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데미안 허스트 전시회 후기

2026. 6. 9. 16:41·문화생활 및 기타/뮤지컬, 연극,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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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6년 06월 06일 관람한 데미안 허스트 전시회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 관람 후기이다.

 

데미안 허스트는 명실상부 생존하는 현대미술가 중 가장 성공한 미술가 중 하나이다. 영국 태생의 미술가인 그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서 파격적이고 적극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죽은 동물의 사체를 보존해 전시하는 것은 물론, 실제 인간의 해골을 작품에 활용하거나 나비의 날개를 모아 재료로 삼고, 해부학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등 강렬한 표현으로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분명하게 갈리지만, 현대미술을 이야기할 때 한 번쯤은 반드시 언급되는 인물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국내에서 그의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꼭 한 번 관람해보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이번 기회에 직접 찾아가게 되었다.

 

 

 

 

데미안 허스트 전시회는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렸다. 3호선 안국역에서 도보 약 8분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경복궁과 광화문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전시 관람 전후로 함께 둘러볼 만한 장소가 많다. 주변에는 다양한 음식점과 카페도 밀집해 있어 하루 나들이 코스 및 데이트 코스로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전시회 예매는 네이버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며, 현장 구매도 가능하다. 다만 내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현장 구매 대기 인원이 200명 가까이 될 정도로 붐볐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온라인 예매를 추천한다. 전시 종료가 가까워진 시점이라 그런지 2~3일 전에 온라인 예약해도 비교적 여유롭게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할 수 있었다. 입장은 1시간 단위로 예약할 수 있으며, 각 회차의 관람 시간 역시 1시간으로 운영된다.

 

참고로 나는 오후 3시 회차를 먼저 관람한 뒤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고, 오후 5시 회차를 다시 예매해 총 두 차례 관람했다. 첫 번째 관람에서는 별도의 사전 정보 없이 작품을 직접 보고 느끼는 데 집중했고, 중간 휴식 시간에는 작품 해설과 작가의 의도, 관련 자료들을 찾아본 뒤 두 번째 관람을 진행했다. 모든 전시를 이런 방식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관람할 때는 종종 이렇게 시간을 들여 두 번 보는 편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입장료가 8천 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고, 시간적 여유도 있었기에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 후기

 

 

 

사실 나는 데미안 허스트라는 작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공부해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내가 접한 작품들은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지나치게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접근할 뿐, 그 자체를 깊이 탐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데바 옆에서 촬영한 사진, 잘린 소의 머리, 포르말린에 담긴 동물 사체 등은 분명 충격적이고 파격적이다. 그러나 내게는 그것이 단지 파격적인 수준에 머무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불편해하거나 외면하고 싶어 하는 대상을 정면으로 들이밀 뿐, 그 너머의 통찰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질문은 던지지만 답은 제시하지 않는 작품들. 물론 예술이 반드시 정답을 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나는 그가 관객에게 해석을 맡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 역시 그 답을 알지 못한 채 질문만 반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작품인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은 이러한 인상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흔히 '포르말린 속 상어'로 알려진 이 작품은 죽은 상어를 역동적인 자세로 전시함으로써 관객에게 죽음의 실체를 직면하게 만드는 작업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의 핵심인 상어는 제작 이후 여러 차례 교체되었다. 초기 보존 과정에서 상어 내부까지 충분한 방부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 결과 전시 후 내부 장기와 조직이 부패하면서 대규모 복원 작업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허스트와 많은 미술계 인사들은 작품의 핵심은 물질적 원본이 아니라 아이디어에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대미술에서는 작품의 개념과 의도가 물리적 재료보다 중요하게 평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관람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품은 '죽음을 상상할 수 없는 살아있는 인간의 한계'를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눈앞에 놓인 상어는 시간이 흐르며 부패하고 교체되어야 했던 존재였다. 작품이 전달하려던 메시지보다 오히려 생물의 필연적인 부패와 소멸이 더 강하게 드러난 셈이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이 작품을 볼 때마다 '죽지 않는 상어'가 아니라 '계속 죽어가는 상어'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설명 역시 다소 궁색한 변명처럼 여겨졌다.

 

물론 작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는 결코 배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결국 작품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이며, 예술은 완성되는 순간부터 작가의 손을 떠나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의도는 때때로 작품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사후적 설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적어도 당시의 내게는 데미안 허스트가 말하는 개념과 철학보다 작품이 실제로 보여주는 모습이 더 강하게 다가왔고, 그래서 그의 해석은 설득력 있는 통찰이라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을 정당화하기 위한 설정에 가까워 보였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여러 작품을 직접 마주한 뒤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물론 '박제된 상어'에 대한 나의 평가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그동안 내가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들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나는 오랫동안 '천년(A Thousand Years)'을 잘린 소머리와 들끓는 파리를 통해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표현한 작품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니 파리들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살충기에 부딪혀 죽어가는 모습까지 하나의 구조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한 순환이 아니라,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하며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 내재한 허무함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신의 무한한 권능과 영광을 묵상하며(In and Out of Love)' 역시 단순히 죽은 나비의 날개를 활용해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은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든 작품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러나 작품에는 번데기에서 우화하는 나비의 모습을 차용하여, 이를 통해 죽음과 생명, 소멸과 부활이 동시에 공존하는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죽었음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고, 마치 다시 태어날 것처럼 느껴지는 역설적인 이미지는 생각보다 훨씬 복합적인 감상을 불러일으켰다.

 

 

 

'죄인'과 '약국 시리즈' 역시 처음에는 현대 의학의 차갑고 기괴한 이미지를 강조한 작품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그러나 알고 보니 이 작품들은 작가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약병과 포장재에서 출발한 작업이었다. 여기에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차지하던 자리를 의학과 자본이 대신하게 된 현실에 대한 성찰이 더해지면서, 단순히 의료 시스템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구원과 희망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읽히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모든 작품 의도와 해석이 내게 완벽하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 것은 아니다. 지금도 일부 작품은 과하게 개념에 의존한다는 인상을 주고, 몇몇 설명은 여전히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며, 전체적으로 상업주의적 색채가 강하다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몇몇 작품들은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처음 마주했을 때와 작가의 의도와 맥락을 이해한 뒤 다시 보았을 때의 감상이 상당히 달랐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작품보다도 내 자신의 태도였다. 나는 그동안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을 '현대미술 특유의 설정놀음'이나 '작가의 변명' 정도로 치부해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관객의 해석을 중시하는 태도와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별개의 문제인데, 나는 어느 순간 '반작가주의'라는 이름 아래 후자의 과정을 너무 쉽게 생략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데미안 허스트라는 작가를 새롭게 보게 만든 경험인 동시에, 작품을 바라보는 내 태도 역시 다시 돌아보게 만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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