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23 대학로 관객 참여형 추리 연극 '쉬어 매드니스(Shear Madness)'

2026. 5. 23. 23:36·문화생활 및 기타/뮤지컬, 연극,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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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2026년 05월 23일 관람한 대학로 연극 <쉬어 매드니스> 감상 후기이다.

 

사실 나는 연극을 그렇게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연극보다는 뮤지컬을 더 선호한다고 해야 할까. 잘 짜인 연기와 절제된 발성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내게는 여러 악기의 조화 속에서 대사와 감정을 함께 풀어내는 음악이 어우러진 형태가 조금 더 와닿기 때문이다. 물론 고등학교를 대학로 옆 혜화에서 나온 만큼, 학창 시절에는 자연스레 연극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옥탑방 고양이', '죽여주는 이야기', '늘근도둑 이야기' 등 대학로에서 유명하다고 하는 작품들은 거의 다 봤고, 대학교 때도 교내 동아리에서 올리는 정기공연들을 나름 꾸준히 챙겨봤다. 다만 졸업 이후로는 연극을 거의 보지 못했고, 설령 시간이 나더라도 다른 문화생활이 더 우선순위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이번에 알게 된 작품이 바로 '쉬어 매드니스'였다. 사실 처음 접한 것은 인스타그램 바이럴 영상이었는데(그 유명한 머리감기 씬), 알고 보니 국내에서도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연극이라는 점, 그리고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추리극이면서도 관객들이 직접 참여해 범인을 추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흥미가 생겼다. 마침 연휴를 낀 김에 예매를 했고, 오랜만에 연극 관람을 하게 되었다.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우리나라 연극의 성지 혜화역 2번 출구에 위치한 '콘텐츠 박스'에서 상영 중이다. 공간 자체는 넓진 않지만 딱 관람에 적합한 느낌?이었다. 상영 2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며 시작 10분 전부터는 위밍업공연 진행을 시작한다. 참고로 워밍업공연 / 인터미션 / 커튼콜 때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유명한 인스타 바이럴 영상이 워밍업공연 영상이다)

 

입장 전 사진 한 컷 / 오늘의 캐스팅 보드 / 미용실 사진

 

워밍업공연 진행 전 한 컷 / 내 좌석. 개인적으로는 딱 한칸 뒤에서 보면 더 좋았을거 같다.

 

 

시놉시스

 

 

 

감상후기(약스포 O)

 

 

 

I에겐 버거운 20분 / 흥미진진한 60분 / 약간 아쉬운 10분

다회차 관람이 필수인 공연

 

 

공연은 크게 3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쉬어 매드니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소개되며, 피해자 ‘바이엘 하’와 각자 얽혀 있는 미묘한 관계들이 드러난다. 이후 2부에서는 피해자가 사망한 뒤, 극중 인물들과 관객들이 함께 추리를 이어가며 사건의 실마리를 좇고, 마지막 3부에서는 범인이 밝혀지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초반 1부의 경우 배우들의 텐션과 에너지가 굉장히 강하게 몰아치는 편인데, 대사량도 많고 제4의 벽을 수시로 허무는 방식으로 전개되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다소 버겁고 정신없이 느껴졌다. 개그 요소도 많고 19금 드립 역시 꽤 자주 등장해, 극 초반에는 ‘괜히 예매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살짝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인상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2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정돈된 톤으로 이어지는 수사진행과 관객들의 날카로운 눈썰미와 지적을 통해 추리와 증거 찾기가 이어지는 과정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호감이었다. 내가 본 장면을 다른 사람들이 놓쳤을 때 이를 짚어내며 은근히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반대로 다른 관객들이 내가 미처 눈치채지 못했거나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부분을 지적했을 때는 소름이 돋기도 했다.

 

특히 이에 대한 배우들의 반응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질문은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 있었는지, 그에 맞는 답변이나 소품들이 자연스럽게 준비되어 있었고, 예상 밖의 질문들에 대해서는 능숙한 애드리브로 넘기며 흐름을 이어가는 모습이 만족스러웠다. 관객 참여형 연극이라는 특성이 단순한 기믹에 그치지 않고, 배우들의 순발력과 공연의 완성도를 함께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인터미션 때 배우들 모습

 

2부 중간에는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 역시 상당히 인상적인 장치였다. 보통 인터미션이 되면 배우들이 무대 뒤 대기실로 들어가기 마련이지만, 이 공연에서는 배우들이 무대를 떠나지 않고 그대로 대기했다. 일부는 관객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이어갔고, 또 일부는 실제 극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더불어 형사 역할의 배우 중 한 명은 극장 밖에 마련된 취조실에서 관객들의 질문을 따로 받기도 했는데, 이러한 장치 덕분에 이 작품이 단순히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연극’이 아니라, 마치 ‘실제 살인 사건을 함께 다루는 현장’처럼 느껴졌다는 점이 상당히 좋았다. 

 

다만 3부의 마무리는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2부가 끝난 뒤에는 관객들의 투표를 통해 그날의 범인이 선정되고, 이후 형사들의 조사 주도 하에 해당 인물의 범행 동기와 범행 방식이 밝혀지며 결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결론 파트가 다소 급하게 전개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2부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추리와 참여의 재미에 비해, 마지막 진상 규명과 마무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정리되며 확 닫혀버리는 느낌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리 자유도가 높은 관객 참여형 연극이라 하더라도, 일정한 틀 안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가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과정에서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던 다른 인물들의 동기나 증거들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종결되는 듯한 인상은 다소 아쉬웠다. 물론 이는 특정 인물이 범인으로 지목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한 장치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중간에 과학수사를 위해 감식반으로 보냈던 물건들에 대한 결과까지 들을 수 있었다면, 조금 더 완성도 있는 마무리로 느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이 끝난 후 바뀐 캐스팅 보드. 오늘의 범인은 골동품 판매상 오준수씨.

 

 

종합하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소설이나 영화로만 접하던 추리극이라는 장르를 보다 확장된 형태로 직접 체험해볼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고, 정해진 하나의 루트를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관객의 참여와 선택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매 공연마다 범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고, 특히 이번 관람이 끝난 뒤에는 미처 질문하지 못했거나 뒤늦게 떠오른 의문들이 남아 아쉬움이 컸다. 앞으로도 서울올라오는 일정이 생기면 시간 맞춰 2회차, 3회차 관람도 추가로 진행해야겠다.

 

 

+) 이 연극은 신예 배우진들의 등용문으로도 유명하다.(더불어 ‘장미숙(수지쌤)’ 역할의 배우들이 예쁘기로도 유명하다) 훗날 대배우가 될지도 모를 배우들을 미리 발굴해본다는 점 역시, 이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고 싶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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