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스페인의 위대한 카드마술사이자, 카드 마술계의 판도를 바꿨다고 할수 있는 마술사 다니 다올티즈(Dani Daortiz)의 서적, '세미오토매틱 카드매직 콜렉션' 리뷰이다.
책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의 카드마술은 '세미오토매틱', 소위 '셀프워킹'에 가까운 마술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단순히 수학적 원리 등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마술들이 전부는 아니다. 다니다올티즈 스타일답게 싸이콜로지컬 포스을 비롯하여 관객컨트롤, 미스디렉션, 서틀티 등 다양한 이론이 바탕으로 되어 설계된 마술들이며, 몇몇은 해법 자체는 간단할지언정 이것을 자연스럽게 퍼포밍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는 마술들이다.(실제로 그의 렉처와 마스터클래스 때 보고 놀란 마술들 중 일부는 이미 이 책에 실려있고 본적 있던 마술이라는 것을 알고 받았던 충격이란..)
이 책은 크게 3파트로 세팅 없이 할 수 있는 마술들과 세팅이 필요한 마술, 그리고 그 외 기타 마술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실린 약 40종류의 마술을 모두 다 소개하거나 리뷰하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기에, 각 파트별로 내가 인상 깊었던 마술을 위주로 리뷰하겠다. 언제나 그렇듯 연출설명 중 해법이 노출될만한 것은 최대한 적게 기술하여 관객입장에서 받는 느낌 위주로 설명하겠다.
1. 준비가 필요없는 현상
준비가 필요없는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세팅이 필요한 마술도 일부 있다. 다만 대부분 빌린덱을 섞고 시작할수 있는 마술(혹은 섞으면서 세팅이 되는 마술)로 구성되어 있다.
1) Imaginary dice - 두번째 버전
현상 : 관객1과 관객 2가 각각 숫자 하나씩을 상상한다. 카드를 위에서부터 천천히 보여주고, 관객 2는 자신이 생각한 숫자번째 카드를 기억한다. 그 후 덱을 섞고 나서 관객 1과 2가 상상한 숫자를 더하면, 그 숫자번째에 관객 2가 생각한 카드가 위치한다.
다니 다올티즈의 유명한 Imaginary dice 루틴을 살짝 변형한 버전이다. 아칸 프로젝트, 프리덤 오브 익스프레션, 유토피아 등등 다양한 렉처에서 워낙 자주 반복되는 내용이기에 새로울 것은 없고, 특히나 영상 없이 이 루틴을 글로 적힌 것만 보면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어가 어려워서 한글 렉처를 찾아보는 사람이라면 아르카나에서 출시한 'PH - 아칸 세미나'에서도 나오는 내용이니 참고하시길.
2) Absent Player
현상 : 관객 여러 명이 한 덱을 나눠서 가지고 섞은 후, 마술사를 포함해서 5장씩의 카드를 받는다. (원하면 일부 카드를 보지 않고 교환한다. 파이브 카드 드로우 포커라고 생각하면 편할듯) 마술사의 카드 5장은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이다.
원리는 정말 간단하다. 다만 실전에서 했을 때 이 해법을 알아차리는 관객(마술인 관객을 포함해서)은 단 한번도 본적이 없고, 다들 반응이 무척 좋던 마술이다. 다만 왜 이게 이 파트에 있는지 잘 모르겠는 마술(세팅이 필요하긴 하다)
나는 누군가가 카드 마술을 보여달라고 할 것 같은 상황(내가 마술을 한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나 그 친구들의 지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라면)에서 보통 '타짜나 마술사가 기술을 연습하거나 보여주는 방식'을 표현하고 싶을 때 자주 쓰는 루틴 중 하나이다. (이런 류를 좋아한다면, 클래스 101 김슬기 마술사 렉처 중 '반전이 숨어있는 밑장빼기 연출' 도 한번 봐보길 바란다. 나는 정말 애용하는 루틴)
3) Oil and Water with Suprising Ending
현상 : 카드 3+3, 총 6장으로 하는 오일앤 워터. 그런데 반전으로 마지막에는 모두 다 빨간색으로 변한다.
Opda 카운트라는 기술을 소개하는데, 굉장히 오픈되게 보여주는 폴스 카운트라서 마음에 들었다.
반전이 있는 오일앤 워터 루틴이고, 반복해서 보여줘도 해법이 들통나기 어려워서 인상적이었으나 개인적으로 많이 쓰는 오일앤 워터 루틴이 많기도 하고, 4+4 총 8장으로 하는 것을 선호해서 막상 실전에서는 잘 안쓰는 루틴.
4) Strange Coincidence
현상 : 두덱을 사용한다. 관객 1은 1번 덱을 테이블 아래에서 섞고 그중 카드 한장을 본 후 기억한 뒤 덱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관객 2는 2번 덱을 섞은 후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두 덱을 스프레드 하고 천천히 확인해보면 같은 위치에 있는 같은 카드가 존재한다. 이 카드는 관객 1이 생각한 카드이다.
해법을 보면, 당최 이게 가능한 일인지라는 생각이 드는 마술이다.
늘 그렇듯, 실전성 있고 효과적인 마술이다. 물론 관객이 마술인이라면 이상하다고 느낄 포인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 관객 상대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5) Page's Coincidence
현상 : 관객과 마술사가 각각 덱을 섞은 후 그중 하나를 뽑아서 교환 후 확인한다. 확인해보면 두 카드를 일치하며, 이는 반복할 수 있다.
굉장히 클래식한 현상의 클래식한 해결법이다. 어떻게 '몸을 사용해야 하는지'가 핵심적인 파트. 개인적으로는 너무 뻔하고 쉽다고 생각해서 무시하던 방식의 해법이었는데, 실제로 다니 다올티즈가 퍼포밍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봤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6) Chosen and Thought
현상 : 덱을 섞고 관객 1은 카드 1장을 골라서 기억하고, 관객 2는 아무 카드나 생각한다. 덱을 스프레드해서 마술사는 덱 순서를 기억한 뒤, 뒤돌아 있는동안 관객 2명이 서로의 카드 위치를 바꾸라고 한다. 덱을 정리한 후 뒷면으로 덱을 펼쳤는데 마술사는 관객 2명의 카드를 맞출 수 있다.
역시 뻔해보일 수 있는 루틴이지만, 덱을 뒷면으로 스프레드하는 것이 인상적인 루틴.
본 서적에 실린 것은 '두 관객이 위치를 바꾼 후 앞면으로 한 스프레드'를 보고 다시 뒷면으로 돌리는 것처럼 기술되어 있지만, 실제로 다니는 그저 뒷면으로 된 스프레드만 보고 맞추는 것처럼 퍼포밍한다는게 소름.
사실 뒷면으로 스프레드 한 후 기억력으로 맞춘다는 것은 넌센스이기때문에 반문을 제기할 사람도 있으나, 나는 어찌됬든 관객들은 앞면으로 할때보다 더 신기해한다고 장담할 수 있다.
c.f) 이 루틴의 묘미는 (드문 확률이지만) 두 관객이 같은 카드를 생각했을 때 나타난다. 뒤로 돈채로 두 관객이 카드를 바꾸려는데 이상함을 느끼고 주저하는 분위기가 나타나면, 의도했던 것 마냥 '혹시 두분이 생각한(의도적으로 '생각한'이란 용어를 쓴다) 카드가 같은가요? 그렇다면 그 카드는...!' 하면서 퍼포밍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주 훌륭한 아웃이다.
7) The Insant
현상 : 관객이 원하는 곳에서 멈춰서 고른 카드들이 현재 시각을 가리키는 마술. 그런데 시간이 1분 빗나가서 다들 아쉬워할때 다들 확인해보면 어느새 시간에 맞게 카드가 변해있다.
비슷한 종류의 연출이 상당히 많다. 엄준혁 마술사의 '라세프 아모리'도 비슷한 종류이고, 조슈아 제이 마술사의 'Overclocked'도 비슷한 연출이다. 취향과 난이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서사 구조면에서 'Overclocked'를 선호한다.
8) Thrown Card
현상 : 관객이 카드를 한장 고르고 덱을 섞는다. 마술사가 미리 빼둔 카드를 덱 중간에 던져넣으면 정확히 관객의 카드 옆에 꽂힌다.
이 역시 많이들 봤을 류의 연출이나 그중에서 꽤나 쉬운류의 해법을 보여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다니 한국 렉처때도 보여준 것과 동일한 해법) 다만 테이블과 아주 약간의 세팅이 필요하기에 개인적으로는 더욱 클래식한 버전(카드 컬리지에 수록된 버전)을 선호한다.
2. 준비가 필요한 현상
세팅이 필요한 루틴들이다. 일부는 덱 전체가 세팅이 필요하고, 일부는 특정 위치에 특정 카드가 있어야 하며, (아래에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특정 가프 카드류가 필요한 루틴도 있다.
1) Or Not!
현상 : 관객이 덱을 테이블 아래에서 마음대로 섞고, 원하는 위치에서 카드 3장을 뽑아서 뒤집어서 덱에 넣고 이 덱을 케이스안에 넣는다. 마술사는 케이스안에 넣은 덱을 꺼내지도 않고 뒤집힌 카드 3장을 맞출 수 있다.
아주 경악스러운 연출 효과를 보여줄 수 있는 마술. 특히나 후안 타마리즈의 서틀티가 아주 매력적이다.
챕터 이름처럼 세팅이 필요한데, 더욱 매력적인것은 마술이 끝난 후 세팅을 다시 유지할 수 있기에 비슷한 세팅을 사용해야하는 마술을 이어서 할수 있다는 점이다. 다니 다올티즈 렉처때 다들 경악했던 마술이기도 하고, 나 역시 마술을 미리 준비하고 퍼포밍할 수 있는 자리라면 꼭 넣는 루틴 중 하나.
2) Oil and Water in Spectator Hands
현상 : 관객이 직접 하는 오일앤 워터 현상
오일앤 워터 루틴을 여러번 보여준 뒤라면 이어서 할법함직한 루틴. 관객이 직접 마술사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 루틴은 언제나 효과적이다. 다만 나는 오일앤 워터류의 클라이막스는 결국 시연중이던 패킷 8장뿐만 아닌 나머지 덱 전체가 정렬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굳이 이 루틴을 넣지는 않는다.
c.f) 오일앤 워터는 정말 많은 루틴이 있고(타마리즈의 매직 웨이 보면 오일앤 워터만 가지고 수십페이지가 나오니..) 배울 곳도 많지만, 처음 배우는 사람이라면 렉쳐노트의 '트레이스 2'의 오일앤워터 부분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연출들의 구성도 좋고 설명도 친절한 편이다.
3) Coincidence between two decks
현상 : 두덱을 활용한다. 관객 1이 1번 덱을 테이블 아래에서 펼친 후 한장을 골라 뒤집어서 덱 중간에 넣는다. 관객 2는 2번 덱을 섞고 주머니에 넣는다. 마술사의 신호와 함께 관객 2가 주머니에서 카드 한장을 꺼낸다. 그 카드를 확인해보면 관객 1이 뒤집어넣은 카드와 일치한다.
굉장히 볼드한듯 하지만 사실은 100%에 가까운 포스방식이 활용된다. 셔츠에 가슴 주머니가 있는 관객이 있다면 언제나 해봄직한 루틴. 테이블 아래에서 관객이 보지 않으면서 카드를 골라서 뒤집는 류는 소위 타마리즈 방식인데, 굉장히 fair한듯하면서도 트릭이 들어간다는 점은 언제나 놀랍다.
4) Production on Request
현상 : 마술사가 덱을 스프레드하고 관객이 적당히 카드뭉치를 가져간다.(10장을 가져갔다고 치자) 마술사는 잘 섞여있는 스프레드에서 4장의 카드를 뽑아오는데, 모두 다 10이다.
현상만 보면 Numerical concordance가 떠오르겠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쉬운 버전이다.(물론 마술사가 카드를 뽑아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해법보다는 중간에 등장하는 특정 원리(고전적이지만 막상 사용하는 마술사를 많이 보지 못한)가 인상적이라서 선정했다.
5) A semiautomatic Ace Production
현상 : 관객이 원하는 곳에서 컷을 여러번 하는데, 덱 맨 위의 패킷은 모두 A이다.
이 역시 클래식한 방법이며, 각자만의 루틴이 있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중에서 가장 관객이 Fair하게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멈췄다고 생각했을 법한 방식이라 소개했다. 이 트릭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비슷한 엔딩을 보여주는 루틴을 할거라면 나는 C3나 Overclocked를 할 것 같다.
3. 그 외 extras
이 파트는 사실 간략한 기술들의 소개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주 새로울 것은 없지만 조그만 팁들을 얻어가는 파트
1) Keeping the Card controlled
현상 : 관객이 카드를 리플 셔플해도 마술사가 특정 카드를 탑 컨트롤 하는 방법
리플셔플 탑 컨트롤은 마술사들에게는 기본 컨트롤중 하나이다. 다만 이것을 관객에게 넘기고도 할수 있는 방법의 소개 파트. 실패하더라도 리커버리가 가능한데 이에 대한 아주 적절한 서틀티의 소개가 인상적.
c.f) 사실 근데 나는 이렇게 하기보다는 로제타 셔플을 이용한 컨트롤을 할 것 같다. 더더욱 카오틱해보이고, 마술인 관객에게도 효과적이다.
2) El Charlatan
현상 : 컵 3개 중 하나에 관객이 작은 물체(콩, 구긴 종이 등등)을 숨긴다. 마술사는 등을 돌린채로 관객이 섞고 위치를 바꾸지만 마술사는 위치를 맞출 수 있다.
유일하게 카드마술이 아니라서 소개해봤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로직퍼즐류를 아예 모르던 사람이라면 신기해할법한 마술. 개인적으로는 이런 오브젝트 프레딕션 류에서 로직퍼즐을 쓸거라면 3개보다는 4개의 컵을 사용하는 것이 더 백트래킹이 어렵기에 이렇게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PH - 하울링에 실려있는 Night 루틴처럼)
4. 종합 및 총평
책 제목인 '세미오토매틱'과 다르게, 셀프워킹이 아니라 마술사의 손기술이나 싸이콜로지컬 포스등이 많이 요구되는 책이었다. 이러한 점은 순수 셀프워킹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을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서문에서도 밝히듯 다니 다올티즈는 '마술사는 오토매틱이 될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는 마술을 퍼포밍할때 마술의 현상이나 트릭보다도 마술사의 개성과 캐릭터가 제일 앞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 책에 실린 마술들이 모두 '다니 다올티즈스러운' 것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영상강의가 없고 오로지 설명과 사진으로만 되어 있기에 아쉬움은 있지만(사실 외국 서적 중에서는 영상강의가 있는 책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충분히 자세하고 단계별 설명이 있기에 이해하고 따라하기에는 큰 무리는 없던 책이었다. 자세하진 않더라도 다니 다올티즈만의 기법들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 있었기에 그를 잘 모르던 사람이라면 보면서 영감을 얻어갈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개인적로는 40여개의 루틴 중 얻어갈 것은 7-8개 정도 뿐이었고 그마저도 현재 퍼포밍하는 것은 딱 4개인데('Absent Player', 'Chosen and Thought', 'Or not!', 'Coincidence between Two decks'), 8.5만원이라는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의 책인 것을 고려하면 많았던 분량에 비해서 실속은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다. (내가 다니 다올티즈 스타일을 좋아해서 이미 익숙했던 점도 한몫한 것 같다.)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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