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광마회귀'로 유명한 유진성작가의 무협 웹소설인 '칼에 취한 밤을 걷다(소위 칼취밤)' 리뷰이다.
2017년 문피아에서 연재되었으며 유진성 작가의 작품들 중 시리즈 아닌 시리즈물로, '광마회귀 - 시리도록 불꽃처럼 - 칼취밤 - 권왕환생 - 검에 비친 달을 보다' 시리즈의 딱 중간에 위치하는 작품이다.
많은 내 나이 또래(정확히는 나보다 조금 3-4살 정도 많은 연령대)의 남자라면 학생시절 무협지 좀 읽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수업시간 PMP, 전자사전 등을 통해 몰래 필통 속에 넣어 소설을 보던 우리는 그 유명한 김용의 영웅문 시리즈를 비롯한 정통 1세대 무협부터 시작해서 인터넷통신 시절의 작품인 묵향, 비뢰도 등의 판협지 등 다양한 분야의 소설을 읽었기에, 성인이 된 이후 최신의 트랜드인 무협 웹소설 독서 역시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을지 모르겠다.
2010년대 이후의 무협 웹소설들은, 소위 말해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좋게 말하면 다양한 시도와 깊이의 소설을 볼 수 있다는 것이고, 좀 과격하게 말하면 종이책이었다면 '나무야 미안해 ㅠㅠ'라고 했을 법의 작품들부터 시작해서 실물 단행본을 구입해서 전시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작품까지 그 편차가 더더욱이나 큰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처음 시작은 꽤나 흥미롭게 시작했지만 결말은 시궁창인 '용두사미'식 소설이나, 연재중 얻은 인기로 남은 여생을 욜로로 살고자 억지로 작품을 질질 끄는 작품들(화x귀x 이라던가..)들은 독자들의 기대를 철저히 배신한다는 점에서 더 악질에 속하는 것 같다.
유진성 작가는 그런면에서 칭찬받아 마땅한 작가이다.
작품의 배경이나 묘사 및 세계관이 굉장히 철저하거나 필력이 꾸준하게 좋은 작가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일부 있을지언정, 작품의 진행흐름 및 맺고 끊음이 분명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대표작인 '광마회귀'는 이런 그의 장점이 독보적으로 잘 나타난 작품이며, 본 리뷰의 대상인 '칼취밤' 역시 250화라는 간결한 맺음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줄거리와 내용
칼춤 추던 꼬마가 천하제일이 되는 이야기
'칼취밤'의 스토리는 악인의 제자인 주인공 '진소한'이 어떻게 흑도와 강호를 지배하게 되었는가라는 아주 간결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어릴적 자랐던 현월검무단이 흑도에 의해 무너지게 된 것을 복수하면서 생긴 여러 얽힌 일들이 꼬리를 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소위 읽다보면 '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된거지?'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칼취밤의 매력은 다양한 등장인물에 있다.
강력한 무공을 바탕으로 한 시원시원한 일처리를 보여주면서도, 백도가 아니기에 신선한 해결법들을 보여주는 주인공 진소한 / 주인공보다 강한 무공과 더불어 기인이사의 형태를 보여주는 악인이었으나 새삶을 살게 된 광마 / 압도적인 포스와 더불어 무협에서 진정한 무당파의 묘리를 보여준 무당검선 유기일 등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인물들의 향연은 이 작품을 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이고, 많은 이들이 좋아할 인물은 바로 '구사' 일것이다.
첫 등장때부터 폼만 잡다가 헛다리 짚는 역할로 그려지고, 재능도 없고 어딘가 나사빠진 모습만 보여주며 노력을 하지만 결국 무공과 연애 모두 제대로 된 성과를 이뤄내지도 못하는 인물인 구사이지만, 작품 내내 톡톡 튀는 존재감과 더불어 작가의 개그센스를 대변하는 기이한 행동들을 보다보면 웃음이 절로나온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일생'이 된 광마와의 대화, 그리고 구사의 대표 표어이자 작품의 핵심 관통 명사 중 하나인 '남아당자강'을 보면 나도 모르게 나를 투영하여 응원하게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외에도 상당히 박진감 넘치는 전투묘사, 상남자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하드보일드식 무협 스토리, 그리고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현대식 개그의 조화는 현대의 웹소설 무협이 가져야할 여러 요소들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된다. 소위 '이고깽', 아니면 '먼치킨물'이 아닌 것도 묘한 장점. 내공도, 심법도 삼류로 시작해서 작품 끝까지 특별한 개량 없이 지략과 전투센스로만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은 진정한 '흑도의 일대종사' 모습이 그려진 것 같아서 좋았다.
분명 작품성면이나 여운은 '광마회귀'가 더 뛰어나다 생각하면서도, 정작 자주 다시 보게 되는 작품은 이 작품인 것을 보면, 나도 '칼에 취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명대사
춤을 추면서 칼을 휘두르고, 칼을 휘두르면서 술을 마시니, 부족함이 없는 흑도의 사내라 할 수 있소
- 진소한과 흑도가 함께 노래를 부를때-
남아당자강입니다.
- 구사의 표어 -
칼춤 추던 꼬마가 천하제일이 되는 이야기
- 진소한의 이야기를 들은 광마가 -
천양의 고아. 칼춤 추던 꼬마. 몽아. 현월단주. 도객. 열혈남아. 독마와 의선의 제자. 만독불침의 사내.
사대악인. 협객. 무당검선의 제자.두주불사. 요마의 목을 꺾고, 색마를 찢어죽인 사내. 무패의 강호인.
진홍도주. 마교의 적. 마도의 적. 쌍월의 주인. 위여설 장문인의 후견인.
꽃놀이패의 수장. 당가의 사위. 살수들의 살수.현월맹주. 흑도 그 자체. 화산제일검의 형제. 악인들의 악인.
흑도제일인. 천하제일악인. 천하제일인. 천마.
......진소한
- 고금제일이 누군지 논하는 사람들에게 구사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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