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박민호 마술사의 공연 '롤러코스터' 리뷰이다.
박민호 마술사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정상급 마술사중 하나로, 최신혁 마술사와 함께 '매직 브라더스'라는 이름으로 마술인들의 올림픽인 FISM 수상을 한적도 있는 마술사이다. 현재는 마술공연 및 교육을 담당하는 마술회사인 '문엔트리'의 대표이기도 하다.
내가 마술에 보다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계기가 바로 박민호 마술사님의 '상상의 조각' 공연 관람이었는데, 올해 마지막으로 보게 된(+ 아마 한동안 마술과 거리를 두게 된 이 시점에서) 공연이 박민호 마술사님의 공연이라니 뭔가 묘한 기분이다.
오늘 관람한 공연도 언제나처럼 이수-사당 사이에 위치한 문엔트리에서 진행되었다.
수업 / 공연을 포함하면 20 - 30번은 족히 찾아간지라 이제는 눈감고도 찾아가는 것이 가능한 장소.
마술공연
오늘 관람한 '롤러코스터' 공연은 관객 20여명이 참여하는 중간규모의 팔러-스테이급 공연이었다.
약 1시간 30분동안 진행되었고, 박민호 마술사님 외 이재홍 마술사님과 제니 마술사님이 같이 참여하여 공연을 진행하였다.
'왜 마술공연에서는 다같이 신나게 뛰어놀면서 즐길 수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는 그의 말처럼 공연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과 같았다. 기존의 마술공연들에서 관객의 표현이 자리에 앉아서 감탄의 표출에 그쳤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다같이 뛰기도 하고 소리지르기도 하는 등 정말 시간 가는줄 모르게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연출적으로는 '중요한 일', '동료', '믿음', '의심', '돌아보는 시간', '강한 동기부여'라는 6가지의 주제를 바탕으로 하여 다양한 연출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카드마술, 링킹링, 컵앤볼, 댄싱 실크 등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마술들이 쉴 새 없이 휘몰아쳤는데 하나하나 다 퀄리티 높았다. 세 마술사분들의 잘 맞는 쿵짝과 꽁트 역시 무대의 텐션을 억지스럽지 않게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너무 관객들이 지치지 않도록 적절히 쉬어갈 수 있는 시간들과 타이밍이 존재해서 전체적인 완급 조절도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공연 구성이었다. 언제나처럼 완벽한 조명과 음향 조절은 덤.
후기
무지개에는 3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행운, 행복, 그리고 희망.
한 마디로 '롤러코스터를 타는듯한 즐거움 속 희망찬 결말'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온전히 공연을 이렇게나 신나게 즐겼던 시간이 언제였던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던 시간.
언제부터인가 마술뿐만 아닌 영화, 연극, 뮤지컬 등 작품들에서 '심도 깊은 메세지의 전달'을 중요시여기기 시작한 것 같다. 소위 '예술스러움의 강조'라고 할까. 그 정도가 적절하고, 화자의 생각이 온전히 담긴 이야기라면 당연히 좋겠지만, 많은 이들이 '있어보이기 위해서' 자신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 뻔하지 않기 위해서 과도로 곡해하고 비튼 우울한 이야기 등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소위 명작이라는 작품들을 보고 나서 실망하고, '에이, 이게 전부가 아니겠지'라고 하며 평론가들이나 전문 리뷰채널의 기사를 찾아보고서 그제야 이해한적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틀린 감상법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으나,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지적 허영'에 치우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본 공연은 나에게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직관적으로 신나고, 재밌고, 신기한 공연. 그러면서도 퀄리티 있고, 분명한 메세지가 담겨있는 공연.
즐겁고 에너제틱한 공연 속 은은하게 느껴지는 '나야, 무지개.'가 느껴지는 공연.
한동안은 여러 일로 마술계를 떠날 내게 있어(엄연히 말해서는 제대로 담군적도 없지만...)
가장 완벽한 선물을 받은 것 같던 시간. 이제는 완연한, 마법의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소중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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