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서론
2024년 06월 21일 ~ 23일까지 진행된 다니 다올티즈 내한 행사 관련 리뷰이다.
3일간의 짧은 내한이었지만 마스터클래스 + 렉처쇼 2일 + KUMCC 행사까지 총 4개의 굵직한 행사가 있었고 그중 나는 06월 21일 진행된 마스터클래스와 06월 23일 진행된 렉처 쇼에 참석하였다.
(이 글을 찾아볼 정도라면 이미 다들 알겠지만) 다니 다올티즈는 전 세계 마술의 트랜드를 바꿔놓은 스페인 마술사로 특유의 이론과 철학, 그리고 이를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다양한 이들과 공유하여 마술계의 발전에 공헌한 바를 인정받아 FISM 2022 이론 & 철학 부분 수상을 한바 있는 마술사이다.
국내에서는 소위 '카오틱'하다는 단어로 표현되는 그의 연출은 보는이로 하여금 그의 마술에 완전히 빠져들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그는 주 관객측의 비율이 마술인관객이 높기로 유명한데, 마술의 비밀들을 이미 알고있을 법한 관객들이 다수 포진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퍼포밍을 볼 때엔 전혀 의심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의 진가를 알 수 있다.
각설하고, 2일 간의 참여에 대한 간략한 후기를 적어보겠다.
(시작에 앞서, 해당 렉처에서 배운 내용들을 모두 열거하는 것은 그리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주요 굵직한 컨셉이나 인상, 생각들을 위주로 적어보도록 하겠다.)
1. 다니 다올티즈 마스터 클래스
06월 21일 (금) 에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이다.
특별한 인원수 제한 없이 대강당에서 진행된 나머지 렉처 쇼들과 다르게 이 날은 20명의 제한된 인원만을 대상으로 진행되었고, 사당역 주변의 아르카나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 마스터 클래스는 19시에 시작되어 23시경 종료되었는데, 대략 프리스타일 공연 1시간 + 이론 렉처 2시간 + 질의 응답 1시간의 4시간 정도로 진행되었다.
처음 진행된 프리스타일 공연은, 말 그대로 수강생들이 원하는 연출을 말하면 그대로 퍼포밍해서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유명한 아칸(ACAAN)부터 시작해서 '카드 투 박스', '카드 언더 테이블', '오픈 프레딕션', '투카드 트랜스퍼', '톤앤리스토어' 등등 정말 말 그대로 원하는 연출을 말하면 그대로 퍼포밍하던 그의 능력에 입이 떡 벌어지던 시간. 매 연출마다 원하는 연출을 말하면 '그래, 좋아. 그 중에서도 어떤 것을 원해?' 라고 말해서 모두를 웃게 한 것은 깨알 웃음포인트(실제로 본인 말로도 1000개 이상 렉처를 낸, 소위 공장장님이시니..)
그 다음 2시간은 이론에 관한 렉처 시간이었다.
마술사는 마술보다 더 앞에 서있어야 한다는 말로 시작한 그의 렉처는 단순 기술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패터' '동선' '관객의 감정' 등 마술 전반의 요소들에 대해서 심도 있게 다루었다. '마술의 기둥들(Pilar)', '문을 닫는법(Closing Door)', '선형적 사고와 수평적 사고(Linear Thinking & Lateral Thinking)', '문장부호(Parentheses)', '블랙아웃(Blackout)', '지금 여기(Here and Now)' 등 그의 이론들을 총망라하여 설명해주었는데, 매 설명마다 실제 추가 루틴과 기법을 예시로 들면서 보여주었기에 기존 영상 렉처들에서 볼때보다 훨씬 더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중간중간 해준 말 중 기억에 남는 말들도 많았는데, 그중에서 몇가지만 뽑아보자면 아래와 같다.(해설하자면 기니까 해설은 생략)
관객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아라.
마술사는 현상이 일어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리 말해야 한다.
마술은 테이블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관객의 머리와 가슴에서 일어난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정말 말 그대로 모든 질문 사항에 대해서 답변을 해주었다. 앞서 보았던 연출들에 대한 질문('아까 보여준 오픈 프레딕션 어떻게 하나요?')부터 시작해서 매지션 풀러에 대한 생각, 풀어스때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1시간을 꽉 채워서 밀도있는 답변시간이었기에 정말 버릴게 하나도 없었다. 보통 우리 한국사람들은 이런 시간에도 질문을 잘 못해서 중간에 붕 뜨거나 그런 시간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것 하나 없이 (오히려 시간이 약간 오버될정도로) 모두가 열정적으로 참여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종합하면, 정말 '마술같은 하루'였다.
물론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다. 오늘 배운 내용들 자체는 완전히 새롭기보다는 이미 발매된 그의 렉처들에 수록된 내용들이 대다수였고(계속해서 아직 발매하지 않은 루틴을 보여주거나 알려줄수 없냐고 물어본 사람의 심정도 이해가 간다), 시간도 4시간정도로 예상보다는 짧았기 때문이다.(내한 3일 전 프랑스에서 진행된 마스터클래스 쇼에서는 무려 12시간 넘게 진행했다고 하니까... 물론 시간 여건상 어쩔수 없었지만)
그러나 저런 아쉬움들을 모두 송투리째 날려버릴만큼 나머지 경험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마음에 다가왔다.
그의 프리스타일 공연을 1열에서 직관하는 한시간동안은 정말 다른 생각은 하나도 나지 않을 정도로 푹 빠질 수 있었고, 피상적으로만 이해하던 그의 이론들을 조금 더 체화할수 있었으며, 마술, 나아가 다른 타인과의 인간관계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지까지 되돌아볼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 엄준혁 마술사 'New Door Seminar' 리뷰 때처럼, 무언가 하나의 틀이 깨지고 조금 더 나아갈 수 있는 발돋움이 된 것 같아서 너무나도 기뻤다. 특히 '정해진 시간동안 나에게서 뽑아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뽑아가라'는 다니 다올티즈의 자세 덕에 쉬는 시간에도 이론이나 루틴 등등 정말 자유롭게 생각나는대로 질문해서 답변을 얻을 수 있던 것 역시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2. 다니다올티즈 렉처 쇼
위의 마스터 클래스에서 받은 감동과 부풀은 마음을 간직한채, 06월 23일 (일)에 한양대학교 강당에서 진행된 렉처 쇼에도 참석하였다. 위의 일정표처럼 금일 역시 한시간 가량의 쇼 + 2 - 3시간 정도의 렉처 + 1시간 정도의 QnA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금일은 사정상 QnA는 생략하고 진행되었다.
마스터 클래스와 다르게 금일은 참가 인원수 제한이 없었던 행사로, 대략 70명 정도의 참가자가 참여했으며 국내의 여러 마술 관련 부스들에서도 참여해주었다. 마스터 클래스 때와 다르게 규모도 크고 다양한 마술업계의 사람들이 참여해서인지 쉬는시간에도 다들 활발히 돌아다니면서 서로서로 마술을 보여주고 알려주는게 인상적이었다. (해외 컨벤션에 참여한 기분이 든다고 해야하나?) 덕분에 나도 여러 마술사들을 만나 인사도 나누고 자주 뵌 분들과는 연락처도 교환하는 등 (거의 처음으로) 친목질을 해볼 수 있던 것은 덤.
처음 한시간은 '100% Daortiz'라는 이름의 다니 공연시간이었다. 마스터 클래스 때는 보고 싶은 것을 물어본 후 그것을 말 그대로 퍼포밍하는 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다니가 준비(?)해온 것들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다만 그때 그때 관객의 덱을 빌려서 활용하기도 하고, 상황에 맞춰 즉흥적인 루틴들을 보여주는 느낌은 여전하여(실제로 다니는 이렇게 공연을 한다고 한다. 역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보는 내내 너무나도 즐거웠다. 특히 이번에는 자원해서 다니 옆에 앉는 관객으로 참여했는데, 옆에서 봐도 신통방통한 그의 마술을 보면서 보는 내내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지경이었다. 나중에 알게된 것인데, 마스터클래스-렉처쇼 이틀 총 3일을 모두 참여한 다른 분의 말에 따르면 매일 보여준 루틴들이 다 달랐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엔 충격이 배가 된 기분이었다.
렉처시간에서는 이론과 더불어 몇몇 루틴들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였다. '문을 닫는법(Closing Door)', '선형적사고와 수평적 사고(Linear Thinking & Lateral Thinking)' 등 마스터 클래스 때 나온 이론들에 관한 내용도 설명도 있었지만, 마스터클래스가 보다 심도 깊은 내용이었다면 여기서는 개념에 대한 소개 정도로 진행되었다. 대신 해당 기법들이나 컨셉이 활용되는 실용적인 루틴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오픈트라이엄프, C10, Or Not 등 그의 대표적인 루틴들에 대한 해설이 추가되었다 . 개인적으로는 마스터클래스 때의 렉처가 더 깊이 있고 마음에 들었지만, 당장 체화하여 본인의 연출에 활용할 것이라면 금일 진행된 렉처가 보다 더 실용적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을 것이기에 일장일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종합하면, 보다 '마스터 클래스 때보다 더 신나고 재미있던 하루'였다.
마스터 클래스 때의 기쁨이 보다 '감동'에 가까웠다면, 오늘은 '즐거움'에 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스터 클래스 때는 1열에서 보았다면 금번에는 직접 관객으로 더 많이 참여하기도 했고, 분위기 자체도 보다 더 가벼웠기에 '무언가 꼭 얻어가야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놓고 정말 온전하게 즐길 수 있던 시간이었다.
QnA 시간이 진행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나는 마스터클래스 시간때도 충분히 원하는 것들을 물어보았었기도 하고 금일도 쉬는 시간에 찾아가 몇가지 질문도 했을 뿐더러 나의 비장의 무기 루틴을 그에게 보여줄 수 있었기에 너무나도 만족했던 시간이었다. 해당 행사 외적으로도 부스 투어도 재밌었고, 다른 마술인들과 생각을 나눌 수도 있어서 즐거웠던 시간. 이게 오프라인 행사의 묘미라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던 것 같아서 참 만족스러웠다.
끝으로 이러한 시간을 마련해준 아르카나에게 정말 끝없는 감사함을 표한다. 세계적인 거장을 섭외하는 과정부터 해서 장소, 시설, 안내 등 정말 많은 준비를 한 것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특히 실시간으로 엄청난 퀄리티의 통역을 진해해준 이영우마술사님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영어에 나름 자신이 있는 나라고는 하지만, 내가 이해하는 것 이상의 내용을 전달해주셔서 더욱 큰 도움이 되었다. 내년에는 어떤 마술사가 내한할지 모르겠지만(데이비드 윌리엄슨?)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한다.
c.f) 이런 행사에 하는 경품 추첨에서 난 단 한번도 된적 없는데, 무슨 연유인지 오늘은 당첨되어 도기문 마술사님의 패킷트릭을 받았다. 3일간의 다니 행사의 마침표에 작은 선물을 얻어간 것 같아 미소지어지던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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