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참 많은 취미들이 있다.
러닝 / 싸이클 / 골프 / 테니스 등으로 대표되는 운동 관련 취미도 있고,
프라모델 / 만화책 / 우표 / LP판 등으로 대표되는 수집 관련 취미도 있으며
가죽공예 / 3D 프린터 or 펜 / 뜨개질 등으로 대표되는 창작 관련 취미도 있다.
그런 면에서 '시계'는 위의 카테고리들로 분류하기에는 참 애매한 경계에 있다.
시계를 취미라고 하는, 소위 시계인들의 대부분은 시계를 사서 모으는 것에 집중하니 수집 관련 취미인가 싶다가도, 직접 시계를 만들거나 분해해보는 사람들도 있고, 이를 역사적으로 분석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비슷한 취미라고 하면 '가방'정도, 정확히는 '가방 모으기'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난 현실에서 '가방 모으기'가 취미라고 하는 사람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실제로 가방을 수집하는 것과 별개로 이를 취미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단 것. 그런면에서 시계를 취미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20세기 말이라면 모를까 현대의 시대에 와서는 지극히 비실용적이고, 가격도 비싼데 감가도 심하고(특정 몇몇을 제외하면 구매 직후 30%가 감가되는), 5-10년 주기로 관리까지 계속해줘야 하는 이 비실용적인 짓을 대체 왜 하는 것일까.
30대 남자가 취미로 할 다른 것이 없어서라는 답도 있을수 있겠다. 자동차는 비싸고, 운동은 귀찮은데 시계는 적절한 경계에 있으니까. 예물시장에서의 독특한 포지션 때문에 시작하는 것이란 면도 어느정도 맞는것 같기도 하고.
그럼 나는 왜 시계를 취미로 하는가. 정확히는, 나는 어떤 것을 하길래 '시계가 취미다'라고 주장하는가.
흠. 잘 모르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분명 시계를 모으긴 하지만 무슨 역사적 가치나 특정 기준을 가지고 라인업을 완성하기 위해서 모으는 것도 아니고, 시계를 만들거나 분해해보기도 하지만 그저 찍-먹 수준에 불과하며, 시계 관련 글을 쓰는 것도 어중간한 입문자 정도의 글에 불과하다.
그런데 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가. 그냥 좋으면 좋은거지. 예전이라면 '시간과 절대성'라던가, 과학기술과 공학에 대한 인류예찬이라던가, 장인정신과 잊혀져가는 과거에 대한 그리움 등이라는 핑계를 대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아하는 모든 것에 이유가 있어야 하지도, 그것을 나 스스로가 납득해야하지도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요즘이기에, 이제는 더이상 이상하지 않다. 그냥 좋으면 좋은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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