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준혁 마술사 멤버쉽 52 - 열네 번째 달 'Kinda Production'

2026. 8. 9. 00:10·마술/마술강의 및 서적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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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엄준혁 마술사의 멤버쉽 컨텐츠 <52>의 컨텐츠 리뷰이다.

 

‘52’는 구독 형태로 제공되는 카드 마술 강의 컨텐츠로, 구독료 24,000원에 매달 6개의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5일에 한 개씩 공개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카드 마술에 필요한 기초 동작 / 핵심 기술 / 실용적인 루틴 연출 / 연출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 및 핸들링에 대한 팁 / 추가적인 아이디어와 변형 및 교훈 / 통찰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영상은 누적되는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결제 시점 기준 첫 영상부터 가장 최근 영상까지 모두 볼 수 있다. 다만 강의 특성상 앞에서 설명한 내용이나 기술을 후반부에서 다시 언급할 경우에는 짧게 정리하는 식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순차적으로 보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번에 리뷰할 내용은 열네 번째 달 제공 컨텐츠로, 팜 프로덕션 / 원 핸드 탑 팜 기술과 ‘Kinda Production’ 연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초 동작 및 기술

 

이번 달의 기본 동작과 기술에서는 'Palm Production'과 'One Hand Top Palm'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팜 프로덕션'은 말 그대로 오른손에 팜하고 있던 카드를 손에서 나타나게 하는 기술이다. 기술적으로는 굉장히 간단한 방식이고, 사실 그동안은 이것을 따로 연습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크게 하지 못했던 기술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동작이지만, 단순히 다른 곳에서 카드를 꺼내는 듯한 느낌을 넘어 '정말 아무것도 없던 손에서 갑자기 카드가 생겨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다. 엄준혁 마술사는 기본적인 핸들링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것에 더해 팔과 몸 전체를 활용하는 방법, 그리고 카드를 나타나게 하는 위치와 타이밍에 관한 세부적인 디테일까지 설명한다. 비교적 배우기 쉬우면서도 비주얼이 뛰어나고 활용도까지 높은, 소위 ‘실용적인 기술’인 만큼 한 번쯤 제대로 짚고 넘어가면 좋은 파트.

 

‘원 핸드 탑팜’은 카드 마술 초중급자에게 있어 스프레드 컬과 함께 꽤 상징적인 기술이다. 탑팜 자체가 활용도가 높은 기술인데, 이를 두 손이 아닌 한 손만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만큼 응용 범위 역시 상당히 넓은 기술이기 때문이다. 다만 바텀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투 핸드 팜에 비해 힘이 많이 들어가고, 구조상 어느 정도의 플래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있다. 여기에 더불어 많은 마술사들이 원 핸드 팜을 수행한 직후 습관적으로 다시 두 손을 모으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굳이 한 손으로 팜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 자체가 희석되기 쉽다. (나 역시 제대로 된 ‘타핑 더 덱’ 형태의 투 핸드 팜을 배우기 전에 원 핸드 팜을 먼저 익혔고, 지금도 의식하지 않으면 투 핸드 팜이 가능한 상황에서조차 습관적으로 원 핸드 팜을 사용할 때가 있었다)

 

엄준혁 마술사는 먼저 원 핸드 탑팜의 구체적인 핸들링부터 설명한 후, 원 핸드 탑팜의 단점을 감추기 위한 디렉션과 동선에 관한 이야기를 진행한다. ‘카드 투 박스’를 예시로 들며 그는 관객에게 지시를 내리는 방식과 시선의 유도, 에너지의 흐름, 그리고 몸 전체의 움직임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집중과 분산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설명한다. 대부분의 내용이 내게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동작과 디렉션을 다시 한번 점검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던 파트였다.

 

 

메인 연출 - Kinda Production

 

(연출이 공개되어 있지 않기에 자세한 기술은 해법 노출의 여지가 있어 최대한 비마술인 관객 입장에서 느껴지는 인상 위주로 기술한다.)

 

연출) 관객은 카드를 한장 선택하고, 마술사와 같이 그 카드를 확인한다. 확인한 카드를 덱 중간에 넣고 섞는다. 마술사가 손을 튕겨 덱에서 카드 한장을 꺼내는데, 그 카드는 관객이 선택한 카드이다. 이어서 마술사가 신호를 주면, 관객이 선택했던 카드와 같은 값을 가진 나머지 3장의 카드가 비쥬얼하게 나타난다.(한 장은 마술사의 오른손 안, 한 장은 덱 맨위에서 앞면으로, 한장은 마술사의 입에 물린 상태로 등장)

 

일종의 'Four of a Kind Production' 루틴과 ‘Two Card Production’ 연출을 합친 루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종류의 루틴은 어떤 카드는 앞면으로, 어떤 카드는 뒷면으로 놓는 식의 복잡한 사전 세팅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본 루틴은 그러한 세팅을 최소화하면서도 비슷한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엄준혁 마술사가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루틴이다.

 

전반적인 연출면에선 분명 화려한 순간들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과하게 몰아붙이지 않는 절제된 미가 느껴진다. 특히 보통 엠비셔스 카드 루틴의 클라이맥스에서 자주 사용되는 ‘카드 투 마우스'를 프로덕션 과정에 이런 식으로 녹여낼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연출 영상만 봐도 알 수 있고, 엄준혁 마술사 역시 렉처에서 직접 언급하듯 다른 52 멤버십의 루틴들에 비해 여러 테크닉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는 편이다. 물론 사용되는 기술의 상당수는 기존 멤버십에서 이미 다뤘던 내용이지만, 본 루틴을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두 가지 기술이 있어 이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다. 평소 비주얼한 루틴을 자주 하지 않는 나로서는 둘 다 다소 낯선 기술이었지만, 다행히 보이는 효과에 비해 기술 자체의 난이도는 크게 높지 않았다.

 

다만 루틴 전반에 걸쳐 상당히 많은 기술이 단계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각각의 난이도가 높지 않다고 해서 루틴 전체가 쉬운 것은 아니다. 하나의 동작을 끝낸 뒤 다음 기술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그 과정을 끊김 없이 연결해 연출 영상처럼 깔끔한 그림을 만들어내려면 제법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아이디어들과 통찰

 

본 루틴의 연출상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Two Card Production’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관객 앞에서 대놓고 팜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넘기기 위한 서틀티, 그리고 왼손과 오른손의 동작을 각각 떼어놓고 보면 다소 불안정해 보이지만 서로가 서로의 약점을 가려주면서 합쳐졌을 때 오히려 완성도가 높아지는 구조 등이 인상적인 포인트였다. 더불어 이 기술을 확장해 두 장의 카드를 동시에 컬러 체인지하는 형태의 연출도 소개하는데, 아주 조금의 노력만 더해도 이 정도로 비주얼한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어 본 루틴의 변형 핸들링도 소개한다. 렉처에서 기본적으로 설명한 방식 역시 아주 복잡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변형 핸들링에서는 기술 하나를 추가하는 대신 중간에 필요한 세팅 일부를 간략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아직 기본 루틴조차 깔끔하게 수행하려면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낀 만큼, 당장 여기까지 욕심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엄준혁 마술사는 자신이 마술을 하면서 배울 수 있었던 것 중 하나인 ‘스스로의 언어에 갇힌다’는 다소 추상적인 명제를 자신의 공연 ‘52’를 예시로 들어 풀어낸다. 스스로 세운 목표와 계획, 그리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붙인 이름과 이미지가 오히려 사고의 범위를 한정해, 실제로는 할 수 있었던 더 많은 가능성을 스스로 제한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전에 ‘52’ 공연을 직접 봤던 입장에서 상당히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카드 도박’ 파트 역시 이러한 고민 속에서 탄생했다는 일화가 흥미로웠다. 앞서 본 루틴에서 인상적으로 느꼈던 ‘카드 투 마우스’를 이런 방식으로 활용하게 된 과정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카드 투 마우스'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카드를 입으로 가져가는 기술'이라는 점과 '엠비셔스 카드 루틴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라는 기존 이미지 안에서만 생각하게 되고, 그 단어 자체가 오히려 가능한 응용의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미 알고 있는 기술이나 현상이라도 그것을 어떤 이름과 이미지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단순한 기술 설명을 넘어 마술을 바라보는 사고방식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달 루틴과 렉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파트였다.

 

 

종합 및 총평

 

이번 달에 배운 팜 프로덕션과 루틴에서 새롭게 등장한 두 가지 기술, 그리고 ‘Two Card Production’ 등 연출적인 요소들과 마지막의 ‘스스로의 언어에 갇힌다’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인 회차였다. 평소 비주얼한 루틴을 굳이 피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내 손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배운 기술들은 이 정도라면 기존에 사용하던 루틴에도 충분히 녹여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본 루틴 자체를 직접 퍼포밍할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일반적인 ‘카드 투 마우스’ 연출과 달리, 본 연출에서는 카드를 입에 문 상태로 비교적 오랜 시간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나 해결책은 개인적으로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틴 전체를 그대로 가져가기보다는, 이번 회차에서 배운 개별 기술과 연출상의 아이디어들을 기존 루틴에 적절히 활용하는 쪽이 내게는 더 잘 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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