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지난 글에서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시계 라인업을 구성함에 있어 고려할 요소들에 대해서 기술해봤다.
마지막 정리를 다시 언급하면...
1) 갯수 : 3 ~ 4개가 적당하다
2) 사용용도는 데드 드레스 / 케쥬얼 드레스 / 스포츠 / 다이버 로 구성
3) 라인업 내의 브랜드 규모 / 가격대는 최대한 밸런스를 맞춘다.
위와 같다. 이러한 조건들을 바탕으로 하여 현재 내가 정착한 라인업은 아래와 같다.
1)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메뉴얼 와인딩
2)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클래식 라지 듀오페이스
3) 블랑팡 피프티패텀즈 바티스카프 38mm
4) 롤렉스 서브마리너 (구) 그린 헐크
우선 각각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면...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메뉴얼 와인딩
스펙 : 사이즈 38mm / 두께 7.77mm / 메뉴얼 와인딩 / 파워리저브 65hr / 핑크 골드 소재 / 방수 30m
용도 : 데드 드레스 워치 포지션
내 컬렉션에서 가장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드레스워치에 부합하는 시계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전 사용기에도 언급하였으니 자세한 내용은 사용기 참조.
원 기추 목적 및 포지션은 정장용 데드 드레스 워치이지만, 사실 한달에 한두번 정도 정장차림을 입는 나이기 때문에 사실상 셔츠를 입는 일이 있거나 긴소매를 입는 겨울철용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이전 라인업 구상글에서도 언급하였듯 너무 원 기추 목적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것.
(남이 세운 기준이라 딱히 신뢰하지는 않지만) 나름 빅 3 브랜드의 전통 드레스워치이면서, 뛰어난 만듬새를 보이기도 하는데다가 내 시계는 부띠끄 한정판이기 때문에 더더욱 애착이 가는 시계.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클래식 라지 듀오페이스
스펙 : 사이즈 47mm * 28.3mm / 두께 10.3mm / 메뉴얼 와인딩 / 파워리저브 42hr / GMT 기능의 듀오페이스
용도 : 케쥬얼 드레스워치 포지션
내 시계 생활의 시작을 알린 기념비적인 시계. 어찌보면 만악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내 손목 위에 가장 많이 올라가는 시계인 리베르소. 역시 자세한 사용기는 아래 링크 참조
많은 이들이 드레스워치 목적으로 착용하는 시계이기는 하지만, 태생이 폴로경기를 위한 시계이기도 하고, 소재도 일반 스테인리스 스틸인지라 케쥬얼한 복장에도 자주 착용중인 시계이다. 처음 기추 당시만 해도 리베르소는 조금 작게 차는게 예쁘다는 말 때문에 미디움으로 갈지도 많이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라지 사이즈인 것이 시인성 측면 및 케쥬얼한 복장과의 매칭 정도 면에서 확실한 이점이 있어 만족스럽다. 줄질이 굉장히 편한 것도 깨알 만족 포인트
블랑팡 피프티패텀즈 바티스카프 38mm
스펙 : 사이즈 38mm / 두께 11mm / 오토매틱 와인딩 / 파워리저브 100hr / 방수 300m
용도 : 스포츠워치 포지션
나의 아픈손가락이자, 나의 전천후 시계인 블랑팡 바티스카프이다. 왜 아픈 손가락인지는 아래의 리뷰글 참조
태생은 분명 다이빙 시계이지만, 38mm라는 드레시한 사이즈와 300m 방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11mm의 두께 덕에 일반 스포츠시계로 사용중이다. 여름철 반팔부터 겨울철 긴소매까지 다양하게 활용중이며, 특별한 고민 없이 막 차고 나갈 수 있다는 것이 확실한 장점. 소위 하이엔드 럭셔리 스포츠 워치 트로이카로 불리는 PP 노틸러스 / AP 로얄오크 / VC 오버시즈과 비교시 시장 평가 / 만듬새 등에서는 훨씬 못 미치겠지만, 착용감 하나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 시계.
롤렉스 서브마리너 (구)그린 헐크
스펙 : 사이즈 40mm / 두께 13mm / 오토매틱 와인딩 / 방수 300m
용도 : 다이버 시계 포지션
마지막으로 나의 다이빙 시계인 롤렉스 헐크이다. 롤렉스에는 좋은 시계가 정말 많고, 서브마리너 중에서도 다양한 라인업이 있는데 굳이 헐크로 기추하게 된 이유와 과정은 아래 글 참조.
용도를 다이버 시계라고는 했지만 정확한 설명은 '여름용 시계'가 맞는 것 같다. 물이 닿을 것 같은 상황이라면 자주 착용하기도 하고, 반팔 차림의 케쥬얼한 복장이라면 큰 고민 없이 손목에 올리는 시계이기도 하기 때문. 겨울철이라고 해서 못 차는 건 아니지만, 특유의 툭 튀어나온 케이스백 디자인과 내 라인업 내 유일한 브레이슬릿 시계라는 점에서 착용감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아 겨울철에는 피하게 된다(줄질을 하면 되지만 딱히 잘 어울리는 줄이 없기도 하고..) 덕분에 겨울철에는 반 강제적으로 보관함을 지키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기간 동안 든든하게 손목위에 올라가는 존재감 있는 시계이다.
종합 및 정리
위의 라인업 정리를 보면 몇가지 깨달았을만한 것들이 있을텐데 이것들을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1) 시계들의 가격대가 비슷하다 ( 내가 받아들이는 기준)
물론 신품구매냐, 중고구매냐에 따라 세부 디테일은 다를것이다.
예를 들어 리베르소 듀오페이스의 신품가격은 현재 1700만원이지만(내가 구매 당시에는 각종 할인 하여 딱 1000정도에 구매) 중고가격은 1000만원 언저리인 반면, 롤렉스 서브마리너 그린은 현재 신품가 1500만원이지만 중고가격은 2000만원, 심지어 내 헐크 모델은 2300만원까지도 올라가있다. 비슷한 신품가라 해도 중고시장 내의 포지션은 천차만별이라는 것. (물론 이건 롤렉스가 유별난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시계들의 가격대가 비슷하다라고 받아들이는데, 그 이유는 바로 시계의 만듬새 때문.
리테일가는 그 해당 시계를 만든 회사에서 생각하는 적정 가격으로,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시계의 가격과 만듬새에는 분명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이전 글에서 나는 라인업 내부의 가격 밸런스가 깨지면 특정 시계를 선호/기피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하였는데, 이 역시 같은 이유.
* 물론 VC 트래디셔널은 리테일가가 다른 시계들의 2-3배 급이지만, 드레스워치의 경우에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기추하기 때문에 좀 별로로 취급하였다.
2) 널리 알려진 브랜드이며, 한국 내 정식 수입이 진행되는 브랜드이다.
'시계는 남이 알아봐줘야지 의미가 있다!'는 식의 접근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식의 접근이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일뿐.)
시계의 고장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지만, 한번 고장시 수십만원이 나가고, 5-10년 주기로 오버홀을 하는 것이 기본인 시계 시장에서 해당 브랜드의 공식 AS가 가능한지 여부는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널리 알려진 브랜드일 수록 QC 가 잘 되어 있기에 소위 뽑기운을 바라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장점. (마이크로브랜드의 시계를 구매 후 잔고장이나 수리 관련해서 스트레스를 겪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물론 좋은 사설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것이고, 오버홀 주기가 오기 전에 기변을 하는 것 역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다만 결국은 시계 그 자체를 즐기는 시계인의 마인드라면, 한번 기추한 시계를 수십년간 수리하고 정비하며 착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각 브랜드의 대표적인 시계이면서, 좋은 평가를 두루두루 받는 시계이다.
남들이 좋다고 말하는 시계가 무조건 좋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모두가 좋다고 하는 시계를 기추시 큰 불량이나 하자가 없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남들이 기추하지 않는, 매니아들만 아는 시계의 기추를 마치 '보물찾기' 마냥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러한 사람들조차도 대부분 착용하면서 느끼게 되는 여러 문제점들(착용감 / 무브먼트 안정성 / 마감 디테일 등)을 겪고 방출하기 마련이다.
현실적인 이유도 고려해야 한다. 추후 어떤일이 생겨서 시계를 처분해야하는 순간이 왔을 때의 감가나 거래 가능성 등도 분명히 고려해야 한다.(물론 금전적으로 시계를 처분해야할정도의 상황이 된다면 그건 이미 시계에 과소비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대표적으로 잘 알려진 시계이면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시계가 그렇지 않은 시계보다 우위를 가짐은 분명하다.
미래 계획..?
이렇게 이번 글을 정리해보았다.
물론 현재 라인업을 내 인생 마지막 시계 라인업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나도 자금이 충분하다면 PP/AP 나 리차드밀과 같은 시계를 라인업으로 구상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다. 당장 떠오르는 생각만 해도...
블랑팡 바티스카프를 처분하고 다른 스포츠 시계로 갈까? > 근데 나는 신품 구매였었는데 기스도 많고 해서 중고로 팔면 ... 정도... > 남은 돈과 보태면 대략 xxx 정도의 시계 구매 가능.. > 근데 이거 갈바에는 그냥 더 모아서 이거로....
라던가
롤렉스 서브마리너 그린을 겨울철에 거의 안차는데 기변을 해볼까? > 롤렉스 내에서 교환을 한다면 GMT 마스터2로 가고 싶어 > 웨인? 배트걸? 내 취향은 펩시걸이긴 한데 가격차이가 너무나네.. > 기왕 갈바에는 더 모아서 데이토나 한번 질러봐? > 근데 나는 크로노는 전혀 안쓰는데 굳이..?
등등 다양한 고민을 해보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생각들은 '시계를 구매하는 것이 취미'인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당장 지금 시계 라인업에 큰 불만이 있는것도 아니기에 그다지 의미 있는 고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생각날때마다 찾아보면서 시간을 쓰긴 하지만서도...) 우선 향후 3년간은 현재의 라인업을 유지하며 쭉 시계 생활을 지속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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