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이제는 구형이 되어 버린 서브마리너 그린 헐크 Ref. 116610LV를 중고로 기추한지도 어느덧 4년이 되었다.
그동안은 나름 오차나 파워리저브 등에서 실사용 중 큰 문제를 느끼지 않으며 잘 차고 다녔는데, 올해 6월쯔음부터 해서 오차가 체감 되는 것이 느껴졌다. 한달 내내 차면 5분 정도씩 빨라지는 기분?
생각난김에 간만에 집에 있는 타임 그래퍼에 올려보았다. 보통은 5포지션, 간략히 하더라도 3포지션을 기본으로 검사하긴 하지만 나는 실생활에서 제일 많이 쓰는 Dial Up(아래 사진 좌측, 책상 업무 등 상황)과 Crown Down(아래 사진 우측, 걷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은 상황)에서의 결과를 보는데..
위와 같이 결과가 아주 엉망으로 나왔다. 대략적으로 설명하면..
Rate : 일오차. 하루에 오차가 얼마나 나는지를 체크. 크로노미터급은 -4/+6 초이고, 롤렉스는 -2/+2 초가 허용범위.
Amplitude : 진폭 or 진동각. 270도 이상이 정상, 290-310도가 되어야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다고 판단함.
Beat error : 비트에러. 각 부품들이 얼마나 일정한 간격으로 작동하는지(정확히는 팔렛포크와 롤러쥬얼)를 보여주는 지표. 0.0ms ~0.4ms 가 정상 작동범위. 1.0ms를 넘어가면 비정상.
로 판단하는데, 진동각 외에 일오차 / 비트에러가 모두 비정상으로 나왔다. 내친김에 파워리저브도 체크해봤는데 풀 와인딩 기준 46시간 정도에서 멈추는 것을 확인했다. 롤렉스 cal. 3135의 정상 파워리저브는 48hr이며, 보통은 제조사에서 언급하는 것보다 파워리저브가 10% 정도씩은 더 확보되는 것을 고려하면 파워리저브도 비정상인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오버홀의 시기를 판단하는 것은 아래의 세가지를 바탕으로 판단하는데..
1. 시계의 일오차가 양의 방향으로 커진다. 즉 시간이 점점 빨라진다.
- 오일링 등의 감소로 인해 동력의 전달이 감소, 토크가 떨어지게 되면 밸런스 휠을 밀어주는 힘이 줄어들어 진동각이 감소하여 시간이 빠르게 가게 된다.
- 본 경우에도 진동각이 270도로 lower normal limit에 도달했기에 진동각이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2. 시계의 파워리저브가 짧아진다.
- 오토매틱(자동) 시계는 태엽이 감긴 후에도 추가 계속 돌아서 오버와인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럴 내에 Sliding spring이라는 장치가 존재하는데, 일반적으로는 이 장치의 마찰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구리스(grease)가 추가로 발려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구리스가 마르게 되면 마찰력이 떨어져 풀 와인딩 전에 먼저 헛돌기 때문에 태엽이 안감기게 된다. 즉 파워리저브가 떨어진다.
- 본 경우에도 파워리저브가 떨어진 것을 바탕으로 판단시 구리스 등이 마린 것을 예상해볼 수 있다.
3. 시계의 자세차가 커진다.
- 보통 시계를 사용중 특정 포지션을 많이 활용한다면, 해당 포지션쪽의 오일이 먼저 마르게 된다. 따라서 전체적인 오일링의 균일함이 떨어져 자세차가 발생하게 된다.
- 위의 사진/내용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6포지션을 취했을 때 특별히 자세차가 더 크거나 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6-10초 내외? 그렇다고 해서 좋은것은 아니고, 전체적으로 오일이 말랐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위의 내용을 판단했을 때 오버홀 시기가 다가왔다고 판단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오버홀을 사설에서 하느냐, 정식에서 하느냐는 일장일단이 있지만, 본 시계를 중고구매하기도 했었고 부품 교환 등의 상황을 고려하여 정식 C/S에 맡기로 했다.
오버홀 접수 및 진행과정
내가 방문한 곳은 종로에 위치한 롯데 에비뉴엘의 크로노다임.
예전에는 롤렉스 시계를 C/S 맡기려면 도곡에 위치한 센터로 직접 가서 맡겨야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찾아보니 매장에서도 접수를 받아준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매장에 유선연락 or 홈페이지로 예약을 하고 가면 되는데, 제품 구매 위한 방문처럼 예약이 빡세지는 않지만 주말 황금 시간대에는 예약이 모두 차있기 때문에 미리 확인을 꼭 하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AS Supervisor분을 만나서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나면, 직접 케이스백을 열고 기본적인 내용확인을 진행한다.(20분 정도 소모)
그러면 위와 같은 진단서와 접수증을 작성해준다.
아무래도 시간이 시간인만큼 내부의 오일링이나 부품 하나하나 다 체크할수는 없고 케이스의 겉 스크래치와 방수체크, 크라운과 야광점 등 주로 겉으로 보이는 것들 위주로 체크해서 진단서를 써서 작성해준다.
내 시계 같은 경우에는 베젤의 야광점 손상, 크라운의 찍힘 등이 관찰되었고 전체적인 잔기스들도 여럿 관찰되었다. 비용 견적은 아래와 같이 나오는데..(2024.09.08 기준)
- 오버홀 + 라이트폴리싱 합해서 107만원이 기본(프로페셔널 라인은 공통. 노데이트/데이트 모델 차이 없음. OP 라인은 88만원)
- 야광점 교체비용은 3만원 / 크라운 교체 비용은 6만원 별도 청구
- 내부 부품을 확인하여 교체가 필요한 경우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 40만원정도까지는 고객에게 추가 고지 없이 교체 진행을 한 후 추후 제품 수령시 청구하고, 40만원 이상의 비용 발생시에는 고객에게 유선연락하여 설명함.
- 소요 기간은 1달 ~ 2달 사이
생각보다는 금액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알사람들은 다 아는 2023년 롤렉스 공식 CS 사건 때문에 지금이라도 사설을 갈까 고민을 했지만, 근 3-4개월 사이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아서 믿고 맡기기로 진행하였다. 그동안 생긴 잔기스들은 그냥 놔둘까도 고민했지만 기왕 하는김에 말끔하게 라이트폴리싱도 진행하기로 결정.
그리고 약 5주의 시간이 흘러 2024.10.16 시계를 수령하였다.
수령하면서 찍은 사진들. 기존의 기스는 다 지워졌나, 새롭게 생긴 기스는 없나, 베젤클리감의 이상, 크라운 조작 이상 등을 꼼꼼히 확인후, 이상없다면 결제를 진행하면 된다.
최종적인 수리내역서.
보통 타 브랜드의 경우에는 CS에서 공식 수리 내역서(어떤 이상이 발견되어 어떻게 수리했다던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증빙 내역서를 제공하는데 롤렉스는 해당 수리내역서를 따로 지급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위의 내역서는 내가 수리를 맡겼던 롯데 에비뉴엘 크로노다임에서 어떤 서비스가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해주는 간단한 증빙자료(기본적으로 제공되지는 않으나 요청시 지급)인데, 사실상 별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않고 이 자체가 하나의 증빙자료로 쓰이기는 어렵다고 한 것도 아쉬운 점이다.
이전 견적을 낼 때에는 크라운에 미세한 찍힘이 있어서 교체가능성을 설명하였고, 나도 기능에 지장이 갈정도라면 추가 비용 지불 후 교체하는 것에 동의했는데, 실제 오버홀과정에서 테크니션분이 해당 부위는 기능상 특별한 문제가 갈정도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교체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종 비용은 111만원.
오버홀을 마치면 오버홀 파우치 + 오버홀 인증 보증서 카드를 발급해준다. 오버홀 인증 보증서 카드는 NFC 방식인데..
왼쪽 위와 같이 생긴 카드를 핸드폰 뒤에 대면 오른쪽과 같이 온라인으로 보증내역이 나오게 된다. 기본 보증은 수리완료시점으로부터 2년. 예전에 주던 오버홀 인증 보증서에는 구체적인 인증 날짜라던가, 내 시계의 시리얼 넘버 등이 카드 자체에 프린팅되어 있는 방식이라 보다 직관적이었기에 바뀐게 아쉽기는 하지만(아날로그틱한걸 선호하다 보니..) 이전 인증서는 위조 등 문제도 있어 이렇게 변화된 것이라 하니 납득은 가는 부분.
C/S를 못믿는 건 아니지만 확인차 집에 가져와서 타임그래퍼에도 올려보았다.
이전 관찰되던 일오차도 확실히 잡혔고, 비트에러도 완벽히 수정된 모습을 보니(사실 당연한거긴 하지만..) 새삼 기분이 좋았다.
이전에 워낙 막 굴리던 시계인지라 브레이슬릿, 케이스 등 광범위하게 자잘한 기스가 많았는데, 이번에 라이트폴리싱을 진행하니 모두 말끔히 사라진 것도 마음에 들었다. 원래는 '시계의 기스도 나와 함께 한 헤리티지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폴리싱은 잘 안하는 편이지만, 본 시계는 중고구매기도 했고 기왕 정식에서 하는김에 다같이 하자고 해서 진행했는데 후회없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너무 멀끔해져서 아껴차야하나라는 생각도 조금 들긴 하지만, 예전에 차던대로 그냥 적당히 막 차고 다니다가 8-10년 쯤 후에 오버홀 때 다시 라이트폴리싱 맡겨야지 라는 생각이다.
후기 및 결론
전체적인 C/S 진단-접수-수리 과정은 큰 불만 없이 만족스러웠다.
우선 도곡센터까지 가지 않고 매장에 바로 맡길 수 있는 점은 확실한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물론 많은 시계브랜드가 아닌 다양한 업종에서는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시계 브랜드 중에서는 매장접수를 받아주지 않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롤렉스 도곡 C/S 센터가 주말/공휴일 운영을 하지 않고 평일 저녁 6시까지만 운영하는 것을 고려하면, 일반 직장인들은 연차를 내지 않는 한 방문이 어렵기에 이러한 방식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특히나 매장에서 뒷백을 열고 간단 점검을 한 견적서를 내주는 것도 마음에 드는 점 중 하나.
소요 기간 역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일반적으로 3주 안에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긴 했지만 처음 고지한 1달~2달 사이에 받을 수 있었기도 하고, 요즘 인기있는 사설에서는 3-4달씩 밀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정도면 감지덕지라고 생각한다.
비용적인 면에서는 확실히 아쉽기는 하였다. 사실 2017년도만 해도 공식 C/S에서 프로페셔널 라인업 오버홀 비용이 66만원 정도였고, 2020년에 80만원, 2021년도에 90만원정도로 오르더니 이제는 기본비용이 100만원을 넘게 되었다. 물론 고물가시대이기도 하고, 리테일 가격도 미친듯이 올랐으니(서브마리너 블랙 데이트 모델 기준 2010년 890만원 / 2012년 1000만원 / 2019년 1037만원 / 2023년 1317만원) 이해는 되지만, 소위 나름 유명한 사설에서 진행해도 50만원 언더로 가능한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비싸다고 느껴졌다. 보통 정식 오버홀을 받은 후 큰 이상이 없으면 10년에 한번씩만 오버홀하면 되니 하루에 300원인 셈 치면 그럭저럭 적정선이라 생각할만은 하지만, 그래도 최근 오른 가격은 확실히 아쉽다고 느껴졌다.
서류 미지급 / 오버홀 증서의 변경도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점.
오버홀 증서야 앞서 말한대로 위조 방지 등을 위해서 어쩔수 없다고는 하지만, 기존 방식(시리얼번호, 보증 마감일자가 프린팅되어있음)을 유지하면서 NFC도 되게 할만 하다고 느껴졌다. 비용적인 면에서야 비슷할 것 같은데..ㅠ
오버홀 세부내역서 미지급도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이 제 기능을 못해서 어떻게 수리되었는지를 소비자가 마땅히 가질만한 궁금증이고, 해당 내용을 적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도 않을 뿐더러, 타 브랜드에서는(중저가부터 시작해서 하이엔드 브랜드도) 당연히 지급해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도곡 C/S를 방문해서 요청하면 받을수 있다고는 하던데, 애초에 그럴거면 그냥 줘도 무방하지 않나..라는게 내 생각이다.
아무쪼록 다시 튼튼해져서 돌아온 내 그린 서브마리너 헐크.
아쉬운 점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작년 롤렉스 C/S 사건 이후 공식 C/S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도 큰 문제 없이(아직까지는..) 수리가 잘 마무리되었으니 만족하려 한다.
새로운 시계와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간과 추억을 함께 남겨야겠다. 너도 영구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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