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arcanamagic.com/product/ph-acaan-ph/
0. 서론
언제나 이야기거리와 논란이 함께하는 PH와 카드마술계의 뜨거운(벌써 몇년, 아니 수십년동안..) 감자인 아칸의 만남이다. 사실 그동안 구매한 아칸이 워낙 많아서(영상, 서적, 개인 유튜버 등에게 구매한 것을 합하면 10개가 넘으니) 하나하나 리뷰하기보다는 적당히 한게시글로 추려서 정리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길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는 아칸에 대해서 먼저 정리하고 넘어가는게 좋겠다 싶어서 이 PH 아칸 세미나를 리뷰할겸 정리할겸 먼저 글을 쓴다.
우선, 아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듯 Any Card At Any Number의 줄임말로, 관객이 말한 카드가 관객이 말한 숫자번째에서 나오는 카드마술이다. 다른 비쥬얼적으로 신기한 마술들(ex> 관객이 고른 카드만 뒷면이 다른색인 레드 핫 마마라던가, 중간에 넣은게 계속 올라오는 엠비셔스라던가, 혹은 아예 찢어졌다가 다시 붙는 톤 앤 리스토어라던가)과 달리 확률적으로 낮은 현상이라는 점에서(사실 엄밀하게는 1/52밖에 안되긴 한다. 관객이 말한 카드가 그 숫자번째에 있고 나머지 카드가 모두 백지라면 1/52 * 1/52이겠지만 이건 오히려 관객에게 포스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아칸의 본질에서는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마술사들에게는 신기하지만 관객에게는 오.. 근데 이거 그냥 우연히도 가능한거 아닌가? 라는 느낌을 줄수 있어서 현상 자체보다도 연출의 흐름이 훨씬 중요한 마술이라 생각한다.
이글을 보는 사람이라면 소위 '퍼펙트 아칸'에 대해서 누구나 고민해보고 토론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각자만의 기준이 다 다르기에 하나의 퍼펙트 아칸을 정의하긴 어렵지만 흔히들 말하는 기준에는 아래의 기준 등이 있다.
1. 관객에게 빌린 덱을 사용해야 한다.
2. 관객이 덱을 섞어야 한다.
3. 관객이 카드를 직접 딜링해야 한다.
3-1) 관객이 카드를 직접 '앞면'으로 딜링해야 한다
4. 관객이 말하는 카드와 숫자는 완전히 프리초이스여야 하며, 범위에 제약이 있으면 안된다.
5. 마술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덱을 건드리지 않는다.
6. 확률이 100%로 성공해야 한다.
나는 우선 한가지 짚고 넘어갈게, 이 소위 '퍼펙트함'을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술사의 입장이 아니라 관객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위의 조건에서 4번 - 관객이 말하는 카드와 숫자의 프리초이스 및 범위 제약에서도 실제로는 숫자가 5-47 정도밖에 안되는(그러니까 앞과 뒤의 마지막은 안되는) 아칸이어도 관객이 자신이 완전히 프리하게 정했다고 느껴지면 그것은 아칸으로 정의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보통은 '숫자가 너무 작으면 제가 조작하기 쉽고 너무 크면 세는데 지루함이 있으니 적당히 중간 숫자 등으로 불러보세요' 정도의 패터로 말하지만 의외로 관객중에서는 이 패터에 의심을 가지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극단적으로는 1-26 정도까지만 가능한 몇몇 아칸들도 있는데 전혀 티나지 않게 패터를 짠다면 아칸으로 취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내가 아칸렉처를 평가할때 고려하는 요소들을 정리하면..
1&2 관객에게 빌린덱 사용, 직접 덱을 섞어야 함
> 실제로는 관객이 덱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별로 없다.(관객이 마술인이라면 모를까... 그리고 개인적일화로 이전에 빌린덱으로 하는 아칸을 해보려 했는데 마술인 관객 헤클러가 스뱅갈리덱을 준적도 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하려 했으니 당연히 망할수밖에..) 그리고 관객이 덱을 섞은 후에도 관객이 말한 숫자가 그 위치에서 나온다고 하면 이것은 '기적' 혹은 '마법'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오히려 마술사가 미리 관객의 마음을 읽어서 여기에 예언을 해두었다는 느낌의 아칸과는 사뭇 다른 플롯이고, 스투지나 조력자(관객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한번 더섞는다던가 혹은 무대뒤의 조력자 존재) 없이는 이건 아예 불가능하다 생각하기에 전문 마술인이 아니고선 이 조건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아칸을 평가할때 이 요소는 아예 평가에서 배제하고 생각한다.
3 관객이 카드를 직접 딜링해야 한다
> 마술사가 덱을 딜링하게 되면 마술사의 입장에서는 트릭적인 요소가 들어가기 쉬울뿐더러 간단하게는 세컨딜부터 해서 많은 요소가 개입될 수 있기에 신비함이 떨어진다. '마술사 입장에서는'. 관객에게 딜링하게 시키는 아칸이 물론 더 완성도 높은 아칸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관객들은 마술사가 딜링을 해서 꺼낸다고 해서 그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술을 보여주기 위해선 기술을 써야하니까 마술사가 딜링하는게 더 당연하다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관객도 많다. 다만 앞서 말했듯 관객이 딜링하는 아칸은 당연히 점수가 높을수밖에 없고, 특히나 그것이 앞면이면 더더욱 가산점이 가해지는 건 당연하다.
4. 관객이 말하는 카드와 숫자는 완전히 프리초이스여야 하며, 범위에 제약이 있으면 안된다.
> 우선, 당연히 완전 프리초이스인 아칸이 당연히 높은 점수를 받는다. 앞서 말했듯 관객이 받아들이는게 중요하다고는 했지만,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관객들은 숫자 1 or 3 같은 작은 숫자들을 왕왕 말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범위에 제약이 있다 한들 최소 3-50까지는 커버를 해야 내 기준에서는 좋은 아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숫자의 범위 만큼이나 중요한게 '숫자의 변경'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아칸들은 관객 한명이 숫자를 말하면 특정 조건때문에 그것보다 더 큰 숫자가 필요해서(ex> Q클로버를 말하면 최소 12보다는 큰 숫자가 필요하다던가 하는 방식때문에) 관객이 말한 숫자를 더 크게 바꾸거나, 혹은 여러 관객이 말한 숫자를 더하게 한다거나, 마술사까지 합해서 숫자를 더하는 등의 '숫자의 변경'이 일어나는데 나는 이게 오히려 아칸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고 생각한다. 패터를 잘 짜는 사람들은 처음에 관객이 말한 숫자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범위가 아닐 때 변경하는 법에 익숙하겠지만, 이는 마술사를 위한 것일뿐 관객은 신비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설사 숫자의 제약이 있을지언정 처음에 숫자를 말하게 할때 제약을 두는 것은 그나마 괜찮지만, 말한 숫자를 변경하게 하는 아칸은 '별로인 아칸'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5. 마술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덱을 건드리지 않는다.
> 3번과 어느정도 일맥상통한다. 딜링은 관객이 하지만 처음에 덱을 건내주기 전까지의 과정에서 세팅을 하거나 건드리는 종류의 아칸도 꽤나 많다.(심지어 덱을 5-6개의 덱 준비하고 그중 하나를 꺼내는 아칸도 있다...) 이 역시 마술사가 덱을 건내주기전까지의 과정은 크게 관객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대놓고 스프레드를 해서 본 후 덱을 준다던가 하면 누가봐도 의심을 살수 밖에 없다. 그것이 관객이 카드와 숫자를 말한 다음이라면 특히나.
6. 확률이 100%로 성공해야 한다.
> 이건 100%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의 조건들에서 점수를 잃을지언정 확률이 100%가 아닌 아칸은 실패한 마술이라고 생각한다. 아칸은 그 현상 자체로 완결성을 가지기에 실패하면 다른 탈출구가 존재하지 않는다.(관객이 뽑은 카드와 말한 카드를 스위칭한다던가해서 커버할수는 있지만 관객이 카드를 뽑은 후 덱을 스프레드하거나 만지지 않고 스위칭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건 그냥 '다른 마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하에 내가 아칸을 볼때 고려하는 요소를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1. 카드와 숫자의 범위에 제약이 없는가?
2. 딜링 전 마술사가 얼마나 덱에 관여하는가?
3. 딜링할때 마술사가 얼마나 덱에 관여하는가?
오직 이 3가지 요소 뿐이다. 이러한 판단하에 드디어 PH의 아칸 세미나를 리뷰해보자.
1. Woody ACAAN V
현상 : 한명의 관객이 문양을 말한다. 두명의 관객과 마술사가 각각 숫자를 한개씩 말한다. 관객과 마술사가 말한 숫자 3개 중 1개를 골라서 카드의 숫자로 정하고 나머지 두 숫자를 합해서 숫자로 정한다.(ex> 세명이서 11 9 7 로 말했고 문양이 스페이드라면 스페이드 9면 18번째에 위치한다 등)
내가 아주 싫어하는 류의 아칸이다. 일단 관객이 말하는 숫자에도 범위 제약이 있고 무엇보다도 마술사가 말한 숫자가 기여한다는게 감점 요인이다. 카드를 바로 하나 부르는 것이 아니라 문양과 숫자로 하나씩 구성해간다는 점은 그렇다칠수 있지만 그럼에도 any card이지도, any number이지도 않다. 이 마술을 내가 시연한다 하더라도 난 아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2. Imaginary dice
현상 : 관객 2명이 상상속 주사위를 굴린 뒤 주사위의 숫자를 말한다. 마술사는 덱의 위에서부터 카드를 관객 한명에게만 한장씩 보여주면서 자신이 말한 주사위의 숫자번째의 한장의 카드를 생각하라고 한다. 이제 마술사가 덱을 섞고 나면 관객 2명의 주사위 숫자 합의 숫자번째에 관객이 생각한 카드가 나온다
(현상만 봐도 알겠지만) 내가 아주 싫어하는 류의 아칸이다.(2) 숫자의 범위 제약도 당연히 생기고(실제로는 주사위를 1-6이 아니라 1-10까지로 된 주사위로 생각하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 해도..) 무엇보다도 카드를 고르게 하는 과정이 전혀 아름답지 않다. 셀프워킹류에서나 볼수 있는 방식의 마술이라 생각한다. 원안이 있는 마술인만큼, 그 원안 자체가 좋다보니아칸으로서 별로인 것과 별도로 중간에 등장하는 픽 기법은 은근 쓸만해서 그나마 건질 것이 있다.
3. Aphorism ACAAN
현상 : 관객이 카드 한장을 말한다. 관객이 하나의 숫자를 말한다. 마술사가 카드를 딜링하고나면 그 숫자번째에 관객이 고른 카드가 나온다.
이제 드디어 아칸이라 할수있는 마술이 나왔다. 우선, 카드에는 제약이 없으나 숫자에는 일부 제약이 있다. 그 숫자 제약을 해결하는 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지만, 사실 워낙 아웃이 많아서 거의 3-4번에 한번은 보정을 해줘야 하는게 문제이다. 딜링은 마술사가 해야만 하며, 뒷면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부 감점 요인이 있지만 원리가 쉽고 누구나 어려운 손기술 없이 할수 있어서 아칸 입문자에게 좋은 아칸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변형해서 아쉬윈드와 섞어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나는 그럴바에는 그냥 오리지날 아쉬윈드를 사용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 아칸에 대해서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 역시 명확한 원안이 있는 아칸이다. 아칸에 대한 소개로서는 나쁘지 않지만, PH만의 독창성이 들어갔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
4. Aphorisim ACCAN V
현상 : 마술사는 하나의 예언을 해둔다. 관객 한명이 상상속 주사위를 2개 굴리고 그 숫자의 합으로 숫자를 정한다. 마술사는 그 숫자만큼 딜링을 한다. 그 숫자번째에 나온 카드는 마술사가 예언한 카드와 일치한다. 그리고 신호를 주면 딜링한 카드들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하나로 붙어있는 덱이다.
내가 아주 싫어하는 류의 아칸이다.(3) 일단 누가 봐도 아칸의 플롯이 아니다. 애니 넘버라기에는 숫자의 범위가 너무 좁고, 애니카드 라기엔 애초에 관객은 카드를 자유롭게 말하거나 세팅한적 없다. 그저 특정 숫자번째에서 카드를 뽑았을 뿐. 일종의 프레딕션 마술로 접근하면 그래도 연출 효과가 괜찮아서 초보자가 사용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마술이지만 글쌔.. 아칸을 기대하고 구매한 이 렉처 구매자에게는 매우 불만족이었을 것이다.
5. 종합 및 총평
전반적으로 '마술들이 나쁜 세미나'라고 보기에는 어렵지만 '아칸을 배우기 좋은 세미나'라고 보기에는 불합격이다. 여기서 나오는 몇가지 원리들이 다른 아칸(혹은 아칸이라고 이름 붙인 칸이나 아님 전혀 다른 마술들)에 적용되기도 하고, 약간의 멘탈리즘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기에 그냥 치킨 한마리 값인셈(25000원) 치고 구매하겠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지만 그러기엔 같은 가격, 혹은 5천원 더한 3만원대 가격에 다른 좋은 마술렉처들이 너무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정리하면..
1) 아칸에 대해서 아예 모른다. 비슷한류의 마술을 배우고 싶다 - 산다
2) 나는 다른 종류의 아칸을(ex> 아쉬윈드 아칸) 알고 할줄 안다 - 안산다
3) 나는 25000원 정도는 쉽게 쓸수 있다 - 산다
4) 난 PH의 강력한 팬이다 - 산다
총점 - ★★★☆☆
'마술 > 마술강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클래식 아칸 리뷰(A-ACAAN, WTF 아칸, 아이스 콜드 아칸) (2) | 2023.03.01 |
---|---|
스타하트 아칸 시리즈( 활어, 방구석마술사, 태영) (0) | 2023.02.21 |
아르카나 온라인 렉처 - 하라판 옹 (1) | 2023.02.19 |
클래식 곤 와일드 by 보리스 와일드 (0) | 2023.02.13 |
PH & Means Kim 멘탈 세미나 1 (0) | 2023.02.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