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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너무 무거운 일, 암울한 일만 생각하고 지낸 것 같아서
조금은 가벼운 이야기들을 환기시키고자 적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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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핫했던 넷플릭스 흑백요리사를 참 재밌게 보았다.
물론 1-4화에 비하면 뒤로 갈수록 쳐지는 편집, 너무 잦은 팀전, 뻔한 결말 등 단점도 여럿 보이긴 했지만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챙겨가며 이렇게 본건 참 오랜만인것 같다.
한때는 고급외식 문화를 열심히 공부하고, 맛집들도 여럿 찾아다니며, 나름의 평가도 매겨 글도 썼었는데
이제는 심적, 물적 여유가 없어서인지 그 어떤 맛난 것을 먹어도 크게 감흥이 없는 것 같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이 몸바친 길, 걸어온 길을 증명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어찌보면 당연한듯 뻔하면서도 꽤나 감동적이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공감했을 에드워드 리 쉐프의 모습이)
기회가 된다면 프로그램에 나온 요리사분들의 식당을 쭉 방문해보고 싶지만
그 험난한 웨이팅을 뚫고 신청해볼 자신이 없기에
인기가 좀 빠진 후에 방문해보고자 한다. 한 일 이년 뒤쯤?
(그때까지 내 기대감도 같이 빠지지 않는다면 말이지..)
그냥 별일 없이 산다, 죽지 못해 산다, 살아지니까 산다 등으로
자포자기하면서 조금씩 익사해가던 나의 모습을 반성하게 해준 좋은 프로그램이었기에
후속작이 더더욱이나 기대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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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학회 차 경주를 방문했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경주를 마지막으로 가본게 중학생때인 것 같으니 거진 20년이 되었다.
학회 일정으로 많은 곳을 방문해보지는 못했지만
멀리서나마 구경해본 보문호와 경주월드는 잠깐의 목격만으로도 훌륭한 환기가 되어주었다.
물론 내가 술을 마신건지, 술이 나를 마신건지 모르게 취해버려
제대로 된 기억이 남아있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이 또한 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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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술을 마셨을까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냥 그동안 속상했던 일이 많았던 것 같다.
노력하지 않는 '나'에 대한 실망과 좌절감이야 언제나 가지고 있던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남'에 대한 실망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100만큼 해줬을 때 100이 돌아오길 기대한 적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적도 없지만
적어도 10만큼은, 아니 돌아오는게 없어도 그저 말뿐인 감사라도 받길 원하는게 그렇게 큰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따라 잘해주면 잘해줄수록 더더욱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여럿 만난 것 같다.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인건지
아니면 잘해주고 배려해주면 내가 호구로 보여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인류예찬' '인간찬가'가 핵심 가치인 내게 있어서는 너무 큰 상처들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공격적으로, 배려 없이, 오로지 나만의 것을 챙기면서 행동을 여럿 해봤는데
하면 할수록 내가 더 불편하고 괴롭고 찜찜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양날의 검 한쪽 날을 손으로 잡고 남을 찌르니 내 손도 아픈 기분이랄까.
누군가에 의한 괴롭힘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저렇게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거면, 그 전에 복수라도 해보고 가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적 있었는데
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못된다는 것을 깨닫게되었다.
그럼, 결국
다시 예전처럼 사는 수 밖에.
나의 것을 남에게 나눠주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위선이든, 선민의식이든, 우월감이든지간에
주고나면 돌려받을 것을 아예 기대하지 않으며
누가 보기에는 호구처럼 보일지언정
삶이란 결국 각자만의 방식으로 풀어가는 것이기에
괴롭고 슬프고 지치더라도
외로움은 이미 나의 삶의 일부가 되어있음을 다시금 되새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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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작용임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리운 것은 그리운 것이겠지.
30년 전의 오늘은, 나에게도 축복이었을거야.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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