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국내 유일의 마술잡지 아르카나 2026년 7월호 리뷰이다.
격월로 발간 중인 아르카나 잡지는 국내외 마술사 인터뷰, 마술계 행사 소식, 마술 트릭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독 및 내용 정리차원에서 리뷰를 하고 있다.
Special Interview : 쎄로
2026년 7월호의 표지 모델은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쎄로 마술사이다. 지난 5월호의 표지 모델이었던 류첸 마술사가 중국 마술의 아이콘이라면, 쎄로 마술사는 일본 마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TV 쇼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각종 영상 매체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서도 세 편의 TV 시리즈를 제작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 그는 약 10년 전부터 TV 마술에서 한발 물러나 오프라인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AGT에 도전하는 등 여전히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 전반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술 자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그의 마음으로, 마술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서 배울 점이 많았던 파트였다.
Issue : Hundred Fingers
유호진 마술사를 비롯한 국내 마술사 10명으로 구성된 팀, ‘Hundred Fingers’의 인터뷰 파트이다. 국내 유일의 FISM 그랑프리 수상자이자 2022년 AGT 수상, 2024년 <더 매직스타> 우승 등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유호진 마술사를 필두로, 매니퓰레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10명의 마술사가 한 사람처럼 호흡을 맞춰 공연을 선보이는 팀이다.
프로젝트의 발상 자체도 상당히 신선하지만, 한국 마술사 최초로 AGT 골든 부저를 받을 정도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선보였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어떻게 모여 팀을 결성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하나의 공연을 완성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살짝 엿볼 수 있었던 파트였다. 아래에 그들의 공연 영상을 링크해 본다.
De Ception : 만국박람회 공연 제작기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비포선셋’의 금요일 정기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고동재 마술사의 코너이다. 이번 호에서는 그의 두 번째 공연인 <만국 박림회>를 디자인적 사고를 바탕으로 제작해 나간 과정을 다룬다.
첫 번째 공연이었던 <Point of View>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두 가지 카드 마술에서 발견하는 과정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후 여러 나라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마술들을 하나의 주제 아래 엮어 <만국 박림회>라는 공연으로 발전시키기까지, 하나의 아이디어가 완성된 공연으로 구체화되는 전체 과정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물론, 단순히 개별 루틴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여러 마술을 하나의 흐름을 가진 액트로 구성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였다.
다시, BIMF를 기대하며 :
박영균 마술사가 전하는 2026년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BIMF) 관람 후기이다. BIMF는 매년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술 행사지만, 부산에서 열린다는 거리상의 부담과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여러 잡음 때문에 나 역시 아직 직접 참여해 본 적은 없다. BIMF는 렉처쇼와 갈라쇼를 비롯해 클로즈업/스테이지 부문 대회, 각종 딜러 부스까지 마련되는 등 말 그대로 마술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마술인들의 축제다. 언제나 콘텐츠 자체가 부족하다기보다는 매년 운영상의 아쉬움이 꾸준히 지적되어 왔는데, 이번 행사 역시 이전보다 여러 부분이 개선되었음에도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들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2028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FISM 역시 BIMF와 같은 운영진이 주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계 각국의 마술사와 관객들이 모이는 중요한 행사인 만큼, 그때까지는 이번에 지적된 문제들을 비롯해 여러 운영상의 아쉬움이 충분히 개선되어 있기를 바란다.
Talk About Theories : Showmanhip
‘Talk About Theories’는 마술 이론에 관한 해외 칼럼을 번역하고 재구성해 소개하는 파트이다. 이번 호에서는 할란 타벨의 저서에서 발췌한 내용을 바탕으로, 마술사가 가져야할 생각과 태도에 관해 다룬다. 그 유명한 <타벨 코스 인 매직>의 저자인 할란 타벨은 내게 고전 마술의 대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인물이었다. (물론 나 역시 전권을 사두고 제대로 펼쳐보지도 않았지만) 그런데 이번 파트에서 소개된 내용을 읽어보니, 그가 단순히 뛰어난 마술사에 그치지 않고 이론적으로도 얼마나 깊이 있는 인물이었는지를 새삼 알 수 있었다. 대중에게 자신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 관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 보여주는 법, 자신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시대와 상황에 맞게 공연을 조율하는 방법 등 오늘날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다양하게 담겨 있었다. 집 한편에 방치해 두었던 타벨 책들을 이제는 정말 다시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파트.
마法 : 옛날 옛적 네덜란드에서
마술 및 예술계와 관련된 간단한 법률 상식을 소개하는 코너, ‘마法’이다. 이번 호에서는 2011년에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마술 공연 관련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다룬다. 한 마술 컨설턴트가 제작한 공연을, 이후 그와 결별한 마술사가 단독으로 무대에 올리면서 발생한 사건이다. 이와 비슷한 소송에서는 컨설턴트가 권리를 주장하는 연출이 오래전부터 널리 행해져 왔거나, 그 자체로 충분한 독창성을 지니지 못했다고 판단되어 컨설턴트 측이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다소 의외로(?) 컨설턴트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개별적인 마술 요소 하나하나는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더라도, 이를 특정한 방식으로 배치하고 조합해 완성한 공연 전체는 하나의 저작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결론이 특히 흥미로웠던 파트였다.
책 속의 진주
간단한 난이도의 마술들을 알려주는 파트인 '책 속의 진주' 파트로, 이번에는 5가지 마술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메인 인터뷰 다음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는 파트이기도 하다. 언제나처럼 간단하게 현상과 감상평만 적으면...
1) 업워드 킥
현상 : 아무 카드나 떨어트리자 관객 카드로 바뀐다.
감상평 : 에드 말로의 재밌는 루틴. 다만 이 자체로보단 다른 마술과 연계해서 사용하는 게 나을듯?
2) 노 가프 리버스 매트릭스
현상 : 동전들이 카드 아래에서 순간이동 하다가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온다.
감상평 : 깔끔한 형태의 리버스 매트릭스. 다만 나는 Fuki가 하는 노말-리버스-플래시 3종 루틴을 더 선호.
3) 이제이 북테스트
현상 : 책에서 관객이 무작위로 선택한 페이지의 단어를 마술사가 기억한다.
감상평 : 상당히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북테스트. 책 제한도 없고, 굉장히 fair함. 왜 이생각을 못했지?
4) 플립 트라이엄프
현상 : 뒤죽박죽 섞인 덱에서 관객 카드를 순식간에 찾아내고 모든 카드를 정리시킨다.
감상평 : 클래식한 트라이엄프에 비쥬얼 한 스푼.덱 플립 잘하면 시도해봄직도?
5) 싸인 카드 트랜스포지션
현상 : 관객이 선택한 카드의 위치가 뒤바뀐다.
감상평 : 굳이 발로 했어야 했나..? 싶지만 간단하게 보여주긴 좋은듯.
Soo-Feel - 마술사는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배우다.
이번 박영균 마술사의 칼럼에서는 자신이 마술을 하는 이유와 함께, 외부 세계를 향한 관찰과 마술사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관찰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전부터 느껴왔지만, 그는 마술이라는 장르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세상과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이번 글에서도 그러한 깊이 있는 사유와 지적인 면모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던 파트였다.
아이디어 노트
독자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아이디어 노트 파트이다. 이번 호에서는 두 마술사의 아이디어가 실려있다.
1) Mareskore - 이면지
아이디어 노트의 감초, 이면지 마술사가 선보이는 끊어진 마스크 끈을 다시 연결하는 마술. 간단하게 보여주긴 좋은데, 요즘 마스크 쓸 일이 잘 없는게 아쉽네.
2) Twice - 해다리
관객이 선택한 카드가 노래로 예언되어 있는 형태의 연출. 사실 플롯 자체는 특별할게 없는데, 세부적인 디테일에서 고뇌를 한 흔적이 엿보이는게 인상적이었다.
종합 및 총평
쎄로 마술사의 인간적인 면모와 만국박림회 제작기가 인상적이던 호수. 요즘 계속되는 건강문제로 리뷰 칼럼을 못 실고 있는데, 어서 회복해서 글을 실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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