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에 대해서 애정이 있는 사람이면 WSOP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소위 포커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이 대회는 상금규모나 명예면에서 타 대회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고, 많은 이들은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소원으로 생각하고 있다. 소위 우승 팔찌인 브레이슬릿은 한번만 따도 그 실력에 대한 보증수표인 셈이기도 하고.
그런 이 WSOP에서 얼마전 칩 덤핑 관련 의혹이 터졌다. $1,500 Millionaire Maker Event 에서 우승한 Jesse Yaginuma(A)와 James Carroll(B)의 헤즈업에서 이상한 징후가 나왔기 때문.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면 이와 같다. 다른 경쟁자들이 떨어지고 A와 B만 남은 헤즈업 상황. 헤즈업 시작 당시 B는 A의 칩의 10배 이상을 가지고 있었기에 같은 프로수준이라면 불운이 겹치는게 아니고선 B가 이기는 것이 확실시되었다.
그러나 헤즈업 시작 후 B 선수의 모든 블러핑은 다 A에게 걸렸고, B 선수의 밸류뱃에는 A가 모두 폴드하며 A가 결국 상황을 역전하여 우승을 하게 된다. 물론 A 선수가 아주 뛰어나서 B 선수의 심리나 액션을 다 읽었을 수도 있다.(텔을 읽는다고 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된다. 바로 B 선수가 뱃한 금액의 마지막 자리가 홀수면 블러프 / 짝수면 밸류였다는 것. 한두번이야 우연일 수 있지만 모든 스팟과 모든 금액에서 상기 공식이 성립했고, 헤즈업 시작전까지는 이러한 경향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상당히 수상한 상황.
여기에 한가지 정황증거가 더 나온다. 바로 A 선수가 ClubWPT 소속으로, 해당 경기에서 우승시 $1M의 보너스 상금을 받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해당 경기 우승상금이 $1.2M였기에 이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 따라서 A와 B가 짜고 쳐서 A선수가 우승하면 총 상금이 늘어나는 셈이고, 이 우승상금 중 일부를 B선수에게 넘겨준다고 하면 B 선수는 기존 단독 우승시 상금보다 2등 상금 + 넘겨받은 금액의 총합이 더 커진다는 것. WSOP 브레이슬릿 위너라는 명예만 버리면 억단위의 돈이 추가로 생기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합의할만 한 상황이었다. 공교롭게도 헤즈업 시작 전 휴식시간이 유난히 길어 두 선수가 대화할만한 시간도 충분했고. 이때문에 WSOP는 수상을 미루는 중이며 두 선수의 짜고침(콜루딩)에 대해서 조사중이다.
포커계의 콜루딩은 사실 이번 사건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전 국내대회에서 한 남성 선수가 여자친구인 상대방에게 일부러 팟을 져줘서 칩을 넘겨준 일도 있었다. 다들 상황을 의심했지만 사실 그냥 바보같은 플레이를 했다고 하면 묻힐수도 있었던 이 사건은 남성선수가 양심의 가책으로 자신의 행동을 고백하며 수면 위로 올라와 자격정지와 몰수, 그리고 고소로 마무리되었다.
굳이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공공연하게 프로선수들이 팀을 맺고 대회에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 국내 유명 포커플레이어들도 대놓고 말하지 않을뿐, 같이 상금을 나눈다고 하거나 상대하기 싫은 스팟이다 등으로 돌려말하며 짜고 플레이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심지어 이를 본인들 유튜브에 대놓고 올리기도 한다) 포커의 본질인 핸드의 강함/포지션의 이해, 상대의 심리 읽기 등 수많은 요소를 단순한 티밍을 통해 해결해버리는것. 이런것을 보면 이게 본질적으로 '타짜 3'에 나오는 '팀짜서 한명 보내버리기'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마인드 스포츠니 뭐니하면서 포장을 해도 가장 권위있는 대회에서까지 대놓고 짜는 일이 왕왕 일어나는데, 그것에 대한 제도적/방법론적 제제가 없는 것을 보면 포커는 도박에서 벗어날수 없단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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