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서론
PH의 생활마술서적인 'Meaningless'이다.
29000원의 가격에 7가지 생활마술이 담겨있으며 모두 크게 추가적인 도구가 필요하지 않거나, 혹은 간단하게 제작이 가능한 방식의 마술들을 담고 있다.
전체적인 책의 느낌은 가찔남 소프트 커버같은 느낌인데, 사진배치나 편집 방식은 묘하게 예전 필리아 시리즈 느낌이 나게 되어 있어서 PH의 오랜 팬이라면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0. 들어가는말
PH가 기존 마술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과 생활마술을 담은 본 책을 저술하게 된 이유가 담겨있다.
사실 기존의 PH 책들의 서론이나 인트로부분을 보면 그저 분량채우기의 느낌이나, 했던 말의 반복만이 되풀이되어 의미없게 느껴질 때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나름 고민해볼만한 내용들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1. Butter Finger
연출 : 네임펜으로 왼손 손가락에 동그라미를 작게 그린 후 신호를 주면, 왼손의 동그라미가 오른손으로 이동한다.
연출만 보면 유명 마술도구인 '더블 크로스'가 떠오르는 연출이지만 원안은 전혀 다른 방식의 마술에 근거하고 있다.
해법만 보면 '이게 된다고..?' 싶을수 있겠지만 실제로 해보면 놀랍게도 효과적이다.
PH 스럽지 않게 은근 자세한 연출에서의 작은 디테일 설명 + 난잡스럽지 않고 적절한 사진 배치로 이런류 마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따라할 수 있게 해준건 좋은 강점. 특히 Additional Thoughts에 나오는 몇몇 디테일들이 다른 마술과 연결하여 퍼포밍하기에도 좋아서 처음 해법만 보고 실망했을때에 비해 실전에서의 만족감은 올라가는 마술. 마치 크레이지 샘스 핑거링 해법을 처음 봤을때 기분 같았다.
2. Butterfly
연출 : 포스트잇에 신호를 주면 포스트잇이 순식간에 나비모양으로 접힌다.
이 역시 연출을 보면 Sultan 마술사의 '메모 카드' 도구가 떠오를 수 있을 것이지만, 이 역시 PH가 분명히 다른 마술사의 도구(물론 이역시 아주 유명하다)에서 크레딧을 가져왔음을 밝히고 있다. PH가 참여했던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 수마나라'에서 등장했던 방식의 마술도구이기도 하다.
약간의 세팅이 귀찮은편에는 속하지만, 효과는 매우 환상적이어서 마음에 드는 연출. Additional Thoughts에서 제시하는 방식까진 아니어도, 적절한 패터와 함께 '나비'를 포싱할 수 있다면 그 효과가 배가 되는 연출이다. 다른건 몰라도 이 연출은 꼭 만들어서 해보는 것을 추천(이렇게까지 써도 실제로 이것을 만들어볼 사람은 20명중 한명이나 될까 싶다만..)
3. Blind
연출 : 관객의 반지를 빌려 마술사의 왼손에 낀다. 마술사의 양손을 관객이 접촉하고 있는 상태로, 신호를 주면 반지가 마술사의 오른손으로 옮겨간다.
상세한 연출 설명은 해법 스포가 될 수 있기에 두루뭉실하게 기술했다. 원안은 13 스탭스의 저자로 유명한 코린다의 연출에서 기거하는데, 사실 원안 자체가 워낙 알려진 마술인데다가 유튜브에서도 해당 마술의 해법이 거의 공개될 정도여서 현재 해당 연출을 그대로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 연출에서는 고전 연출을 보다 간편하고 교묘하게 변화해서 꽤나 재밌고 효과적인 연출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연출을 해볼 사람들이라면 특정 한 포인트에서 걱정하거나 자신이 없을 수 있는데, 이는 특정 한동작이 오로지 관객에게 맡겨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스스로 마술을 망치기보단, 그 마술의 순간에 오롯하게 즐기기를 원하는 관객이 훨씬 더 많다. 충분히 연습해보고, 직접 해보면 자신감이 붙을 것이다. 논외로 난 내 손가락이 조금 두꺼운 편인지라 빌린 반지가 내 손가락에 잘 안들어갈때도 있다는점..? ㅠ
4. Brunch
연출 : 칼 한쪽면에 잼을 바른다. 신호를 주면 칼 반대쪽에도 잼이 생기고, 빵에 잼을 바른 후에 신호를 주면 다시 잼이 생겨난다.
연출만 봐도 알겠지만 흔한 패들무브이다. 다만 소위 누가봐도 수상해보이는 '개미가 그려진 황동막대'나 '구슬이 박힌 정체불명의 나무막대'가 아닌 일상생활 도구를 활용한다는 점이 포인트라 생각한다. 실제로 이전에 리뷰한적 있는 '미니멀리스트의 프라이팬'을 내가 높게 평가한 이유중 하나는 이 도구가 '마술도구'가 아닌 그냥 흔한 열쇠고리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미스틱이나 피투피패들 등도 있지만, 이런 도구들을 들고다니면서 연출해서 보여줄때보다 그냥 배달음식 같이 먹다가 받은 나무젓가락에 싸인펜으로 그리고 보여줄때가 더 신기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그러한 면에서 이 연출은 신선한 해법이나 원리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면 아쉬울 수 있겠지만, '카페나 식당 등에서 가볍게 보여주기 좋은 생활마술'이라고 생각하면 보다 더 좋게 느껴질 것이다. (김슬기 마술사가 여태까지 본 패들연출 중 최고라고 한 점도 역시 이점에 기반한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수 많은 패들무브 마술을 해오면서도 왜 이런 간단한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스스로에게도 놀란 연출.
c.f) 이전에 리뷰한 미니멀리스트의 프라이팬 리뷰를 첨부한다.
5. Dice Dance
연출 : 주사위 2개를 관객의 의지대로 굴린다. 관객의 선택이 끝날 때, 이 두 주사위의 합이 예언되어있다.
본 서적에서 제일 별로, 아니 여태까지 PH의 마술중에서 가장 최악인 연출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수업시간때 졸지만 않았어도 대부분의 관객은 본 연출의 해법을 알것이라 생각할 정도.
물론 해법은 전부가 아니고, 왜 이런 동작을 하는가 등에 대한 패터에 대해서 관객에게 충분히 납득시키면 효과는 달라질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도가 심하다. 이걸 원래 하울링에 넣을 생각을 했었다고 되어 있는데, 이러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하울링의 평가가 더 나락으로 갔을거라 생각하는 연출.
6. Label
연출 : 패트병의 라벨이 순식간에 변한다(ex> 코카콜라 패트병이 순식간에 펩시콜라로 변한다)
꽤 재밌게 봤던 연출. 해법 자체는 정말 오래된 기믹에 의거하지만, 여전히 관객에겐 효과적인 연출이다.
쉽게 바로 준비가 가능한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소위 '술마시다가 / 카페에서 / 식사하다가' 등의 상황에서 보여주기엔 어렵지만, 야유회/엠티/집들이 등의 어느정도 준비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중간에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좋은 연출이라 생각한다.
나는 평소 '콜라들은 코를 막고 먹어도 맛구분이 가능하다'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이 기믹을 이용해서 '펩시콜라-코카콜라'를 이리저리 바꿔가며 보여주며 놀린적이 있는데, 당시 효과는 꽤나 뛰어났다. Additional Thoughts에 나오는 이 연출을 생각하게 된 계기 부분도 꽤나 재밌었고, 특히나 원래 계획했던 연출은 캠페인 등에서도 보여주기 좋다고 생각할 정도. 준비나 퍼포밍이 어렵지 않으니 이것도 보여줄 일 있으면 미리 만들어서 시연해보는 것 추천한다.
7. Bill
연출 : 연필로 지폐를 뚫고, 뚫린 곳을 손으로 문지르면 깔끔하게 복구가 된다.
연출을 보면 떠오르는 생각이 아주 많을 것이다. 당작 500원짜리 BIC 마술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방식의 도구가 떠오를텐데, 이 연출은 노기믹으로 진행한다. (즉 지폐/펜 모두 빌려도 되고 관객이 전부 확인 가능하다) 비슷한 연출 중 노기믹 연출들은 해법 상 '뚫리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연출은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줄수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나 '뚫리는 순간'이 연필을 관객이 들고있는 방식이기에 의심이 덜한 것도 확실한 메리트.
다만 실제로 퍼포밍해봤을땐 은근 연습을 많이 해봐야 하는 연출이다. 거울 + 핸드폰화면 정도로 보고 연습 후 괜찮다고 생각하고 퍼포밍해보니 실전에서는 특유의 느낌이 살지 않거나 관객이 해법을 유추하기 쉽다고 느껴졌기에, 나와 같은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충분한 연습을 해볼 것을 추천한다.
8. 종합 및 총평
정리하면, PH가 그동안 생각해둔 생활마술의 모음 대방출! 같은 느낌이었다.
몇몇 연출은 정제되어있고 깔끔했지만, 몇 연출은 아쉬움이 크게 남아 연출별 만족 격차가 크게 느껴졌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간단한 원리와 주변 생활도구를 통해서 훌륭한 연출을 보여줄 수 있었으며, 특히나 책 마지막의 QR코드에 실린 10개가 넘는 부록 설명 + 사진 + 영상 + 코멘트 등까지 보아 '대충 그동안 아이디어들 짬처리해야지'라는 느낌까지 들지는 않아서 나름 만족했다. 요즘 PH 스럽지 않게 가격도 생각보단?착한것도 마음에 드는점(이라기엔 요즘 마술책들 가격이 너무 오른 것 같기도 하고..)
총평 - 생활도구를 이용한 가벼운 마술 퍼포밍을 원하는 사람에게 무난히 추천가능한 책.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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