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핀 존(Finn Jon) 마술사가 개발하고 이갈 메시카(Yigal Mesika)가 완성한 역작이자 인비저블 쓰레드의 산 증인인 룹스(Loops)의 발매 25주년을 기념해 개발된 스페셜 패키지, 룹스 레전드(Loops Legends) 리뷰이다.
인비저블 쓰레드, 소위 I.T는 마술사들의 비장의 무기로 활용되는 도구이다.
고전적인 레비테이션부터 시작해서 애니메이션 / 라이징 카드 / 밸런스 / 댄싱 빌 / 인비저블 터치 등 사용하기에 따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며, 다른 도구로는 보여주기 힘든 '물리적으로 신기하고 직관적인 현상'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동안 I.T / I.T.R 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우선 소모품의 가격이 생각 외로 부담되고, 관리도 어려우며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서는 연습도 꽤나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I.T로 보여주는 대부분의 현상이 '저거 xx로 한거 아니야?'라고 의심하기 쉬운데, 심지어 그게 해법이 맞기 때문에 내 주관적인 입장에서는 '이게 진짜 신기할 수가 있나..?'라고 결론지은 후 꽤나 오랫동안 방치해왔던 분야이다. (사실 사고 한달 정도는 꽤나 연습했었는데 다 끊어먹은 이후로 관심이 떨어진거 같기도 하다)
그런 나의 생각을 바꾸게 된 계기는 2023년 여름 한 마술 버스킹에서 I.T를 이용한 마술을 직접 보게된 것이 시작이었다. 숙련된 마술사가 보여주는 현실의 연출은 화면 속 영상에서 느껴지던 것과 다르게 I.T를 사용한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았고, 심지어 사용한다고 알고 봐도 어떻게 가능한지가 바로 이해가 안될 정도로 신기했다. 더불어 비마술인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까지 더해지니 이 분야가 왜 그렇게 인기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분야를 경시하고 깊게 파지 않던 것이 후회되던 순간.
그렇게 구매한 것이 바로 이 룹스 레전드. 룹스 기믹 8개 세트 + 휴대용 지갑 이너서클 + 7명의 마술사가 룹스 관련된 시그니처 트릭들을 알려주는 구성으로 된 이 패키지는 I.T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인 렉처이다. 가격은 35,000원이며 2시간의 렉처가 제공된다.
Loops Legends 리뷰
룹스 레전드의 강의 영상은 크게 2가지로 구성된다.
기본 룹스 구매시 제공되던 20분의 오리지널 루틴 3가지 / 룹스의 포지션 변환, 주의사항 및 14개의 레전드 루틴 구성이다. 오리지널 루틴 3개 중 2개의 경우에는 레전드 루틴에 포함되어 있기에 사실상 15개 강의의 구성인 셈. 간단하게라도 모두 짚고 넘아가보록 하겠다.
0) Loops Loading / Innercircle / E.T.C.
기본적인 룹스의 핸들링방법 / 3가지 포지션과 포지션간의 전환법 / 보관방법 등에 대해 알려주는 파트이다.
룹스를 시연하기 좋은 조명환경, 룹스 컨트롤 시 절대 하면 안되는 행동 등 본 연출 설명을 보기 전에 미리 본다면 더 숙련된 컨트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Wrist position에서 Palm position 등으로 변경할때 너무 티나게 해서 I.T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단 생각이 드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이러한 점들에 대한 주의점과 해결법 파트는 꼭 보고 가자.
1) Jumping Pen - Garrett Thomas
연출) 테이블에 펜을 내려놓고 그 위에 손을 흔들면 펜이 조금씩 떨린다. 그리고 마술사가 손을 위로 올리면 펜이 점프한다.
무난무난한 연출. 모든 펜이 가능한 것은 아니고 뚜껑이 없는 방식이거나 너무 무거우면 시연이 어렵다.
다만 인형극하듯 진행되는 연출이 내 취향은 아니라서 패스.
2) Jumping Lime - Mark Calabrese
연출) 컵에 장식으로 박힌 라임을 컵 안으로 튕겨넣는다.
방법 자체는 아주 쉽고 연출 자체도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는 바에서 술 마실 일이 많은 편이라 활용할 일이 많은데, 정작 매번 룹스 가져가는 것을 까먹어서 못하는게 아쉬운 연출.
3) Floating Straw - Anna Deguzman
연출) 빨대를 왼손에 든다. 빨대가 공중에서 떠서 천천히 구르며 오른손으로 이동한다.
내가 이 렉처에서 가장 좋아하는 연출. 밸런스 잡는 것 / 천천히 이동하는 것 등 신경 쓸 디테일이 꽤나 많지만 연습하는 재미도 확실하고, 무엇보다 관객들의 반응이 정말 환상적인 연출이기도 하다. 카페에서 하기 편해서 활용도 높은 연출.
4) Mysterious Glasses - Yigal Mesika
연출) 여러사람이서 힘을 모아 집중하면 썬글라스 / 안경이 뒤집어진다.
이 역시 쉽고 간단하며, 효과적인 연출. 어떤 사람들은 이 연출을 최고로 뽑기도 할 정도.
I.T.의 해법이 들통나지 않게 하는 손 제스처 변형법 팁도 인상적.
다만 나는 여러 명이 집중해서 영적 에너지로 움직이는 연출 대신 혼자서 하는 방식으로 퍼포밍중이다. 마술사야 영적 에너지든 마법적 힘을 가졌다고 어떻게든 말할수 있을지도 모르지만(사실 나조차도 이렇게 스스로 믿지 않지만) 일반 관객들의 힘이 모이면 가능하다는 방식의 연출은 내 취향은 아닌듯.
5) Horizontal Floating Card - Jeff Kaylor
연출) 한장의 카드를 수평으로 띄우는 연출
룹스로 하는 가장 기본 연출 중 하나.
I.T 특유의 느낌이 너무 잘 느껴지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신기하지도 않아서 선호하지 않는 연출
6) Folk Phenomenon - Mark Calabrese
연출) 테이블에 내려놓은 포크가 마술사의 손을 따라서 빙글빙글 돈다.
연출 자체가 상당히 재밌다. 그러나 포크 선택의 제한 + 사소한 세팅도 필요하고, 어쩔 수 없는 손의 위치 때문에 I.T 느낌이 거의 지워지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에 한두번 시연해보고 포기한 연출.
7) Loops Management - Garrett Thomas
룹스를 로딩하는 위치 / 끊어졌을 때의 대처법 등에 대해서 다룬다.
내용자체는 좋은데 아예 처음이나 아예 마지막에 배치하지, 왜 중간에 애매하게 배치했는지가 의문.
8) Telekinetic pen - Yigal Mesika
연출) 마술사가 관객이 들고 있는 펜에 힘을 전달해주고, 펜을 떨어트리기까지 한다.
뻔해보이면서도 대단히 효과적인 연출. 해법이나 핸들링은 특별할게 없지만, 이갈 메시카의 라이브 퍼포먼스의 패터와 연출을 위한 빌드업이 상당히 튼튼해서 인상적이었다. 갑자기 왜 펜에 힘이 전달되는지 / 펜을 떨어트리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유 설명의 핍진성(물론 사실적인지는 차치하고)이 마음에 들던 파트.
9) Jumping Bill - Jeff Kaylor
연출) 한손에 있던 지폐가 반대손으로 점프하여 이동한다.
이 렉처에서 두번째로 좋아하는 연출.
빌린 지폐로도 가능하고, 방법도 쉬운데 연습하는 맛도 좋은 연출이다. 효과 자체는 굉장히 뛰어나고, 요즘은 지폐를 많이들 들고다니지 않아서 시연할 일이 적은것은 아쉬운 점.
10) Floating Card - Andrew Gerard
연출) 관객이 카드 한장을 말한다. 마술사는 '마법적인 카드'인 조커를 꺼낸 후 공중에 띄운다. 내려온 조커를 확인하면 관객이 말한 카드이다.
카드를 띄우는 현상 + 카드 체인지의 결합. 시연 영상에서는 관객의 반응이 폭발적이긴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카드 체인지라는 현상은 카드의 레비테이션에 비해 덜 신기하다고 생각해서 굳이...? 싶은 연출. 적어도 내 취향은 아닌듯.
11) Jumping Straw - Anna Degezman
연출) 한손에 있던 빨대가 반대손으로 점프하여 이동한다.
우선 점핑 빌에 비해 느낌 살리기가 상당히 어렵다. 연출적으로도 점핑 빌은 정말 붕~ 떠서 올라가는 느낌인데 이 연출은 머슬패스하듯 던져지거나 빨려올라가는 느낌이 강하다. 앞의 플로팅 스트로와 같이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연습을 많이 했지만 아직 실전에서 보여주긴 어려운듯 하네.
12) Animated Straw - Gattett Thomas
연출) 손을 움직이면 컵 안에 있는 빨대가 같이 흔들린다. 움직이는 손을 막아도 움직인다.
I.T의 고질적인 단점인 'xx로 연결한거 아니야?'라는 의심을 지워주는 연출.
해법이나 아이디어는 좋은데, 연출할때 '특유의 손떨림'이 너무 산만해보여서 잘 시연하진 않는 연출이다.
13) PK Touch - Colin Mcleod
연출) 두명의 관객이 필요하다. 관객 한명은 눈을 감고, 마술사는 눈을 뜬 관객의 신체 일부를 몇번 터치한다. 건드리지 않은 관객(눈을 감은 관객)은 이 느낌을 전달 받아 어느 부위를 몇번 터치했는지 느낄 수 있다.
PK 터치의 고전적인 해법.
PK 터치를 위해 특수처리된 의자나 장치 / 디 안젤로스 터치 / 듀얼 리얼리티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가장 난이도가 쉽고 다양한 상황에서 가볍게 하기 좋은 방법이 바로 이 룹스를 이용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렉처에서도 나오듯 본 방식의 PK 터치는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히 사용되기만 한다면) 룹스로 가능한 마술 중 최고를 넘어 아니 그 어떠한 멘탈리즘 현상보다도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는 현상이기에 연습할 가치가 충분히 있는 연출.
14) Twisted Floating ring
연출) 마술사가 관객의 반지를 빌린다. 마술사가 집중하면 반지가 공중에 뜨고 회전한다.
개인적으로 연출했을때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환상적이던 연출.
회전파트는 아주 즉흥적으로 하긴 어렵고, 자칫하면 룹스에 손상이 가거나 해법을 노출시키기도 쉬워 잘 하진 않고 띄우는 파트만 주로 하는데, 단순히 띄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기한 연출이라 생각한다.
15) Haunted Deck
연출) 관객이 카드를 고르고 마술사가 카드를 받아 덱 안에 넣는다. 마술사의 신호와 함께 덱이 움직이고 중간에서 하나의 카드가 빠져나오는데 이것이 관객의 카드이다.
일반 룹스 영상 해설에 포함된 루틴.
헌티드 덱의 가장 기본적인 해법으로, 핸들링 난이도에 비해 엄청난 효과를 보여준다. 다만 룹스 손상시키기 쉬운 루틴 중 하나인지라 중요한 상황이 아니면 잘 안하게 된 루틴.
종합 및 총평
I.T 입문자라면 꼭 봐야할 렉처
레비테이션 / 애니메이션 / 인비저블 터치 / 라이징 카드 등 I.T를 이용한 고전적인 연출들의 기본 방식을 배울 수 있는 렉처. 고전적이라고 하여 결코 낡거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며 I.T.R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상당수 루틴이 이 기본 베이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점을 생각하면 본 렉처를 통해 기본을 다지는 것이 얼마나 유용한지를 알 수 있다. 특히 플로팅 스트로우 / 점핑 빌 / PK 터치 / 헌티드 덱의 연출은 추가 바리에이션 없이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뛰어난 연출이기에 꼭 챙겨가야하는 포인트.
여기에 더해 룹스 뉴 제너레이션 8개 + 보관용 이너서클 기믹 + 1시간 30분의 강의 세트가 35,000원이라는 혜자 가격에 제공되는 것을 고려하면 사지 않을 이유가 없는 렉처. 카드마술과 동전마술에 질린 사람들,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마술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를 찾던 사람들, 그리고 I.T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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