하는지도 모르는 채 차트에 선만 찍찍 그어서 만나는 지점만 보고 있다. 그리고 유명한 방법으로 조금 따라해봤는데 너무 잃기만 하는 것 같다. 대체 문제가 뭐지..?
내가 생각하는 우선적인 문제는 기술적 분석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따라하기만 한다는 점이다. 이게 왜 이렇게 되는지에 대한 이해 없이 그냥 된다니까 하고 흉내를 낼뿐이란 것. 그러나 더 큰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데, 바로 기술적 분석에는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분석인데 근거가 없다고..?
기술적 분석의 현실과 한계
기술적 분석은 크게 2가지 전제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시장은 비효율적이며, 역사는 되풀이 된다.
주가가 어떤 기업의 가치를 대표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작은 시간 단위에서의 움직임은 결국 매수세와 매도세로 결정된다. 당장 기업 자체의 가치가 변하지 않더라도 단순 매수량이 증가했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이 갑자기 올라가기도 하고, 대규모 물량이 쏟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폭락하기도 한다는 것. 즉 시장의 움직임은 어떠한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심리에 의해서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고 이러한 원리를 기반으로 한 것이 바로 기술적 분석이다. 이 기술적 분석은 그 기업이 패밀리 레스토랑인지 반도체공장인지, 관세전쟁을 직격으로 맞았는지 아니면 상대적인 관세수혜주인지, 대선테마주인지 아니면 지진관련주인지 관심이 없다. 그저 차트와 지표에만 집중할뿐이다.
많이들 사용하는 차트 지표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 일목균형표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지표는 후향적이다. 이동평균선은 지난 며칠간의 주가평균일뿐이고, 볼린저밴드 역시 이 이평선에 표준편차를 위아래로 더했을 뿐이다. 즉 이미 지나간 결과를 그려내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백트래킹해보면 여러 거래 이론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 현 시점에서 해당 지표를 기반으로 하여 미래를 말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술적 분석에서는 역사는 되풀이 되기때문에 여태까지 이러한 흐름을 그려왔으니 앞으로도 맞을 것이라고 한다. 매주 일요일마다 모이를 많이 주던 주인을 보고 '일요일 = 폭식하는 날'이라고 좋아하던 한 닭은 결국 어느 일요일에 점심 요리로 변했다는 교훈을 잊지 말자. 귀납적 사고는 대단히 위험하다.
대부분의 기술적 분석이 스켈핑이나 단타에 치중된 것도 문제점이다. 어떤 기업의 가치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명확한 주가 목표가 있기보단, 차트를 기반으로 하여 매매가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술적 분석은 보통 하루, 길어야 1주일 내 거래를 하기 마련이다. 잦은 매수와 매도는 결국 수수료만 불리기 마련이고, 대부분의 경우 장기투자하는 것보다 낮은 수익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그럼 기술적 분석은 의미가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분명 기술적 분석은 빈약한 근거에 기반하여 생긴 이론이며, 성공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프로그램 매매나 알고리즘 트레이딩 등의 자동화 트레이딩이 이 빈약한 근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는 것. 막말로 말해서 유명한 트레이딩 기법이 성공적인 이유는 그 트레이딩 기법을 믿고 따라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 참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시장은 비효율적이고 비논리적이라는 것에 너무나도 잘 부합하는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추가적으로 기술적 지표가 무조건적인 수익을 가져다주거나 항상 옳지는 않을지언정, 최소한 머리에서 사고 바닥에서 파는 일은 막아주는 것은 분명하다. 투자가 결과적으로 이익이냐 손실이냐와 무관하게 아주 이상한 포인트에서 사는 것은 막아준다는 것. 이러한 기법을 기본적 투자(가치 투자)에 더한다면 특정 주식을 살때 이상한 타점을 잡아 들어가지 않고 적절한 가격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기에, 옳은 안목으로 선택한 주식이 우상향했음에도 이익이 최소화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단타적 관점에서가 아닌 장기적, 즉 최소 주봉의 관점에서 보면 어떤 주식이나 지수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상황을 판단하는데 있어서는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S&P 500이나 코스피지수의 주봉을 보면서 흐름선이나 추세를 보는것까지 틀리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 다만 이 지표를 1분, 3분 단위로 적용하여 짧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임에 틀림없다.
한마디로 말해 기술적 분석은 기상청의 풍향계와 같다. 내일 날씨를 예측하는데 있어 풍향계는 결코 진리가 아니다. 여태까지 바람이 여름철에 남동풍이 불었고, 겨울철에 북서풍이 불었다는 통계적 기반은 있을지언정 당장 오늘 동남풍이 분다고 내일 더운 것은 아니기 때문. 그러나 온도, 습도, 풍속, 기압 등 다른 지표들과 합하면 내일 날씨 예측에 도움이 되는것은 사실이다. 공부하되 맹신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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