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1 신촌 CGV 아트레온에서 관람한 '미키 17' 리뷰이다.
영화 기생충의 예술적 / 상업적 성공 후 봉준호 감독의 첫번째 작품이기도 하고, 시사회때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소문(이야 항상 돌긴 하지만)이 있어서 제작 소식을 듣자마자 꼭 봐야지라고 다짐하던 영화. 다만 좀 미묘하다는 사전 평도 들려오기도 했고, 소설 원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영화를 보기 전에 소설을 먼저 볼까도 고민했는데, 이번에는 사전정보를 아예 모르는 채로 온전히 영화를 즐기고 싶어서 시놉시스나 트레일러조차도 보지 않고 관람했다.
시놉시스
“당신은 몇 번째 미키입니까?”
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미키’.
기술이 없는 그는, 정치인 ‘마셜’의 얼음행성 개척단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4년의 항해와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 뒤에도 늘 ‘미키’를 지켜준 여자친구 ‘나샤’.
그와 함께,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과 출력의 사이클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나 ‘미키 17’이 얼음행성의 생명체인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을 위기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현실 속에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자알 죽고, 내일 만나”
감상
우선, 감상을 적기 전에 앞서 한가지 명시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영화를 즐기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영화를 본 후 바로 느껴지는 첫 감정과 인식이 진짜 그 영화에 대한 평가라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영화의 뒷배경이나 스토리 및 작가의 의도를 모두 파악하며 다회차 감상을 한 후의 평가가 제대로 된 평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는 지극히 전자의 입장이다. 이전에 '추락의 해부' 리뷰 글을 쓸때도 언급했듯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난 이후에는 작가가 아닌 독자와 세상의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입장에서는 참 불공평할수도 있다. 우매한 독자나 관객들이 자신의 세심한 설계와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겉핥기로 쓰는 평가가 같잖아 보일수도 있다. 소위 어느 운동선수처럼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고 생각할수도 있겠지. 뭐, 내가 생각하는 것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겠지. 그럼 어떤가. 어차피 이 평가는 나의 것인데.
각설하고, 그런 의미에서 참 여러면에서 얕고 부족함이 느껴지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크게 느껴진건 소위 핍진성의 부족이다. 행성간 이주, 심지어 4년간이나 우주여행을 할 능력과 더불어 인간 복제를 해낼 수 있는 세상에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 못한거야 그럴수 있지. 이건 물리학 법칙이니까. 초반에는 그런 의미에서 대놓고 함선 내 모든 애정행각을 금한다는 이야기까지 꺼내기도 하고, 식량분배를 10칼로리 단위로까지 통제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막상 말만 그렇게 하고 온갖 낭비란 낭비는 다 한다. 상위계층의 낭비야 당연히 있을수 있다 치는데, 주인공 미키를 포함해 모든 하위계층까지 사실상 이름이 붙는 모든 인원들의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너무 많다. 저정도 기술력이면 냉동해서 행성이주 후 다시 녹여도 충분할 것 같은데 말이지. 그 먼 거리를 우주항해하여 도착한 행성이 얼음으로 가득찬 행성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출발한 것은 아마 관찰력의 한계였겠지? 영화 내내 탐사만 계속 하다가 케네스 마샬의 죽음 이후에야 제대로 된 이주정착이 이루어지는 것은 그냥 타이밍의 문제라 치고 ㅇㅇ.
등장인물들도 하나같이 다 너무 답답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주인공 미키부터 보자. 굳이 영화 초반에 성격까지 복제한다고 해놓고 왜 미키 17과 미키18의 성격이 정반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주인공 두명 그 어느 누구도 매력적이지 않다. 굳이 '멀티플'이 되면 둘다 소멸된다는 것을 매우 강조해놓고도 '제발 들키게 해주세요'하듯 성행위를 할때 문을 잠그지도, 닫지도 않은 것은 왜 그런걸까. 마지막 미키18의 희생 자체도 굉장히 뻔했는데, 그가 죽기전 고민하는 모습 역시 지극히 얕다. 영화 내내 딱히 죽음과 존재 소멸에 대해 생각하지 않던 존재가 하는 5초의 고뇌는 그 유명한 짱구 극장판 로봇 아빠가 하는정도보다도 못하다고 느껴졌다. 복제된 인격에 대한 고뇌,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 타인을 위해 자신을 온전히 희생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 계속된 부활로 죽음을 진정으로 경험하지 않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등 철학적으로 깊게 다룰만한 소재가 넘쳐흘렸음에도 이 모든 것을 소위 찍먹하듯 스윽 스치듯 지나가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너무 짠 음식을 먹고 난 뒤 남은 텁텁한 기분같았다.
나머지 캐릭터들이라고 딱히 더 나은 점은 없다. 어느 모 대통령을 겨냥하고 만든 캐릭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답답함 + 소심함(그러면서도 선택적으로 담대함) + 잔인함을 겸비한 케네스 마샬의 행동은 볼때마다 울화가 터진다. 그는 2번 선거에서 떨어진 인간 수준이 아니라 그냥 어디 구멍가게 사장도 못할 것 같은 행동만 보여줄 뿐이고, 그 옆에 있는 우리의 홍보대사님의 발언은 누가봐도 케네스 마샬을 더 망하게 하는 길로 이끌뿐이기에 사실 쁘락치가 아닌지 진심으로 의심을 했다. 뛰어난 요원이라고 나온 말 한마디(거기에 조금 더 하면 끝나갈 무렵 보여주는 목조르기 실력 정도?)로 설명하던 나샤는 중간중간 너무나도 얼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약에 취하면 그 위대한 요원도 이렇게나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을 그려 마약 근절 캠페인을 하려던 것이 아니라면,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 미묘한 감정선을 타는듯 하다가, 정의를 위해 상명하복을 어기나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대체 이야기에 왜 필요했던 것인지 모르겠던 카이도 마찬가지. 복선 하나 없다가 막바지에 나온 반란 세력은 뭐 언제 다같이 반란 모의한건지도 모르겠고, 소스 중독자 알파 마샬의 소스 철학은 뿌리가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마카롱 가게를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려주는건지, 아니면 망해도 기술이 있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건지 모르겠는 티모는 덤.
곰벌레를 모티브로 한 것이 분명해보이는 크리퍼라고 딱히 나은 것은 없다. 초음파로 통신하는지는 몰라도(이건 아니겠지 소리를 사람이 듣긴 하니까) 그 먼거리에서 동족의 죽음까지 깨달을 수 있던 마마 크리퍼께서는 왜 베이비 크리퍼가 구출되지마자 바로 알아채지 못한건지도 이해가 안가고. 인간을 터트려서 죽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뻥카였다는 것도 굳이 넣어야 했나... 싶다. 왜 자신을 살려줬냐는 미키17의 질문에 '그럼 죽여야 했나?'라고 답변은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왜 그리 공격적으로 행동했었는지도 모르겠고.
그나마 나은 점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훌륭한 영상미이다. 테넷과 배트맨에서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준 로버트 패틴슨의 일인이역 연기는 정말 이게 한 사람이 연기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얼음과 눈보라로 가득한 니플헤임 행성의 모습의 생생함과 크리퍼의 모습은 여러모로 충격적으로 생생하게 다가왔다. 뭐... 그렇다. 이정도.
간만에 영화관에서 본 영화인데, 기대감이 커서인지 실망이 참 큰 영화였다. 신선했지만, 엉성하고 부족함이 많은 영화. 다음에는 개봉하자마자 보지 말고 남의 평들이 충분히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봐야하나라는 생각이 드네.
+)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있었다면 그게 더 화났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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