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2 신촌 메가박스에서 관람한 '파묘' 리뷰이다.
신촌 메가박스는 학교다닐때 자주 오곤 했던 곳인데, 그마저도 나중엔 신촌 CGV 아트레온으로 자주 갔던 것 같다.
꽤나 오랫동안 건물 유치권 분쟁으로 건물 상권이 죽어버려서 메가박스 외 나머지는 전부 공실이었고, 귀신 목격담까지도 있는데다가 접근성도 그닥이다보니 굳이.. 가게 될 이유가 있나 싶던 곳이었는데 대학생때만 해도 근처 엥간한 음식점을 가면 영화 6000원 관람권을 줘서 싼맛에 자주 보고는 했던 곳이었다.
신촌 온김에 간만에 방문한 신촌 메박은 그래도 꽤나 리모델링이 잘 되어 있었다. 나름 사람도 많고, 디자인도 깔끔하게 바뀌었는데 사진은 깜빡해서 인터넷에 있는 사진들 몇장으로 대체한다.
개인적으로는 스릴러나 SF 영화류는 좋아하지만, 묘하게 오컬트 영화는 좋아하지 않는다.
뭐랄까.. 과학적 사고와 지성에 기반한 나로서는 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느낌이라 해야하나.. 막상 글은 이렇게 쓰지만 '곡성'이 나왔을 당시에는 영화관에서 3회나 보기도 했고, '검은 사제들'이나 '사바하' 역시 넷플릭스로 꽤 재밌게 봤던(물론 내 의사는 아니고 보통 주변인들의 의사긴 했다만..) 기억이 있기도 하고, 요즘 타로/점성술/운명론 등에 대해서 보다 오픈 마인드가 되다보니 굳이 피하지는 않게 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의 감독인 장재현 감독이 새로운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를 제작했다는 소식은 내 흥미를 끌었고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이라는 나름 빠방한 라인업은 내 기대를 올리는데 충분했다. 마침 일정 사이 시간도 뜨겠다, 빠르게 혼자서 영화관람 진행을 했다.
시놉시스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풍수사 상덕, 장의사 영근, 무당 화림과 봉길은 조상의 묫자리 문제임을 알아챈다. 사람이 묻혀서는 안되는 악지에 위치한 기이한 묘에 대해 파묘가 시작되고...
감상
한마디로 정리하면, '좋은 재료로 빚었으나 결국은 짬뽕국물이 되어버린 이야기'라고 느꼈다.
물론, 재미는 있었다. 쿠엔틴 티란티노 영화를 비롯하여 최근 한국영화들에서도 보이는 '대놓고 장구성'을 통해 총 6장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전반부에 해당되는 1~3장은 훌륭한 오컬트물이라 할 수 있었다. 무당/음양오행/풍수지리 등 한국적인 요소들과 더불어 적절한 음악과 카메라 기법을 통해 긴장의 고조와 이완을 적절히 함으로서 정말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한 점은 매우 좋았다.
다만 3장에서 사건이 일단락된 후의 이야기인 4~6장, '동티-도깨비불-쇠말뚝' 은 갑자기 분위기가 오컬트물에서 괴이 크리처물로 변화되면서 긴강감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공포와 괴이, 스릴은 그 정체가 드러나기 전보다 '무언가가 있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는 느낌'이 지속될때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데, 심지어 그 정체라고 등장한 것이 CG 처리된, 현실에선 전혀 와닿지 않는 존재라면 이제까지 느꼈던 두려움이 '있을법한 이야기'에서 '공상의 이야기'로 전환되기에 맥이 빠져버렸다.
이전에야 풍수침략용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현재는 단순 측량을 위한 도구라는 것이 거의 확실시된 쇠말뚝이란 존재를 사용한 것도 아쉬운 점. 물론 영화속에서도 이점을 꼬집고 있긴 하지만 이에 대해 상덕이 '우리 자식과 후손이 살아갈 땅에 대한 1%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건 논센스처럼 다가왔다. (1%의 가능성을 생각했으면 손에 쥐고 계신 담배부터 내려놓으심이 어떠신지.. 싶기도 하고..) 결국 묻힌 오니 자체가 쇠말뚝이라는 점 역시도 이제는 너무 뻔해진 클리쉐가 아닌지 싶기도 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그놈의 위도 경도 좌표도 참 웃긴 점. 풍수지리니, 오행이니, 맥을 끊느니하면서 정작 현대의 것인 위도경도는 무슨 뜬금없는 등장인가...(물론 오니를 이장해서 묻은 시기를 고려하면 일제강점기니까 이게 영 이상한건 아니지만서도, 정작 오니는 세키가하라 전투면 1600년대의 인물인데..)
그외에도 포스는 있었으나 포스만 있던 '할머니 신', 대체 왜 과거의 환영장면이 보여줘서 자신의 틈을 드러내는지 모르겠는 '도깨비불', '여자 얼굴을 한 기괴한 뱀'로 등장했으나 짧은 임팩트 외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누레온나', 대체 왜 대동아공영권을 주장하면서 '나치식 경례'를 하는지 모르겠는 친일파 귀신, 그리고 마지막에 나무로 금을 무찌르는게 오행의 상극이라는데 맞는지 여부 (보통은 금극목이라고 해서 반대로 금속이 나무를 제압한다..) 등에 대해서도 여러 디테일이 부족하거나 아쉽게 느껴졌다. 물론 영화를 보는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러한 점에 대해 두루뭉실하게 아~ 그런가? 정도로 넘어갈순 있겠으나, 나같은 소위 '나무위키식 잡다한 지식'을 가진 사람에게조차도 논파당할만한 내용이나 고증오류가 들어간 것은 아쉽다고 할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전반부 구성의 훌륭함 + 여태까지 국내에선 보기 힘들었던 오컬트 내용 + 한국적인 요소가 적절히 섞임 + 대중성도 잡음의 조합으로 인해 타임킬링용으로는 훌륭한 영화였다. 아무래도 전작이었던 사바하가 워낙 이야기도 복잡하고 대중성에서 모호한 평가를 받았기에 이런 방향으로 조금 튼 것 같은데, 미스테리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인 내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향후 감독의 추가 시리즈물을 기대해본다.
+) 쿠키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끝난 시점에서 쿠키여부를 검색해보는 것 같다.
나는 일부러라도 쿠키여부를 검색하지 않고 크레딧을 보는걸 즐기는데, 옆자리 사람들이 다 쿠키영상 유무를 보고 휘리릭 나가다보니 김새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쿠키로 어그로를 끌었으니 결론을 얘기하면..
쿠키영상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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