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스페인의 위대한 마술사이자 마술이론가인 후안 타마리즈(Juan Tamariz)의 이론서 삼부작 중 2번째 책인 매직 웨이(The Magic Way) 리뷰이다. '파이브 포인츠 인 매직', '소나타', '버벌 매직', '네모니카' 등 다양한 이론서를 발표한 타마리즈이지만, 이 책 '매직 웨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적어도 국내에선) 접근성이 좋은 책이다. 1987년 최초로 출판되어 '마술을 더 신기하게 만드는 방법'을 담은 이 책은 개정을 거쳐 2017년 국내의 마술 번역 출판사인 루카스 퍼블리케이션에서 번역되어 판매되었다. 현재는 절판되긴 했지만 꽤나 오랜기간 판매된 책이기도 하고(처음에는 8만원이었지만 마지막에는 가격을 6만원으로 인하해서 팔았을 정도로) 중고시장에서도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에서 접근성이 제일 좋은 타마리즈의 책이기에 시중에는 이 책에 관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들이 퍼져 있다. 핵심이론인 '폴스 솔루션'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다양한 삽화와 더불어 젊은 시절의 타마리즈 모습을 볼수 있는 책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20가지 이상의 오일앤 워터(Oil and Water) 루틴이 실린 것으로도 상당히 유명하다. 심지어 '난 오일앤 워터 루틴 안할거니까 이 책 안볼래'라는 농담?도 있을 정도.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 역시 비슷한 생각을 가지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타마리즈 특유의(정확히는 스페인 마술사들이 많이 보여주는 방식의) 어지러운듯 정신없는 마술 스타일은 내게 맞지 않아서 이 책이 내게 과연 도움이 될까 고민도 했다. 그러나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카드 마술사중 하나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는 생각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 리뷰에 앞서, 한가지 변명 아닌 변명을 하고자 한다. 모든 이론서가 그렇지만, 이 책은 리뷰하기에 참 미묘한 부분이 많다. 대략적인 느낌만 서술하자니 수박 겉핥기처럼 느껴질 수 있고, 하나하나 세부적인 내용을 담자니 너무 많은 글을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그렇듯 대략적인 내용은 담아보되, 내 입장에서 느껴지는 인상 위주로 적도록 하겠다.
제 1부 : 폴스 솔루션 기법과 마술의 길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핵심 내용인 폴스 솔루션의 개념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2부에서는 이러한 폴스 솔루션을 적용시킨 구체적인 예시들에서 대해서 다루고 있다.
1부의 시작은 오른손에 있는 동전을 왼손으로 옮기고, 왼손의 동전이 사라진 후 마술사의 귀에서 뽑아서 나오는 마술에 대한 소개로 시작한다. 실력이 모자란 마술사부터 시작하여 그저 그런 마술사와 훌륭한 마술사를 거쳐 폴스 솔루션을 적극 활용하는 마술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상황과 이에 따른 관객의 반응 및 생각에 대해 기술하며 타마리즈는 폴스 술루션과 매직웨이의 개념에 대해 소개한다.
폴스 솔루션(False Solution)은 관객의 생각이 마술이라는 아름다운 길(매직 웨이)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즉 무대 뒤에 무엇이 숨어있는지, 마술의 비밀이 무엇인지 밝혀내느라 집중을 잃지 않도록 잘 안내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관객이 마술의 비밀을 못 알아채게 하는 것을 넘어 마술의 비밀을 찾아낼 생각조차 못하고 온전히 기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위해 타마리즈는 마술의 비밀을 수호하는 삼총사인 심리, 기술, 미스디렉션을 제시한다. 폴스 솔루션 기법을 적용하기 위해서 마술을 단계별로 나누고, 일반적으로 가능한 방법 및 구체적인 방법들을 연구한 후, 실제로 사용할 방법과 폴스 솔루션을 골라서 솔루션-이펙트를 선택하는 플로우 차트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한 그는 실전적인 예시들을 제시해준다.
예를 들어 위의 동전 마술의 경우에는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긴 동전이 사라진다' - '동전이 다시 나타난다'고 단계를 나눈뒤,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옮긴 동전이 사라지게 하는 방법'으로...(아래의 예시보다 책에는 훨씬 자세하게 여러가지 방법이 제시된다..!)
애초에 오른손에 동전이 없었다
- 사실은 동전이 아니라 알루미늄 호일 재질로 만든 가짜 동전이었다
- 동전 무더기에서 동전을 집어오는 척하면서 안집었다.
- 동전을 실수로 떨어트리고 집어오는 척하면서 동전을 신발 밑에 밀어넣었다.
- 동전을 집는 척 하면서 쉘을 집어왔다.
오른손에 있던 동전을 왼손으로 옮겨쥐지 않았다.
- 폴스 트렌스퍼를 사용했다.
- 슬리빙을 사용했다.
- 탑핏을 활용했다.
왼손의 동전을 몰래 다른 곳으로 옮겼다.
- 펌킨씨드 베니쉬 사용했다.
- 릴이나 풀을 활용했다.
동전이 왼손에 있지만 보이지 않게 했다.
- 텐카이 핀치를 활용했다.
- 왁스 등으로 손등에 붙였다.
- 서틀티를 사용해 동전이 보이지 않게 하였다.
등등 굉장히 다양한 방식을 삽화와 함께 설명해준다. 이러한 여러한 방식을 제시한 후 다시 어떤 방식을 활용할지, 어떻게 조합할지 및 반복해서 마술을 보여줄 때에는 어떤 방식에서 어떤 방식으로 바꿔서 보여주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자세하게 제시한다. 기존의 마술을 조합하여 퍼포밍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연출이나 마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 느껴진 파트. 중간중간 '관객에게 폴스 솔루션을 제시한 후 그것이 틀렸음을 증명하는 부분' 역시 재밌었는데, 많은 마술사들이 즐겨하는 '대놓고 팜한척 이상하게 손을 쥐고 있다가 펴보면 아무것도 없는' 행동이 이러한 이론적 배경에서 나왔구나! 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제 2부 : 폴스 솔루션 기법의 적용
2부에서는 1부에서 소개한 예시처럼 폴스 솔루션 기법을 다른 여러마술들에 적용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파트이다.
그 유명한 엠비셔스 카드(The Ambitious Card), 기적의 예언(알 코란 스타일), 마법의 글씨 : 스피릿 슬레이트, 그리고 수많은 오일 앤 워터(Oil and Water) 루틴이 소개된 파트. 굉장히 실용적이면서도 다양한 방식이 소개되는 파트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많은 방식이 나열되어 있기에 혼동스러움을 느끼기도 쉬운 파트이다. 역자의 말에도 적혀있듯, 한번에 다 읽을 필요 없는 파트이다. 조금씩 조금씩 읽어도 좋고, 한번에 쓰윽 빠르게 본 후 재밌어 보이는 부분만 돌려봐도 좋은 파트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가 있던건 역시 엠비셔스 카드 부분. 나는 엠비셔스 루틴을 마이클 아머의 렉처에서 알려주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데(서틀티나 핸들링, 기술의 조합 모두 다) 이러한 방식의 원전이 어디였는지, 그리고 이 방법이 왜 좋은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왜 이렇게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잘 모르고 따라하던 행동들의 이유(+ 마술 이론적 배경)을 알게되었달까.
오일 앤 워터 부분 역시 상당히 재밌었다. 간단한 역사 및 기존에 사용하던 방법들에 소개 후 타마리즈 본인만의 기법에 대해서 소개하는 부분으로, 타마리즈 본인의 기법 파트가 꽤나 인상적이었다. 소위 '효과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그의 의지가 엿보이는데, 아주 어려운 손기술은 물론이고 생전 처음보는 방식의 기믹까지 다양하게 활용된 것이 재밌던 파트. 전문퍼포머가 아닌 나같은 아마추어 마술사, 그것도 손기술이 그닥 좋지 못한 마술사가 직접적으로 활용 가능한 부분이 많지는 않아 아쉽긴 했지만 마술 현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방식들이 활용가능한지, 그리고 그 방식을 어떤 식으로 조합해야 관객이 해당 기법에 대한 의심을 못하게 할 수 있는지 재밌게 보았다.
종합 및 결론
한마디로 어려우면서도 재밌는, 두고두고 봐야 할 책.
많은 마술이론서를 읽고 나면 '음.. 참 좋은 내용이었어... 근데 그래서 이게 당장 내 마술에 도움이 되나? 뭔가 좋은 내용이긴 했는데...'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아무래도 내가 프로 마술사가 아니다보니 새롭게 마술을 창작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기존의 것을 따라하는 것이 더 시간/노력 대비 효율이 좋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상당히 실용적인 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술의 본질에 대해서 다루면서도, 바로 당장 활용가능한 기법들에 대한 조합을 소개하기 때문이다. 꼭 이 책에서 직접 소개하는 기법이 아니더라도 기존에 무시하고 갔던 방법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꽤나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점도 장점. 상상치조 못했던 마술기법이나 '이렇게까지도 할수 있구나' 싶은 파트도 많아서 마술을 창작하거나 자신만의 스타일을 첨가한 연출을 만들고자 하는 이에게는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딱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읽기가 쉬운 책은 아니란 것? 책을 보기전부터 듣던 애매한 번역 퀄리티는 생각보다 거슬리지 않고 양호하게 느껴졌는데, 책 특유의 편집방식이 아쉬웠다. 삽화가 많다보니 편집이 중구난방이 되는거야 어쩔수 없지만, 글자체, 글자 크기와 자간 등이 장기간 독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적을 평가함에 있어 내용이 아닌 것을 지적하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래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 읽기 편한 편집이 나쁠 것은 없으니까...
아무쪼록 두고두고 여러번 읽어볼 좋은 이론서. 예전에 다윈 오티즈의 '스트롱 매직'을 볼때도 느꼈지만 좋은 마술 이론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용적인 방식에 대한 제시와 그에 대한 탄탄한 이론적 배경을 제시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점에 딱 부합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마술'을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자신있게 추천한다.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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