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31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관람한 '리빙 : 어떤 인생'의 리뷰이다.
자칭 영화광이라 자부하는 것에 걸맞지 않게 영화관에서 꽤나 오랜만에 영화를 본 것 같다. 영화표값의 인상일수도 있고, 이동시간이나 잠자기 전 짤막하게 보는 것과 달리 고정적으로 시간을 내서 '영화관에 가서' '남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어려워진 것 때문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관에서 '오롯하게 영화에만 집중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은 집에서 아이패드로 딴짓하면서 넷플릭스 보는 것과 사뭇 다른 경험이기에 시간이 나면 최대한 영화관에서 보려고 노력중이다.
오늘의 영화는 '리빙 : 어떤 인생'이다. (바쁘다는 핑계 하에) 관람한지도 2주 가까이 된 영화를 이제 느즈막히 리뷰하는 것도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나름 impressive하게 본 영화였다. 관람 장소는 광화문의 시네큐브. 집에서 나름 걸어갈만도 한거리에 위치하여 접근성도 좋고, 다른 영화관들과 다르게 좁은듯하면서도 독립영화관 같은 느낌이 나면서 프라이빗하게 보는 것도 좋아 즐겨 찾는 곳이다.
영화 자체의 스토리는 심플하다. 평범하게 살던 한 사람이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고 자신의 인생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관한 영화. 이런 시한부인생 관련 영화도 한때 유행인듯 퍼지던 때가 있었다. 10대 시한부 커플인 '안녕, 헤이즐'도 있고, 한석규씨가 잔잔하게 열연한 '8월의 크리스마스'도 있고, 부자와 가난한 두 시한부 남자의 우정과 인생 마무리를 담은 '버킷리스트'도 있다. 영화의 핵심 내용 상 어쩔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이런 영화는 진행도, 결말도, 교훈도 비슷하다.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죽음 5단계를 보여주며 결국 삶의 소중함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이미 클래식 클리쉐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면에서 조금 다르다. 빌 나이가 열연한 죽음을 앞둔 시한부, '로드니 윌리엄스'는 그저 삶을 살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평생 하지 않던 일탈도 시도해보고, 비싼 음식을 시켜보기도, 무단 결근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평생 성실하게만 살아온 그에게는 그런 일탈조차도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기에 그마저도 어설프다. 결국 죽음 앞에선 모두가 처음 서보는, '죽음의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결국 그는 그저 하던 일을 할뿐이다. 다만, 조금 더 열정적으로. 어쩌면 이 역시 '타협'의 과정일 수 있다. 그가 일을 열심히 하면, 남을 더 열정적으로 도우면, 그 카르마가 돌아와 자신이 더 오래살거나 내세에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것일지도. 그것이 사실인지의 여부는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 마음이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행할 뿐이다. 그저, 행하는 것.
감히 단언할순 없지만, 난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보단 죽음을 앞둔 사람들을 더 많이 보는 편에 속하는 것 같다. 죽음 앞에 선 이들의 행동은 각기 다르지만, 결국은 '살던 대로 살고, 죽을날이 다가오면 죽음을 받아들인다'의 분류가 많았던 것 같다. 다만 '조금만 더' 열정적으로.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내가 발버둥칠수 있는, 내가 이 세상에 살았음을 남기는 작은 증거이기에.
사람은 언제 죽는가. 그 유명한 Dr.히루루크는 그렇게 말했다. '모두에게 잊혀졌을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더이상 살고 있다고 느끼지 않을 때'라고.
나는 현재 과연 살아있는가? 내가 죽은 이와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다.
'기타 > 영화, 영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넷플리스 오리지널 데런 브라운 : 희생 (Derren Brown Sacrifice) (0) | 2024.05.22 |
---|---|
20240302 파묘(스포 있음, 쿠키) (0) | 2024.03.03 |
20240211 추락의 해부(스포 있음) (0) | 2024.02.12 |
JASH - How to Lose Weight in 4 Easy Steps! (0) | 2023.11.28 |
너덜트 - ??? : 찬물 샤워를 해보세요 (2) | 2023.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