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금융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반드시 듣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바로..
선물과 옵션은 절대 하지마!
선물과 옵션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일까? 선물과 옵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생 상품(Derivatives)에 대해서 이해해야 한다. 파생 상품이란 기초 자산의 가치 변동을 바탕으로 파생된 금융상품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서 기초자산이란 주식 / 채권 / 금 / 석유 등 실물자산 뿐만 아니라 주가지수, 날씨 등 추상적 개념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선물(Futures)과 옵션(Options)는 스왑(Swap)과 함께 파생상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 3형제(Plain Vanilla) 중 하나이다. 이들에 대해서 각각 알아보고, 대체 왜 위험하다고 하는건지 알아보자.
선물(Futures)
선물의 구조는 아주 단순하다. 미래의 자산 거래를 약속해두는 것. 예를 들어 보자.
철수는 대전에 살고 영희는 서울에 산다. 1주일 뒤 대전에 내려가기로 한 영희는 철수에게 성심당 튀김소보루 10개를 미리 사달라고 한다. 현재 튀김소보루의 가격이 개당 5천원이기에 영희는 철수에게 미리 5만원을 주었다. 즉 1주일 뒤(만기일) 튀김소보루 10개를 5만원에 거래하기로 계약해둔것.
이때 일주일 뒤에 성심당에서 특별 감사 행사로 튀김소보루를 개당 3천원에 판다고 하자. 그럼 철수는 10개를 구매하는데 3만원만 쓰면 되고, 남은 2만원은 오로지 철수의 몫이 된다. 그러나 만약 물가 상승으로 인해 튀김소보루의 가격이 개당 7천원으로 올랐다고 해보자. 그럼 철수는 10개를 구매하기 위해서 총 7만원을 지출해야 하고 2만원은 손해를 보게 된다.
현실에서라면 이 약속을 깨거나 조정을 할수 있다. 그러나 선물 거래는 법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계약이기에 상호합의가 없는 한 조정이 불가능하다. 위의 예시를 보면 왜 선물 거래가 일반적인 거래보다 위험한지 알 수 있다. 이때 선물의 중요한 특징이 두가지 있다.
1) 선물은 거래 시기가 정해져있다. 즉 만기일이 있다.
만약 철수가 그냥 튀김소보루를 샀고, 일주일 뒤 가격이 5천원보다 낮아졌다면 팔기 싫다고 안 팔수 있다.(일반적인 주식 거래) 가격이 오를때까지 기다렸다가 팔면 되니까. 그러나 이 경우에는 1주일 뒤에 영희에게 주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선물) 반드시 줘야 한다. 즉 기초 자산의 경우에는 판매 시기를 내가 결정할 수 있지만, 선물의 경우에는 판매시기를 내가 정할 수 없다. 방향을 맞춰야 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을 제한된 시간 내에 해야한다는 것.
2) 손실의 제한이 없다.
만약 철수가 가진 돈이 5천원뿐이었다면 튀김소보루를 하나 사고 끝났을 것이다. 가격이 3천원으로 내렸다면 2천원 손해로 끝났을 것이다. 그런데 미리 선물 거래를 통해 영희에게 튀김소보루를 10개 사기로 약속하고 5만원을 받은 상황에서 가격이 7천원으로 오른 순간 철수의 손해는 2만원이 된다. 만약 밀가루 가격 폭등으로 튀김소보루 가격이 10만원이 된다면? 철수의 손실은 95만원이 된다. 내가 가진돈보다 더 많은 손해를 볼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추가로 눈여겨볼 점이 있다. 바로 선물 거래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라는 것. 일반적인 기초 자산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만약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원에서 10만원이 된다면, 그것을 들고 있던 모든 주주들은 다 이익을 본다. 그러나 선물거래는 한쪽이 이득을 얻으면 나머지 한쪽은 반드시 손해를 본다.(철수가 2만원 손해면 영희는 2만원 이득이다)
만약 저 거래하기로 한 약속을 그냥 깨버리면 안되냐고 물을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이라고 하며, 이는 단순한 신용불량 수준이 아니라 어마어마한 천문학적인 배상을 해야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즉 선물은 어떤 경우에도 미리 정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한다.
옵션(Options)
옵션은 이 선물에서 한발짝 더 나간 개념으로, 특정 대상물을 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살 권리인 콜 옵션(Call)과 팔 권리인 풋 옵션(Put)으로 나뉘며 옵션과 선물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권리'라는 단어에서 나온다. 선물은 정한 날짜에 반드시 정해진 가격으로 거래를 해야하지만, 옵션은 권리이기 때문에 내가 꼭 행사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튀김 소보루가 지금 하나에 5천원이다. 튀김 소보루는 1주일 뒤 3천원이 될수도, 7천원이 될수도 있다.
민수가 생각하기에 튀김 소보루의 가격이 오를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에 민수는 1주일 안(만기일)에 튀김 소보루 1개를 5천원에 살 권리(=콜 옵션)를 성심당에서 미리 구매했다. 이 구매과정에서 프리미엄으로 200원을 지출했다.
일주일 뒤 튀김소보루가 한개에 7천원이 되었다. 그럼 민수는 산 권리를 행사하여 튀김소보루를 5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럼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차액 2천원에서 프리미엄 200원을 차감해 총 1800원의 수익을 얻는다.
그런데 만약 튀김소보루가 한개에 3천원이 되었다고 하자. 그럼 민수는 굳이 이 권리를 행사할 필요가 없다. 권리를 행사하면 추가로 2천원 손해만 볼 뿐이니까. 즉 권리를 포기한다. 이러면 손해는 프리미엄비용으로 지출한 200원만 손해이다.
보면 알겠지만 선물과 다르게 옵션은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튀김소보루가 10만원이 된다고 하면 민수는 9만 480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튀김소보루가 100원이 된다 한들 손해는 200원에 그친다. 즉 옵션 매수자의 수익은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지만 손해가 한정적이다.
반대로 이 옵션을 매도한 성심당을 생각해보자. 튀김소보루를 5000원에 살 권리를 200원에 판 성심당. 튀김소보루의 가격이 5천원보다 내려간다면 옵션 매수자는 권리를 포기할 것이기 때문에 성심당(=옵션 매도자)는 200원의 이익을 얻는다. 반면 튀김소보루의 가격이 10만원이 된다면 성심당은 억지로 튀김소보루를 5천원에 팔아야 하기때문에 손해는 9만 4800원이다. 즉 콜옵션 매수자가 번만큼 잃게 되는것으로, 옵션 매도자의 수익은 제한적이지만 손해는 무한하다는 것.
풋 옵션은 정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성심당에서 튀김소보루를 5천원에 팔 권리를 민수에게 200원에 샀다고 생각하자. 1주일 뒤 튀김소보루가 3천원으로 내려갔어도 여전히 이 권리를 행사하여 5천원이 팔수 있다. 즉 이때 성심당의 이익은 1800원. 만약 튀김소보루의 가격이 7000원이 되었다면? 굳이 5천원에 팔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권리를 포기하면 된다. 이 때 손해는 200원. 앞선 예시와 같이 풋 옵션 역시 매수자는 수익이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고 손해는 제한적이며, 매도자의 수익은 제한적이지만 손해는 무한하다.
위를 간단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콜 옵션 매수자와 풋 옵션 매도자는 값이 오르면 이득이고,
콜 옵션 매도자와 풋 옵션 매수자는 값이 내리면 이득이다.
옵션의 매수자는 이익이 무한대로 가능하지만 손실은 제한적(프리미엄)이고,
옵션의 매도자는 이익은 제한적(프리미엄)이나 손실은 무한대로 가능하다.
이때 옵션의 매수자가 다른 사람에게 그 옵션을 판다고 해서 매도자가 되는게 아니다. 옵션의 매수자/매도자의 구분은 처음 옵션을 만든 시점에서 결정되며, 옵션 매수자가 다른 사람에게 권리를 팔면 권리만 넘어갈뿐이다.
여기에 한가지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옵션 역시 선물처럼 만기일이 정해져있다는 것. 내가 살 권리(콜옵션)이나 팔 권리(풋옵션)을 가질지언정 이 기한이 무한하지 않다. 앞선 예시에서 튀김소보루의 경우 만기일을 1주일로 정했다. 즉 이 기간이 지나면 옵션 자체를 행사할 권리가 없어지기에 말 그대로 휴짓조각이 되어버린다. 따라서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옵션 자체의 가격이 날뛰게 된다.
앞선 예시에서는 민수는 튀김소보루 1개를 1주일 안에 5천원에 살 권리를 200원에 거래했었다. 그런데 6일이 지나서 이 옵션의 만기일이 하루 뒤로 다가온 상황에서 튀김소보루의 가격이 만원이라 하자. 그러면 다들 큰 수익을 벌 수 있는 이 옵션 자체, 즉 권리를 사고 싶어할 것이다. 이 경우 내가 민수에게서 이 권리를 4천원에 산다고 해도 이득이다. 하루 뒤 튀김소보루의 가격이 만원으로 유지된다면 나는 5천원에 살 경우 권리를 산 비용 4천원을 합해도 천원 이득이기 때문이다.(물론 민수 입장에서는 4천원에 팔리가 없다. 자기가 그대로 권리를 행사하면 4800원 이득이니까)
반대로 6일이 지난 상태에서 튀김소보루의 가격이 3천원이 되었다면 어떨까? 민수 입장에서도 5천원에 구매한다는 옵션을 행사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미 투자한 프리미엄 200원을 그냥 땅에 버릴 지경이며, 단돈 1원이라도 챙기는 것을 원한다. 따라서 하루만에 2천원이 오를 일이 없어보이는 이 상황에서, 해당 옵션의 가격은 기존 200원에서 폭락해서 1원에도 거래가 안될 수 있다. 그리고 이 1원에 구매한 사람들은 아주 높은 확률로 역시 1원을 땅에 버리는 것일 것이다. 하루만에 2천원이 오를일은 없어보니까. 그런데 만약 하루만에 튀김소보루가 7000원이 된다면? 나는 1999원 이득, 즉 2000배에 가까운 이득을 볼 수 있다.
위의 예시들을 보면서 한가지 눈치챘을 수 있다. 옵션 순매수 포지션은 손실을 보더라도 손실이 제한적이지만(프리미엄 가격만큼) 옵션 순매도는 손실 제한이 없다. 그러면 왜 옵션을 매도하는 사람이 생길까? 아니, 애초에 옵션을 사려면 파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판매를 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데 왜 거래가 되는걸까? 당연하겠지만 옵션 순매도 포지션의 승률이 훨씬 높게 설정되어 있기 때문. 대부분의 경우 옵션의 순매도는 승률이 99% 이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위의 튀김소보루 5천원 구매권리를 다시 보자. 만기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는데 튀김소보루 가격이 3천원이라면 하루만에 폭등해서 5천원을 넘는게 아닌 이상 이 권리는 행사될 일이 없다. 즉 프리미엄을 구매시 이득을 보려면 튀김소보루가 폭등해야만 하고, 대부분은 옵션 판매자가 이득을 본다는 것.
아파트 화재보험을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아파트에 불이 나는 경우는 일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다. 우리는 인생 기간동안 화재보험비를 꼬박꼬박 냈고, 이는 결과적으로 다 손실이며 보험사 입장에서는 꼬박꼬박 들어오는 안정적인 수익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99.9%의 승률이라는 것. 그러나 만약, 대규모 화재가 나서 전액 보상을 해야한다면 그 순간까지 보험사가 번 것은 모두 다 날아가고 한번에 다 갚아야 한다. 이러한 일이 실제로 발생한 것이 바로 2001년 9월 12일. 전날 일어난 9.11 테러로 인해 풋매수는 500배에 가까운 이득을 얻게 되었다.
옵션의 목적 : 헷지(Hedge)
위에서 선물과 옵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위험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런 어렵고 복잡한 개념이 왜 생긴 것일까? 도박을 위해서? 아니다. 바로 헷지 목적을 위해서이다. 이 헷지에 관해서는 지난 포트폴리오 이론에서도 한번 다룬 적이 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이론을 이용하여 기초자산 + 파생상품을 결합하여 적용하면 우리는 헷지를 구성할 수 있다.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방법들 2가지만 알아보면..
1) 보호 풋(Protective Put)
포지션 진입 : 주식 매수 + 해당 주식 풋옵션 매수
주식 상승 : 상승한 주식만큼 주식 포지션 이익, 풋 옵션 매수 포지션은 변동 없음 - 총 손익 이익
주식 하락 : 하락한 주식만큼 주식 포지션 손해, 풋 옵션 매수 포지션은 이익 - 총 손실 제한
주식이 상승하게 되면 풋 옵션은 행사되지 않고 프리미엄만큼 손실은 보겠지만 그보다는 주식 상승량이 크므로 이익이고, 주식이 하락할 경우 풋옵션을 통해 현재 주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팔 수 있기 때문에 손실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헷지를 하는 방식이다.
2) 커버드 콜(Covered Call)
포지션 진입 : 주식 매수 + 해당 주식 콜옵션 매도
주식 상승 : 상승한 주식만큼 이익, 콜옵션은 손해 - 총 손익 제한
주식 하락 : 하락한 주식만큼 손해, 콜옵션은 이득 - 총 손해 제한
주식 횡보 : 주식은 변화없음, 콜 업션 프리미엄은 누적 - 총 이익 보장
요즘 고배당 ETF들에서 핫한 커버드콜 전략이다. 연 배당 15% 등 다양한 조건으로 사람을 홀리지만, 대단히 비직관적이면서 낮은 수익률을 보이는 전략. 예를 들어보자.
삼성전자가 현재 한주에 5만원인데 7만원 콜매수 옵션을 1000원의 프리미엄에 판다고(콜매도) 해보자. 그러면 나는 삼성전자 주가가 7만원이 넘지 않는 순간까지는 무조건 이득이다.(정확히는 7만 1000원) 그런데 7만원을 넘게 되면 넘는 족족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된다. 그럼 여기서 내가 삼성전자 주식을 5만원에 한주 같이 사면 어떻게 될까?
만약 삼성전자의 주가가 5만원보다 내려간다면 나는 내려간만큼 손해지만, 콜옵션은 행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인 1000원을 얻어서 손실을 줄여준다. 5만원에서 7만원 사이라면 주식은 올라간만큼 이득이고, 콜옵션 역시 행사되지 않아서 프리미엄인 1000원만큼 이득이다. 만약 7만원이 넘게 된다면? 주식은 올라간만큼 이득이지만, 콜옵션이 행사되어버려서 그 순간부터는 7만원을 넘은 금액만큼은 콜옵션 매도 손해이다. 커버드 콜은 옵션 프리미엄 덕에 주식 가격이 얼마정도는 내려가도 커버가 반대로 옵션때문에 어느 순간 이상 올라가면 이익이 제한된다. 즉 커버드 콜은 횡보장에서만 이득을 볼 수 있다.
횡보장이면 자산 가격의 변동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프리미엄 누적을 통한 수익을 기반으로 배당이 들어오지만, 근본적으로는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점 때문에 상승폭의 제한으로 인해 실제로는 일반형보다도 수익률이 낮다. 상방은 제한되어 있지만 하방이 열려있는 ETF. 결코 확정금리형도, 고정금리형도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
머리 아픈데... 그래서 결론은?
최대한 쉽게 풀어썼지만, 파생상품은 태생적으로 기초자산에 비해서 이해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이 파생상품들의 사용목적은 헷지 목적이지, 파생상품만을 이용하여 도박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요즘 핫한 ELS니, 원금보장 ETF니, 고배당 ETF니 하는 것들도 다 기초자산과 파생상품을 섞었기 때문에 가능한것. 그러나 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높은 수익만을 바라고 하는 투자는 도박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열심히 공부하고 이해해서 똑똑한 투자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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