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베니싱잉크사에서 발매하고, 아르카나에서 한글자막을 단 폴 윌슨의 렉처인 Four Foolers 리뷰이다.
클로즈업 마술사로 유명한 폴 윌슨만의 4가지 카드마술을 다루고 있으며 각각을 구매시 15300원(아르카나 구독자 기준)의 가격이나, 4개를 구매시 29700원(아르카나 구독자 기준)으로 렉처 2개 합한 가격보다도 훨씬 저렴하여 되도록 세트 구매를 권장한다.
네 가지 렉처 모두 클래식한 마술을 폴 윌슨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레인지한 버전으로, 몇몇은 오리지널의 티가 아예 나지 않을 정도로 바뀌어있다. 특별히 어려운 손기술이나 필요하지 않지만, 제목처럼 마술사들도 속을만큼(매지션 풀러, Magician Fooler)의 교묘한 마술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상당히 재밌었다. 네 마술 모두 다 연출이 풀로 공개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기에, 리뷰를 보기전 우선 연출들을 쭉 보는 것을 추천한다. 각설하고, 리뷰 시작하겠다.
1. A Beautiful Mind
https://youtu.be/OnRBeEbEsyM?si=cgYwbzBV8Gw2vZFB
연출 : 오늘은 마술사가 아닌 관객이 카드를 맞추는 마술이 진행된다. 마술사가 미리 카드를 꺼내고, 관객은 이 카드를 맞추는 것을 여러번 반복한다. 숫자 하나차이로 틀리기도 하고, 문양이 틀리기도 하지만 결국 관객은 정확하게 카드를 맞춰낸다. 이 모든 과정은 예언되어 있었다.
우선, 트레일러와 같은 상황이 언제나 발생하는 연출은 아니다.(즉, 트레일러의 상황은 정말 Best Way 그 자체다) 렉처에서도 이를 분명히 하고 있으며, 폴 윌슨에 따르면 이렇게 되는 상황은 대략 50번에 한번정도라고 밝힌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일반적인 연출에서의 상황, 혹은 워스트 상황의 연출이 엄청나게 차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적어도 관객의 입장에서는)
원리 자체는 카드마술, 멘탈리즘 등 여러분야에서 사용되는 원리가 사용된다. 다만, 이를 마술사들이 보더라도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한 교묘한 장치가 숨어있어서 매지션풀러로서도 훌륭하게 작용된다. 개인적으로 '관객이 카드를 맞추는 연출'의 플롯을 참 좋아하고 이를 위한 여러 연출들을 연습했었는데(기믹을 사용한다면 스위치원 등 인덱스 시스템 등) 비교적 쉬운 방식이지만 꽤나 효과적인 연출을 얻은 것 같아서 만족스러웠다. 렉처에서 자세히 설명해주진 않지만, 이러한 류의 연출에서의 중요한 서틀티나 관객-마술사의 경쟁구도가 아닌 협력 구도를 만들어주는 패터 등에 대한 언급 역시도 마음에 들었다.
총점 - ★★★★☆
2. Devilicious
https://youtu.be/-7beLRm0904?si=5zePyurjoPyP82i-
연출 : 관객 2명이 덱에서 카드를 한장 씩 고르고, 덱에 넣은 후 섞는다. 관객 2명이서 함께 5장의 카드를 덱에서 선택한다. 놀랍게도 이 5장의 카드 중에서 관객의 카드가 둘다... 있지는 않고 관객1의 카드 한장만 있다. 여러 과정을 거친 후, 5장의 카드 중 관객1의 카드만 뒤집어진다. 뒤집어진 카드를 다시 확인해보면, 관객1의 카드가 아니라 관객2의 카드이다.
에드말로와 카르멘 드미코의 'Devilish Miracle'에 원안을 둔 연출이다.
연출과정이 일부 너저분하게 보이거나,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천천히 단백하게 진행하기도 어렵지 않은 연출이다.
전체 렉처중에서 가장 많은 손기술이 필요한 렉처지만, 실제 핸들링 자체가 그리 어렵진 않기 때문에 카드마술 중급자정도면 크게 어렵진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은 연출이라고는 생각되지만, 관객1 의 카드만 뒤집힘 - 근데 공개해보니 사실은 관객 2의 카드 임 등의 플롯 자체가 내 취향은 아닌지라 잘 하진 않게 되는것 같다. 굳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렇게 해야하나..? 란 느낌이 들던 연출. 추가로, 매지션 풀러라는 이름에는 그닥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었다.(아무래도 특유의 핸들링이 마술사들에게는 익숙한 핸들링이기 때문인듯 하다)
총점 - ★★☆☆☆
3. Undone Delusion
https://arcanamagic.com/product/undone-delusion-paul-wilson/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Undone delusion과 Unholy gathering은 연출은 공개되어 있지만 유튜브에는 안올라가있어서 연출을 볼수 있는 링크를 첨부)
연출 : 관객이 고른 카드를 덱에 넣고 섞는다. 위에서 4장의 카드를 꺼내서 숫자를 합한 위치에 관객이 고른 카드가 나타나는데, 반전이 추가로 있다.
수학적원리에 의거하는 것처럼 연출하지만, 실은 그러한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연출을 보면 알겠지만, 클래식한 카드 마술인 'Dunbury Delusion'(혹은 Design for Laughter)를 원안으로 하는 마술이다.
기존 연출이나 원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본 연출과 같은 현상을 구상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이 연출에서는 어렵거나 플래시가 나기 쉬운 동작들보다 훨씬 간결하되, 관객 입장에서는 눈치채기 어려운 방법을 통해서 이를 쉽게 해결한다.
사실 원안이 워낙 좋은 마술인만큼, 본 렉처의 바리에이션이 원안보다 확실히 나아진 것이 있는지를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다만 본 렉처에서 소개하는 여러 핸들링들이 굉장히 간결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있어서 다른 다양한 마술들에 적용가능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카드마술을 파면 팔수록 난이도 자체가 어렵거나, 소위 연습하는 맛이 있는 기술들만을 파게 되는데 그러한 기술 없이도 충분히 신기한 경험을 줄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던 연출. 기술이 들어가는 시점, 디렉션 등에 대해서도 너무 서두르거나 급하게 할 필요 없이 관객이 천천히 모든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서도 진행 가능한 동작들이 마치 '익숙하지만 진득한 국밥'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다만, 역시나 '매지션 풀러'로서의 가치가 높은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던 렉처.
총점 - ★★★★☆
4. Unholy Gathering
https://arcanamagic.com/product/unholy-gathering-paul-wilson/
연출 : 관객이 고르고, 싸인한 카드에 펀치를 이용하여 네 귀퉁이에 구멍을 내준다. 마술사는 카드의 구멍을 옮겨서 한쪽 구석으로 이동시킨다. 관객에게 해당 카드를 주고, 기념으로 가져가게 할 수 있다.
카드에 구멍을 뚫고 옮기는 식의 연출은 꽤나 많이 봤을 것이다. 이러한류의 연출 원안은 마이클 웨버의 'The One, Two Punch' 연출인데, 원안에서 영화표로 하던 연출을 카드로 잘 옮긴 버전이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매트릭스 연출처럼 흩어진 구멍들이 한곳으로 모이는 연출 + 관객이 자유롭게 싸인한 카드 + 기념으로 가져가게 할 수 있음(=관객이 확인 가능함)의 삼박자가 잘 갖추어진 재밌는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관객에게 '의미있는'기념품을 준다는 점에서 꽤 인상깊었다. 소위 관객에게 기념으로 주는 연출이라고 해놓고 싸인된 카드가 4개로 접힌(= 카드 투 박스 등 연출의 결과물)을 기념으로 준다고 하는 렉처들이 많은데, 이러한 기념품은 사실 잘 생각해보면 기념품과 루틴이 바로 연결되는 느낌이 그다지 들지 않는다. 이에 반해, 본 연출에서의 최종산물인 '한쪽 구석에 4개의 구멍이 뚫린 싸인된 카드'는 훗날 시간이 지나서 보더라도 해당 마술을 바로 떠올릴 수 있을만큼 강력한 기념품이라고 생각한다.
연출의 핸들링 설명이나, 특정 세팅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세히 설명해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런류 렉처에서 핵심 기법만 설명하고 그외 세팅이나 준비에 대해서는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렉처에서는 거의 절반의 시간을 투자하여 해당 준비과정을 설명해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준비과정이 조금은 번거롭기도 하고, 약간의 '감'이 필요하긴 하지만, 실전에서 3-4번 정도 보여준 (미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엔 굉장히 만족스러운 연출이었다. 실제로 해보기를 꼭 추천하는 연출.
총점 - ★★★☆☆ (감점은 세팅이 필요하다는점 + 귀차니즘...)
5. 종합 및 총평
4가지 연출 모두 훌륭한 효과와 상세한 설명으로 구성된 렉처였다.
마지막 Unholy Gathering을 제외하면 빌린덱으로도 임프롬투하게 할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 과정 자체가 어렵거나 특이한 기술이 들어가지 않아 본인의 루틴에 녹이기도 좋은 렉처 세트라 생각한다. 특히 모든 루틴의 설명에 있어서 '마술사의 관점'과 '실제 관객이 느끼는 관점'의 차이를 설명해주고, 이러한 점에서 어떤식의 패터나 서틀티가 강점을 가지는지 차분히 설명해주는 것도 꽤나 맘에 들었다. 다만 '매지션 풀러 렉처'라 불리기엔 부족함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 렉처.
총평 - 화려한 손기술이 들어가거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마라탕후루 같은 연출을 기대했다면 아쉬울수 있겠지만, 소위 클래식하면서도 진득한 느낌의 국밥을 원한다면 추천.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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