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일본의 마술사, Mr.Maric이 저술하고 아르카나에서 번역한 서적인 황금의 이론 리뷰이다.
이 책은 여러 위대한 마술사들의 마술 이론과 마음가짐을 담고 있는 책으로, 국내에서는 최현우 마술사가 이 책을 접한 후 감명 받아 한국의 마술사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아르카나에 소개하여 번역되게 된 책이다.
총 9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으며, 앞의 8개 챕터는 각 챕터마다 마술사 한명의 이론과 생각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고 마지막 챕터에서는 기타 이론들을 모아서 다루고 있다. 마술사마다 전문 분야가 다르기에 챕터에 따라 클로즈업-팔러-스테이지의 전 규모 마술을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으며, 관객-마술사간의 심리나 연출설계에 대한 이론부터 시작하여 특정 기술들을 수행함에 있어서의 실전 팁까지 다방면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이 특징.
* 모든 이론서 리뷰가 그렇듯, 본 서적의 모든 팁을 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러한 방식이 옳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각 챕터의 전체적인 내용 흐름 및 내가 인상깊게 보았던 내용 위주로 리뷰하도록 하겠다.
1. 아르투로 데 아스카니오
스페인의 아마추어 마술사이자 이론의 대가인 아르투로 데 아스카니오 파트이다.
'이론이 먼저 정립되고 그 토대로 마술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정립된 것이 이론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챕터에서는 기술과 자연스러움에 대해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기술 파트에서는 생전 수많은 기술의 대가로 유명했던만큼 '기술이 현상보다 먼저 존재했다', '기술을 사용하면 마술의 퀄리티가 높아진다' 등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기술의 무게를 어떻게 해야하는가', '기술(마술)을 연습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자연스러움 파트에서는 미스디렉션의 정도를 단계로 구분하여 1단계부터 3단계까지의 미스디렉션을 소개하고 있으며 미스디렉션을 사용하기 어려울때 활용되는 컨디셔닝기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미 익숙한 내용일수도 있지만, 막상 실전에서 퍼포밍할때엔 놓치기 쉬운 디테일들이 많아서 인상적이던 파트.
2. 헤닝 넴스
미국의 무대감독이자 아마추어 마술사인 헤닝 넴스 파트이다.
본업이 무대감독이었던만큼 이 파트에서는 스테이지 마술에서의 퍼포밍에 대해서 주로 다루고 있다.
무대의 각 공간을 구역화한 후 각 구역의 중요도를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으며 무대에서 서는 방법, 시선 및 각도, 다리와 걸음걸이, 앉는 법과 일어서는 법, 표정연기 등 흡사 연극배우의 지침서와 같은 세세하고도 실전적인 팁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스테이지 공연을 하지 않는 아마추어인 나지만, '도구를 확실히 보여주기', '포인팅 확실히 하기', '불필요한 움직임 없애기', '같은 동작의 반복' 등 파트는 클로즈업에서도 중요한 요소들이기에 배운 점이 많았다.
3. 후안 타마리스
명실상부 리빙 레전드, 스페인의 마술사인 후안 타마리스 파트이다.
본인이 훌륭한 퍼포머인 것은 물론, 'The Magic Way' 'Mnemonica' 등 수많은 마술서적을 통해 마술 이론과 철학 발전에 기여하를 한 마술사이기도 한 타마리스답게 이 파트에서는 그의 저서 중 하나인 'The Five Points of Magic'에서 다룬 내용인 손, 목소리, 시선, 자세 등 우리 몸의 요소들이 어떻게 마술에서 활용되는지를 다루고 있다.
기술을 쓸때뿐만 아니라 평소 자연스러움과 강조의 표현을 위한 손의 움직임, 여러 명의 관객을 볼때의 시선 처리방법, 적절한 발성법과 음량의 변화 등 '표현기술로서의 몸의 사용'을 다루고 있는데 앞의 헤닝 넴스 파트와도 같은 맥락에서 다루는 내용이 많았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부분은 '더블리프트와 공간 사용법' 파트였는데, 기술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현상이 나타나는 공간의 분리(아르만도 루세로식 표현을 빌리면 '선의 단절')를 통한 현상의 신비함 극대화를 이런 작은 기술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4. 스티브 코언
'백만장자들의 마술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미국 마술사 스티브 코언 파트이다.
그의 별명 답게 뉴욕의 고급 호텔에서 정기 팔러 공연을 하고 있는 그는 이 파트에서 '마술을 고급지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관객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발걸음부터 시작하여 '명확하게 움직이기', '진짜처럼 말하기', '마술사로서의 마음가짐' 등 그가 고위층(사회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관객을 대하면서 느낀 경험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내가 가장 재밌게 본 것은 '관객과 마술사의 관계' 파트였다. '신사와 숙녀를 대접하는 여러분도 신사와 숙녀이다.' 라는 말로 요약되는 이 부분을 읽으며 내가 기존 관객을 대함에 있어서 '과하게 정중한 말과 태도'를 사용함으로서 스스로의 지위, 나아가 관객-연출자 사이의 주도권에서도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 있는 태도와 말씨, 그리고 복장 등을 통해 당당히 연출을 하라는 프로적인 마인드가 인상적이던 파트.
5. 토미 원더
클로즈업과 스테이지, 그리고 이론&철학 분야 모두에서 FISM을 수상한 훌륭한 퍼포머이자 이론가인 네덜란드의 마술사 토미 원더 파트이다.
여기서는 그의 방대한 이론 중 굉장히 짧은 내용만을 다루고 있는데, '도구 확인시켜주기' 파트는 많은 프로/아마추어 마술사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도구가 사용되는 마술에서는 (도구에 기믹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관객들은 항상 그 도구를 확인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강조하지 않으며 도구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은연중에' 전달하게 하는 실전적인 팁이 담겨있는데, 꽤나 자명한듯하면서도 실제로는 많이들 놓치는 부분이라 생각되던 파트.
6. 피터 라몬트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마술이론가인 피터 라몬트 파트이다.
'현상에서 비밀 이해하기'와 '카리스마' 딱 두부분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는 파트로, 마술 이론에 능통한 그인만큼 이론적 측면에서의 마술을 해체하여 접근하는 것이 특징이다. '왼손에서 오른손으로 옮긴 동전이 사라지는 마술 현상'의 효과를 극대화하며 관객이 비밀을 유추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법을 예시로 들어 이론을 설명하는 것이 재밌던 파트.
7. 머서 햄스
비둘기 마술로 유명한 미국의 마술사인 머서 햄스 파트이다.
스테이지 마술사답게 스테이지 위주로 짧게 다루고 있는데, 마술의 클라이막스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스내퍼(Snapper)' 파트와 무대에서 등장 직전 되뇌이는 말이 인상적이던 파트.
8. 다윈 오티즈
미국의 유명한 카드마술사이자 사기도박 관련 카지노 컨설턴트로도 활동했던 다윈 오티즈 파트이다.
다윈 오티즈는 생전 'Strong Magic', 'Designing Miracles' 등 훌륭하면서도 대단히 실전적인 이론서의 저술로도 유명했었으며, 이 파트에서는 그의 여러 저서들에 나와있던 이론 중 일부를 가져와서 소개하고 있다.
마술을 '해설적 단계(혹은 프로세스)'와 '마술적 단계(혹은 이펙트)'로 구분지어서 설명함으로서 시작한 이 파트에서는 마술의 명료함을 증가시키는 법, 자연스러움을 증가시키는 법, 암시, 감정적 마법 등 '마술을 더 좋은 마술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모든 부분이 굉장히 실전적이면서도 핵심을 관통하는 내용을 담고 있던 부분(다윈 오티즈의 통찰력을 엿볼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이기에 매력적이었던 파트이지만, 이중에서도 역시 내가 제일 깊게 생각을 하게 된 파트는 '마술사의 관점 vs 관객의 관점' 부분이었다. 여기서 오티즈는 '생각한 카드가 뒤집어지는 트라이엄프'의 예시를 들면서 그는 마술사들이 기존 마술을 변형함에 있어서 다른 마술인들이 좋아할만한 마술, 소위 '매지션 풀러'를 만듬으로서 오히려 일반 관객에게는 현상이 복잡하고 비직관적이며 신비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많은 아마추어 마술인들이 한번쯤은 빠지는 실수이기도 하며, 실제로 나 역시 주변인들에게 퍼포밍하면서도 느꼈던 점들이 기술되어 있어 공감이 많이 되던 파트.
9. 기타 이론들
로베르 우당, S.W 어드네스, 존 카니, 다이버논, 아르만도 루세로 등 다양한 마술사들의 이론이 짧게씩 소개되어 있는 파트이다. 앞서 나왔던 내용들과 겹치거나 보충되는 부분도 많았고, 비슷한 맥락이지만 디테일면에서는 사뭇 다른 내용들도 있어서 재밌게 본 파트. 개인적으로는 존 카니와 레네 레반드의 '연습의 단계' 부분과 에드 말로의 '근거리 미스디렉션' 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둘다 내용이 짧은게 아쉬울 정도.
10. 종합 및 총평
정리하면 '좋은 마술이론들에 대한 소개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굉장히 방대한 분야에 걸쳐서 다양한 이론들을 핵심만 짚어서 다루고 있었기에 마술이론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어도 쉽게 읽을 수 있던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론들의 깊이도 결코 앝거나 피상적이지 않으며, 프로마술사가 아닌 아마추어마술사 수준이라면 충분하였고, 적절한 편집과 사진들 덕에 쉽고 술술 읽히는 것도 깨알 장점.
다만, 전체적인 책의 볼륨이 크지 않은데(200 페이지 미만)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았기에 특정 분야에 생긴 호기심이나 흥미를 해결하기에는 적절치 않아, 결국 다른 이론서적을 찾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는 한계였다. 더불어 '사회 고위층 관객 대하는 법' '조수의 이동동선' 등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마술사들에게는 '재밌는 충고' 이상의 실전적인 팁이 될 수 없던 부분들도 다소 있던 것도 아쉬운 점.
분명 좋은 서적이며, 개인적으로도 재밌게 보았지만 정가 6.5만원, 절판된 지금 시점에서는 웃돈 10만원 이상을 주고 구매해서 보기에는 아깝다고 느껴질만한 책이었다. 비교적 높은 가격인 점 및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운 난이도 등을 고려한다면, 한글 서적중에서는 조승우 마술사의 '마술책엔 없는 비밀 52'나 최현우 마술사의 '마술을 하면서 배운 101가지' 같은 책을 더 추천하며 영어가 능통하다면 다윈 오티즈의 'Strong Magic(스트롱 매직 원서)' 를 추천한다.
c.f.) 언젠가 리뷰할 날이 있겠지만, 특히나 Strong magic은 개인적으로 정말 강력 추천하는 이론서이다. 대단히 실용적인 팁들을 담고 있으며, 챕터와 내용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어 원하는 부분만 쏙쏙 보기 편한 책이다. 영문 원서의 경우에도 편집이 다소 보기 힘들게 되어 있어서 그렇지(영어 폰트, 행자간, 종이 재질 등등..) 영어 단어나 문법은 굉장히 쉬운 편이기도 하고, 영어가 부족하더라도 파파고 등 번역 어플을 활용한다면 크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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