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다보면, 정말 많은 자료들을 접하게 된다.
기본적인 프리플랍 레인지 차트부터 시작해서 3-bet, 배럴링, 블러프 캐치 등 액션에 대해서 배우기도 하고, GTO나 ICM 등 밸런싱에 관한 내용을 공부하기도 한다. 많은 해외 프로들의 대회 경기나 핸드리뷰를 보며 그들의 사고 방식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포커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예전이었으면 쉽게 판단했을 액션을 많은 시간과 고민 후에야 선택하게 된다는 것. 물론 긴 고민 끝에 내린 액션이 항상 보다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결과들은 남아 두고두고 마음을 괴롭히기 마련이다.
나도 포커를 그리 오래 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내가 포커를 치면서 깨닫게 된 몇가지 포인트들을 적어보고자 한다.
1. 프리플랍은 정직하게 플레이하자.
쉽게 말해 강한 핸드면 강하게 플레이하고 약한 핸드면 약하게 하자는 것이다.
에어라인으로 림프 타거나 3bet에 콜만 하거나, BB에서 스퀴즈하려고 27o로 블러프 3bet하는 것은 많이들 경험해보거나 하는 행동일 것이다. 매우 짜릿한 경험인 것은 인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절대 수익적이지 않다. 에어라인으로 림프 타고 들어왔는데 깔려버린 투톤보드에 포지션도 없이 뱃하기 시작했다가 턴에 떠버린 플러쉬 완성에 괴로워한 경험은 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냥 정직하게 핸드에 맞는 3-bet, 4-bet, 올인, 폴드의 선택지를 선택하자. 슬로우 플레이는 포스트플랍부터 해도 충분하고, 사실 하지 않아도 된다.
2. 포스트플랍에서 블러프를 줄이자.
당연히 많은 의문이 들 수 있는 문장이다. 소위 서양 코쟁이 할아버지들의 니트한 플레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블러프를 아예 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블러프를 줄이자'는 것. 라이브 포커의 플레이어들을 보면 블러프를 너무 많이 치거나 너무 적게 치거나의 분류로 나뉘는데, 보통은 전자가 더 짜릿하지만 수익적으로는 손해인 경우가 대다수이다.
본질적으로 블러프를 왜 치는지를 생각하자. 나는 크게 2가지라 생각하는데
1) 나의 밸류뱃을 상대가 받아내게 하기 위해서 = 밸런싱 목적
2) 내 핸드가 쇼다운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이라 생각한다. 우선 1번 밸런싱목적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특정 스팟에서 이정도 뱃 사이징은 블러프와 밸류를 3:1 비율로 해야...' 등등의 생각은 접자. 이러한 밸런싱을 신경쓰는 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다. 대부분의 상대는 자신에게 있으면 콜하고 없으면 폴드하며, 당신의 밸런싱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2번이 좀더 와닿는 내용일 수 있다. 소위 뽀쁠류나 양차류로 플랍부터 c-bet했으나 띄우지 못한 경우 등에서 많이들 하기 때문. 그런데 쉽게 생각하자. 당신의 c-bet에 콜하고 온 핸드들이면 최소가 Top pair고 오버 페어, 투페어, 셋 모두 다 나올 수 있는 스팟이다. 상대는 당신의 뱃에 스냅콜 할 것이다.
물론 블러프였다는 것이 쇼다운되어 다음번 나의 강한 핸드일 때 상대가 콜하게 할 요인을 만들어주는 것은 맞는 이야기이다. 소위 나의 밸류뱃의 밸류를 받아내기 위해 블러프를 친다는 것이 바로 이 이야기. 그런데 사람들은 반대로 '블러프를 치기 위해 밸류뱃'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착각하지 말자. 포커는 본질적으로 포스트플랍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임이며, 이는 결국 밸류의 이야기이다. 블러프는 그것을 위한 좋은 도구일뿐 절대 메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3. 블러프 캐치를 하지 말자. 그냥 하지 말자.
에이스 하이로 상대의 마른 뽀쁠을 캐치해내는 쾌감은 포커에서 얻을 수 있는 도파민 맥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블러프 캐칭이 가치 있는 것은 오로지 2가지 뿐이다.
1) 내 핸드가 상대의 밸류배팅 중 일부는 이겨야 한다.
상대가 낫띵으로 블러프를 했을 수도 있지만, 투페어나 TPTK 의 핸드로 밸류뱃을 한 것일 수도 있다. 굳이 이런 상황에서 A하이나 로우페어 같은 카드로는 블러프 캐칭을 하려 하지 말자. 소위 모든 블러프를 이길뿐 아니라, 최소 몇몇 밸류들도 잡아서 이기는 핸드를 블러프캐처로 써야 한다.
2) 내가 상대의 밸류 중 일부를 블락하고 있다.
100bb UTG 오픈 - BB 콜.
플랍 : A♥ T♣ 6♥ UTG c-bet. BB 쳌-콜
턴 : 4♠ UTG 팟뱃. BB 콜
리버 : 2♥ UTG 팟 2배 올인.
위와 같은 상황이라면 상대는 리버 올인시 플러시가 있거나 블러프거나 둘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약 T♥ 나 K ♥ 를 들고 있다면? 단순히 하트를 하나 블락했다는 의미 그 이상의 것을 가진다. 상대가 배럴링할 핸드 중 많은 것을 블락했다는 것이기 때문.
그외 상대가 블러프를 자주 치는 스타일이다 등은 고려요소가 되어서는 안된다. 100번에 95번이 블러프였다 하더라도, 내가 마주한 올인 스팟이 상대의 5번 밸류중 한번이라면? 운이 없다거나 나한테만 왜이래하고 절규할 것이 아니다. 그냥 내가 잘 못 플레이해서 진 스팟이 되는것이다.
이렇게까지 고려를 하고 나서도 사실 블러프 캐치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본질적으로 수익성이 없는 플레이기 때문. 다만 하다보면 점차 2피 같은 밸류핸드에서 A high같은 순수 퓨어 블러프캐처까지 쓰고 싶어지는 욕구가 샘솟은 것을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이런 도파민은 결국 당신의 지갑에서 빼서 쓰는 것이란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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