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브랜드, 모델명
브레게 클래식 5907 BA
Ref. 5907
2. 시계 사양
무브먼트 : Cal 511DR
- 파워리저브 : 95시간
- 수동 무브먼트
- FP 1150에서 로터를 제거,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추가
케이스 크기 : 34mm / 두께 7.5mm
러그 사이즈 : 18mm
러그 투 러그 : 41mm
방수 : 30m
소재 : 옐로우 골드
3. 들이게 된 계기와 경험담
시계를 취미로 하다보면 누구나 '드레스 워치'를 들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미 정장에 서브마리너를 차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지만, 스포츠워치가 가지지 못하는 드레스워치들만의 특유의 만듬새와 감성은 시계덕후들의 마음을 자극하기 마련. 당시(그리고 지금도)에 나는 가지고 있던 드레스워치에 대해서 몇가지 기준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 사이즈 38mm 미만 : 셔츠 속에 쏙 들어오면서 감춰져야하는 맛이 있어야 하는 법
- 소재는 프레셔스 메탈 : 꼭 그래야 하는건 아니라지만,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면 골드/백금/플래티넘 등 소재를 써야 감성이 추가
- 무브먼트 : 인하우스일 필요는 없지만 최소 에보슈를 적극적으로 수정한 무브먼트일것. 수동 > 자동 >>> 쿼츠
- 타임온리 or 데이트까지만 : 컴플리케이션은 多多益善 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심플 드레스 워치는 복잡해서는 안된다는 곤조
- 다이얼 : 로만인덱스나 바인덱스.(아라비아 인데스는 피할것) 6시 스몰세컨드면 금상첨화
- 케이스백은 씨스루를 선호 : 전통적인 드레스워치라면 오히려 솔리드백으로 가야하지만, 굳이 잘만든 무브를 감출 이유가..?
- 브랜드 : 누구나 알만한 하이엔드면 좋다. 적어도 만듬새가 좋기로 정평난 브랜드.
위와 같은 조건과 더불어 가용가능한 금액대의 드레스 워치를 알아보면 (당시 기준으로는) 아래의 후보군이 있었다.
- 브레게 클래식 5907 / 5157
-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스몰세컨드 82172
- 랑에운트죄네 삭소니아 씬 37mm
- 파텍필립 5119
-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울트라씬 문
- 모저앤씨 마유
(결국은 이들중 다수를 경험하게 되었지만)
그중 가격대면에서 접근이 제일 쉬우면서도 당시로서 가장 궁금하던 브랜드인 '브레게'의 수동드레스워치인 5907을 들이게 되었다.
들인 이후로는 상당히 만족하면서 차고 지냈다.
무엇보다도 브레게의 엔트리 시계임에도 불구하고, 소위 '브레게 시계'하면 떠오르는 요소들을 여럿 포함하고 있었다.
클라우드 드 파리 패턴의 다이얼 / 브레게 블루핸즈 / 골드 닷 인덱스 / 브레게 비밀 서명 등 무엇 하나 빠지지 않아 있는데, 이는 타 브랜드들에서 엔트리급 시계에는 고의적으로 일부 디테일을 누락하여 가격대별 급차이를 두곤 하는 것과 상당히 대조되는 행보이다.
씨쓰루로 관찰되는 뒷백도 인상적. 프레드릭 피게의 워크호스인 FP 1150에서 로터를 뺀 버전이기에 특별할건 없지만, 제네바 스트라이프 및 앵글라쥬 처리 등의 기본적인 피니싱이 잘 되어있고, 무엇보다도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아주 매력적. 수동시계에서 자칫 다이얼 전면에 있으면 밸런스를 깨기 쉬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뒤로 뻈으며, 오른손잡이 기준 와인딩시 차오르는 모습이 직관적으로 잘 보이도록 설계되어 있는 세심한 디테일이 포인트였다.
다만 자동무브먼트에서 로터를 뺀 버전이기에, 특유의 헛도는 와인딩감과 더불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풀로 찼음에도 계속 와인딩이 되는 점, 그리고 플레이트로 덮힌 부분이 너무 많아 밸런스휠 외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은 아쉬운 점.
FP 1150 기반이다보니 95시간이라는 긴 파워리저브는 실사용면에서도 편리했고, 두께도 앏으면서 일오차는 3초 미만의 안정성을 보여준 것도 브레게의 훌륭한 시계 만듬새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4. 방출한 이유
이렇게나 만족했던 시계지만, 결국은 영구귀속되지 못하고 방출되었다.
크게 2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1) 시계의 사이즈가 내겐 너무 작았다.
34mm의 사이즈(실측 33.5mm)는 전통적인 드레스워치의 사이즈로는 아주 제격, 아니 오히려 큰 편에 속한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나는 20세기 초를 살아가는 영국의 정장신사가 아닌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의 직장인이기에, 데드 드레스워치와 풀정장 차림을 입어야 할 일이 적었고, 이러한 사이즈는 실사용면에서 내겐 너무 작게 다가왔다. 평소 손목이 쏙 들어가는 정장차림이 아니라 케쥬얼, 혹은 반팔차림에 데일리로 차기에는 작게 느껴지던 시계.
더불어 34mm의 사이즈에 오밀조밀 매력포인트들을 잘 넣은 것에는 감탄했지만, 실사용중에는 거의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굳이 디테일을 관찰하고자 현미경 보듯 핸드폰 접사모드를 켜는 나 스스로의 모습은 이따금 현자타임까지도 불러오곤 했다.
2) 재미가 없다..
분명 브레게만의 아이덴티티가 담겨있고, 사이즈 외에는 실생활에서도 크게 불편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 시계를 방출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재미가 없다 였다. 소위, '다른 시계에는 없는 이 시계만이 가지는 고유의 매력이 있는가?'에 대한 대답에 자신있게 긍정할 수 없었던 것. 같은 브랜드 내에서라면 3137, 3330 등으로 대표되는 클래식 시계들이 있고, 타 브랜드의 엔트리급 드레스워치들은 해당 브랜드 내 상위라인업과는 비교되는 고유의 디테일들이 있다고 느껴졌다. Rough하게 말해 돈이 더 있다면 더 매력적인 시계를 구할 수 있어서 대체되어버리는, '좋은 시계이나 최종 정착할 수 있는 시계는 아니다' 라는 결론을 내게 되었고 방출을 하게 되었다.
5. 교훈
브레게 5907를 통해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를 처음 경험할수 있었고 브레게라는 브랜드, 그리고 하이엔드 드레스워치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계속된 기추/기변의 시작)
다만 좋은 시계라고 해서 그 시계가 모두에게 잘 맞는 최종 정착지의 시계는 아니라는 점, 그리고 내게 있어서 34mm의 사이즈는 작다는 교훈을 준 시계. 방출 이후에도 이따금 생각은 났지만, 다시 들일 생각은 들지 않던 시계이다.
교훈
시계의 사이즈는 35mm 이상으로 가져가자
구매 전 그 시계만의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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