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세계적으로 유명한 클로즈업 마술사이자, 독특한 손기술의 대가로 유명한 마술사 아르만도 루세로의 아르카나 온라인 렉처 리뷰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을 극히 꺼려하며(자신의 마술이 영상으로 남는 것을 싫어하기에) 개인 쇼와 과외에서만 마술을 공개하기로 유명한 마술사이기때문에 마술을 본격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름이지만, 그의 뛰어난 손기술은 이미 업계에서 전설에 가깝다.
보통 아르만도 루세로하면 떠오르는 루틴이 2가지 있는데, 바로 엠파나다(Empanada)라고 하는 프로그레시브 샌드위치 루틴과 특유의 동전 매트리스 루틴이다. 그중 하나인 엠파나다 관련 영상을 첨부한다.
https://youtu.be/g5rm-AepH3E?si=M-rNWX0ZkKyyZ3mg
상기와 같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으나, 극히 제한된 방법을 제외하면 그의 마술을 배우거나 접할 방법이 없어(페이퍼컷 렉처나 개인 과외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궁금해하던 마술사였는데, 아르카나에서 온라인 세미나를 진행한다고 하여 고민 없이 바로 수강하게 되었다.
렉처는 7만원의 가격에 3시간 가량의 영상을 담고 있으며, 다양한 카드기술 및 해당 기술들을 이용한 마술, 그리고 마술을 구성함에 있어서 사용된 이론 파트로 나눠져 있었다. 다만 실제 렉처 진행은 위의 세가지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기보다는 중간중간 필요할때마다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되었기에(특히나 마술 이론은) 기술-기술을 이용한 마술 로만 구분지어서 리뷰하도록 하겠다.
(언제나 그렇듯 최대한 해법은 공개되지 않는 선에서만 기술하겠다. 특이하게도 렉처 판매 홍보글에 적혀있는 내용과 실제 렉처 내용이 조금 다르거나 렉처를 구매해야지만 알수 있는 내용들도 있는데 이들은 기술하지 않겠다. 추가적으로 이론의 경우에는 내용 자체도 방대할뿐더러, 그 이론의 핵심 내용들은 언급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기술할 방법이 없어서 과감히 생략하였다. 자세한 건 마지막 종합 및 총평 참조.)
1. Sweep Shift
기술 :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카드를 원하는 카드로 바꿔치기 하는 기술
많은 베리에이션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테이블에 놓여진 카드를 원하는 카드로 바꿔치기 하는 기술이다.
각도커버도 좋고 플래쉬도 거의 안나는 편이기에 개인적으로도 테이블이 있는 상황이라면 자주 활용하기도 하고, 마술이 어긋났을 때 각종 리커버리에도 실패했을 때 최후의 보루로 사용하기도 하는 기술. 기본적인 1장 쉬프트 / 1장에서 여러장 / 여러장에서 1장 / 여러 장에서 여러 장 등 다양한 상황 및 해당 기술을 이용한 기본 연출들도 꽤나 여럿 알려주는데, 해법 자체는 특별할 것이 없었으나 해당 기술이 들어가기 위한 서틀티와 미스디렉션 설정 설명이 아주 일품이었다. 특히 Sweep shift를 쓰는데 가장 중요한 '굳이 왜 저 카드를 한손으로 뒤집어야 하는가'에 대한 당위성 파트는 그동안 생각치도 않고 있던 것이라(생각해보면 당연히 해야하는 고민인데도!) 인상적이었다.
1-1) From a Shuffled Deck
연출 : 관객이 직접 덱을 섞고, 원하는 위치의 카드 4장을 뽑았는데 모두 A 인 마술
위의 Sweep shift 와 Tuck이 활용된 마술. 비슷한 효과를 보여주는 여러 연출들은 있지만, 관객이 직접 섞고 뽑은 4장이라는 점에서 굉장한 메리트가 있는 연출. 다만 난이도는(예상가능하게도) 무지막지하다. 기술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어려운 건 아닌데, 기술들이 들어갈 미스디렉션과 타이밍이 조금만 어긋나도 어색함이 확 날 수 밖에 없는 연출. 개인적으로는 꽤나 오랜시간동안 연습했음에도 특유의 '지금 기술을 쓰고 있군!'이라는 냄새를 지우지 못하겠다..
1-2) The Gathering
연출 : 관객이 덱을 세등분해서 컷하고, 맨 위의 카드 세장을 뽑는다. 나머지 덱을 관객이 자유롭게 섞은 후 다시 한장의 카드를 고른다. 이 4장은 모두 에이스이다. 이 에이스 4장 위에 카드 3장씩 추가로 내려놓고(총 4 x 4 = 16장) 확인해보면 어느새 에이스는 에이스끼리 모여있고, 나머지 코너들은 K, Q, J 4장씩 모여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머지 덱을 확인해보면 모두 정렬되어있다는것이다!
컷팅 에이스 + 맥도날드 에이스 + A to K가 합해진 듯한 느낌의 연출. 연출만 봐도 알겠지만, 이 역시 무지막지하다. 연출 호흡이 긴 대신 엄청난 결과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꼭 연습해서 해보고 싶던 연출이지만, Sweep Shift 외에도 각종 기술들이 난무하며 미스디렉션 + 특정 스위치의 타이밍 잡기가 어려운지라 결국은 포기한 연출이다. 다만 처음 에이스 4장 찾는 부분(놀랍게도 이부분은 Sweep shift가 쓰이지 않지만)은 묘하게 재밌는 파트인지라 연습해서 실전에서도 활용중이며, 본 연출을 구성함에 있어서 사용된 이론들은 흥미롭게 보았다.(뒤에서 따로 기술 예정)
1-3) Betwixt Box & Pocket
연출 : 관객은 자유롭게 2장의 카드를 고르고, 싸인을 한다. 한 카드는 주머니 안에, 한 카드는 카드 박스 안에 넣는다. 신호를 주면 두 카드의 위치가 바뀐다.
듀플리케이트(같은 카드) 없이 진행하는 투 카드 트랜스포지션 루틴이다. 위의 루틴들에 비하면 난이도 자체는 쉬운 편이지만, 어떻게 해서 기술을 쓰는 순간이 관객에게 보이지 않게 하는지(안보이게 하는것이 아니다!)가 렉처의 포인트. Sweep shift를 쓰기 위한 당위성도 적절히 부여되어 있고 기술을 연습하기에도, 간단한 퍼포밍으로 보여주기에도 좋아서 자주 활용중인 파트.
2. Asymmetric Top Change
기술 : 카드 여러장으로 진행되는 탑 체인지. 4장에서 3장으로 바꾸는 등 카드 장수가 달라도 된다.
말 그대로 카드 갯수가 비대칭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탑 체인지. 기술 자체 난이도도 상당하며, 기술 자체가 천천히 하는게 불가능한 기술인지라(플래시가 무조건 나는 기술이라서) 저주받은 손기술의 소유자인 나는 끝내 포기한(특별한 몇몇 상황이 아니면?) 기술.
2-1) Coin Matrix & Empty Your Cup
연출 : 4장의 에이스와 4개의 동전(3개의 은화 / 1개의 중국동전)으로 하는 매트리스 루틴. 그런데 어느새 에이스 4장이 어느새 4장의 K로 바뀌어 있고, 그 후에는 동전이 차례차례 이동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동전들을 컵안에 다시 넣는데, 마지막에 확인해보면 컵 안에는 동전 대신 와인이 차있다!
일반적인 매트리스 루틴에 여러가지 현상을 추가한 루틴. 처음에 "동전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다시 나타났습니다!" 라는 전형적인 마술사의 썰렁한 농담 이후 바뀐 4장의 카드루틴, 그 후 나타나는 동전의 이동(매트리스), 그리고 마지막 동전이 사라지고 와인으로 바뀌는 루틴까지 여러단계의 현상이 차례로 나타나기에 자칫 지저분하거나 복잡해보일수 있는 루틴을 깔끔하게 갈무리한 것이 포인트.
카드가 바뀌는 부분에서 사용되는 것은 (예상가능하듯) Asymmetric Top change이며 Sweep Shift 역시 사용되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연출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특유의 서틀티와 미스디렉션 덕에 어느정도는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물론 그럼에도 나는 결국 Tuck을 사용하는 것으로 바꿔서 한다..) 매트리스파트의 해법 자체는 특별할 게 없지만 중국 동전을 하나 섞어서 쓰는 이유, 동전들의 위치를 보여주는 순서, 그리고 마술의 긴장과 이완의 표현 등 수많은 디테일에 대한 설명은 왜 아르만도 루세로가 거장으로 불리는지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마지막 컵 안에서 동전 대신 와인이 나오는 파트 역시 작은 변화와 세팅을 통해 큰 킥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3. Coin Across
연출 : 3개의 은화와 1개의 중국동전으로 하는 코인 어크로스 루틴.
한개의 중국동전이 추가된 코인 어크로스 루틴. 추가된 한개의 중국동전 덕에 일반적인 마술사들이(혹은 일부 똑똑한 비마술인 관객도!) 생각할 법한 해법에 대해서도 원천 차단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해법 자체는 특별할 것 없다고 느껴졌지만(많은 코인 어크로스 등에서 사용중인 기법이기에) 이 파트에서도 폴스트랜스퍼에서의 서틀티 부여, 매 동전들이 이동하는 원리들을 다르게 세팅한 이유, 컨디셔닝하는 법 등 디테일적으로 얻어갈 것이 많았다.(그리고 기법이 간단하기에 시연하거나 연습하기도 좋고!) 동전마술하면 항상 가지게 되는 '결국 반대손을 의심하게 되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루세로의 고민이 엿보이던 파트.
4. Tuck
기술 : 카드 한장 or 여러장 을 원하는 패킷으로 바꿔치기하는 기술
마술사보다는 타짜기술에서 자주 보이곤 하는 Tuck기술이다. 아르만도 루세로는 왜 다들 이 좋은 기술을 안쓰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할정도로 활용도가 좋은 기술. 다만 저주받은 손때문인지 나는 유난히 '기술이 들어가는 냄새'를 잘 지우지 못하겠는 기술. 번외로 여기서 Tuck을 연습하기 좋은 루틴을 알려주는데, 은근히 딴짓하면서 계속 연습하기 좋아서 중독성 생기는 루틴이다.
5. Zarrow Shuffle
기술 : 폴스 리플 셔플
그 유명한 제로우 셔플이다. 다만 보통하는 제로우셔플과는 섞는 방향이나 커버하는 방식이 사뭇 다르다. 특히 여기서 알려주는 2번째 방식(제로우 셔플이 맞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의 폴스셔플은 엄청나게 쉬우면서도 매우매우 효과적이기에 꼭 추천하는 파트.
6. Top palm, Tenkai palm, Gambler's cop
기술 : 카드마술의 영원한 감초, 팜과 캅
카드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한 동반자이자 필수기술인 팜, 그리고 캅에 관한 파트이다. 보통은 바텀카드로 하는 겜블러스 캅을 탑카드로 하는 방법 및 원핸드 탑팜, 몸을 사용해서 쓰는 텐카이 팜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는데 시간이 짧다는 것(당시 렉처가 거의 끝나가던 시점인지라)이 다소 아쉽던 파트.
7. Mental Force
우선 Pscyhological cut pass라는 재밌는 컷 패스하나를 알려주는데 처음 보는 방식이라 인상적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대단한 손기술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비마술인은 물론 마술인도 추적하기 어려운 심리적 배경이 깔려있던 것이 인상적. 멘탈포스에 관한 파트는 특별한 내용은 없었지만 이러한 분야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얻어갈 팁들이 꽤 많았다. 다만 이 부분에 관해서는 (본 렉처 중에도 잠깐 언급되는) 다니 다올티즈의 렉처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논외로 멘탈포스 + Tuck 을 사용한 마술 하나를 보여주는데 이부분은 개인적으로 멘탈포스 없이 그냥 기술만으로 하는것이 더 재밌다고 느꼈다.
8. 종합 및 총평
한마디로 거장이 왜 거장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던 렉처였다.
다른곳에서 배우기 어렵거나 루세로만의 터치가 가미된 손기술들과 아르만도 루세로만의 마술에 대한 이론이 만나서 어떻게 연출을 구성하게 되었는가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것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손기술 파트들은 기술 자체에 대한 설명도 훌륭했을 뿐더러, 이러한 기술을 연습하기 좋은 추가 루틴들을 계속해서 소개시켜주었는데 이 추가 루틴들도 모두 매력적이었다. 중간중간 샛길로 새는 기분이 들때도 있고, 메인 렉처에 포함되지 않은 기술들은 기본적인 핸들링만 살짝 보여주고 '자세한건 헝그리 이매지네이션에서'라고 하던 것은 아주 살짝 아쉬운 점.
위의 손기술이 집을 짓는 벽돌이라면, 마술 이론은 벽돌 사이를 메꿔 단단하게 이어주는 시멘트 역할을 수행했다. 이론 파트의 특징상 본 리뷰에서는 적지 못했지만, '프라이밍/컨디셔닝,' '선의 단절', '커플링' '초두 최신효과', '벡터' 등 굉장히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였고, 이들을 추상적인 개념적 접근이 아닌 지극히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면에서의 접근과 설명을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좁게는 '두장의 카드를 들때 어느 것을 먼저 들어야 하는가'부터 시작해서 넓게는 전체 연출의 흐름이 왜 이방향으로 진행되어야 더 자연스러운가 등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어서 다른 마술을 퍼포밍하거나 만들때에도 큰 도움이 되던 파트. 나는 손기술이 기억 안나거나 핸들링을 보기 위해 돌려보는 것보다 이 이론을 다시 듣기 위해서 돌려본 적이 훨씬 더 많았을 정도.
다만 전체적인 기술과 연출 난이도가 상당했기에 마술 입문자 or 나 같이 손기술이 미숙한 사람에게는 굉장히 어렵던 렉처였다. 구매 이후 주기적으로 영상을 돌려보고, 감탄하고, 연습하고, 포기하고, 다시 돌려보는 것을 반복중인데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자연스럽게 남들 앞에서 퍼포밍할수 있는 것이 렉처의 절반도 안된다는 점은 심히 유감스럽다. 최소한 손기술에는 어느정도 자신있거나 연습을 정말 많이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렉처.
p.s. 중간중간 적절한 통역과 훌륭한 부연설명을 해준 김슬기 마술사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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