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포커를 하다보면 간혹 마주하는 상황이 바로 '안봤다 올인'이다.
자신의 패를 실제로 보지 않고 순전히 운에만 던지는 이 행위는 캐쉬게임은 물론이고 리바이인이 가능한 토너를 하다보면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는 존재이다.(물론 토너에서는 금지된 경우도 꽤 많다.)
당연하게도 수학적으로는 말도 안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을 마주하면 우리는 흥분해서 평소라면 쓰지도 않았을 67s 같은 핸드로 콜하고 들어가기 마련이고, 그러한 상황에서 지고 틸트가 온 경험은 라이브 포커를 수개월 이상 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안봤다 올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본 글에서는 이에 대해 생각해볼 점들을 간단하게 짚고자 한다.
0. 정말 안봤다가 맞을까? / 1:1이 맞을까?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과연 상대는 자신의 패를 보지 않고 올인한 것이 맞는가?'
'안봤다 올인'에 대해서는 펍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2장을 모두 받기 전에 외치는 것만 유효하거나, 혹은 '안봤다'의 금액에 상한선을 잡아놓는 경우가 많다. 다만 2장을 모두 받은 상태에서도 배팅상한 제한 없이 금액을 걸게 해주는 곳도 분명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상대가 정말로 보지 않은 것인지에 대해서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설사 딜러가 상대가 카드를 본 것을 눈치채더라도, 굳이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상대가 확실한 '안봤다'가 맞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0순위이다.
'안봤다' 여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헤즈업 가능성. 상대가 UTG에서 안봤다 올인을 했다고 해서 당신이 9max UTG+1에서 콜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 당신 뒤에서 리레이즈 올인 등의 공격적인 액션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헤즈업을 만들기 위해 모든 안봤다 올인에 대해서 콜이 아닌 레이즈 올인하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매우 손해이다. 아래의 내용은 상대와 당신이 확실히 1:1 헤즈업이 된다는 가정하에 적은 내용임을 잊지 말자.
1. 캐쉬게임 - 레이크를 고려할 것
간단하게 이렇게 생각할수도 있다.
'내가 가진 핸드가 상위 50%면 콜해도 되는거 아냐?'
맞는 이야기이다. 레이크가 없다면. 간단한 예시를 들어보자. NL 1000/2000, 레이크가 20%, max 4만이라고 생각해보자.
Hero UTG open 2.0BB
SB : 100BB 안봤다 올인
BB - fold
한 상황이라면 팟은 총 103BB = 206000이다. 내가 콜하기 위해 추가로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98BB = 196000이다. 이때 레이크가 20%, max 4만이므로 내가 콜해서 팟을 이긴다고 해도 나는 최대 166000밖에 가져오지 못한다. 즉 나는 승률 50%인 핸드로 모두 다 콜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레이크를 고려한다면 당연하게도 승률 50%가 아닌 더 높은 확률일때만 콜을 해야 한다.
이럴때 자신에게 필요한 승률을 계산해야하는데, 이는 아래와 같다.
(우리가 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 = (팟 데드머니 + 올인금액 + 콜금액) - (레이크)
(나의 기대 이익값) = (우리가 콜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 x (내 핸드의 헤즈업 기준 기대승률)
(나의 총 기댓값) = (나의 기대 이익값) - (내가 콜한 금액)
여기서 마지막인 (나의 총 기댓값) 이 0보다 커야지 콜할 가치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이쯤에서 모든 포커 핸드의 프리플랍-쇼다운 까지 갔을 때의 승률표를 보자.(단, 아래의 상황은 승리+무승부를 합한 확률이기에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 대략적인 느낌만 봐두자.)
그럼 다시 위의 예시로 돌아가자.
NL 1000/2000, 레이크가 20%, max 4만(=20BB)
Hero UTG open 2.0BB
SB : 100BB 안봤다 올인
BB - fold
내가 여기서 98s를 들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계산을 해보면...
(우리가 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 = (3BB + 100BB + 98BB) - (20BB) = 181BB
(나의 기대이익값) = 1831BB * 53% = 95.93BB
(나의 총 기댓값) = 95.93BB - 98BB = -2.07BB < 0
즉 나의 기댓값이 0보다 작기에 89s로는 안봤다 올인 상대로도(이런 게임 세팅일때) 콜하면 손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나의 총 스택이 70BB밖에 안되는 상황이면 어떻게 될까? 이때는 콜해야 하는 금액 및 상대의 올인 금액 중 내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68BB임을 고려하여 다시 계산을 해보면...
(우리가 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 = (3BB + 68BB + 68BB) - (20BB) = 119BB
(나의 기대이익값) = 119BB * 53% = 63.07BB
(나의 총 기댓값) = 63.07BB - 68BB = - 4.93BB < 0
똑같이 나의 기댓값이 0보다 작지만, 아까보다 더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레이크의 비중이 나머지에 비해서 더 커졌기 때문. 즉 레이크가 낮을수록, 데드머니가 많을수록/안봤다 금액이 맥스레이크를 상회할만큼 클수록 우리는 안봤다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콜할수 있게 된다.(= 승률이 낮은 핸드로도 콜할 수 있다)
실제로는 맥스레이크가 들어갈 경우 계산이 복잡해지지만(그리고 보통 올인 대결이면 맥스레이크가 걸리겠지만) 맥스레이크를 무시하고 몇가지 대표적인 예시들을 생각해보자.
1) 노레이크(혹은 타임 레이크)
아주 간단하다. 승률이 50%인 핸드로 콜하면 된다(블라인드 고려시 아주 조금 더 낮아도 된다. 49%대까진)
이를 정리하면
모든 파켓 페어
모든 A하이, K하이
모든 Qxs / Q5o+
J6s+ / J8o+
T7s+/T9o
98s
정도의 핸드로 콜하면 된다.(흔히 괜찮을거라 생각하는 67s로는 노레이크 기준으로도 절대 콜하면 안된다.)
2) 10% 레이크
승률 55.5%는 나와야 콜할 수 있게 된다.
44+
모든 Axs / A3o+
K5s+/K8o+
Q8s+/QTo+
J9s+/JTo
3) 15% 레이크
최소 승률 58%이다. 이쯤되면 꽤 강한 카드만 사용 가능해진다.
55+
A3s+/A7o+
K8s+/KTo+
QTs/QJo
4) 20% 레이크
최소 승률 61%이다. 레이크 20%인 게임은 꼭 올인 싸움이 아니더라도 팟에 자주참여할수록 손해가 누적되기 때문에 꼭 강한핸드로만 참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레인지를 보면 아래와 같다.
66+
A8s+/ATo+
KTs+/KQo+
위와 같이 정리된다.
여기에 맥스레이크가 적용될 경우 실제로 나가는 레이크가 더 적기 때문에 조금 더 나쁜 핸드로도 콜 할수 있긴 하지만, 매번 올인 금액마다 새로 계산을 하지 말고 이정도가 기본 가이드라고 생각을 하자. '안봤다 올인'이 그렇게까지 자주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만약 자신이 플레이하는 환경에서 자주 나온다면 자신의 레이크에 맞는 레인지를 외워두는 것을 추천한다.
2. 토너 - 보통 허용 안함.
토너에서는 사실 안봤다가 허용되는 경우가 더 적다. 그냥 '저 아직 안봤는데 올인할게요' 정도라면 모를까. 그렇기에 더더욱이나 상대가 실제로 자신의 패를 봤을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사실 논의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부분이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기본적으로는 위의 노레이크 부분 레인지를 보고 플레이하면 된다.
별도의 이야기지만, 100BB가 넘는 토너 초반이 아니라면 토너에서는 누군가의 올인에 콜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리바이인여부에 따라 다르겠지만 ICM이 적용되기 때문. 특히나 파이널 테이블의 버블 구간에서 포지션이 없다면 조심해야 한다. 내가 마지날한 카드로 콜한 것을 얼마든지 상대가 뒤에서 더 좋은 패로 리레이즈 올인할수도 있기 때문.
스톤버블구간이라면 더더욱조심하자. 막말로 머니인 직전에서 내 앞에서 두명이 올인 싸움이 붙었다면, 내가 설사 AA를 들고 있어도 폴드하는 것이 옳을수도 있다. 가만히 있어주면 누군가 한명은 확실히 떨어지기에 자동으로 머니인 될 수 있는데 좋은패라고 해서 같이 꼈다가 운 나쁘게 15%, 20%의 확률로 넘어가 말도 안되게 떨어지는 것보단, 울면서 폴드하는 것이 안전하게 머니인을 챙기는 것이 ICM적으로 이득일 수 있다.(한 핸드만 더 늦게 AA가 들어오길 후회하겠지만)
결론
'안봤다 올인'은 팟의 분위기를 띄워주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선물을 뿌리는 산타와 같다. 다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이성을 같이 이성을 잃고 대처하면 그것은 도박일뿐 더이상 마인드게임이 아니게 된다. 미리미리 잘 공부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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