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24년 04월 27일 진행된 엄준혁마술사의 오프라인 세미나인 New door Seminar : Season 0의 리뷰(라기보단 소감문)이다. 미리 밝히지만 본 글은 엄준혁마술사에게 작성을 허락받은 글이다. 다만 금일 진행된 세미나의 구체적인 내용 및 연출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예정이기에 양해 바란다.
내가 쓴 그동안 리뷰하거나 쓴 글들을 쭉 봐온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는 차치하고)은 알겠지만, 나는 엄준혁 마술사의 Big fan이다. 그가 발매해온 렉처에 담긴 연출들이 훌륭함은 물론이고, 연출에 담긴 마술에 대한 이론과 더불어 친절한 설명은 훌륭함을 넘어서 감동의 수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소규모 오프라인 마술 세미나를 연다는 것을 보고 주저없이 나는 바로 신청해서 수강을 하게되었다.(조기마감된 것을 보면 보자마자 신청한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New Door Open Seminar
총 10명이 참가하였고, 홍대의 한 종합공간에서 2024년 04월 27일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었다. 참가비는 10만원.
세미나의 큰 주제는 '마술을 어떻게 만드는가'로, 1부에서는 엄준혁마술사가 마술을 만드는 과정과 영감들에 대한 소개를 하였고, 2부에서는 구체적인 연출들을 통해서 어떤식으로 구현화되었는지를 보여주었다.
세미나는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시작된다.
좋은 공포영화는 공포가 없어도 좋은 영화여야 한다.
훌륭한 마술은 불가능을 포함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마술에서 불가능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위의 질문을 시작으로 엄준혁 마술사는 본인이 영감을 얻는 방식과 매체,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식으로 연출을 구성하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 그의 삶에서 중요하게 작용했던 여러 예술가들의 삶과 모습, 그리고 구체적인 작품들을 수백장의 사진과 영상을 활용하여 소개하였고, 이러한 요소들에 대해 그가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를 담담하면서도 상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데이비드 블레인, 텔러 등 유명한 마술사들 뿐만 아니라 유명 화가, 영화감독, 행위예술가 등의 작품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며 이들간의 관계와 자신이 해석한 요소들에 대한 해설을 하는 그의 모습은 그가 정말로 이 분야에 진심을 쏟고 있으며 푹 빠져있다는 모습이 보여서 보는 내내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다른 예술장르와 마술이 가지는 차이점에 대한 그의 시각, 그리고 그 차이점에서 오는 마술사의 생각의 틀에 대한 관점도 상당히 신선했다. 소위 훌륭한 마술들이 가지는 별도의 요소들에 대한 그의 해석과 이론을 듣다보면, 박물관의 도슨트나 큐레이터가 하는 설명을 듣는 느낌이 들어서 나의 생각이 좀터 트이는 기분까지 들 정도였다.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제 여러 마술사들의 연출을 보여줌으로서 공부한 내용에 대한 예제 풀이까지 겸비함은 보너스.
2부에서는 위의 내용들을 바탕으로 하여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3가지 연출을 설명하였다.
일반적으로는 연출을 먼저보여주고 이에 대한 해설을 하기 마련이지만, 본 세미나에서는 반대로 연출을 구성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먼저 설명한 후 연출을 시연, 다시 해설하는 식으로 진행하였다.
구체적인 연출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정말 셋 다 기가 막히면서도 머리를 한대 맞은듯한 느낌이 드는 연출들이었다.
엄준혁 마술사가 속해있는 마술팀인 '히든 점스'의 팟빵 팟케스트에서 그는 '자신이 발매하고 있는 렉처들은, 소위 오른손잡이 마술사가 왼손만 쓰는 마술만을 보여준것과 같다'라고 한적이 있었는데, 오늘 보여준 연출들은 그만의 색과 느낌이 아주 진하게 나타난 연출(오른손잡이가 오른손을 쓸때 어디까지 연출이 극대화될수 있는지)을 보여주었다. 특히 각 연출마다 연출이 진행되는 최적의 장소와 시간의 설정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래도 연출을 아예 언급안하기는 좀 그러니 각 연출들의 대략적인 인상들만 적으면..
1번 연출은 마치 영화의 한장면과 같은 기분이 드는 연출로, 연출이 끝나면 관객은 온세상을 의심하게 될것이라 생각했고
2번 연출은 상상과 심상이 극대화된 연출로, 연출이 끝나면 관객이 자신에 대해 놀라게 되는 연출이라 생각했으며
3번 연출은 오직 엄준혁 마술사만 가능한,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가능한 연출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감
정말, 말 그대로 'New Door'가 열린것과 같은 느낌이 드는 세미나였다.
마술, 나아가 예술이란 장르에 대해서 처음으로 진지한 생각과 고민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나아가 제 3의 눈이 개안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된 느낌이었다. 엄준혁마술사의 철저한 준비와 상세한 설명, 그리고 물흐르듯 진행되는 그의 진행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으며, 그가 가감없이 공유한 경험과 생각들은 그가 단순한 마술시연자가 아닌 진정한 예술가임을 깨달을 수 있게 해주었다.
본 세미나를 통해서 내가 당장 시연하는 마술들이나 연출들이 바로 바뀔지는 모르겠다.
내가 더 마술을 잘하게 될지 역시 확신할수 없다.
다만 나도 모르게 스스로 막혀있던 나의 생각의 틀이 깨진것은 분명하다. 소위, 학창시절 공부하듯 각종 이론서와 렉처를 기반으로 마술을 '공부해온' 나에서 벗어나 마술이란 예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수 있는 사람이 될 출발선에 선 것 같은 기분이다. 이게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기분이나 감정이 되지 않기 위해서 이전보다 수많은 노력, 아니 색다른 노력이 필요하단 것 역시 물론이다. 이런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선사해준, 엄준혁 마술사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를 표하며 글을 마친다.
(+) 사족이지만, 본 세미나의 수강생들은 1달동안 엄준혁 마술사에게 1:1로 다양한 분야의 내용을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용할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소중한 기회가 주어진만큼 (엄준혁마술사에게는 죄송하지만) 최대한 많이 괴롭히며 질문할 예정이다. 한달 뒤인 5월 27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있을지 스스로도 궁금해지네. 그가 세미나 소개글에 언급하였듯, 이 세미나의 내용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면 더이상 엄준혁마술사의 것을 따라하고 싶어하지도 않을 것이다란 말을 체화할수 있을지도 궁금하고.
(++) 엄준혁 마술사가 이야기하였듯, 본 세미나는 시즌 0 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올해중 시즌을 추가하여 오프라인 세미나를 열 예정이라 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의 인스타와 리틀리를 주기적으로 잘 fu해보자.
(+++) 05/27 부로 엄준혁 마술사와의 질의응답 관련 시간이 종료되었다.
시기가 좋지 못하게도 중간에 마술외적으로 개인적인 여러 일들이 발생하여 바빠진 관계로 기대했던 것만큼 여러가지 질문을 하거나 심도깊은 토론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내가 한 질문들의 대다수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고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엄준혁마술사의 세미나에서 배운 기법을 통해 나만의 연출을 2개 만들어보아서 퍼포밍해봤는데 반응들이 꽤나 좋아서 만족했다. 약간은 어설프고 부족함이 많지만, 전형적인 '마술이란 이런 것'의 모습에서 벗어나 '불가능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하는 시도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너무나도 기쁘다. 다음 세미나가 더더욱 기대되는 것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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