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국내 유일의 마술잡지 아르카나 2026년 5월호 리뷰이다.
격월로 발간 중인 아르카나 잡지는 국내외 마술사 인터뷰, 마술계 행사 소식, 마술 트릭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독 및 내용 정리차원에서 리뷰를 하고 있다.
Special Interview : 류첸
2026년 5월호 표지 모델은 바로 중국 마술의 아이콘인 류첸 마술사. 요즘 세대에게는 오히려 익숙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한국의 최현우 마술사가 있다면 중국에서는 류첸 마술사가 있다고 할 정도로 중국 전역에서 마술사 하면 떠오르는 대표 마술사이기도 하다. 라이브쇼를 포함한 각종 TV 쇼에서 활약을 보인 그는 현재 50세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있다. 그가 마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30년전의 마술계 이야기, 기존의 열악한 마술사들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브랜딩 방법, 마술사로서 성공하기 위한 일들 등 프로 마술사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인상깊게 볼 파트가 많던 인터뷰파트.
Special Interview : Don't Blink
한설희 마술사가 기획한 국내 마술 배틀인 'Don't Blink(돈블링크)' 파트이다. CD 매니퓰레이션으로 잘 알려진 한설희 마술사는 사실상 은퇴한 뒤 직장인으로 살아왔지만, 2024년 SBS 더 매직스타 출연을 계기로 다시 본격적인 마술사의 길을 걷고 있다.
돈블링크는 그가 새롭게 기획한 마술 배틀로, 기존 마술 대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완성도 높은 10분 내외의 액트를 겨루는 방식이 아니라 단 3분 안에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야 하는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통적인 마술 대회보다는 댄스 배틀이나 랩 배틀에 가까운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또한 기존 대회들이 주로 프로 마술사를 꿈꾸는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돈블링크는 보다 짧은 준비 시간과 간결한 형식을 통해 아마추어 마술사들도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무대를 지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파트에서는 한설희 마술사가 이러한 대회를 기획하게 된 배경부터 심사위원 선정 방식, 실제 운영 과정에서 겪은 다양한 고민과 문제들까지 폭넓게 들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세 차례나 개최되었음에도 일정이 맞지 않아 직접 참가하거나 관람하지 못했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참가해보고 싶네.
Special Interview : 이츠팀
국내 카드 디자인 팀 이츠팀(이츠 디자인 스튜디오)의 스페셜 인터뷰 파트이다. 지금은 다소 열기가 식었지만, 한때 국내 카디스트리 열풍이 정점에 달했을 당시 한국 디자인 카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팀 중 하나가 바로 이츠팀이었다. 특히 2022년에 선보인 단청 카드는 2022년 서울시장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는 서울 브랜드 굿즈로도 선정되며 다시 한번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평소 디자인 카드 자체에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단청 카드는 한국적인 색감과 문양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디자인이 워낙 인상적이어서 기념품 겸 소장용으로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카드가 꾸준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의미 있는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괜히 반갑게 느껴졌던 파트.
De Ception : 필트레 슈뢰딩거의 고양이 플레잉 카드 디자인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비포선셋' 금요일 정기공연을 진행하는 고동재 마술사의 코너이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얼마 전 PH 마술사와 함께 진행했던 <필트레 슈뢰딩거의 고양이>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프로젝트의 모티브가 된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의 중첩 상태를 설명할 때 가장 널리 알려진 사고실험으로, 관측하기 전까지는 서로 다른 두 상태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개념을 담고 있다. 이 프로젝트 역시 그러한 아이디어를 카드에 접목하여, 개봉하기 전까지는 절반의 확률로 일반 카드 덱이, 나머지 절반의 확률로는 블랭크 덱이 들어 있는 독특한 구조를 채택했다. 단순히 디자인이 예쁜 한정판 카드를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자 컨셉이 되도록 설계한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파트에서는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이러한 컨셉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할 것인지, 그리고 단순한 외형적 아름다움을 넘어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주제를 제품 전반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과정을 들을 수 있었다. 특히 디자인이 단순히 장식의 영역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아이디어와 서사를 전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 거쳐야 했던 수많은 선택과 고민이 자연스럽게 엿보였던 파트였다.
Talk About Theories : Perspective on our Peronsal Planets
'Talk About Theories'는 마술 이론에 관한 해외 칼럼을 번역하고 재구성하는 파트이다. 이번 주제는 존 카니 마술사의 'Caneycopia'의 칼럼 내용으로, 마술이라는 분야 안에만 머물다 보면 자칫 좁은 시야에 갇힐 수 있는 위험성과, 이를 외부의 시선과 관점으로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칼럼은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설명한다. 첫 번째는 과거에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현대적인 물건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오히려 시대에 뒤처진 이미지가 되어버린 마술 도구와 복장에 관한 이야기다. 도브 팬이나 볼 베이스 같은 전통적인 마술 도구, 그리고 연미복 차림의 마술사가 대표적인 예인데, 본래는 당대의 관객들에게 익숙한 물건과 복장이었음에도 오늘날에는 오히려 "전형적인 마술사"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기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반대로 두 번째 사례에서는 새로움만을 추구한 나머지 원작이 지니고 있던 장점과 본질적인 가치를 잃어버린 경우를 다루며, 변화 자체가 항상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결국 이 칼럼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의 중요성이라고 느껴졌다. 전통을 맹목적으로 답습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새로움만을 좇다가 기존의 좋은 요소들까지 버려서도 안 된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사례를 접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한발 물러나 전체를 바라보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준과 방향성을 확립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法 : 마술을 법으로 보호하는 게 맞을까...?
마술 및 예술계 관련 간단한 법률 상식을 알려주는 코너 '마法'이다. 기존 호에서 주로 "어떻게 해야 마술을 보호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에는 그와는 정반대에 가까운 질문인 "과연 마술, 나아가 예술 장르를 법으로 보호하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가?"를 주제로 다루고 있다. 글에서는 지나치게 강한 보호가 오히려 창작의 자유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일정 수준의 모방과 재해석이 새로운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점을 소개한다. 실제로 예술사 전반을 살펴보면 수많은 창작자들이 선배들의 작품에서 영향을 받았고, 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일리가 있는 주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에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충분한 크레딧을 제공하고 원작자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한 오마주라면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러한 기준이 점차 느슨해질 경우 결국 시장이 유사품과 모방작으로 가득 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마술처럼 창작 과정이 길고, 아이디어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와 시간이 투입되는 분야에서는 더욱 그렇다. 물론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출발점으로 삼되, 그 위에 자신만의 개성과 새로운 요소를 더해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단순히 '존경'이나 '오마주'라는 표현만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기보다는, 경우에 따라서는 적절한 라이선스 계약이나 로열티 지급과 같은 보다 명확한 보상이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답이 명확히 존재하는 문제는 아니지만, 창작물의 보호와 산업의 발전 사이에서 어디까지를 허용하고 어디서부터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파트였다.
책 속의 진주
간단한 난이도의 마술들을 알려주는 파트인 '책 속의 진주' 파트로, 이번에는 5가지 마술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는 메인 인터뷰 다음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는 파트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현상과 감상평만 적으면...
1) 글자의 향기
현상 : 관객이 쪽지에 적은 내용을 향기만으로 맞추는 마술
감상평 : 카페에서 하기 좋은 빌렛 연출. 하지만 준비과정이 쪼금 귀찮은듯...
2) 두 개의 숫자, 하나의 카드
현상 : 관객이 두 개의 무작위 숫자를 결정한다. 마술사는 그 숫자를 이용해 관객 카드를 찾는다.
감상펑 : 간단한 수학원리를 이용한 마술. 글로만 보면 이게 신기한가? 싶지만 반응은 의외로 좋은듯.
3) 멀티 빌렛 스위치
현상 : 여러 관객들이 적은 쪽지들을 원하는 것으로 스위치, 혹은 포스하는 방법
감상평 : 관객이 20명 이상일 때 하기 좋은 기법. 매우 간단한데 100%라서 인상적인듯.
4) 운명적인 선택
현상 : 두 관객이 색이 다른 두 덱에서 각각 1장씩 카드를 선택한다. 두 선택은 일치한다.
감상평 : 노말덱 2개를 사용하는 코인시던스 루틴. 난이도도 쉽고 기법 자체도 배워둘만 한듯
5) 과거, 현재, 미래
현상 : 마술사는 세 관객이 각각 선택한, 생각 중인, 선택할 카드를 맞힌다.
감상평 : 클래식한 원리 + 재밌는 세팅 덕에 백트래킹이 거의 불가능한 마술. 이 정도면 공연에서 써도 될듯?
Soo-Feel - 어떻게 하면 몸을 키울 수 있을까요?
이번 박영균 마술사 칼럼에서는 헬스하는 과정을 예시로 들며 재능과 노력, 그리고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재능을 가지고 있든 있지 않든 결국 내가 신경써야 할것은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조금이라도 나아졌느냐'라는 항목이 인상적이네.
아이디어 노트
독자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아이디어 노트 파트이다. 이번 호에서는 헤카테 마술사와 박중수 마술사의 아이디어가 실려있다.
1) Traffic Portal - 헤카테
조커 2장을 이용한 순간이동 + 샌드위치 마술. 클래식한 고전 마술을 상당히 깔끔하게 바리에이션한 버전으로, 상황만 된다면 나도 자주 쓸듯.
2) Gemini Twins - 박중수
포 오브 카인드가 두번 나오는 형태의 마술. 세팅이 필요하긴 하지만 거의 셀프워킹에 가깝기에 이런 연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면 배워둘 법한듯.
종합 및 총평
다양한 인터뷰가 실려 있어 재밌게 봤던 호수. 다만 이번 호에는 개인적인 일정으로 인해 리뷰 칼럼을 실지 못한 점이 아쉽네 ㅠ 요새 마술에 조금 열정이 떨어지던 시기였는데 다시 마음 붙잡고 정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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