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대한민국의 마술 크리에이터이자 팬과 안티팬이 공존하는 슈퍼스타, PH의 신작 리모스 리뷰이다.
리모스는 카드가 찢어졌다가 붙여지는 마술인 톤 앤 리스토어(Torn and Restore, TnR) 연출 2가지를 담고 있는 책이다. 약 60페이지의 책과 함께 1시간 반의 영상 QR 코드, 그리고 특수한 덱 하나가 제공되며 가격은 7만원이다.
TnR 연출은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연출이다. 대부분의 카드 마술이 '관객이 고른 카드를 덱 안에 넣고 여러가지 방법으로 찾기'에 국한되어 있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마술이라 하더라도 마술을 한 그 순간만 신기할 뿐 시간이 지나면 놀라움이 휘발되어 날아가기 마련이다. 이에 반해 TnR 마술은 끝나고 결과물을 관객에게 선물할수 있기 때문에(물론 안되는 연출도 있지만) 관객이 해당 오브젝트를 두고두고 보면서 그때의 놀라움을 되새길 수 있다는게 굉장히 큰 메리트라 생각한다.
이러한 TnR 연출을 실제로 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들이 필요하다. 미리 세팅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찢어지는 과정을 관객에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관객이 싸인하기 어렵거나 마지막에 선물로 가져가기 힘든 경우도 있다. 이 책의 저자 PH 역시 이러한 여러 제한점들을 극복한,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TnR'을 만들었고 이를 소개하고 있다.
c.f) 언제나 덧붙이는 말이지만, 모든 연출은 너무 상세히 설명하면 그 자체로도 해법 유추가 될 수 있기에 관객이 받아들이는 현상 위주로 집중해서 설명하겠다.
1번 연출
연출 : 관객이 자유롭게 카드 한장을 고른다.이 카드 뒷면과 앞면에 관객이 싸인을 한다. 이 카드를 두번 접고 사등분하여 조각낸 뒤 하나하나 차례차례 다시 붙인다. 이 카드는 관객에게 선물로 줄 수 있다.
우선선 '사전 준비없이 / 관객의 싸인을 받고 / 네 조각으로 찢은 후 한조각씩 붙이고 / 선물로 주는' 모든 과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칭찬을 주고 싶다. 모든 동작이 굉장히 클리어해보이고 똑같은 카드 2장이 필요하다던가, 싸인을 위조해야하는 등 단점이 없기에 관객입장뿐만 아니라 연출자 입장에서도 연출 흐름 자체가 만족스러웠다. 꼭 카드일 필요가 없으며 명함, 메모장 등 다양한 물건으로 가능하단 것도 분명한 장점.
다만 난이도가 꽤나 어렵다. TnR 자체가 쉬운 마술은 아니지만 원안인 가이 홀링워스의 리포메이션(Reformation)이나 대중적으로 많이 하는 다니엘 가르시아의 톤(Torn)과 비교해도 일부 동작에서는 확실히 어렵다고 느껴졌다. 기존에 다른 TnR을 하던 입장인데도 덱을 3덱 가까이 찢고나서야 플래시 안나게 할수 있을 정도니... 연습하는 재미는 확실히 있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
원안이 원안인만큼 특유의 꼼지락거리는 느낌 역시 어쩔 수 없는 단점. 관객들도 이게 마법이 아닌 마술이란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무언가 마술사의 기술이 들어가야만 한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기술이 들어가는 장면으로 의심되는 순간(심지어 실제로 그 순간이기도 하고)이 노출된다는 것 자체가 용서되는건 아니다. 마술인 관객뿐만 아니라 많은 비마술인 관객들도 지적하는 단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한 연출. 나는 내가 TnR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Torn을 가장 먼저하곤 했는데, 미리 아주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단 점(30초 내외)와 더불어 붙이는 과정 중 일부동작이 가지는 한계점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다. 본 연출 역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숙련된 상태에서 시행한다고 가정시 임프롬투하면서 깔끔하게 할 수 있는 연출이라 생각하기에 높게 평가한다.
2번 연출
연출 : 카드 한장을 고른 후 두번 반으로 접고 싸인을 받는다. 이 카드를 사등분 조각 낸 후 붙이는데, 한장을 뒤집어서 반대로 붙일 수 있다. (4등분 4조각 중 한장만 뒤집힌 채로) 이 카드를 관객에게 선물로 줄 수 있다.
위의 연출과 대부분의 모습을 공유하긴 하지만, 마지막 결과물이 불가능한 오브젝트로 남는다는 것이 특징. 카드를 정말로 붙였다는 것을 넘어서 기적과도 같은 순간을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이란 점에서 많은 이들이 열광하던 연출이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1번 연출을 더 선호한다. 2번연출에서 어쩔수 없이 필요한 가프카드의 존재도 불호이지만, 연출 흐름상 카드를 고르는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발생하는 단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일반인들에게 공연을 하는 퍼포머의 입장이라면 그 연출의 효과 자체때문에 2번을 선호할지 모르겠지만, 기껏해야 주변 지인들이나 친구들에게 연출을 하는 나에겐 별 준비 없이 바로 할 수 있는 1번이 편하게 다가온 것도 덤.
c.f) 사실 가프 제품을 이용한다면 세상에는 2번 연출보다 좋은 연출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Rewind, TnT, D4M 등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리뷰한 아래의 도구가 난이도 대비 효과면에서는 상당히 우수하다 생각한다.
종합 및 총평
한마디로 또 하나의 잘 만들어진 톤앤리스토어 렉처.
기존의 톤앤리스토어 마술들과 비교시 일장일단이 있으며 초반 세팅이 아예 없으며 싸인 시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확연히 줄어든다는 점에서 리모스만의 확실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잘 정리된 사진과 QR 코드 영상 역시 배우는 입장에서는 매우 편했다. 이전 PH가 발매한 여러 책들을 보면 사진 편집이 너무 중구난방이라서 이해하기 힘들거나 가독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번 책에서는 이런 점들이 개선된게 확연히 느껴졌다. 1시간 반이나 되는 영상 역시 단순 기술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TnR 자체에 대한 PH의 생각, 연습 및 연출 시 주의할 점, 다른 유명한 TnR 연출들과의 비교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을 샀더니 렉처가 따라온 느낌이랄까. 뭐가 되었든 추가로 제공되는게 많은 것에 불만 가지는 사람은 없으리라.
다만 많은 이들이 비판하는 두가지, 바로 가격과 가프덱 구성은 나도 불만이었다. 실물 책자에 가프덱-영상의 구성이 7만원이라는 것 자체에는 크게 불만은 없지만, 그래도 굳이 B5 사이즈-소프트 커버를 놔두고 A4 사이즈-하드커버를 선택하여 단가를 올린 것은 아쉬웠다. 책의 본질은 얼마나 표지가 아름답냐가 아니라 그 내용이라 생각하는데, 딱히 한정판도 아니고 엄청 새로운 내용을 담은 역사적 책이 될 것도 아닌(발매자의 생각은 모르겠다만) 책의 겉모습을 꾸미는데 너무 투자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A4사이즈가 되었기 때문에 다른 책장들과 사이즈가 안맞아서 기울여서 넣어야 하는 것은 추가적인 단점.
가프덱의 제공이 필트레라는 것 역시 아쉬웠다. 가장 대표적인 카드인 바이시클로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닌데(마킹덱도 아니니 라이더백을 못만드는것도 아니고) 본인이 제작한 카드를 기반으로 한 가프덱을, 그것도 해당 필트레 노말덱을 미첨부한채로 제공한 것은 어떻게 해도 커버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자원봉사가 아니기에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 자체를 비난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너무 짜치는 기분이랄까.. 10년전쯤 PH가 자신의 오픈 프레딕션 / 아칸을 위한 덱을 만들어 팔때도 바이시클이었고, 수많은 그의 플랩 제품들도 다 바이시클 기반인데 이것만 본인덱 기반이라는 점에서 무엇이 그를 변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게 될 정도.
결론적으로 리모스는 내용적으로는 깔게 크게 없지만, 그 외 여러 요소들이 아쉬웠다고 정리할 수 있다. 여전히 나는 Torn이 익숙하기에 Torn을 퍼포밍중이긴 하지만, 나중을 대비해서 연습해서 나쁠 것 없는 연출이라 생각한다. TnR에 입문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기는 어려울지 몰라도, 다른 TnR을 어느정도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구매를 고려해봄직도..?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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