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랜드, 모델명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매뉴얼 와인딩 - 부띠크 에디션
Vacheron Constantin Traditionnelle Manual Winding - Boutique Edition
Ref. 82172/000R-9412
2. 시계 사양
무브먼트 : 바쉐론 콘스탄틴 cal 4400 AS
- 파워리저브 65hr
- 메뉴얼 와인딩, 4.0Hz
- 시분+스몰세컨즈의 3핸즈
- 제네바 씰(Poinçon de Genève)
케이스 사이즈 : 38mm / 두께 7.77mm
러그 사이즈 : 20mm
러그투 러그 : 47mm
방수 : 30m(3 bar)
소재 : 핑크 골드
3. 구매동기
이전 브레게 클래식 5907과 랑에 삭소니아 씬 사용기때도 남겼듯 나는 드레스워치, 그중에서도 수동드레스워치에 대한 열망이 있어왔다. 다만, 랑에 삭소니아 씬이 내겐 너무나도 '과분한 시계'라고 느껴져서 방출한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하이엔드 드레스워치와는 거리를 두었다. 평소 정장을 입을 일이 적기도 하고, 방수/기스/자성 등 여러 면에서 금통 드레스워치를 차다보면 신경 써야할 여러 조건들이 내겐 부담스럽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한동안은 드레스워치 대신 다이버워치나 스포츠워치를 차고 다녔었다.
그러나 취향이 돌고돌듯, 결국 다시 드레스워치를 장만하고자 하는 욕구가 스멀스몰 올라오게 되었다.
다행히도 이전 다양한 시계들을 경험하면서 느낀 점들이 있었기에 아래와 같이 나름 확고한 기준을 세울 수 있었고..
- 사이즈 : 38mm 이하. 두께는 10mm 이하일것
- 무브먼트 : 수동 > 자동 >>> 쿼츠. 꼭 인하우스 무브먼트일 필요 없음.
- 기능 : 타임온리 3핸즈 or 데이트까지만. 초침은 있어야 하고, 기왕이면 스몰세컨드.
- 다이얼 : 아라비안 인덱스는 배제. 바 인덱스 > 로만 인덱스.
- 케이스백 : 씨쓰루백. 정통성과 착용감을 따지만 솔리드백이 맞지만, 잘 만든 무브먼트를 감상하고 싶음.
- 소재 : 프레셔스 메탈. 골드/백금/플레티넘 등
위 기준에 합당한 시계를 찾다보면 결국 누구나 한번은 고려하게 되는 시계, 드레스워치의 정석인 바쉐론 콘스탄틴 트레디셔널을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 고민은 소재와 색상이었다. 기본적으로 화이트골드와 핑크골드 모델이 있는데, 화이트골드의 경우에는 실사용자만이 아는 은은한 멋과 기품이 있기는 하지만 '실버 색상'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리베르소와 포지션이 겹치는 것 같아서 제외하고 핑크골드를 생각하게 되었다. 핑크골드 다이얼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이 세 종류가 있는데..
1) 일반판(000R-9382) : 실버톤 오팔린 다이얼.
2) (구형) 부티크 한정판(000R-9412) : 아이보리 베이지 컬러. 속칭 크림 색상. 단종된 모델
3) (현행) 부티크 한정판(000R-9888) : 아이보리 베이지 컬러 기요쉐 패턴. 이 역시 최근 단종.
의 세가지 였다. 리테일가 등에서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차피 신품 구매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일반 트래디셔널조차도 웨이팅이 수년이상이고 부띡 한정판들은 모두 단종) 중고가는 엇비슷했기 때문에 온전히 취향차이인 셈. 보통 이런 경우에는 실물을 보기 어려워서 상상속으로만 고민을 해봐야 하지만, 다행히도 시계모임 + 많은 선배들의 실사 사진덕에 직간접적으로 경험을 해볼 수 있었고...
음.. 일단 기요쉐 들어간 버전이 확실히 예쁘고 고급지긴 한데 너무 튀어보이는 것 같아.
드레스워치는 모름지기 조금은 단아한 멋이 있어야 하니까 제외.
그럼 남은 건 흰판과 크림다이얼인데.. 흰판은 생각보다 밋밋한 기분이네.
예전에 올려본 삭소니아 씬의 실버 다이얼보다도 깊이감이 적어보이고...
오케이! 그럼 9412 크림 일반판으로 간다!
위의 과정을 거쳐 결국 82172/000R-9412 로 결정하게 된다.
4. 사용하며 느낀점
기추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지만, 사용하면서 느낀 가장 큰 점은 시계 자체의 우아함이었다.
구성 요소 하나하나의 만듬새가 좋음은 물론이고, 직선과 곡선이 적절히 사용된 케이스 / 양각로고와 바인덱스 / 세련된 도핀핸즈와 스몰세컨드 / 케이스와 잘 어울리는 크림색 다이얼 등이 잘 어우러져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완성된 디자인을 보여주었다. 이전 경험해본 랑에의 시계가 '비어냄의 미학'을 보여주었다면 트래디셔널은 '조화의 미학'을 보여준 기분.
실사용면에서도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동드레스워치의 조건에 잘 부합하였다.
38mm의 사이즈와 7.77mm의 두께는 둘레 16.5cm, 너비 6cm인 내 손목에 딱 맞았고, 파워리저브 65hr의 cal.4400 AS는 관리면에서 용이했다. 시계생활을 할수록 큰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들때도 있지만, 언제나 기본에 충실한 피니싱과 오차를 보장해주는 제네바씰은 덤.
위의 조건들이 부합되다보니 기추 이후 정말 적극적으로 손목위에 올리는 중이다.
이전에 랑에 삭소니아씬 때는 부담스럽고 '내가 시계에게 압도당하는 기분' 때문에 결국 방출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더 잘난 사람이 되어서 극복한 것이라고는 딱히 느껴지지 않기에, 시계 자체가 조금 더 편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고 해석하는게 맞을 것 같다.(정장 입을 일이 많아져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적극적으로 반팔 차림에도 손목 위로 올리는중이다.) 6시의 스몰세컨드 덕에 소니아씬 때 느꼈던 초침부재로 인한 심심함이 사라진 것은 덤.
이렇게 완벽하게 느껴지는 바쉐론이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닌데 바로 악명 높은 와인딩감.
수동시계의 묘미는 소위 밥주는 시간으로 와인딩을 할때의 또르르하는 감각이 중요한데, cal.4400은 그 와인딩감이 안 좋기로 유명한 무브먼트이다. 가벼운 것도, 무거운 것도 아닌 애매한 느낌의 와인딩감인데, 특정 수준 이상 감기면 그 감이 더 나빠지다 못해 불쾌할 정도의 느낌이 전달된다. 그렇지 않아도 용두가 작아서 와인딩 자체가 쉬운편이 아닌데, 감을때의 느낌이 워낙 별로이다 보니 스트레스 받기 마련. 그나마 파워리저브가 길어서 자주 감을 필요는 없는 것은 위안점.(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감아주는게 습관인지라 매번 스트레스 받는다)
5. 종합 및 결론
종합하면, 내게는 가장 완벽한 이상적인 드레스워치이다.
물론 이 시계보다 더 비싼 시계도, 더 마감이 좋은 시계도, 더 기능이 많은 시계도 이 세상에는 많다.
그러나 내가 경험해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건들을 만족하는 하이엔드 심플드레스워치를 뽑으라면 이 시계보다 더 좋은 시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아하고 단정한 시계. 볼수록 매력있는 시계.
시계생활에서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이 시계는 방출 없이 영구소장한다'는 말이라고 한다. 아직은 알아가는 단계이기에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내게는 위 문장이 거짓이 아닌 진실로 유지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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