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 잡지 아르카나(ARCANA) 2026년 9월호 리뷰

2026. 9. 22. 18:58·마술/마술잡지 아르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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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국내 유일의 마술잡지 아르카나 2026년 9월호 리뷰이다.

격월로 발간 중인 아르카나 잡지는 국내외 마술사 인터뷰, 마술계 행사 소식, 마술 트릭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독 및 내용 정리차원에서 리뷰를 하고 있다.

 

 

Special Interview : 신성호

 

2026년 9월호 표지 모델은 바로 신성호 마술사. 올해 열린 BIMF 스테이지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마술사로, 소위 ‘마술 대회 엘리트 코스’를 밟기보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길을 개척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인물이다. 인터뷰에서는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마술을 익히고 대회에 도전하게 되었는지의 이야기, 마술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생긴 여러 우여곡절 이야기, 그리고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낸 과정 등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의 마술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단연 옵티컬 링을 활용한 독특한 연출이다. 스테이지 마술 대회에서는 흔히 매니퓰레이션에 사용되는 익숙한 도구들을 얼마나 높은 완성도로 다루느냐가 경합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런 가운데 신성호 마술사는 저글링에서 주로 사용되는 옵티컬 링을 마술에 적극적으로 접목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냈고, 이를 통해 말 그대로 ‘Only One’이라 부를 만한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더불어 대회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일부 마술사들과 달리, 그는 각종 행사 공연에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일반 관객에게 어필이 되는 마술과 마술인, 혹은 마술대회 심사위원들에게 어필이 되는 마술에는 다소 간극이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인데, 이에 대한 그의 생각 역시 인상적이던 파트.

 

 

Issue : 환술, 한국을 넘어 세계로 - 환술 부부

 

한국의 전통 마술인 '환술'을 무대에서 선보이고 있는 환술 부부의 인터뷰파트이다. 사실 나 역시 이전 『더 매직스타』 방송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에는 거의 잊고 지내던 마술사 부부였는데, 이번 독일 국제 바리에테 페스티벌에서 수상하며 한국 전통 마술의 존재감을 알린 것을 계기로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서커스, 마임, 저글링 등 다양한 버라이어티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주축을 이루는 무대에서 마술을, 그것도 한국의 전통적인 마술 형식을 선보여 인정받았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적인 이미지를 억지로 서양식에 맞춰 대대적으로 바꾸거나 전혀 다른 맥락의 이야기로 포장하는 대신, 본래의 주요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부분만 덜어내는 방식으로 다듬어왔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여러모로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POP 느낌이 나던 인터뷰파트로, 국내에서도 여전히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 같으니 기회가 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직접 무대를 한번 보고 싶다.

 

 

De Ception : 비포선셋 Point of View 소품 선정기 

 

프리랜서 디자이너이자 '비포선셋' 금요일 정기공연을 진행하는 고동재 마술사의 코너이다. 이번 호에서는 그의 공연 'Point of View'에 사용되는 소품들을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구성했는지,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풀어낸 이야기를 다룬다.

 

공연장인 비포선셋의 조명과 색감, 공간을 이루는 재료들을 분석한 뒤 그에 어울리는 소재를 찾고, 이를 자신의 마술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과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일반적인 마술사들과는 다른,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그의 특색이 십분 발휘된 파트. 이전에 고동재 마술사의 공연을 보았을 때도 그의 마술은 유독 ‘그림이 예쁘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는데, 이번 글을 읽으며 그 모습이 단순한 감각이나 직관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계산과 분석 끝에 완성된 결과라는 점을 알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결과물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소품을 선택하기까지 이어지는 그의 사고 흐름을 함께 따라가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깨알같이 실제 구매처까지 언급되어 있는 만큼, 자신의 공연을 새롭게 기획하고 있거나 기존 공연의 세부적인 디테일을 한층 끌어올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듯하다.

 

 

Talk About Theories : Pace

 

'Talk About Theories'는 마술 이론에 관한 해외 칼럼을 번역하고 재구성하는 파트이다. 이번 주제는 다윈 오티즈의 'Strong Magic'에 실린 내용으로, 마술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페이스 조절’에 대해 다룬다.

 

칼럼은 페이스가 단순히 기술을 빠르게 수행하거나 말을 서두르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시작한다. 관객이 지루함을 느낄 틈 없이 공연의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패터뿐 아니라 무대에서의 행동, 정보의 양, 관객 참여 등 여러 요소를 함께 조율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불필요한 설명을 덜어내고 필요한 정보만 적절한 순간에 전달하는 방식, 즉 적절한 패터에 대한 그의 견해가 인상적이던 파트. 내용 자체는 길지 않지만 실제 공연을 구성할 때 곱씹어볼 만한 포인트들이 꽤 많았다. 다윈 오티즈의 말처럼 취미로 마술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어도 괜찮겠지만, 프로를 지향하거나 보다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술사라면 한 번쯤 전체를 꼼꼼히 읽어보길 권한다.

 

 

마法 : 인공지능은 마술사가 될 수 있을까?

 

마술 및 예술계 관련 간단한 법률 상식을 알려주는 코너 '마法'이다. 최근 계속해서 저작권 관련 이슈를 다루던 코너였지만, 이번 호에서는 이제는 하나의 ‘뉴 노멀’이 되어버린 생성형 인공지능에 대해 다룬다. 비록 내가 속한 업계에서는 아직 AI의 여파가 피부로 와닿는 수준은 아니지만, 논문 작성부터 저작권, 콘텐츠 생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이 AI인 만큼, 이를 마술과 연결해 풀어낸 이야기가 꽤 인상적이었다.

 

AI가 만든 결과물에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혹은 AI를 활용해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의 문제와 별개로, AI가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만으로 ‘AI도 화가인가?’라고 묻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칼럼에서는 이러한 질문을 마술계로 가져와, 자신의 AI 기반 로봇 마술사를 매직 서클에 가입시키려 했던 데이비드 펜과 매직 서클 사이의 대립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창의력과 사고 역시 결국 서로 다른 요소를 연결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언젠가는 인간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영역이 AI로 대체되거나 적어도 상당 부분 모방될 수 있다고 보는 편이다. 그렇다면 과연 10년, 20년 뒤에도 마술사는 반드시 인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금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질까. 그때의 마술계는 어떤 답을 내리고 있을지 궁금해지던 파트였다.

 

 

책 속의 진주

 

간단한 난이도의 마술들을 알려주는 파트인 '책 속의 진주' 파트로, 이번에는 5가지 마술을 알려준다. 이번 호의 한 가지 특징적이라면 다섯 가지 마술 모두 다 로프 마술이라는 점. 따라서 로프 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호의 다섯 가지 정도만 익혀도 기본적인 루틴들은 어느정도 할 수 있을 듯 싶다. 언제나처럼 간단하게 현상과 감상평만 적으면...

 

1) 한 방에 셋

현상 : 마술사가 밧줄에 입김을 불자 순식간에 매듭 3개가 나타난다.

감상평 : 오프닝 마술로 가볍게 보여줄 법한 마술. 굉장히 쉬운데 의외로 효과가 좋더라.

 

2) 길어져라 밧줄!

현상 : 마술사가 밧줄을 잡아당기자 점점 길어진다.

감상평 : 역시 오프닝으로 할 법한 마술. 개인적으로는 이 쪽이 1번보단 취향인듯.

 

3) 컷 앤 리스토어 로프

현상 : 로프를 잘라도 마법같이 다시 하나로 붙는다.

감상평 : 마술사들의 국밥 루틴. 그림만 보면 어려워 보일 수 있는데 직접 따라해보면 은근 쉽다. 

 

4) 이지 로프 루틴

현상 : 마술사가 밧줄을 이용해 여러 현상을 보여준다.(손으로 로프를 자르고, 길이가 변하고, 다시 합해지는 등)

감상평 : 마술사들의 국밥 루틴(2). 약간 어렵지만, 이 루틴 하나면 우리 동네 카퍼필드 가능!

 

5) 반지 탈출

현상 : 밧줄에 묶인 반지들이 모두 관통해 빠져나온다.

감상평 : 가볍게 보여주기 좋은 마술. 빌릴 수 있는 반지가 여러 개일 때 보여주면 효과가 더 좋을듯

 

 

Soo-Feel - 마술로 이야기하는 사람들

 

이번 박영균 마술사의 칼럼에서는 지난 8월 참여한 공연 '마술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준비하며, 무대 위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전달할지를 설계해 나간 과정을 다룬다. 프로 마술사는 아니지만 단순히 다른 사람의 루틴을 따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술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했던 그의 고민과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매주 일요일 발송되는 ‘필로마제야 레터'를 읽을 때도 매번 느꼈지만, 마술을 단순한 기술이나 연출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 안에 자신의 생각과 삶을 담아내려는 태도가 잘 드러나던 파트.

 

 

아이디어 노트   

 

독자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파트이다. 이번 호에서는 두 마술사의 아이디어가 실려있다.

 

1) Baek Shift - 백성현

 

관객이 선택하여 덱 중간에 넣은 카드를 스프레드 후 모으는 과정에서 탑으로 컨트롤하는 방식의 기술. 난이도적으로도 마냥 쉽지만은 않고, 약간의 볼드함도 있어서 호불호는 있을 것 같은 기술로, 충분히 용감하다면 실전성은 높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Avi 마술사의 'Peregrine Flip Over'가 떠오르던 파트.(내친 김에 Peregrine Flip Over 기술도 간만에 연습해봤는데, 한 1년 안했다고 겁나게 안되네...)

 

2) Symmetry - 정재훈

 

관객의 자율적인 선택의 결말이 예언되어 있는 형태의 마술. 특정 기믹덱을 사용하는데, 이 것을 이런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던 파트. 그냥 딸-깍으로 공연 루틴 하나가 완성되어 버리네...

 

 

종합 및 총평

 

개인적으로는 '책 속의 진주'의 로프 마술 시리즈가 너무 좋았던 호수. 이번 추석에는 간만에 조카들 앞에서 재롱이나 좀 부려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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