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서론
2013년에 Tony Chang의 마술을 Tyler Wilson이 정리하여 쓴 책인 'I was kinapped left in Taiwan'(이하 '납치일기')와 PH의 '가위에 찔린 남자'(이하 '가찔남')의 리뷰이다. 두 책을 각각 리뷰하기에는 분량이 애매하기도 하고, 책의 느낌이나 저술 방식 및 PH가 번역/저술 하여 참여했다는 점에서 함께 리뷰를 하려 한다.
우선, 두 책은 각각 5개의 카드마술과 1개의 생활마술 / 5개의 카드 마술 로 구성되어 있으며 연출 + 해법(사진 및 그림) + 책 뒤의 QR 코드를 통해 각 마술 시연에 필요한 기본 기술들 및 부가 설명을 하고 있다. 후에도 언급하겠지만 PH도 본인이 이 납치일기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 만큼 전반적으로 두책에서 소개하는 마술의 느낌이나 원리가 비슷하다.
매번 말하지만, 연출을 기술함에 있어 해법노출이 우려되는 포인트는 건너뛰고 두리뭉실하게 설명하도록 하겠다. 추가로, 가찔남의 마술의 경우에는 필자 본인이 연습도 오래해보고 연출도 여러번 해봤지만 납치일기의 경우 아직 연습이 부족한 관계로 전반적인 느낌에 대해서만 기술하도록 하겠다.
1. 납치일기
1) That was a Freebie
연출 : 관객이 자유롭게 고른 카드를 관객이 직접 덱 안에 넣는데 컬이 되는 기술
책 구매전부터 가장 궁금하고 기대되던 연출이다. 원리는 아주 간단한데, 실제로 해보니 '이게 되네..?' 싶어서 신기했던 연출이다. 기존의 컬과 다르게 스프레드를 하고 접는 방향이 다르기에 연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코멘트에서 밝혔듯이 마술사가 기술을 하기 위해 필요한 편의와 멘트를, 관객을 배려하기 위해서 시행하는 것처럼 바꿔서 하는 것이 아주 영리한 포인트였다.
2) Precrastination
연출 : 관객이 고른 카드를 돌려받고 스프레드를 접는 과정에서의 브레이크/인조그 테크닉
방법 자체는 나도모르게 내가 자주하던 방식이라 놀랐다. 그럼에도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프레드가 완전히 닫힌 후에 들어가는 컨트롤은 관객에게 손기술을 쓴다는 느낌을 주지만, 스프레드를 닫는 과정에서의 컨트롤은 그러한 기술 느낌을 지운다는 토니창의 멘트가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공감하는 멘트이며, 같은 이유에서 나는 패스/더블언더컷/마하트마셔플 등의 탑컨트롤보다 컬/사이드스틸 등의 방식이 더 마술적으로 우월하다(개인적인 생각이다. 기술이 들어가는 느낌을 덜주기 때문)고 생각한다.
+) 추가 설명 : 두 기술군 간의 우월성이 있다가 보단 적어도 '탑컨트롤'에서는 컬과 사이드 스틸이 더 기술적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는 멘트였다. 관객의 카드가 중간에 잘 들어갔는데 굳이 패킷을 닫은 후에 섞어서 기술느낌이 나게하는 더블언더컷/마하트마셔플보단 패킷을 닫은 후엔 다시 건드리지 않는 컬/사이드스틸 등의 기술이 관객에겐 좀더 자연스러운 느낌이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패스는 물론 '보이지 않아야하는 기술'이면서 '안 보이게 해야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적절한 미스디렉션과 함께라면 컬/사이드스틸 등과 비교할만 하지만, 단순히 카드 한장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덱 전체가 움직이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이며 그 어떤 마술사가 와도 미스디렉션이 제대로되지 않으면 플래시가 나는 기술이기 때문에 탑컨트롤면에서는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3) Looper
연출 : 유리잔 위에 올려놓은 빨대에 손을 대지 않고 공중으로 튀어오르는 마술
해법 자체에 특정 기믹이 들어가는데, 내가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라 아쉬웠다. 다만 기믹을 사용하지 않는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해 연출이 잘 짜여진 느낌이며 코멘트 중 '손기술은 현상의 주인이 아닌 하인이다'라는 말에 내가 그동안 하던 마술들에 대해 한번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엠비셔스 라이즈 등 너무 손기술에 치중한 나머지 마술인에게만 신기하고 비마술인에게는 현상 자체의 신비함이 다소 떨어지는 마술 등)
4) Queens Gambit
연출 : 관객에게 덱을 섞은 상태에서 앞면을 보지 않고 카드를 맞추는 방식을 알려주고, 실제로 시연하여 보여준다.(고른 카드 주변의 카드들을 통해서 유추하는 방법) 관객은 이를 따라하여 카드를 예상하는데 완전히 틀린다. 잠시 뒤 관객은 자신이 본 주변카드들을 다시 확인하고 자신이 고른 카드와 같은 숫자였음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우선, 처음에 보았을 때엔 감탄했던 마술이다. 기법도 영리하며 연출 자체도 잘 짜여져 있기 때문이다. 마술인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에도 해설 중 몇몇 포인트에서는 얻어갈 것이 꽤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토니창이 이 마술을 생각하게 된 계기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만, 실제로 몇번 시연해보면서 깨달은 점은 '연출에 비해서 들어가는 폼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사실 특정 원리를 이용하여 카드를 맞춘다는 것을 설명후 관객이 따라했을 때 맞춘다면 놀라겠지만, 틀린 후 사실 ~~~ 이거였다! 는 연출은 관객입장, 특히나 비마술인 입장에서는 오.. 정도의 느낌밖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이런류의 마술 중에서 훨씬 쉽고 관객의 호응도도 좋았던 것은 김준표 마술사의 이노베이션에 수록된 '구안' 과 가찔남의 '과거가 없는 남자'가 더 좋았던 것 같다.
5) The Deck void
연출 : 관객이 카드 한장을 고른 후 덱에 잘 넣는다. 마술사의 신호와 함께 코트 바깥쪽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보지만 조커다.(관객이 고른 카드가 아니다) 다시 신호를 주고 안쪽 주머니에서 카드를 다시 꺼내는데 또 조커이다. 신호를 주면 조커 외의 모든 카드가 전부 사라진다. 주머니를 열면 사라진 카드들이 다시 나타나는데 관객의 카드만 사라져있고, 어느새 조커는 관객의 카드로 바뀌어 있다.
연출을 글로 적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는데 실제로 보면 지저분하지 않고 깔끔하고 신기하다. 기술적으로도 깔끔한데, 다만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보다는 후술할 가찔남의 방법을 더 선호하고, 사실 가장 선호하는 건 클래식 탑팜을 이용한 '호 카드'를 선호해서 이 방법을 쓰진 않을 것 같다.
6) Side effects may occur
연출 : 관객에게 카드 한장(7하트라 하자)을 건내주고, 마술사는 에이스 4장을 꺼낸다. 차례차례 신호를 주면 에이스 4장이 한장씩 뒤짚어진다. 마지막 신호를 주면 어느새 7하트는 마술사의 손에 있고, 에이스 4장은 관객의 손안에 있다.
우선, 기믹이 필요한 연출이다(같이 배송이 온다) 그리고 엄청나게 어렵다. 아직 연습 단계라서 실제로 해보진 못했지만 기술적으로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이 마술의 진가는 기술적인 테크닉보다도 '어떻게 관객이 자신이 들고 있는 카드를 계속 확인하려하지 않으며 마술에 집중하게 하느냐'의 설계인 것 같다. 토니창은 연출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마지막 공개 순간에 엄청난 모험수를 넣었는데 이점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2. 가위에 찔린 남자
1) 어느새
연출 : 마술사는 K 4장을 꺼내고, 관객은 다른 카드를 덱에서 직접 고른다. 관객이 고른 카드를 K 4장 사이에 넣고 신호를 주면 고른 카드가 사라진다. 마술사의 왼쪽 주머니를 보니 카드 한장이 나오는데 K 클로버다. 오른쪽 안쪽 주머니를 보니 K 스페이드, 왼쪽 바깥을 보니 K 하트, 오른쪽 바깥주머니를 보니 K 다이아가 나오고 어느새 손에는 관객의 카드만 남아있다.
실제로 연출해보면 아주 효과가 뛰어난 마술이다. 기술적으로도 카드 마술중급자들이 익히는 기술들을 연습하기 좋게 되어 있으며 설계가 아주 잘 짜여져 있어서 코트를 입은 상황 + 같은 카드 4장을 찾는 마술을 한 후에 자주 사용하곤 한다.
2) 과거가 없는 남자
연출 : 마술사가 미리 카드를 3장 꺼내놓는다. 관객이 덱에서 카드 한장을 고른다. 꺼내논 카드를 뒤짚으면 스페이드 A, 스페이드 2, 스페이드 4이다. 관객은 자신의 카드가 스페이드 3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뒤집어보니 하트 A이고 공개되어 있던 카드들은 어느새 A로 바뀌어 있다.
연출효과에 비해 난이도가 어렵지 않아서 재밌는 마술이다. '관객에게 특정 카드들을 보여주고 마지막 카드에 대한 예상을 하게 해주고, 공개하니 예상이 틀렸는데 그새 관객이 본 카드들이 바뀌어 있다' 라는 점에서 위의 Queens Gambit과 비슷한 연출이나 훨씬 깔끔하고 기술적으로도 쉬운 마술이다. 서스펜스적으로도, 마술의 진행면에서도 탄탄하게 짜여있어서 연습후 시연해보면 상당히 좋을 것이다.
3) 현실도피
연출 : 관객이 카드 한장을 고른 후 덱 맨 위에 앞면으로 올린다. 신호를 주면 관객의 카드가 사라지고 마술사의 주머니에서 카드가 나온다. 한번 더 보여주겠다고 한 후 덱 위에 관객의 카드를 올린다. 신호를 주면 관객의 카드를 제외한 카드들이 전부 사라지고 마술사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과거가 없는 남자와 비슷하게, The Deck Void 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연출인데 기술적으로 더 쉽고, 연출이 깔끔해서 더 좋다고 생각한다. 이런류 마술을 할때 자주 사용되는 탑팜을 활용하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덱 베니쉬 후 주머니에서 나오는 연출(카드 투 포켓 중 덱 투 포켓 류)을 할때 나는 주로 호밍 카드를 하는데, 호밍 카드에는 일부 세팅이 필요한 만큼 세팅 없이 바로 할때엔 이 마술도 선호하는 편이다.
4) 클리쉐
연출 : 마술사는 미리 카드를 2장(K 두장) 꺼내놓는다. 두 관객에게 덱에서 카드 1장씩을 각각 기억시키게 한다. 신호를 주면 미리 꺼내놓은 K 카드 사이에서 뒷면 카드가 두장이 나온다. 관객 1번에게 기억한 카드를 물어보면 3하트이다. 관객 2번이 기억한 카드도 3하트이다. 뒷면 카드 두장이 갑자기 한장으로 줄어들고, 이는 관객들이 기억한 3하트이다.
연출만 보면 아주 놀랍고 좋은 마술이나 자연스럽게 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마술이다. 샌드위치 마술의 신비함 + 두 관객이 같은 카드를 기억했다는 반전 + 카드 2장이 한장으로 합해지는 신비함 의 구성인데 중간에 한번 삐끗하면 마술 전체가 어그러질 가능성이 다소 있어서 상당한 연습이 필요한 마술이다. 두 관객에게 같은 카드를 기억시키는 방법이 다소 고전적이면서도 효과적인데, 이 때 보통 마술사들이 하곤 하는 패터를 없앤 사소한 팁이 인상적이었다.
5) 주저흔
연출 : 관객이 카드 한장을 고르고 싸인한다. 마술사는 카드를 4조각으로 찢고 찢은 조각을 관객에게 건내준다. 시간이 지나면 한장으로 붙어있다.
TNR 연출이다. 사실 해법적으로는 굉장히 흔한 해법을 사용중이라서 특별한 것은 없으나, 특정 기술이 들어가는 특정 순간의 미스디렉션을 위해 넣은 하나의 동작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TNR 자체를 선호하지는 않아서(할때마다 카드가 찢어지니 나는 카드좀 아껴보려고 풀덱 아닌 TNR 전용덱을 들고다니는데 이 귀찮음 + 하고나서 뒷정리 때문에) 자주 해보지는 않았지만 3,4번 정도 해보면 이 미스디렉션이 아주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 들어서 PH가 얼마나 마술구성에 진심인가를 엿볼 수 있었다.
3. 종합 및 총평
두 책의 리뷰가 끝났다. 전반적으로 두 책의 느낌+수록된 마술 중 일부의 연출이 비슷한 느낌인데 가찔남이 조금 더 쉽고 연출이 간결한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원래 가찔남을 그리 높게 평가하지 않았는데(이렇게 사진 많이 넣고 기술설명은 따로 영상으로 할거면 그냥 스트리밍 렉처로 내지.. 란 생각? 물론 스트리밍 렉처 자체가 대세가 된게 얼마 안되긴 했지만) 토니창의 납치일기를 보면서 다시 보니 선녀다 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1023 보다가 가찔남 편집 보면 1023의 중구난방 사진편집에 욕이 절로..)간략하게 종합하면
납치 일기 : 4만원(하울링 구매자 특가. 추후 가격 상승 예정)에 마술 6개 수록. 연출 자체도 얻어갈 게 있으나 연출을 구성하게 된 하나하나의 스탭들과 토니창의 마술에 대한 생각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음. 다만 몇몇 연출은 들이는 폼에 비해서 연출적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고 느껴지고, 난이도가 상당해서 연습을 더 해보고 제대로 된 평가가 가능할듯.
총점 - ★★★☆☆
가찔남 : 2.3만원에 마술 5개 수록. 처음 봤을 때와 다르게 볼수록 연출들의 구성과 디테일 구성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게 보임. 다만 책의 설명은 약간 부실한 느낌이 있고, 연출을 구성하게 된 아이디어와 기술, 시연 영상등을 모두 페이스북 그룹으로 빼버려서(요즘은 유튜브 비밀 링크로 많이들 하지만 가찔남이 나온 시기를 고려하면 뭐..) 필요할때 보기가 조금 귀찮다. 많이들 저평가하지만 요즘 검증되지도 않은 아마추어 마술사들의 스트리밍렉처들이 난무하는 것을 생각하면 아주 선녀다..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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