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랜드, 모델명
롤렉스 서브마리너 데이트 그린 구형, 속칭 헐크
Rolex Submariner date green, Hulk
Ref. 116610LV
2. 시계 사양
무브먼트 : Rolex cal 3135
- 파워리저브 48hr
- 자동무브먼트, 4.0Hz
- 쓰리핸즈 + 데이트
케이스 사이즈 : 40mm / 두께 13mm
러그 사이즈 : 20mm
러그투 러그 : 47.6mm
방수 : 300m
소재 : 스테인리스 스틸 / 세라믹 베젤
3. 구매동기
"시계인이라면 롤렉스 섭마는 한번은 무조건 경험해봐야한다!"
"롤렉스 섭마를 살거면 무조건 구형, 그중에서도 노데이트 모델!"
내가 시계 생활을 시작할때부터 줄곧 듣곤 하던 이야기이다.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다이버 시계 중 대표를 넘어 손목시계 시장의 아이코닉함 3대장 안에 들어오는 시계이고, 오리지널 모델인 6204 모델이 논데이트인 점 및 러그 형태 등을 감안한다면 그중에서도 구형모델을 가야한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는데, 처음 들을때도 그렇고 지금도 크게 틀린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계생활을 하며 카시오 흑새치부터 시작해서 오메가 씨마스터, 오리스 아퀴스, 블랑팡 바티스카프 등 다양한 다이버 시계들을 경험하면서 자연스레 롤렉스 서브마리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마치 법칙처럼 듣던 위의 내용에 따라 구형 롤렉스 서브마리너 블랙 노데이트, 그중에서도 소위 '두줄 논데'라고 불리는 트리튬 모델(14060)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노데이트 / 6시 방향의 문구 최소화 등 디자인적으로 오리지널 서브마리너에 가까우면서도 너무 빈티지스럽지 마감과 소재, 그리고 신뢰의 3135 무브먼트 탑재 등 여러 장점이 있던 모델이었기에 위시리스트에는 오랫동안 올라와있었다. 다만 단종된지 꽤나 시간이 흐른 모델이었기 때문에 원하는 컨디션 / 구성품 및 스탬핑(기왕이면 탄생년)을 맞추려다 보니 쉽게 기회가 닿지 않던 모델이었다. (헐크 기추 이후지만 Tudor에서 블랙베이 54 모델이 나왔을 때엔 기회가 안되면 이쪽으로 기추할지도 고민을 오래했을 정도..)
그렇게 찾던 와중 시계모임이 아닌 타 모임에서 만난 분(알고보니 시덕이었던 분)의 손목에 올라와있던 시계가 바로 롤렉스 서브마리너 그린 헐크였다. 사실, 헐크의 존재 자체를 모르던 것은 아니었다. 서브마리너 발매 50주년 기념으로 나온 첫 그린 모델이었던 16610LV (속칭 커밋)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으며 (그당시로서는) 신형인 헐크에 대해서도 와치홀릭 등에서 자주 봤기 때문이다. 다만 '검은색 다이얼 - 그린 알루미늄 베젤' 인 커밋과 다르게 '그린 다이얼 - 그린 세라믹 베젤'을 가진 헐크는 부담스럽다 못해 너무 과하게 느껴져서 한번도 내 위시리스트에 올려본적이 없었다. 두꺼워진 크라운가드/러그에 대한 불호는 덤.
그런데 실제로 본 실물의 헐크는 내 상상과는 많이 달랐다.
분명 블링블링하고 빛나는 시계인 것은 맞지만 생각보다는 그렇게까지 튀는 느낌은 아니었고, 그때까지 봤던 어느 다이버시계보다도 만듬새가 좋았다. 그린-그린 조합은 확실히 블랙다이얼만큼 모든 복장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오히려 확실한 존재감의 매력포인트로 주기는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삽시간에 그린 서브의 매력에 빠져버린 나는 그린 서브를 기추하기로 결심했다. 마지막까지도 갈등하던 것은 구형 커밋으로 가느냐 / 헐크로 가느냐였는데..
구형 커밋 : 최초의 그린 서브. 최초의 맥시다이얼. 베젤 스왑도 가능하고 mk별로 즐기기 가능. 얇은 러그와 크라운가드.
신형 헐크 : 세라믹 베젤 적용. 그린-그린 조합. 개선된 브레이슬릿.
으로 고민을 꽤나 오래했다. 그러던 와중 현행 그린 서브 126610LV(스벅)이 나왔고 41mm로 커진 사이즈와 새로운 3235 무브먼트 등 다양한 점이 바뀌었지만,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블랙다이얼로의 회귀였다. 이에 나는 '롤렉스 서브마리너 스틸 중 유일한 유색 다이얼, 그것도 베젤과 매칭되는 롤렉스의 대표컬러 그린 다이얼 가진 시계'라는 점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최종적으로 헐크를 기추하게 되었다.
4. 사용하며 느낀점
사실 스펙적인 내용은 구형 서브 블랙(116610 LN)과 차이가 없기도 하고, 이 구형 서브 블랙에 대한 평가나 후기는 다른 곳들에서도 많이 볼수 있기 때문에 굳이 스펙 관련한 내용을 반복해서 적지는 않도록 하겠다.
롤렉스 섭마 헐크를 사용하면서 느낀 가장 매력포인트는 '광원에 따라 다양하게 바뀌는 다이얼색감' 이다.
소위 쨍~하는 느낌의 썬레이부터 시작해서 깊은 다크 블랙에 가까운 느낌까지 다양한 색감이 나오는데 이게 참 오묘한 매력이 있다. 주로 자연광이 강하게 비추는 한낮의 야외에서는 썬레이 느낌 / 실내의 조명 아래에선 톤다운된 그린의 느낌이 나왔는데, 이게 그 장소에서 내가 입는 복장과 묘하게 자동으로 매칭이 되다보니 의외로 TPO 챙길때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던 건 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뚱뚱해진 러그와 크라운카드로 인한 밸런스 깨짐 등은 사실 실사용하면서는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물론 사진상으로 비교해보면 5자리 구형 섭마 등보다는 덜 예뻐보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내가 차고 있는건 이 시계인데 굳이 내가 가지지도 않은 시계와 비교하며 애써 단점을 찾으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두 모델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다를순 있겠지만서도) 튀어나온 형태의 케이스백은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다이버시계라면 응당 가지는 조건이라 생각하기에 이에 대해서도 불만을 가진적은 없다. 무게감이 있는 신형 브레이슬릿은 구형 깡통 브레이슬릿에 비해 확실히 만듬새가 좋았고, 미세조정 기능이 있어 하루중에도 수시로 변하는 손목두께에 맞춰 조정할수 있어 편리했다.
오히려 가장 체감되던 아쉬움은 줄질의 제한이었다.
롤렉스 스포츠모델들은 종류무관하게 브레이슬릿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는 하지만, 헐크는 그린-그린 조합때문인지 그 단점이 유난히 부각되는 것 같다. 신형 브레이슬릿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F/W 시즌에는 조금 가벼운 줄질을 하고 싶은데 그 어떠한 줄질과도 크게 어울리지 않는 것은 참 아쉽던 점. 최후의 보루 수단으로 롤렉스 정품 쥬빌레 브레이슬릿을 구해서 착용해볼까도 고민했지만(63600 슈퍼 쥬빌레 / 62150H + 502T 조합) 200만원의 가격을 주고 브레이슬릿을 굳이.. 싶어서 포기.
추가로 특유의 인지도와 디자인이 남들에게 좀 튀어보이는 느낌이 들 때도 꽤나 있었다.
시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남이 무슨 시계를 차든 관심을 안준다고는 하지만, 블링블링한 그린세라믹 + 그린 다이얼 조합의 헐크는 다른 시계들보다도 유난히 시선과 관심을 모으는 것 같다. 각자의 생활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주변에는 예물 등으로 시계를 알아본 사람이 비교적 많은 편이기에 더 그런 것 같다. 특정상황이나 장소에서는 이 점이 장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나는 최대한 조용히 묻혀가야하는 것이 예상된다면 헐크는 배제하는 편.(사실 그런 날에는 그냥 애플워치를 찬다)
5. 종합 및 결론
종합하면, 내게 있어서 큰 고민없이 착용가능한 예쁜 스포츠워치 이다.
블랑팡 바티스카프가 전천후 시계로 툴워치부터 드레스워치까지 커버해준다면, 서브마리너 그린 헐크는 확실한 존재감 있는 스포츠시계이다. 대부분 케쥬얼한 복장을 입을 때 착용하긴 하지만, 확실한 격식이 필요한 자리가 아니라면 가벼운 셔츠차림에도 큰 고민 없이 손목에 올리는 시계. 언제나 예쁘고 블링블링한 시계. 신경쓰지 않으려고는 하지만 기추 후 평가(그리고 중고가가)가 더욱 올라간 시계.
지금은 오버홀 때문에 병원에 가 있지만, 곧 돌아오면 다시 아껴주면서 예쁘게 착용할 그린 서브마리너.
너도 평생 영구귀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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