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2024년 08월 18일 진행한 에릭 치엔의 렉처쇼 및 워크샵 행사 리뷰이다.
이번에도 아르카나에서 주최하여 진행한 행사로 17일&18일 양일간 진행되었으며, 난 그중 두번째 날 참여하였다.
에릭 치(Eric Chien)은 클로즈업으로 유명한 대만의 마술사로, 2018년 마술사들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FISM 부산에서 마이크로매직 및 클로즈업 그랑프리 1등을 수상한 세계적인 마술사이다. 수상 이후 America's Got Talent, British Got Talent 등 다양한 방송에 출현하고 있으며, 최근 한국 SBS에서 진행한 마술 경연 프로그램인 '더 매직스타'에도 참여하여 일반인들에게도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아르카나와 협력하여 한국에서 렉처쇼를 진행한다고 하여 공지가 올라자마자 바로 신청하였다. 이번에 진행된 장소는 (아르카나 오프라인 행사에 자주 참여했으면 익숙할) 문래역에 위치한 스페이스 T 소극장. 여러 명이 참여하여 공연을 보기에는 좋은 곳이지만, 냉방시설 및 주변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무엇보다 좌석과 무대사이의 각도가 애매해서 마술렉처(특히나 클로즈업)을 보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라서 걱정이 앞서며 행사에 참여했다.
** 언제나 그렇듯 미리 공개된 내용이 아니면 최대한 자제하여 기술하면서 적도록 하겠다. 다만 블랙아트 부분은 톡방이나 다른 후기에도 많이 언급됨 + 내용이 굉장히 좋았기에 대략적인 느낌만이라도 언급하겠다.
1. 렉처쇼
먼저 진행된 렉처쇼는 대략 30-4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하였다. 10:30 - 13:30 까지 3시간동안 쉬는 시간 없이 논스톱으로 진행되었고 기본 기술 설명 + 루틴설명 + 질의응답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대부분의 국내 렉처쇼와 다르게 비마술인 일반관객의 비중이 높았다는 점. 최근 매직스타에서의 위상을 자랑하듯 소위 팬미팅 느낌으로 참여한 관객들도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마술이 보다 대중에게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본 렉처의 내용은 에릭 치이 생각하는 카드마술의 4가지 기본 기술에 대해서 설명하며 시작하였다.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점차 어려운 것으로 가면서 설명해줬는데, 카드 입문자를 타겟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중간중간 알려주는 팁들 중 일부는 에릭만의 터치가 들어간 느낌이 있어서 배울점이 있었다. 이어서 해당 기술들을 이용한 실제 예시 연출들(위의 목록에 열거된 마술들)을 보여주었는데, 크게 어렵지 않은 기술들을 이용하여 느낌이 색다른 연출을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렉처 내용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나 래핑과 블랙아트 파트. 래핑의 경우에는 몸의 활용이라는 컨셉을 통해 당위성을 부여하는 방식을 설명해주었고, 블랙아트의 경우에는 실전에서의 사용시 고려해야할 요소들과 커버 방법을 위주로 설명해주었다. 사실 두 파트 모두 다 아마추어 마술사라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기도 하고, 실전에서의 사용을 두려워하는 느낌이 강한데 본 렉처를 듣고 난 후에는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될 정도의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다만 렉처홍보에서 강조하던 요소 중 하나인 '팜'의 경우에는 특별할 것이 없던 것은 약간 아쉬웠다.(아무래도 초보자에 맞춘 설명이다보니 그런지는 몰라도..) 더불어 그의 시그니쳐 리텐션 베니쉬는 눈앞에서 봐도 정말 신기할 정도였는데, '그냥 해봐, 아주 쉬운건데..'라고 하는 그의 발언과 달리 쥐날정도로 아려오는 내 엄지를 보며 자괴감이 들던 것은 덤..
종합하면 '에릭 치 스타일의 마술에 대한 소개'의 시간이었다.
크게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 기술들을 어떻게 섞어서 연출을 만들어내는지와 더불어 실전에서의 여러 팁들이 인상적이었던 렉처 시간. 본 렉처에서 중간중간 깨알 제품 홍보를 비롯한 웃음포인트들도 있었고, 많은 QnA 를 통해 다른 마술인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했던 것도 좋았다.
걱정했던 시설 역시도 큰 문제 없었다.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각도상 문제로 패드에 스프레드된 모습 등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정면 + 위쪽 + 측면 3방향 카메라와 넓은 화면을 적극 활용하였기에 나뿐만 아니라 뒷자리에 앉은 수강생들도 큰 무리 없이 볼 수 있었다. 다만 예상했던 대로 냉방이 원활하지 않아 조금 덥기는 했고, 특히나 조명까지 강하게 받으면서 렉처를 진행한 에릭의 경우에는 중간중간 땀 흘리는 모습이 보여서 약간 안쓰러울 정도. 크게 불편하거나 거슬릴정도까진 아니었지만 다음번에는 다른 더 넓고 좋은 곳에서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 없는 것 같다.
2. 워크샵
쉬는 시간을 가진 후 이어서 워크샵이 진행되었다. 약 30 명 정도가 참여했으며, 15시~20시까지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진행되었다. 앞서 진행된 렉처쇼가 입문자 위주였다고 하면, 여기서는 보다 숙련자를 타겟으로 하여 진행되었고 그의 시그니쳐 액트인 'Imagination Coin' 루틴과 최근 매직스타에서 선보인 'Ambitious' 루틴, 그리고 생활 마술인 Dancing Straw 와 더불어 질의응답의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첫번째로 진행된 'Ambitious'는 위의 매직스타에서 나온 액트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마술사라면 이미 익숙한 핸들링뿐만 아니라 관객이 싸인하고 직접 중간에 넣은 카드가 바로 위로 올라오는 법, 카드 박스 비닐이 복원되는 법, 시계와 반지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 등 정말 모든 것을 알려주는 시간이었다. 생각보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세팅 없이 간단한 방법을 적절하게 조합하여 놀라운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엠비셔스 카드 루틴의 경우에는 나 뿐만 아니라 많은 마술인들이 카드마술을 입문할때 배우는 루틴 중 하나이며, 각자만의 핸들링과 스타일이 있는 루틴이기도 하다. 나 역시 본 액트를 그대로 퍼포밍할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되지만서도, 처음과 마지막에 비닐포장까지 되어있는 새 덱으로 돌아오는 부분은 본 액트 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카드 마술에서도 쓸수 있을 것 같아서 만족스럽던 시간.
두 번째로는 그의 시그니쳐 액트인 'Imagination Coin' 설명 시간이 있었다.
여기서도 처음 종이에 그린 그림이 코인으로 바뀌는 것부터 시작해서 맨 마지막 테이블의 모든 코인이 그림으로 변하는 것까지 정말 모든 과정을 다 설명해주었는데, 앞서 'Ambitious'와 다르게 본 루틴에서는 미리 세팅하거나 준비할 것이 다수 포진되어 있어 실전에서는 더더욱 할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인상깊게 본 부분은 역시 처음의 그림이 동전으로 변하는 부분과 마지막에 동전이 사라지고 손바닥에서 나타나는 부분. 사실 기대했던 파트는 그의 리텐션 테크닉과 STC 컨트롤이었는데, 리텐션 테크닉은 굉장히 짧게 지나가고 STC는 시간관계상 추후 영상으로 따로 제공한다고 하여 약간 아쉬웠다.(영상이 돌려보긴 좋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직접 보고 물어보는것만은 못하다 생각해서..)
애석하게도 렉처 외적으로 약간의 잡음이 있던 시간이기도 했는데, 워크샵 참여인원 전원에게 본 연출을 위한 도구를 모두 준다고 했는데 갯수가 모자라는 일이 있었다. 아마 에릭 치측에서 준비과정에서 미스가 있던 것으로 생각되며, 아르카나측에서는 반복한 사과와 함께 추후 따로 배송해주기로 하였기에 현장에서는 큰 문제는 없이 마무리되었다.
c.f.) 사실 나는 갯수 부족보다도 조약한 퀄리티에 실망이 컸다. 물론 기존에 240달러(베니싱 잉크 기준)에 팔던 기믹을 그대로 제공할 것이라고는 생각 안했지만(30만원짜리 워크샵에서 저것을 그대로 주면 말그대로 땅파서 장사하는 급이니..) 그래도 원본과는 여러면에서 퀄리티 차이가 극심했다. 무엇보다도 씬코인 자체를 제공해주지 않는 것이 아쉬운데, 심지어 별도구매시에도 인당 1개로 갯수 제한이 있어서 본 루틴을 그대로 하기에는 어려웠다. 에릭이 홍보글에서 말하던 26만원 상당 기믹 구성품을 준다고 한것이 너무 과장이 아니었나.. 싶던 파트.
'Dancing Straw' 렉처는 앞서 있던 두 마술과 다르게 일종의 생활 마술로, 식당등에서 가볍게 보여주기 좋은 마술이었다. 빨대 및 음료의 선택에서 고려할점 및 핸들링의 디테일면에서는 역시 얻을 것이 있긴 했으나, 이렇게 세팅할거면 차라리 다른 기믹을 쓰는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던 파트.
1시간에 걸쳐 진행된 마지막 질의응답 파트에서는 기대와 다르게 큰 수확은 없었다. 에릭 치의 마술관이나 비전, 마술사로 활동하기 전의 이야기 등을 듣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지만, 소위 '좋은 질문'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일부는 무례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질문도 있었다) 아무래도 워크샵이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기도 했을 뿐더러, 금일 배운 내용들을 머리속에 정리하기도 바빠서 그랬던 것 같긴 하지만서도(나도 딱 이런 상태여서 남에게 뭐라 할 말은 없지만서도) 아쉽던 것은 사실. 끝마무리에 에릭이 다음 FISM 그랑프리용이라고 하며 공개한 15초의 영상이 있었는데, 굉장히 비쥬얼하면서도 충격적인 모습이어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던 마무리였다.
앞서 렉처쇼가 '에릭 치엔 스타일 마술의 소개'라면, 이번 시간에는 '에릭 치엔의 스타일 마술의 이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렉처쇼 설명때보다 디테일면에서도 훨씬 자세했고, 그의 두 액트를 정말 낱낱히 분해하여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단순히 기술이나 해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서 연출을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액트들의 해법을 정말 그대로 공개하는 에릭이 대단하게 느껴지던 시간.
물론 판매상품의 갯수 제한 및 형평성 문제, 워크샵 기믹 부족 문제 등 진행이 껄끄롭지 못하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기믹 부족의 경우에는 관점에 따라서 해당 루틴 설명에 있어서 지장이 있다고 할수도 있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점들이 워크샵 전체 흐름에 있어서 큰 지장을 주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이러한 문제들은 아르카나보다는 에릭 치엔쪽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아르카나측에 책임 전가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토요일 워크샵 당시의 에릭 치 측 준비물 미흡 등을 고려하면 더더욱이나..)
끝 마무리가 깔끔한 느낌은 아니었고, 중간중간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럼에도 배운 점이 많았던 시간. 한두가지 아쉬운점보다 나머지 9-10가지의 좋았던 점에 집중한다면 얻어간 것이 많아 만족스럽다고 느끼기 충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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