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현대 영화사에서 가장 성공하였고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테넷 리뷰이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다크나이트를 포함한 배트맨 트릴로지, 메멘토, 인터스텔라 등 상업적으로도, 작품성면으로도 성공한 작품을 여럿 만든 감독이다. 다른 작품들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소재, 특히나 과학적 요소가 들어간 작품을 여럿 만드는 것도 태생 이과인 나에게 너무나 취향저격이라 놀란 감독의 작품은 나오면 무조건 극장에서 2회 이상 보는 것이 나의 루틴이다.
테넷 역시 그러한 작품 중 하나로, 2020년 상영 당시 극장에서만 2번 보았던 영화이다. 당시 관람할때도 참 묘한 여운을 남기던 영화였는데 이번에 네이버 멤버쉽 혜택 변경하면서 간만에 접속한 넷플릭스에 올라와있길래 재관람하였다.
시놉시스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를 막기 위해 투입된 작전의 주도자. 인버전에 대한 정보를 가진 닐과 미술품 감정사이자 사토르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한 그의 아내 캣과 협력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제3차 세계대전을 막아야 한다!
감상후기
많은 이들이 영화를 보고 어지러워하는 사건 진행 순서를 포함하여 사토르 마방진이니, 프리포트 작전이니, 알고리즘이니 하는 것은 다 부차적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결정론에 대한 자세라는 것.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이미 미래는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 전제이다. 사토르의 계획은 영화 시작시점부터 이미 실패한 것이 확정이며 마지막 하이라이트인 스탈스크-12 작전마저도 이미 성공한 것을 전제하고 시행에 들어간다. 이는 영화에서도 아래의 문구를 지속적으로 반복함으로서 더더욱 강조한다.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What's happend's happened.
이러한 미래 결정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에도, 극중 인묻들의 행동은 어찌보면 광기와 같다. 이미 해결된 일인데 그것을 해결할 것이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죽으러 가는 닐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미 해결된 일이라고는 굳게 믿으면 어차피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해결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중 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그 일을 해결할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기에, 당연하게도 자신이 역행하여 해결하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닐의 믿음이 현실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결정론에 대한 생각을 가지면 보통은 비관적인 자세가 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기 때문에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되고, 우리는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결정론이 허무주의와 연결되던 지난 지난 역사속 철학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결정론의 세계관에서도 믿음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아래와 같이.
닐 :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
이건 세상의 이치에 대한 믿음이야.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변명이 아니라.
주도자 : '운명'이라고?
닐 : 좋을대로 생각해
주도자 : 넌 뭐라고 생각하는데?
닐 : 현실(Reality).
내가 믿는 것은 나의 운명이 아니라 나의 현실, 그 자체라는 것. 현실은 인지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믿음의 대상이다. 데카르트처럼 오로지 믿을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성'뿐이라 생각할수도 있다. '나' 외의 모든게 꿈일수도 있고, 매트리스 속 가상 세계일수도,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각본의 세상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나' 밖의 세상을 믿고 행해야 한다. 그럼으로서 우리는 '나' 밖의 세상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나를 세상에 비춰봄으로서 '나'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人間'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랜기간 결정론자로서 허무주의에 빠져있던 나를 쇠망치로 후려친 영화라는 점에서 참 여러모로 뒷 여운이 남는 영화. 비록 세상이 결정되어 있을지언정, 이는 내가 나태해도 됨에 대한 핑계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자.
내 마음 바깥의 세상을 믿어야 한다.
기억 못해도 나의 행동이 의미있다고 믿어야 한다.
내가 눈을 감고 있어도, 세상이 여기 있음을 믿어야 한다.
- 레너드 셸비, 메멘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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