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2025.02.02 온라인으로 진행한 MK 세미나 리뷰이다.
일본의 마술사인 MK는 최근 그 명성을 떨치기 시작한 마술사로, 브리티쉬 갓 탤런트에도 출현하여 골든부저 및 파이널 무대까지 진출한 마술사이기도 하다. 사실 내가 잘 알던 마술사는 아니었는데, 언제나처럼 고마우신 마술사 하근봉님의 홍보로 알게되었다.
하근봉 마술사님은 일본의 여러 마술사들과 교류하며 한국에 소개하는 징검다리를 하고 계신 고마운 분이다. 폰타 더 스미스, 못썬, 후키 등 유명한 마술사부터 슌, 유키모토 등 재야의 고수 마술사들까지 다양한 방식의 마술을 우리에게 소개시켜주고 있는 그의 노력은 매번 정말 경이로울 정도.
약 2시간동안 진행된 이번 세미나의 구성은 크게 카드마술과 동전마술로 구성되어 있었다. 참가비는 3만원이었으며 (언제나처럼) 일본어를 통역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렉처 진행 + 녹화본 1달간 제공이 되었다.
1. 카드 마술 파트
1) 신비로운 카드 찾기
연출 : 관객이 고른 카드를 덱 안에 넣고 관객이 섞었음에도 마술사가 찾아내는 현상
연출 자체는 굉장히 흔한 타입이지만, 관객이 직접 덱을 섞기도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연출. MK가 말하듯 일반관객보다 마술사들이 더 신기해할 연출이다.(키카드, 마킹덱 등이 아니니까) 기술이 들어가는 타이밍이 핵심인 마술인데, 연습해보면 생각보다 꽤 어렵게 느껴진 마술
2) 스탑 카드 프로덕션
연출 : 마술사가 덱을 섞고 있을 때 관객이 스톱을 외치고 외친 부분에서 덱을 나눠 세 패킷으로 나눈다. 각 패킷의 맨 윗장은 모두 같은 값을 가졌고, 비어있던 마술사의 손에서 나머지 한장이 나타난다.
굉장히 간단한 해법을 통해 매우 깔끔하고 재미진 연출을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이던 연출. 보는 입장에서는 정말 신기했는데, 생각해보면 오히려 지금보다 마술을 잘 몰랐을 시절이라면 생각해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좋은 효과의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서 굳이 어려운 기술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교훈을 보여준 연출이었다.
3) Celldivision
연출 : 1장의 카드가 점점 분열하면서 4 of kind로 바뀌는 연출
4 card production류 마술은 크게 2가지인 것 같다. 말도 안되게 섞었는데 신비하게 모인다거나, 혹은 나타나는 과정이 매우 비쥬얼하다던가. 이 마술은 후자에 해당되는 마술로, 마술이름 그대로 마치 카드가 세포분열하듯 나눠지면서 4장이 나타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MK가 가장 처음 만든 마술이라 하며 가장 애정하는 마술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던 마술.
4) 4카드 리버스
연출 : 같은 값을 가진 카드 4장을 덱에 넣고 신호를 주면 그 카드 4장만 뒤집어지는 마술
내가 좋아하는 카드 기술이 오랜만에 쓰여서 반갑던 마술. 해법 자체는 간단한데, 정말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현상이 이루어지기기도 하고, 이 기술로 이런 현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못해서 머리가 띵~했던 마술.
5) 카드 기술 - 액션팜
위의 마술들에서 직접적으로 쓰이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유용한 기술인 액션팜 기술 2가지도 배울 수 있었다. 드리블을 하면서 하는 '드리블 팜'과 폴스컷을 하면서 하는 '폴스 컷 팜'을 알려주었는데, 보기와 다르게 꽤나 어렵게 느껴졌다. 아직 절대적인 연습 시간이 충분하진 않았지만, 느낌적으로는 능숙하게 하려면 최소 몇달은 잡아야 할 것 같은 느낌. 단순 기술만 알려준 것이 아니라 이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마술들을 간략하게 소개해줬는데, 마술 자체보다도 하나의 기술을 기반으로 마술로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이 재밌었던 파트.
2. 동전마술 파트
1) 원코인 몬테
연출 : 1개의 동전을 마술사가 숨기고, 어디로 갔는지 관객이 맞추는 전형적인 갬블 형태의 루틴, 그런데 끝에 반전이 있다.
연출의 흐름은 흔한 몬테류인데, 마지막 반전이 인상적이던 연출. 마지막 반전을 만들게 된 이유가 단순히 새로움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행복감을 주기 위함이라는 면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던 연출이다. 연출 자체도 보통 많이 보는 카드 여러장을 이용한 몬테가 아니라 카드/지갑/손 등 다양한 오브젝트를 이용한 것도 신박했다.
해법설명파트도 상당히 재밌었는데 우선 동일한 연출을 다양한 방식의 해법으로 알려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각 해법의 자세한 핸들링은 물론이고, 해법 간 장단과 우위 및 적절한 상황 등을 알려주었는데, 일반적인 렉처들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 색다른 느낌이었다. 마술을 만들때 특정 현상(혹은 그림)을 먼저 떠올리고 해법은 나중이라는 것이 떠오르던 파트. 다양한 방식이 사용되었지만 하나하나가 어렵지는 않았기에 연습해봄직하다고 느낀 연출이었다.
2) 원코인 루틴
연출 : 동전이 사라지고 나타나며 통과하기도 하고 변하기도 하는 MK만의 원코인 루틴.
MK만의 코믹하면서도 비쥬얼한 원코인 루틴이다.
사실 이런 원코인 루틴류는 보다보면 어느정도는 비슷하기 마련인데 '관객의 손을 통과'하는 장면은 처음 본 것이라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난이도가 굉장히 어렵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어떤 한 요소' 때문에 해법적인 면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던 연출. 머슬패스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라는 생각과 더불어 몇가지 핸들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마음에 들었지만 내가 이 연출을 이 해법 그대로 할 것 같지는 않다.(가능할 것 같지도 않지만..)
3. 종합 및 총평
정리하면 '간단한 기술들의 조화로 어떻게 연출을 만들어내는지를 배울 수 있던 시간'라고 느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엄청나게 새롭거나, 굉장히 신박한 무언가를 배웠냐?'고 하면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 버렸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고, 개인적으로는 2가지 연출과 한가지 아이디어를 건졌기에 만족했다. 종종 어떤 이들은 렉처를 보면 해법만 보고 마술을 할 줄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들이 백날 새롭고 어려우며 기괴한 기법을 배운다 하더라도 실제로 관객 앞에서 퍼포밍할 수 없으면 그것은 마술 1일차에 배우는 기술만도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금방 익힐 수 있는 기술로 새로운 연출을 만들고 익히는 법을 배운 이번 렉처는 내겐 충분히 좋은 시간이었다.
가격적인 면과 시간적인 면에서도 만족했다. 요즘 고물가시대를 반영한 것인지는 몰라도 온라인/오프라인 렉처들의 가격이 다 상향평준화가 되고 있는데, 3만원이라는 가격은 부담스럽지 않은 딱 적정 선으로 느껴졌다. 2시간이라는 시간도 딱 집중을 잃지 않을만큼의 적절한 시간이었고, 특히 다른 줌 렉처들과 다르게 이번 렉처는 와이파이 끊김 문제나 통역 시 오류 등의 문제 역시 없어서 말 그대로 깔끔한 렉처 진행이 되어서 좋았다.
끝으로 하근봉 마술사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본인의 시간과 돈을 써서 다양한 마술사를 섭외하고 렉처를 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텐데, 매번 수고하고 소중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 너무나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후키, 못썬 등 다양한 마술사의 줌 렉처가 있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거의 참여하지 못했기에 앞으로의 렉처에는 자주 참여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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